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닌자의 고장이라면 ‘이가’와 ‘고카’를 들 수 있다. 그 본거지는 시가현과 미에현이 인접한 산간부에 있었다. 고카 닌자의 존재가 일본 전역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1487년의 ‘마가리의 진’이라는 전투였다. 산 속에서 다양한 기습을 하여 적의 본진에 불과 연기를 놓고 무로마치 막부의 명을 거역한 사사키 로카쿠를 구해 낸 전투였다. 그들은 그 후에도 전국에서 활약하며 전란의 시기를 헤쳐 나갔다.

무장들의 패권 다툼이 이어진 혼돈의 시대에 닌자는 그 특수한 능력과 지혜로 스파이 활동을 하며 활약했다. 예나 지금이나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숨겨진 주역으로 활약하던 닌자이지만 스파이라는 입장상 그들에 관한 기록은 절대 밖에 드러낼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였다. 닌자들이 있던 장소로 유명한 시가현 고카시에는 지금도 닌자들이 살던 야시키가 남아 있다.

시가현 고카시에 있는 고카류 닌자 야시키는 고카류 닌자의 우두머리격인 고카 모치즈키 씨 본가의 거처로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에 지어졌다. 실은 이곳으로 향하는 도중에 야사키의 지붕은 보여도 출입문을 찾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이 또한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계산된 수단이다.

야시키 주변을 둘러보면 고카류 닌자가 훈련을 하던 반도 산이 보인다.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풍경이지만 농민으로 둔갑한 닌자가 농사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고카류 닌자 야시키는 센고쿠 시대에는 이가의 ‘핫토리’, 고카의 ‘모치즈키’라는 성씨의 고카류 닌자의 가계가 실제로 생활하던 곳이다. 고카 닌자인 모치즈키 씨는 불시에 적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집 안 도처에 다양한 트릭을 만들어 일족의 안전을 지켰다. 건물은 3층 구조로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으며 다양한 트릭의 조작도 체험할 수 있다.

야시키 안은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지만 각 공간의 입구에 설치된 터치패널을 통해 트릭에 관한 설명을 본 다음 견학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영어, 중국어 자막 지원).

집 안이 어둑한 것은 적을 혼란시키고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서다. 게다가 몸을 감추고 적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집 안 도처에 트릭을 설치했다. 자, 지금부터 닌자의 트릭을 체험해보도록 하자.

언뜻 보면 평범한 나무 벽이지만…

조금만 힘을 주면 벽이 회전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닌자는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적에게는 사람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 추격자를 쉽게 따돌릴 수 있다. 영화 등에서 ‘반전’을 의미하는 ‘돈덴가에시’가 바로 이것이다.

그저 평범한 벽장인 줄 알았는데…

문을 열면 사다리가 나온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리면 그저 평범한 벽장이다. 적이 닌자를 찾으려 허둥지둥하고 있는 사이에 닌자는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사다리를 치우면 추격자가 문을 열어도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닌자는 그 동안에 재빨리 밖으로 피신할 수 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과 반대로 3층에서 1층까지 단숨에 뛰어내려 피신할 수 있는 밧줄 사다리도 있다. 밧줄 사다리를 사용하면 직접 지상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다다미 바닥을 열면 3m 깊이로 파 놓은 함정이 있다. 이 방은 일부러 어둡게 해 적을 몰아넣어 구멍에 떨어뜨린 후 가두었다고 한다. 혼자서는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들어 닌자는 그 틈을 타서 피신했다. 이 함정은 야시키 전체의 지하통로로도 이용되어 비밀의 피신로로도 사용되었다.

2층은 천정이 매우 낮으니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낮은 곳은 약 1m, 높은 곳도 1.5m 밖에 되지 않다. 천정이 이렇게 낮은 것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적이 검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닌자는 단도를 사용해 싸우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굳게 닫힌 창 같지만 망창과 벽 사이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넣어 가볍게 밀면…

어라 신기하네. 손쉽게 창이 열린다. 창을 통해 닌자가 도망가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적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야시키의 주인이었던 모치즈키 씨는 약과 화약의 제조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고카류에 대대로 전해지는 문서에는 닌자들이 다양한 약초를 배합한 차를 마셨다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겐뽀차(무료)도 그 문서를 토대로 마시기 편하게 배합된 몸에 좋은 약초차다. 이곳에서는 겐뽀차를 마시면서 닌자의 역사와 고카 모치즈키 씨의 역사에 관한 영상자료를 볼 수 있어 닌자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영어, 중국어 자막지원).

야시키 안에 있는 자료실에는 수리검과 트릭 지팡이(지팡이처럼 보이지만 안에 칼이 든 무기), 도망가는 도중에 추격자에게 부상을 입히기 위해 뿌렸던 무기 마키비시(마름쇠), 흙을 파는 도구 구나이 등의 도구와 닌자로서 마음에 새겨야 할 가르침 등을 적어 놓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난세의 히든 히어로였던 닌자의 실태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닌자 야시키에서는 닌자 의상(800엔)을 입고 야시키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거나 야시키를 산책할 수도 있다. 의상은 검은색과 붉은색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사이즈는 어린이용부터 2m의 장신이 입을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닌자의 무기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리검(표창)이다. 이곳에서는 수리검을 던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수리검이 과녁에 명중되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던지는 요령을 가르쳐 주니 꼭 도전해보기 바란다. 수리검 체험은 8장 300엔이며 어린이도 참가할 수 있다.

좀 더 알뜰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닌자 코스(수리검 던지기, 닌자의상 변신, 고무 수리검 증정, 1,000엔)나 다이닌 코스(수리검 던지기, 닌자의상 변신, 철제 수리검 증정, 1,300엔)를 선택하기 바란다. (2020년 1월 1일 현재 가격)

닌자 체험을 즐긴 후에는 기념품 쇼핑도 즐겨보자. 야시키 안에는 닌자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는 샵이 있으며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기념품도 많다. 지금부터 추천 기념품을 소개하겠다.

‘고카류 닌자 야시키 마그넷’ 450엔. 고카류 닌자 야시키를 그대로 담은 자석이다.

닌자의 도구 ‘마키비시’(2개) 100엔. 어떻게 던져도 뽀족한 끝이 위를 향하도록 되어 있다.

‘닌자 야시키 오리지널 티셔츠’ 1,700엔. 한 가운데 큼지막하게 닌자(忍者)의 ‘참을 인(忍)’자가 프린트되어 있다.

‘닌자 티셔츠’ 성인용 2,000엔, 어린이용 1,600엔. 전체에 닌자 의상이 프린트되어 있다.

‘겐뽀차’ 각종 500엔~

닌자의 고장 시가현 고카시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닌자 스팟이 있으니, 조금만 활동반경을 넓혀 닌자의 세계를 좀 더 깊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고카시 고카초 오키에 있는 ‘고카노사토 닌주쓰무라’는 가라쿠리 닌자 야시키와 인술 박물관 등이 있어 자연의 산의 지형을 이용한 닌자 수행도 체험할 수 있다.
‘고카역사민속자료관’(고카시 고카초)에서는 칼, 사다리, 마키비시, 수리검 등 닌자의 도구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닌자는 지식과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법처럼 보이는 인술도 실제로는 치밀한 계산과 훈련의 산물이었다. 고카류 닌자 야시키는 실제 닌자가 생활하던 야시키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 숨겨진 주역으로서 역사를 움직였던 닌자를 깊이 알 수 있는 스팟으로서 추천한다.

※표시된 가격은 모두 부가세 포함이다.

Text by:WEST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