템플 스테이에 해당하는 일본어가 바로 ‘슈쿠보(宿坊)’다.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숙박’을 해결한다는 의미인데, 옛날에는 순례자들이 흔히 이용하던 숙소 형식이다.

단, 종교 시설에서의 숙박이라고 해서 반드시 해당 종교를 신봉할 필요는 없다. 예부터 지금까지 슈쿠보는 다양한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숙소를 제공해 왔다. 요즘 슈쿠보는 외국인 방문객들에게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템플 스테이와 호텔 스테이에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템플 스테이는 민박이나 료칸과 비슷하다.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고, 보통 다다미방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자게 된다. 또 욕실은 공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쿠보 체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승려들과 함께 참여하는 명상과 의식이다. 이 밖에 (경전 쓰기(샤쿄))와(불 의식(고마타키) )같은 불교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호텔과 슈쿠보의 또 다른 차이점은 음식에 있다. 절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쇼진 요리로 알려진 채식이 제공된다. 투숙객들을 위해 준비된 음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소량으로 제공하는 가이세키 스타일이 특징이다.

요리에는 제철 야채를 사용하며 조리법이 매우 창의적이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요청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미리 숙소에 연락하기 바란다.

슈쿠보에 머무는 매력 중 하나가 승려들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사찰에서의 생활은 이른 시간에 시작되어 이른 시간에 끝난다.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나 활동에 꼭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무는 기간 동안 가급적 모든 체험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템플 스테이가 궁금했던 필자는 이번에 렌게조인을 예약해 보았다. 각 사찰마다 규정과 프로그램 일정이 약간씩 다르지만, 고야산에 있는 사찰에서 경험하게 되는 템플 스테이는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렌게조인은 오후 3시부터 체크인할 수 있다. 정문을 지나면 정원의 독특한 외관이 투숙객들을 반겨 준다. 고운 모래로 기하학적인 문양이 그려진 정원 양식을 일본어로 ‘사몬’이라 하는데 날씨나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체크인을 하면 방으로 안내해 준다. 렌게조인에는 소박한 객실부터 고급스러운 객실까지 다양한 타입을 준비해 두고 있다.

필자는 침대 매트리스처럼 두꺼운 이불이 깔려 있고, 깨끗한 전용 욕실에 고급스러운 예술품, 중앙 정원이 보이는 객실(달빛 방)을 골랐다.

4시 55분에 종소리가 울리면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명상 시간이 시작되는다는 말이다. 명상 시작 전에 이곳의 승려인 소에다 류쇼 씨가 일본어와 영어로 설명을 해 준다. 렌게조인의 명상 유형은 ‘스소쿠칸’과 ‘아지칸’으로 나뉘는데, 둘 다 호흡을 통해 마음챙김을 하는 스타일이다. 류쇼 씨가 호흡에 집중하라고 설명을 해 준 뒤, 10까지 숫자를 세어준다. 명상은 약 40분 간 지속된다.

명상을 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류쇼 씨는 “호흡에 집중하면 됩니다. 일본어에 '무신'(방해되는 생각이 일체 없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묘사할 때도 종종 사용되지요. 주변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지금 상황에 완전히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무신’ 상태를 우리 어른들도 배워야 합니다.” 라고 말해 주었다.

류쇼 씨가 명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덕분에, 부드럽고 맑은 징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칠 수 있었다.

명상을 마친 뒤 저녁 식사가 준비된 다다미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개의 작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음식이 식지 않도록 뚜껑을 닫아 둔 요리도 있고, 테이블 중앙에는 원하는 만큼 추가해 먹을 수 있도록 밥과 차가 놓여 있었다. 한 명당 제공되는 플레이트에는 두부와 야채 절임, 야채 튀김과 면 등 다양한 요리가 담겨 있었다. 디저트로는 제철 과일인 감이 나왔다.

저녁 식사 후에는 자유 시간이다. 밤에는 아름답게 조명이 켜지는 단조가란을 둘러본 뒤 돌아와 목욕을 즐겼다.

통금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옆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방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채우고 목욕을 했다. 바디 클렌저, 샴푸와 같은 목욕 용품과 편안한 유카타(일본식 가운), 헤어 드라이어 등 필요한 집기들이 모두 비치되어 있었다.

목욕을 마친 뒤에는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푹 잘 수 있었다.

저녁 의식과 마찬가지로 새벽 5시 55분이 되면 종을 울리면서 6시에 시작하는 아침 기도 시간을 예고해 준다.

저녁 명상과는 다른 의식이었는데, 고인을 기리기 위해 승려들이 경전을 낭독해 주는 시간이었다. 기도가 시작되기 전 망자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독특한 리듬감을 가지고 경전을 외는 승려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향을 피우고 의식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아침 예배가 끝나자 조식 시간이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도 채식인 쇼진 요리가 제공되었다. 전날 저녁을 먹은 곳으로 안내되었다.

조식은 저녁보다 훨씬 간소하다. 종류는 적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식사였다. 작은 봉지에 든 김에 밥을 조금 싸서 간장에 찍어 먹고, 다른 접시들의 요리도 맛있게 먹었다.

호텔과 달리 템플 스테이의 체크아웃 시간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오전 9시에 체크아웃을 하게 되는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찰을 나설 때까지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고야산 주변 사찰을 둘러볼 수도 있었다.

고야산 사찰에서는 승려들이 관광객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렌게조인의 경우는 영어가 모국어인 투숙객들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다만, 템플 스테이가 이루어지는 곳은 일반 호텔이 아닌 사찰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편안하지만 엄숙한 체험을 하게 되는 템플 스테이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전한다.

사찰에서는 바퀴가 달린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 없으며, 본인의 짐은 직접 들고 운반해야 한다.

짐이 너무 무거운 경우에는 출발지 근처 사물함에 넣어두거나, 야마토 운수 같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까지 보내 두는 것이 가장 좋다.

고야산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주변 도시보다 기온이 낮은 편이다. 와카야마현에서는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눈이 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 전에는 따뜻하고 편안한 옷을 챙기고, 일기예보를 꼼꼼히 확인해 두자.

엄숙한 사찰 분위기를 고려하면 피부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 옷차림이 가장 좋지만, 청바지나 티셔츠 같은 캐주얼 복장도 무방하다. 또, 투숙 중 신발을 신을 일이 거의 없으니 예쁜 양말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식단 제한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사찰에 미리 안내해 대체 요리를 준비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해 보자. 쇼진 요리는 일반적으로 채식이 제공되며, 고야산 슈쿠보에서는 우유나 달걀, 치즈 또는 기타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슈쿠보의 벽은 상당히 얇기 때문에 늦은 밤 시간에 너무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

명상 중에는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일이 없도록 하자.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려들은 사찰 문을 통과해 들어온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

‘고마타키’로 알려진 불 의식은 렌게조인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몇몇 다른 사찰에서는 매일 의식을 진행하니, 템플 스테이 기간 중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은 오후 1~2시 사이에 쇼조신인을 방문해 무료로 감상해 보자.

템플 스테이는 ‘부킹닷컴’ 같은 예약 사이트나 슈쿠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고야산에서 템플 스테이를 제공하는 사찰 리스트확인은 여기서.

템플 스테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고야산의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필자는 슈쿠보에서 정말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