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시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 여름철 더위가 심해 예부터 처마 밑에 풍경을 달거나 현관이나 선반에 기리코 글래스(세공을 한 유리제품)로 제작한 소품을 장식하는 생활의 지혜를 발휘해 더위를 잊어 왔다. 일식 전문점에서는 지금도 이러한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또 7월이면 일본의 3대 마츠리(축제) 중 하나인 ‘기온마츠리’가, 8월 이후에는 선조들의 영혼을 보내는 ‘고잔노오쿠리비(五山の送り火)’ 등 죽기 전에 한번은 꼭 봐야 하는 행사들이 진행된다. 여름철 교토는 어떤 준비를 하고 가면 좋을까?
1.교토에서는 무더운 날이 매년 늘고 있다.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는 날을 일본에서는 ‘마나츠비(真夏日)’, 35도가 넘는 날은 ‘모쇼비(猛暑日)’라고 부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모쇼비가 늘고 있는데 교토도 예외는 아니다. 원래 분지 특유의 후덥지근한 기후인데 여기에 더위까지 한층 강렬해진 셈이다. 또 야간 최저 기온이 25도가 넘는 날은 ‘열대야’라고 부르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2019년 교토의 열대야 일수는 31일이나 되었다고 한다.
2. 교토의 여름은 찜통더위가…
7월이 되면 6월부터 계속되던 장마가 끝나고 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부근으로 확산된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기온도 계속 올라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햇볕이 강해져서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마나츠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사병 대책이 필요하다. 또 찜통더위로 인해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거의 종일 에어콘을 틀어놓게 된다. 교통수단이나 건물 내부는 냉방이 잘 되서 쾌적하지만 냉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도 있다.
3. 옷은 통기성이 높은 소재를 추천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더위 대책으로 쿨비즈가 각광을 받고 있어 직장인들도 재킷이나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폴로 셔츠 등 캐주얼한 복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행을 갈 때에는 당연히 더 편한 소재가 좋으니 면이나 마 등 통기성이 좋은 옷을 추천한다. 상의는 반팔이나 노슬리브, 하의는 편안한 바지나 스커트, 여성은 여유있는 원피스가 쾌적할 것이다. 남녀 모두 신발은 맨발에 샌들을 신는 것이 좋다.
4. 햇볕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양산과 모자는 필수!
외출할 때에는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양산과 모자가 필수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팔이나 노슬리브 위에 가벼운 점퍼를 입어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옷은 냉방 온도가 낮게 설정된 교통수단이나 시설 안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최근에는 땀을 흡수한 뒤 이를 바로 증발시켜주는 기능이 있는 냉감소재 이너웨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래서 각 업체에서는 통기성과 속건성이 뛰어난 상품을 발매하고 있다. 또 피부에 닿는 촉감이 시원한 소재로 만든 머플러와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소재로 제작한 여름용 암 커버나 장갑도 추천한다.
5. 기온마츠리와 고잔노오쿠리비는 유카타를 입고 가 보자~
유카타는 옛날에는 목욕을 마치고 나서 입는 가운 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여름철 축제나 불꽃놀이가 있을 때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가는 외출복으로 활용되고 있다. 캐주얼한 복장이긴 하지만 기모노인 것도 사실이다. 기모노를 더욱 아름답게 입기 위해서는 머리가 긴 여성들은 목선이 보이도록 업스타일로 꾸며주는 것이 좋다.
관광 명소 근처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모노를 빌려주는 곳이 있는데 머리 장식과 입는 방법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포함된 플랜도 있다. 기온마츠리와 고잔노오쿠리비는 현지 사람들도 많이 찾는 행사다. 이왕이면 유카타 차림으로 여름철 일본의 풍류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기온마츠리는 야사카 신사의 제례로 7월 1일부터 1개월에 걸쳐 다양한 신사(神事: 신께 제사를 올리는 의식)가 개최된다. 각 마을에 설치된 ‘야마보코(창이나 칼로 장식된 화려한 수레)’에 올라가 일본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기온바야시’의 전통적인 곡조를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고잔노오쿠리비는 매년 8월 16일 20시부터 순차적으로 점화를 시작하는 행사다. 오본(4월말에서 5월초까지 약 일주일 간의 여름 휴가) 기간에 지상으로 내려왔던 정령들을 다시 보내주는 제례로 산 위에 그려진 대(大), 묘/법(妙/法), 배 모양(船形), 히다리다이몬지(左大文字), 도리이(신사 앞에 세워둔 기둥 문) 모양 등 5개 형상에 불을 붙이면 멀리서도 그 모양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밤이 되어도 후덥지근한 기온은 내려가지 않으니 구경할 때에는 중간중간 물을 마시면서 더위를 먹지 않도록 유의하자.
6. 교토의 여름철 별미 ‘갯장어’
냉장 기술이 없던 옛날, 교토 중심부에서 신선한 해산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 특히 생명력이 강한 갯장어는 살아있는 상태로 교토까지 운반되었기 때문에 여름철 별미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다. ‘호네기리(骨切り)’라는 기술로 잔뼈를 손실해 먹기 편하도록 준비한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껍질을 살짝 불에 그을려 우메보시(일본식 매실장아찌)를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7. 교통량이 의외로 많은 교토
전철과 버스, 택시는 냉방 설비가 있어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여름은 봄, 가을 관광 시즌에 비해 교통 정체가 적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의 간선도로는 교통량이 많다. 교토는 바둑판처럼 도로가 규칙적으로 정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시가지는 교통량이 많다는 점, 또 곁길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다는 점 때문에 교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한테 렌터카 이용은 그다지 추천하기 어렵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직격으로 받게 되는 렌터사이클도 피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8. 교토의 피서지는 기부네와 구라마 일대
교토시 북부에 위치한 기부네와 구라마 지역은 산 속 교토의 피서지로 알려진 곳이다. 여름철에는 강 위에 ‘가와도코’라 불리는 특설 마루가 설치된다. 이 마루 밑을 흐르는 맑은 물이 주변 온도를 시원하게 순환시켜 천연 에어콘처럼 기온을 낮춰준다. 여기서는 일본 요리도 제공하는데 식당은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가모가와에도 피서용 마루가 설치되지만 도심 한복판이라 후덥지근한 기온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천연 에어콘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기부네와 구라마를 찾아가 보기 바란다.
더우면서도 시원한, 여름철 교토의 매력을 만끽해 보자.
최근에는 교토 도심부도 히트 아일랜드 현상으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교통수단이나 호텔, 상업시설에서는 에어콘을 틀어주기 때문에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덥다고는 하지만 신사나 절은 숲에 둘러싸여 있어 나무가 많고 역사가 오래된 전통적인 건물은 통풍도 잘 되기 때문에 순간 순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여름철 교토의 매력을 경험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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