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 시내를 돌다 보면 ‘추카소바(중화소바)’라는 붉은 노렌을 내 건 가게가 눈에 많이 띌 것이다. 최근에는 ‘와카야마 라멘’이라는 배너를 내건 가게가 늘었지만, 원래 현지에서는 ‘와카야마 라멘’이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와카야마에서는 ‘추카소바’라는 명칭이 일반적이다.

‘와카야마 라멘’이란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이 해 설날에 TV도쿄에서 방영한 <TV 챔피언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라멘 결정전>에서 와카야마시의 ‘이데쇼텐’이 우승을 거두며 일약 주목을 받게 되었다. 현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던 ‘와카야마 라멘’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어 돌풍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데쇼텐’의 라멘은 뽀얀 돈코츠 쇼유 수프 계통이지만, 대다수의 가게는 쇼유 맛이 돋보이는 갈색 수프의 라멘을 제공한다. 물론 가게마다 고유의 맛을 제공하기 때문에 두 수프의 중간적인 수프도 있다. 그러니 이곳저곳에서 맛보아 그 차이를 느껴 보기 바란다.

면의 양은 수프의 계통과는 상관없이 비교적 적은 편으로 작은 대접에 수프를 듬뿍 담아 내놓는 가게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면은 부드럽게 삶은 호소멘(가는 면)이 대부분이라 수프가 잘 베어 들었다. 라멘 한 그릇의 양이 결코 많지는 않지만 사이드 메뉴로 대부분의 가게가 ‘하야즈시’와 ‘삶은 달걀’을 테이블에 준비해두고 있다. 하야즈시는 고등어를 올린 누름초밥으로 라멘과의 궁합이 그만이다.

와카야마의 밤문화를 대표하는 유흥가 아로치. 그 대로변에 ‘아로치 혼케 마루타카’가 자리잡고 있다. 유흥가의 특성상 술을 마신 후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추카소바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많다.

간장으로 조린 다음 뽑은 수프는 담백하면서도 깊고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오랜 시간 뭉근하게 조린 차슈도 인기다. 가는 면발은 쫄깃하면서 수프와 잘 어우러진다. 。

얼큰하게 마시고 출출해서 들어온 추카소바집인데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안주로 오뎅과 교자 등도 주문할 수 있어 주당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와카야마 IC에서 시가지로 향하는 대로변에 있는 ‘이데쇼텐’. 노란색 간판이 눈길을 끄는 이 곳은 점심시간이 되면 항상 긴 줄이 늘어서는 인기 맛집이다.

원래는 소매점을 운영하며 라멘가게 흉내를 내 추카소바도 제공하던 이데쇼텐(쇼텐이랑 상점이란 의미). 좀 더 맛있는 라멘을 제공하기 위해 돼지 뼈를 센 불로 끓이다 바짝 졸아들고 말았다. 실패작인가 싶어 버리기 전에 그 맛을 보니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국물이 아닌가. 그 수프를 좀 더 개량해서 제공하자 손님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단숨에 인기 맛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걸쭉한 국물은 중독성이 장난 아니라 한 번 맛을 보면 멈추기가 힘들다. 겉보기에는 느끼할 것 같지만 마지막 한 모금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가는 면발에 수프가 베어 들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챠슈도 환상적이다. 쇼와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게 안에서 맛보면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다.

고급 일식집 요리인으로 활약하던 주인장이 개발한 라멘. 원래는 일식집 종업원들이 식사로 먹던 것이라고 한다. 라멘 전문점이 아니기에 ‘라멘’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맛있는 라멘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식의 제일선에서 활약하던 요리인의 눈으로 물, 돼지 뼈, 닭 뼈 등을 깐깐하게 고르고 섬세한 솜씨를 발휘해 만든 덕분에 수프에서는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우아한 맛이 난다. 수프를 마치 ‘일품 요리’처럼 훌훌 들여 마시고 싶을 정도다.

포장마차에서 추카소바를 제공해온 마루키 추카소바. 7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창업 당시의 맛을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것은 3대째 주인이다. 재료의 전처리를 깔끔하게 한 덕분에 수프의 맛이 담백하고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심플한 왕도의 추카소바를 잊지 못해 지금도 많은 단골들이 찾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곱빼기(오모리)와 토핑이 없고 주류도 일절 제공하지 않는, 그야말로 추카소바 하나로만 승부를 본다는 점이다. 옛 맛 그대로의 ‘추카소바’와 배를 든든히 채워줄 ‘사바즈시(고등어 초밥)’, ‘삶은 달걀’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곳이다.

‘이데쇼텐’의 맛을 계승한 ‘마사요시’는 정통파 ‘와카야마 라멘’을 오래 전부터 제공해왔다. 2018년 리뉴얼 오픈하여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주옥 같은 한 사발을 맛볼 수 있다.

다른 와카야마의 라멘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날 달걀이 들어간 것이 특징으로 우선 달걀을 풀지 않고 먹어보자. 오랫동안 먹어 온 라멘의 푸근함이 느껴질 것이다. 다음은 날 달걀의 노른자에 면을 찍어 한 입 먹으면 한층 부드러워진 맛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물은 셀프’, ‘테이블 위 스시 등을 먹었을 때는 그 수량을 자진신고해서 계산할 것’, ‘정식명칭은 와카야마 라멘이 아니라, 추카소바(중화소바)라고!’ 등 와카야마의 독자적인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와카야마 라멘’을 제공하는 가게의 매력이다.

결코 겉 멋을 부리지 않는, 기본으로 승부를 보는 맛. 하지만 가게마다 개성이 다르니 와카야마에 들르게 된다면 이곳저곳 투어를 해보기 바란다.

Text by:WEST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