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일본 식탁에 자주 오르는 것이 바로 나베(냄비 요리)다. 고기, 채소, 두부,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큰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 보통 테이블 한가운데 올려두고 다 같이 나눠 먹는다.
하지만 2026년 겨울, 일본의 나베는 한층 더 '거침없이' 진화하고 있다.
레스토랑 검색·예약 플랫폼 구루나비(Gurunavi)는 하이토쿠나베(일본어:背徳鍋™)를 2026년 '트렌드 나베'로 선정했다. 고기, 돼지 등기름, 마늘, 치즈 등 거침없이 풍성한 재료를 아낌없이 쌓아올린 나베에 주목한 것. 구루나비는 2009년부터 매년 '트렌드 나베'를 발표해왔으며, 2026년으로 18회째를 맞이했다.
'하이토쿠(背徳)'는 문자 그대로 '도덕적으로 조금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음식 문화에서는 점점 더 '너무 진하고, 과하고, 맛있어서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인 음식을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죄책감 넘치는 탐닉 정도가 가장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먼저, '나베'란 무엇일까?
일본에서 나베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면, 그냥 '국물 요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만 이해하면 나베만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나베는 요리인 동시에, 함께 먹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베(鍋)'라는 말 자체는 원래 '냄비'라는 조리 도구를 뜻한다. 이 요리는 보통 테이블 한가운데에 화구를 놓고 그 위에 큰 냄비를 올려 끓이며, 다 같이 같은 냄비에서 익은 순서대로 고기와 채소 등을 각자의 그릇에 덜어 먹는다.
먹는 도중에도 계속 재료를 추가할 수 있고, 고기와 채소, 양념이 국물에 서서히 우러나면서 맛도 함께 변해간다.
이 때문에 나베는 특히 겨울철 사교적인 식사로도 손꼽힌다. 주방에서 한 그릇씩 따로 받는 대신, 모두가 같은 냄비를 둘러싸고 끓는 모습을 지켜보며 각자의 속도로 먹고, 그 사이사이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족 모임이든 친구들과의 자리든, 일본식 회식 자리든 이 '함께 둘러앉는' 경험이야말로 나베의 즐거움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재료를 다 먹었다고 해서 식사가 끝난 게 아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소개한다.
'하이토쿠나베'가 2026년 화제가 된 이유는?

구루나비가 정의하는 하이토쿠나베란, 평소의 절제를 잠시 내려놓고 고기와 치즈 같은 고칼로리 재료를 듬뿍 사용하고, 다음 날 냄새 걱정 없이 마늘까지 아낌없이 넣는 나베를 말한다. 몸과 마음을 모두 충전해주는, 그야말로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한 끼라는 콘셉트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소비 행동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5월, 20~60대 구루나비 회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30·40대 여성 응답자의 약 절반이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하이토쿠 미식'을 찾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수치도 인상적이다. 구루나비에 따르면, '하이토쿠'와 관련된 레스토랑 메뉴 수는 지난 3년간 약 8배 증가했고, 2025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년 사이에만 약 2.3배로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응답자의 약 53%가 이런 죄책감 넘치는 음식을 자주, 혹은 가끔 먹는다고 답해 2022년 같은 조사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구루나비는 이를 갈수록 엄격해지는 건강 중심의 일상 습관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으로 보고 있다. 때로는 칼로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한 끼가 그리워질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외식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한 2026년판 나베를 선보였다.
1. 배덕 마늘 마시마시 곱창나베: 곱창·차슈·듬뿍 마늘에 등기름까지

시바우라 쇼쿠니쿠(芝浦食肉)가 선보인 이 푸짐해 보이는 나베는, 이 가게의 간판 메뉴인 '오토로 호르몬'(최상급 곱창)을 기본으로, 두툼하게 썬 차슈와 듬뿍 넣은 마늘, 그리고 돼지 등기름까지 아낌없이 더한 메뉴다.
'마시마시(マシマシ)'는 일본 음식 용어에서 꽤 유용하게 쓰이는 표현으로, 대략 '더블로 더', '왕창 추가'라는 뜻이다. 마늘이나 채소, 기름 등의 토핑을 큰 폭으로 늘릴 때 자주 쓰인다.
사실 시바우라 쇼쿠니쿠는 이 콘셉트와 인연이 깊다. 발표회에서 AP홀딩스의 다나카 유다이는 이 가게가 이미 2019년에 '하이토쿠나베'라는 이름의 메뉴를 선보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판은 그때보다 더욱 강렬한 비주얼과 업그레이드된 조리법으로 재탄생했다.
'2019년에도 하이토쿠나베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 이제야 시대가 따라잡은 느낌이네요.' - AP홀딩스 다나카 유다이
이 메뉴는 이번 트렌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요리라 할 수 있다. 극한의, 거침없는 맛만을 위해 탄생한 한 그릇이다.
메뉴 기획·제작:
시바우라 쇼쿠니쿠(AP홀딩스)
도쿄도 토시마구 미나미이케부쿠로 2-16-8 후지큐 빌딩 히가시 3호관 1F
2. 초두꺼운 차슈 배덕 매운나베: 재료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탐닉

모든 '하이토쿠나베'가 꼭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츠카다노조(塚田農場)의 이 나베는 조금 다른 접근을 택했다. 재료 하나하나를 통해 '탐닉하는 느낌'을 표현한 것. 매콤한 간장 베이스 육수에 두툼한 차슈, 탱글탱글한 곱창, 진한 간, 버터까지 더했다. 버터가 국물에 녹아들면서 매운맛은 한층 부드러워지고, 전체적인 맛은 더욱 깊어진다.
개발 담당 이시하라 다쿠야는 단순히 재료를 높이 쌓는 방식은 일부러 피했다고 말한다.
'재료를 산더미처럼 쌓기보다는, 재료 그 자체에서 탐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 AP홀딩스 이시하라 다쿠야
그는 나베 요리에서 중요한 포인트도 짚었다. 가장 맛있는 순간이 꼭 테이블에 처음 올라왔을 때는 아니라는 것. 재료와 육수가 끓고 난 뒤에야 비로소 가장 이상적인 균형에 도달한다. 이렇게 계속 변하는 맛이야말로, 이미 완성된 국물 요리를 주문하는 것과 나베가 다른 점이다.
메뉴 기획·제작:
츠카다노조 숯불구이 야키토리(AP홀딩스)
도쿄도 토시마구 미나미이케부쿠로 2-16-8 후지큐 빌딩 히가시 3호관 1F
3. 배덕 바삭 닭껍질 마라나베: 맵고 얼얼해서 자꾸 손이 가는 맛

좀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원한다면, KICHIRI홀딩스(KICHIRI & Co., Ltd.)가 선보인 이 나베를 주목할 만하다. 바삭하게 구운 닭껍질과 듬뿍 넣은 돼지 등기름, 그리고 산초와 고추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마라 풍미를 함께 담았다.
이 메뉴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일본식 이자카야와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의 요소를 함께 녹여내, 진하고 매콤하면서도 식감의 대비가 뚜렷한 나베로 완성됐다.
KICHIRI의 코니시 유토는 이 메뉴의 콘셉트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정말 맛있다, 정말 맵다, 정말 자꾸 생각난다. 이 세 가지를 중심에 두고 만들었어요.' - KICHIRI & Co., Ltd. 코니시 유토
이어진 토크 세션에서 코니시는 이 요리가 먹는 동안 계속 맛이 변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중간에 치즈를 추가하거나 마지막에 면을 넣으면, 처음 몇 입과는 전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나베를 먹을 때 가장 즐거운 순간 중 하나로 이어진다.
메뉴 기획·제작:
KICHIRI & Co., Ltd.
후쿠에이쿠미아이, '이시가마야 함바그', 'KICHIRI', 'VEGEGO'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4. 새우지로나베: 새우·마늘·채소가 산처럼 쌓인 한 그릇

'새우지로나베'는 지로계 라멘의 비주얼에서 영감을 받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채소와 마늘, 돼지 등기름으로 유명한 그 스타일을 그대로 나베에 옮기고, 그 주위를 새우로 둘러싼 것이 특징이다.
냄비 한가운데에는 채소와 마늘, 등기름이 수북이 쌓여 있고, 그 주변을 통째로 익힌 새우가 가득 둘러싸고 있다. 간장 베이스 육수는 새우 머리와 껍질로 우려낸 진한 육수를 사용해, 새우가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올라간 게 아니라 맛의 중심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호쾌하게 즐기는 지로계 특유의 매력을 나베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 Horii Food Service 마츠가네 야스시
마츠가네는 이 메뉴가 여럿이 왁자지껄하게 어울려 먹는 요리로 설계되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SNS에 올리기 좋은 현대적인 비주얼이지만, 결국 다 같이 한 냄비를 둘러싸고 먹는다는 나베 문화의 가장 오래된 매력으로 다시 이어진다.
메뉴 기획·제작:
Horii Food Service
프라이빗 다이닝 '카쿠레안 시노부야', '히타치노쿠니 모노도코로', '규탄 우마이' 등 다양한 독자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국물만 먹고 끝이 아니다, 나베의 마지막은 '시메(〆)'

일본에서 나베를 처음 먹어본다면 꼭 알아두면 좋은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시메(〆)다.
'시메'는 문자 그대로 '마무리', '끝맺음'이라는 뜻으로, 나베 요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고기와 채소를 거의 다 먹고 나면, 냄비 안에는 재료의 기름과 양념, 감칠맛이 가득 우러난 진한 국물이 남는다. 이때 국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밥이나 면을 넣어, 완전히 새로운 마지막 한 그릇으로 완성한다.
밥을 넣으면 포근한 죽 같은 조스이가 되고, 나베에 따라 우동이나 라멘 면을 넣기도 한다.
행사 토크 세션에서 AP홀딩스의 다카히라 마나부는 레스토랑들이 나베를 개발할 때 처음부터 이 '시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고 말했다.
'나베를 만들 때는 손님이 마지막 시메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세심하게 설계합니다.' - AP홀딩스 다카히라 마나부
즉, 시메는 단순히 남은 국물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이 식사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라고도 할 수 있다. 같은 냄비를, 전혀 다른 형태로 다시 한번 맛보게끔 의도적으로 설계된 요리인 셈이다. 시메는 그날 밤을 마무리하는 요리이기도 해서, 이걸 주문한다는 건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슬슬 마무리하고 자리를 정리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그 전에, 한 번 더 마음껏 탐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 일본 여행에서는, 이 독특하고 핫한 요리를 놓치지 말자!

일본에는 절제되고 섬세한 요리가 정말 많지만, 하이토쿠나베는 전혀 그런 쪽을 지향하지 않는다. 마늘은 아낌없이 쌓이고, 버터는 매운 육수 속에 녹아든다. 돼지 등기름과 차슈, 새우도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듬뿍 사용된다. 그래도 엄연히 나베인 만큼, 이 모든 '과함'은 결국 테이블 한가운데 올려 다 같이 나눠 먹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에는, 이 메뉴를 주문하며 아주 약간의 '행복한 죄책감'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위 메뉴들은 구루나비 '2026년 트렌드 나베'의 사례로 소개된 것입니다. 취급 매장과 제공 기간은 매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매장의 최신 메뉴를 확인해 주세요.
Chief English Editor
LIVE JAPAN
2017년부터 라이브 재팬과 함께 일하고 있는 시니어 영어 에디터. 미국 뉴욕출신으로 일본에서 20년 이상,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이 있다. 일본기업과 지역당국이 해외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행을 하지 않을 때는 일본 최대 관광 플랫폼 중 하나인 LIVE JAPAN의 세련된 카피 제작을 한다. 뉴욕주립대학교 제네시오 캠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학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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