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산은 일본 사람들에게는 영적 기운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를 논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고보 다이시’가 일본에 진언 불교를 전하고 종파 본부를 세운 곳이도 하다. 고보 다이시(‘구카이’라고도 불림)는 불교와 신도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 영향으로 현대 일본에서는 매우 드물게 불교 사찰 경내에 신사 건물이 들어서 있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고보 다이시가 본부를 세운 뒤 산 정상에는 사찰 단지가 개발되었다. 많은 순례자들은 시코쿠 88 사찰 순례를 완주한 뒤 고야산을 방문하여 구카이에게 경의를 표하고 안전한 여행을 마치게 해준 은혜에 감사를 표한다. 고야산이 순례길은 아니지만, 영적 기운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순례자들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장소다.

고야산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스님들과 함께 사찰에 머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승려들과 함께 명상하고 쇼진 요리를 먹으며 분위기 있는 사찰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경험은 일반 숙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템플 스테이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고야산은 봄과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여름은 더운 편이지만 낮 시간이 길어 산 주변 자연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겨울이 되면 설경이 특히 아름답지만, 사찰과 산책로 주변 의 고대 자연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이동(자동차, 도보 모두)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고야산은 신칸센 역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쿄에서 이동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따라서, 오사카, 교토 등 간사이 지방을 가게 될 일이 있을 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야산에는 세 개의 버스 노선이 있지만, 마을 대부분은 걸어서 갈 만한 거리다. 고야산 버스 시간등은 여기서 확인.

고야산 방문 전부터 예약 가능한 투어와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그 중 일부는 오사카에서 출발하는 플랜이다.

그럼 바로 고야산에서 보내는 1박 일정을 소개해 보겠다.

첫날은 다이몬(고야산의 가장 바깥 문), 곤고부지(사찰) , 단조가란(사찰)을 둘러보고 탬플 스테이를 경험하게 된다. 둘째 날에는 사찰에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오쿠노인(사찰)과 마을 관광을 하게 된다.

고야산역에 9시 12분에 도착해 9시 17 분발 버스를 타면, 다이몬에는 9시 27 분에 도착한다. 다이몬은 고야산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문이다. 한때 신도를 상징하는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워진 큰 기둥)’로 사용된 적도 있으나, 사진 속 모습은 불교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양식에 더 가깝다. 양쪽에는 두 개의 인왕상이 서 있고, 문 왼쪽 편에 오쿠노인으로 갈 수 있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

단조가란은 고야산에서도 특히 상징적인 곳이다. 고보 다이시가 사찰 건물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곳이기 때문이다. 진언 불교의 중요한 상징인 만다라는 ‘금강계’와 ‘태장계’로 분류된다. 단조가란은 태장 만다라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앙에 위치한 콘폰다이탑에 있는 황금 불상은 만다라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단조가란 경내에는 콘폰다이탑 외에도 탑돌이로 유명한 롯카쿠교조(다보탑 형태의 탑)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면서 경치를 감상하고 일본의 사찰 역사에 대해 배워 보자.

・곤고부지까지는 걸어서 10분
고야산의 총본산인 곤고부지는1869년 두 사찰이 합병되어 생긴 절로서, 이때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곤고부지의 일부 사찰은 159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지어졌다.

경내는 예상보다 훨씬 넓은 편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추가된 현대적인 작품을 포함해 볼거리가 풍부한 많은 전시실과 예술품이 있다. ‘반류테이’라 불리는 중앙 정원에는 고보 다이시가 시코쿠에서 가져온 큰 바위가 놓여 있다. 마치 사찰을 비호하는 두 마리의 용처럼 배치되어 있다.

・가도하마 고마도후까지 걸어서 12분
고야산의 명물은 콩 대신 참깨를 주 원료로 만든 두부 고마도후다. 참깨는 과거 스님들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고 전해지며, 참깨 껍질을 벗기는 일도 승려들의 의식 중 하나였다. 가도하마는 유명한 고마도후 전문점으로, 이곳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고마도후를 제공한다. 도후 가이세키(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작은 접시에 담아 제공)는 마치 불교의 만다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을 풍경과 상점들을 둘러보면서, 시골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코스다.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일본 향신료 전문점인 ‘히라노 세이쇼안’에 들러 산초를 곁들인 음료와 독특한 디저트를 주문해 보자.

여행과 산책으로 하루를 보낸 뒤에는 슈쿠보(사찰이나 신사 경내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해 체크인을 해보자. 사찰을 둘러보고 휴식을 취할 거라면, 조금 일찍 체크인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렌게조인’이라는 사찰에 머물렀다.

렌게조인의 저녁 명상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데, 5분 전에 종소리로 알림을 준다. 시간대나 명상 방식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른데, 필자가 방문했을 곳에서는 40분 동안 호흡 명상을 했고, 그 전후로 스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명상 후에는 채식으로 구성된 쇼진 요리를 저녁으로 먹게 된다. 투숙객들을 위해 고안된, 소량의 다양한 요리로 구성된 섬세한 가이세키 요리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목욕탕에서 씻은 뒤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에도 아침부터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일찍 쉬기로 했다.

렌게조인의 아침은 스님들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경전을 낭독하는 의식으로 시작된다. 이 시간 동안 스님들은 독특한 리듬감으로 염불을 외운다.

저녁 식사만큼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밥과 차를 리필해주는 정갈한 채식 쇼진 요리였다.

・렌게조인에서 걸어서 5분 거리
과거 여성들은 성스러운 고야산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다. 뇨닌도 주변은 경내로 들어가기 전 여성들의 출입이 허용된, 마지막 지점 중 하나였다. 당시 여성들의 예배 장소는 고보 다이시와 가까운 곳에 배치되었다. 넓지 않은 부지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고 가보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서 다이몬으로 이어지는 길도 찾을 수 있다.

・센쥬인바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15분, 오쿠노인 입구까지는 버스로 12분
오쿠노인은 고보 다이시가 묻혀 있는 곳으로 참배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도들은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영원한 명상 속에서 쉬고 있다고 믿는다. 넓은 오쿠노인 부지 안에는 우뚝 솟은 삼나무 숲에 200,000개 이상의 묘비가 모여 있다. 고뵤바시(다리)는 고보 다이시의 영묘와 나머지 구역을 분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에 두 번, 오전 6시와 10시 30분에 스님들이 행렬을 이루며 고보 다이시에게 공물을 바치러 간다. 이전 공물은 다시 되가져와 스님들끼리 나눈다. 경내는 신비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부지가 너무 넓어서 모든 것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오쿠노인 마에에서 곤고부지 마에까지 버스로 7분 거리

카페 시즈쿠에서는 채식 쇼진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다. 전통 요리는 아니지만 맛있는 야채 카레를 먹으며 여행의 피로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고야군 모나카와 모찌 아이스와 같은 디저트에 와카야마현의 마스코트인 ‘고야군’이 등장한다고 하니 꼭 찾아보자! 이 카페에서는 일본식 떡과 아이스크림, 팥소를 채워 먹는 일본의 전통적인 과자 ‘모나카’ 등을 메뉴로 선보이며,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걸어서 16분, 버스로는 5분
일부 사찰에서는 매일 ‘고마타키’ 불 의식을 제공하는데, 시간이 안 맞아 미처 보지 못했다면 오후 1시에 ‘쇼조신인’에 방문해 무료로 감상해 보자. 진언 불교에서만 볼 수 있는 의식으로, 몸과 마음, 정신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쇼조신인에서는 소원을 나무 접시(1,000엔)에 적어 소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불 속에 던지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이 의식은 매일 오후 1~2시 사이에 열린다.

・텐푸 테라스까지 걸어서 5분
마지막으로 텐푸 테라스로 가서 기념품을 사거나, 음료와 간식을 즐겨 보자. 이제 고야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다.

・다마가와도리에서 고야산역까지는 버스로 30분
고야산역에서 난바역까지 직통으로 운행되는 열차가 있으며, 오후 4시 10분에 출발하는 편(변경될 수 있음)이 있다. 여유 있게 버스를 타고 안개 낀 산길을 따라 내려가 보자.

여행 일정 중 기념품이나 간식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소개했는데, 좀더 자세한 설명을 더하도록 하겠다.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한 수제 산초 향신료와 오일을 판매하는 전문점. 접시를 사용해 그 향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으며, 집까지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작은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산초를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별미니 꼭 한번 먹어 보자!

마지막으로 고야산 여행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을 만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