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현에 위치한 고야산은 일본에서도 영적 기운이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야산은 800m 높이의 분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1,000m에 달하는 8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고지대 중심에는 수많은 사찰들이 모여는 마을 ‘고야초’가 있다.

이곳이 영적 기운이 강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구카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고보 다이시’라는 승려가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일본 진언 불교을 창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가 고야산에 진언 불교의 본부를 세운 이후 사찰 마을로 번성하게 되었다.

일본의 불교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고보 다이시지만, 신도 신으로부터도 환대를 받았다. 본래 ‘니우쓰히메노오카미’의 영지였던 고야산을 양도 받아 고보 다이시가 이곳에 사찰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신도 신의 사자로 알려진 흰 개와 검은 개가 고보 다이시를 인도했다고 전해진다.

그 영향으로 고야산은 일본에서 신도와 불교 요소를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찰로 남게 되었다.

고야초는 유서 깊은 사찰과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이며, 일부 사찰에서는 템플 스테이도 경험해 볼 수 있다. 많은 순례자들이 시코쿠 88 사찰 순례를 완주한 뒤 고야산을 방문해 안전한 여행을 마치게 해준 구카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고야산이 순례길은 아니지만, 영적 기운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순례자들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장소다. 마을 주변에는 다양한 하이킹/트레킹 코스도 있다.

고야산은 오사카나 교토에서 가는 것이 가장 수월하며, 도쿄에서는 5시간 정도가 걸린다!

기차로 이동할 경우, 오사카 난바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고쿠라쿠바시역으로 가는 직통 열차는 주황색 또는 짙은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큰 짐이 있으면 고야산까지 들고 가기가 쉽지 않으니 오사카에 두는 것이 가장 좋다(템플 스테이 이용 시 바퀴 달린 캐리어를 반입할 수 없다).

돌아오는 길에는 고야산역에서 난바역까지 직통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싶은 경우에는 하루에 한 번 15시 27분에 고야케이사쓰마에(곤고부지키타)에서 출발해 오쿠노인, 다이몬에 정차했다가 교토로 향하는 편을 이용하면 된다. 돌아오는 교통편을 잘 확인하고 여행 계획을 세워 보자.

고야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를 소개한다.

교토에서 버스로 오는 모든 사람들이 첫 번째로 당도하게 되는 곳이 ‘다이몬’이다. 순례길 정상에 있으며 고야산의 가장 바깥 쪽에 위치한 문이다. 한때 신도를 상징하는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워진 큰 기둥)’로 사용된 적도 있다.

다이몬은 1705 년에 불교 사찰 양식으로 재건되었으며, 양쪽에는 두 개의 인왕상이 서있다. ‘고보 다이시가 매일 아침 순회하며 우리에게 구원을 준다’라는 비문이 있는데, 이는 고보 다이시가 이 문을 통과한 모든 사람과 항상 함께 함을 암시한다.

문 왼쪽에는 오쿠노인으로 갈 수 있는 뇨닌미치 등산로 입구(여성용 등산로)가 있다.

‘초이시미치’는 길 건너편 문 앞에서 끝나는데, 지금도 이곳은 고야산 입구의 상징이자 순례자들을 위한 마지막 검문소 역할을 한다.

고야산에 세워진 첫 번째 건축물은 아니지만, 곤고부지는 현재 고야산의 총본당이다. 또 전국 진언종 본거지로서 일본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 약 4,000개의 사찰을 관리하는 곳이다.

고야산의 총본산인 곤고부지는1869년 두 사찰이 합병되어 생긴 절로서, 이때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곤고부지의 일부 사찰은 159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지어졌다.

경내로 들어가기 전 지붕 위를 보면 두 개의 큰 양동이가 보이는데, 화재가 났을 때 불을 끄기 위해 빗물을 모아 둔 것이다. 과거 일본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경내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또 각각의 개별실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추가된 ‘센주 히로시’의 현대적인 작품 등 다양한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중앙에 위치한 방에는 고보 다이시(이곳에서는 ‘구카이’라 불림)의 여행과 관련된 사료들이 남아 있다. 8번 방에서는 그를 고야산으로 안내한 두 마리의 개가 묘사되어 있다.

‘반류테이’라 불리는 중앙 정원에는 고보 다이시가 시코쿠에서 가져온 큰 바위가 놓여 있다. 이 바위 정원은 일본에서 가장 큰 정원으로, 고보 다이시가 열반에 입성한지 1150주년이 되던 해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위는 사찰을 보호하는 수컷과 암컷 용을 나타내며.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바위가 머리에 해당한다.

단조가란은 고야산에서도 특히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고보 다이시가 사찰 건물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곳이기 때문이다.

진언 불교의 중요한 상징인 만다라는 ‘금강계’와 ‘태장계’로 분류된다. 단조가란은 태장 만다라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앙에 위치한 콘폰다이탑에 있는 황금 불상은 만다라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황금 불상은 4개의 금강계 불상에 둘러싸여 있다. 오른쪽 뒤편에는 고보 다이시와 그의 스승 ‘케이카 오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단조가란에는 이 밖에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이 많이 있다. 콘폰다이탑 옆에는 고보 다이시의 훈련장이었던 ‘미에도’가 있는데, 일 년 중 봄에 한해 한 번만 공개하는 그의 초상화를 모셔둔 곳이다. 경내 서편에는 ‘미야시로’가 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신도(神道) 전용 구역이다. 고보 다이시와 인연이 깊은 두 마리의 개가 묘사되어 있다.

단조가란에는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조가란 경내에 입장 후 ‘곤도’나 ‘콘폰다이토’ 등을 보려면 입장료가 내야한다.

오쿠노인은 고보 다이시의 묘가 있는 곳으로, 신도들 입장에서는 그와 가장 가까이서 영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신도들은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영원한 명상 속에서 쉬고 있다고 믿는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오쿠노인은 우뚝 솟은 삼나무 숲 속에 200,000개 이상의 묘비를 갖춘 커다란 묘지가 되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고보 다이시와 가까워지기를 원해, 대부분 이곳을 두 번째 무덤으로 삼고 유골이나 손톱, 머리카락 일부를 이곳에 묻는다.

흥미롭게도 입구와 ‘에이레덴’ 사이에는 기업 묘비가 세워져 있다(사진 속 모습은 ‘야쿠르트’사). 일부는 사망한 창업자나 직원들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는 해당 기업이 고보 다이시로부터 축원을 받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곳곳에서 야쿠트르 병이나 커피 컵 등 해당 기업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념물을 찾아볼 수 있다.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뵤바시(다리)는 고보 다이시의 영묘와 나머지 구역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방문객들은 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절을 해야 하는데, 석판을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가면 마치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 두 번, 오전 6시와 10시 30분에 스님들이 행렬을 이루어 고보 다이시에게 공물을 바치러 간다. 이전 공물은 다시 되가져와 스님들끼리 나눈다.

오쿠노인에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명소가 많이 모여 있다. 흙과 물, 불, 바람, 우주를 상징하는 다섯 요소로 구성된 묘비 ‘고린토’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 ‘오케쇼 지장’이라 불리는, 돌로 만든 지장에 화려하게 화장을 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른 사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모습이다. 상세한 안내를 해 줄 가이드는 없었지만, 이끼와 삼나무 등 신비로운 자연 풍경을 만끽하며 관광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사찰과 신성한 장소가 모여 있는 고야초는 개성이 넘치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특히 봄철 꽃과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우며, 곳곳에 매력적인 카페와 샵, 작은 사찰들이 모여 있다.

기념품을 사거나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일본식 향신료 전문점 ‘히라노 세이쇼안’이나 카페 ‘시즈쿠’, ‘텐푸 테라스’ 등을 추천한다. 뮤지엄 ‘레이호칸’도 근처에 있고, 템플 스테이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찰이 모여 있다. 마을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넓이지만, 순환 버스가 4개 노선 운행된다.

유서 깊은 순례길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기도 한 고야산 주변에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다.

추천 코스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짧은 코스는 45분 정도, 가장 긴 코스는 2시간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이킹 코스로는 고야산 초이시미치 코스, 고야산잔 코스(여성 순례자 코스), 코헤치 코스 등이 있다.

여기서 지도를 다운로드하면 소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찰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고, 어찌 고야산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까? 사찰 안에서 승려들의 삶을 가까이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사찰과 승려의 삶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찰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다. 아래 링크에서 템플 스테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저녁에는 명상 시간이 있고 저녁으로 전통 쇼진 요리(불교식 채식 요리)가 제공된다. 아침에는 아침 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 일부 사찰에서는 ‘고마타키’라 불리는 불 의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예약한 사찰에서 이 의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낮 시간대에 쇼조신인을 방문해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야산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템플 스테이를 강력히 추천한다. 그러면 밤에도 단조가란과 오쿠노인을 감상할 수 있다!

봄과 가을은 고야산을 방문하기에 가장 인기 있는 계절이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여름은 인근 도시보다 약 10도 정도 시원 하고, 겨울에는 아름다운 눈이 내려 설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계절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 여름에는 강우량이 많은 편이라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하이킹과 관광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찰 주변 관광 시 매우 추울 수 있다.

산 정상이라 벚꽃은 인근 지역보다 한 달 정도 늦게 핀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보통 4월 말에서 5월 초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야산에는 일년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이벤트를 소개한다.

고야산은 오사카에서 당일 코스로도 다녀올 수 있지만,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적어도 하룻밤 묵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플랜으로 묵느냐에 따라 경비는 달라질 수 있다. 템플 스테이를 경험하고 마을을 탐험하고 싶은 정도라면 하룻밤 정도로 충분하지만, 다양한 경로를 하이킹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며칠 더 묵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