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도 ‘기온상’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으며 일본 전역에서 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하는 ‘야사카 신사’. 히가시야마 최고의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 이곳 경내에는 아름다움과 남녀간의 인연 만들기에 염험한 기운을 발휘하는 파워 스팟이 있다고 한다. 산 기슭을 따라 이어져 있는 신사를 둘러 본 뒤 그 안쪽으로 펼쳐진 힐링 공간 ‘마루야마 공원’을 다녀왔다.
전국 기온신사의 총본사
교토 시가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메인 스트리트 중 하나인 시조도오리. 그 동쪽편에 위치한 ‘야사카 신사’는 일본 전국에 있는 야사카 신사와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모시고 있는 약 2300개에 달하는 신사의 총본사다. 과거 기온감신원, 기온사라고도 불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유흥가로 유명해진 지금의 ‘기온’이라는 이름도 그 시절 영향으로 정착된 것이다.
야사카 신사는 창사에 얽힌 전설이 많은데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헤이안쿄가 조성되기 훨씬도 전인 656년에 한반도에서 온 사절단이 조선 신화의 배경이 되는 우두산(牛頭山) 신을 이 지역에 모시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또 876년에 난토(나라)의 승려 엔뇨가 신당에 약사천수 등의 상을 안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는 설도 있다.
돌 층계를 올라 니시로몬을 지나면 먼저 문 왼쪽에 마련된 ‘데미즈야’에서 손을 씻고 입안을 헹군다.몸을 정갈히 한 다음 드디어 참배를 시작한다. 니시로몬을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있는 것이 ‘야쿠진자(역병의 신사)’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병을 물리쳐 주는 신사다.
여기서 모시는 소민쇼라이는 ‘고주덴노’로부터 역병을 물리치는 둥근 고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예부터 소민쇼라이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역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유명한 기온 마쓰리에서도 역병 퇴치를 기원하는 뜻으로 ‘소민장래지자손야(蘇民将来之子孫也)’라고 적힌 패를 문위에 걸어 둔다고 한다.
물과 용에 얽힌 야사카 신사의 전설
야쿠진자에서 오른편을 향해 펼쳐진 참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타샤, 에비스샤, 오쿠니누시샤, 신사 사무소가 나온다. 이 앞을 지나면 공간이 탁 트인 본전 앞에 다다르게 된다.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본전. 여기서는 ‘고주덴노’와 ‘구시이나다히메노미코토’, ‘야하시라노미코가미’ 등 세 신을 모신다. 본전과 배전을 한 개의 지붕으로 덮어 만든 건축 기법이 기존 양식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어 ‘기온즈쿠리’라고 불리게 되었다. 지금 이 건물은 1654년에 도쿠가와 4대 쇼군 이에쓰나가 재건한 것이다.
야사카 신사에는 신기한 전설이 많이 전해지는데 본전에 얽힌 전설도 있다. 이곳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본전 밑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는데 그 수맥이 헤이안쿄 서쪽에 위치한 신센엔(神泉苑)과 남쪽 도지(東寺)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또 이 연못은 대지의 에너지가 모이는 곳으로 청룡이 사는 ‘용혈’이 되어 예부터 교토를 지켜 왔다고 전해진다.
또 민간 전승에 따르면 본전 동쪽(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 기둥 아래에서 서쪽을 향해 세게 박수를 치면 거기에서만 소리가 크게 울린다고 한다. 이는 기둥 위에 설치된 ‘류보에(룡이 울부짖는다는 뜻)’라 불리는 용 머리 목각이 박수에 답하기 때문이라고.
‘이례이박수일례(두 번 인사 후 두 번 박수를 치고 한 번 인사)’를 마친 뒤 제대로 참배를 드렸다. 그 다음 시험 삼아 용이 박수에 반응을 보이는지 손바닥을 두드려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박수를 쳐서 그런지 용의 포효는 결국 듣지 못했다.
본전 앞은 참배자가 많아 혼잡하므로 주변 사람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앞에서도 매너는 꼭 잘 지켜야 한다!
본전 앞 무전에서는 일년 내내 다양한 제사가 열린다.
본전, 무전 정면에는 미나미로몬이 있고 ‘도리이’를 지나면 남쪽을 향해 고다이지,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이 뻗어 있다.
아름다움의 신을 모신 ‘우쓰쿠시고젠샤’
경내에는 본전을 에워싸듯이 약 20개의 신사가 있고 각각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다.
본전 남동쪽에 위치한 다이진구샤. ‘아마테라스오미카미’와 ‘도요우케노오미카미’를 모시고 있으며 도리이 옆에는 ‘치카라미즈(力水: 경기 전에 스모 선수들이 입에 머금고 힘을 내는 물)’라고도 불리는 ‘고진즈이(御神水)’가 솟아 오른다.
다이진구샤 북쪽에 서있는 ‘다다모리 등롱’에도 전설이 전해진다.
다다모리는 ‘헤이케 이야기’로 유명한 다이라노 기요모리의 아버지로 시라가와 상왕을 섬기는 무사였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상왕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귀신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함께 있던 다다모리에게 죽이라고 명했는데 다다모리가 먼저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살펴 보니 귀신이 아니라 늙은 승려였다. 하마터면 스님을 죽일 뻔 했는데 다다모리의 냉정한 판단 덕분에 난을 피할 수 있었던 상왕은 그후 다다모리를 중용했다. 이것이 헤이케의 번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등롱 북쪽에 있는 것이 ‘아쿠오지샤(悪王子社)’다.
아쿠오지샤의 ‘악(悪)’이라는 글자를 보고 잠시 놀랐지만, 당시에는 ‘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강하고 용맹하다는 의미로 이 글자가 사용되었다. 신에게는 온화한 ‘니기미타마’와 거친 ‘아라미타마’의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이곳에는 ‘스사노오노미코’의 거친 영혼이 안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기도를 하면 모든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우쓰쿠시고젠샤’를 방문했다. 이름처럼 미용미덕에 효험이 있어 교토의 마이코와 게이코를 비롯해 미용업계 사람들, 그리고 일본 전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참배차 방문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미인으로 유명한 ‘다기리비메노미코토’, ‘다기쓰히메노미코토’,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 등 세 명의 여신을 모시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미인으로 알려져 있는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는 칠복신 중 하나인 ‘벤자이텐’과 같은 신으로 숭상되고 있으며 미모의 여신으로 알려진 ‘깃쇼텐’과 함께 재복, 예능, 미모의 신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도리이 옆에서 솟아나는 ‘미용수’가 영험하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내면부터 아름다워지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 물을 통해 심신의 청정, 미덕성취, 행운 등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경내 안쪽에 위치해 있는데 취재차 방문한 날도 이 물 앞으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아름다움의 성수라고 하면 다들 피부에 듬쁙 바르고 싶어지는가 보다. 게다가 이곳은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추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욕심들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필자는 적당한 선에서 몇 방울만 적시고 왔다. 마음 속으로는 ‘기미, 주름아 사라져라!’를 외치면서.
본전 동쪽에서 북쪽을 돌아 니시로몬으로 돌아가면 처음에 그 앞을 그냥 지나쳐버렸던 에비스샤에 도착한다. 여기서도 참배를 했다.
에비스샤에는 ‘고토시로누시노카미’를 모시고 있는데 칠복신 중 하나인 에비스신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바다의 신, 장사의 신으로 숭상되고 있다. 신전은 국가 중요문화재다.
에비스샤 대각선에 위치해 있는 ‘오쿠니누시샤’. 오쿠니누시노카미하면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신인 ‘이즈모노카미’를 말한다. 속칭 ‘다이코쿠텐’으로 불리기도 한다. 복의 신이면서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친숙한 존재라고 한다.
이나바의 흰 토끼와 오쿠니누시의 전설을 고려해 토끼 모양을 본따 만든 인연을 이어주는 아이템도 있다. 연애운이나 결혼운이 상승되도록 소원을 빌어 보면 어떨까.
행운을 위한 부적부터 액막이 부적, 이밖에도 우쓰쿠시고젠샤와 인연이 깊은 아름다워지는 있는 부적과 기름종이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기념 선물로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야사카 신사하면 일본 3대 축제로 손꼽히는 ‘기온 마쓰리’가 제일 유명한데 7월 한 달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화려한 ‘야마호코준코’ 외에도 17일 저녁 니시로몬 앞에 미코시 3대가 모이는 ‘신코사이’도 볼만 하다.
기온 마쓰리 마지막 날에는 도리이에 설치된 커다란 고리를 통과하는 ‘나고시사이’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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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카 신사八坂神社
- 주소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쿠 기온초 기타가와 625
- 전화번호 075-561-6155
참배 자유 ※신사 사무소는 9:00~17:00
‘마루야마 공원’의 초록 빛 나무 사이에서 잠시 쉬어 가자
신사를 다 둘러본 뒤 야사카 신사 근처에 있는 ‘마루야마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전체가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공원이 생긴 것은 무려 지금부터 130년 이상 전인 1886년이라고 한다.
공원이 있는 부지 일대는 헤이안 시대부터 풍광이 수려한 곳으로 유명했는데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절과 신사의 토지 대부분이 관유지화되어 공원 정비가 진행되었다. 공원이 문을 연 이후에는 수 백 그루에 달하는 벚꽃나무를 심기도 했다. 근대를 대표하는 정원사 7대 ‘오가와 지헤’가 일본 정원의 조경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표주막 모양 연못인 ‘효탄 이케’에 설치된 돌 다리를 건너면 산쪽으로는 물의 흐름과 잘 배치된 돌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원 풍경이 펼쳐지고 폭포, 분수도 설치되어 있다. 이는 간사이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며 메이지, 다이쇼 시대에 활약했던 건축가 다케다 고이치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 한다.
봄이면 교토 최고의 벚꽃 명소로 붐비는데 특히 유명한 것이 가지를 축축 늘어뜨리며 꽃을 피우는 ‘기온시다레자쿠라’라는 벚나무다.
이 벚나무는 2대째이며 높이 12m, 둘레 2.8m, 나뭇가지가 퍼진 길이는 10m나 되는 거목으로 존재감이 있다. 초대 나무는 수령이 220년을 맞이할 때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이곳이 공원이 들어서기 훨씬도 전부터 사랑받아 온 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다레자쿠라와 효탄이케를 중심으로 원내에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공원 동쪽은 히가시야마로 이어지며 시다레자쿠라에서 걸어서 5분이면 닿는 곳에는 전망대가 있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교토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공원에는 교토 포크송의 성지로 불리며 지금도 각종 행사가 이루어지는 ‘마루야마 음악당’이 있다. 또 서쪽 일대는 시민의 숲으로 정비되어 녹음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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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공원円山公園
- 주소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쿠 마루야마초
- 전화번호 075-561-1350
입장 무료
075-561-1350(공익재단법인 교토시 도시녹화협회)
교토 사람들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숭상되어 온 야사카 신사는 역시 영험한 파워 스팟의 보고였다. 또 마루야마 공원 일대는 번화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신앙을 통해 잘 보존된 풍요로운 자연을 여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히가시야마 주변은 그야말로 교토 역사의 깊이를 체감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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