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각사의 정식명칭은 지쇼지(慈照寺)라고 합니다. 1482년에 무로마치막부 8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의 산장으로 만들어진 히가시야마덴(東山殿)을 요시마사의 사후에 사원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총문에서 중문에 걸쳐 이어지는 긴카쿠지가키(銀閣寺垣)라 불리우는 높은 울타리 길을 지나면 은각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보 관음전이 바로 나타납니다.

에도시대에 로쿠온지(鹿苑寺)의 샤리덴 (舎利殿, 부처의 사리를 모신 곳) [금각金閣]에 대조되는 관음전이 [은각銀閣]이라 불리우게 되어, 그로부터 은각사라는 통칭이 생겨났다 합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금각사에 비하여 은각사는 와비사비(일본의 미의식중 한가지로, 꾸밈없이 수수하며 정적인 것)가 느껴지는 장엄한 건축 양식입니다.

은각사가 은으로 감싸이지 않은 이유는 건설도중에 요시마사가 서거했다, 원래 은박을 두를 예정은 없었다는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상층의 초온카쿠(潮音閣)에 관세음보살, 하층의 신쿠덴에 천체지장보살이 모셔진 관음전의 내부는, 상시 비공개입니다. 로쿠온지의 샤리덴이나 사이호지(고케데라)의 루리덴(瑠璃殿, 납골당)을 답습했다는 건축미를 정원에서 바라보며 즐겨보세요.

은각(관음전)과 함께 히가시야마덴이 조영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구도 東求堂(국보). 요시마사의 수호 본존을 모시기 위해 1486년에 세워진 것으로, 당내에 아미타여래와 요시마사의 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도구도 내의 도진사이同仁斎는, 바닥 사이나 선반, 조립된 책상을 갖춘 쇼인즈쿠리(書院造, 서원건축양식)나, 다다미 4장 반짜리 다실의 원형이라고 전해집니다. 꾸미지 않는 고즈넉한 미를 뜻하는 [와비]와 오래된 것이야 말로 의미가 있는 모습을 뜻하는 [사비]를 존중하는 히가시야마 문화는, 요시마사의 히가시야마덴에서 탄생되었습니다.

도구도는 이 히가시야마 문화의 경향을 짙게 남기고 있습니다. 석가여래를 모시는 본당(호조)은, 에도 중기에 세워진 것으로 마찬가지로 18세기중반에 활약한 화가 요사 부손与謝蕪村이나 이케노 타이가池大雅의 후스마에(미닫이문에 그린 그림)가 내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구도, 본당, 1996년에 개축된 다실 로세이테이는, 평소에는 비공개로 봄과 가을의 특별공개 시기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므로, 이 시기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은각사의 경내는 긴쿄치라는 이름의 연못을 중심으로, 사이호지(이케데라)의 정원을 본떠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정원이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긴샤단銀沙灘과 고게쓰다이(向月台,향월대)입니다. 본당의 전방에 펼쳐지는 긴샤단은, 은각사가 위치하는 기타시라카와 특산의 흰 모래를 단壇 형태로 고정한 것으로, 직선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고게쓰다이는 긴샤단의 남서쪽에 모래를 쌓아 올린 것으로, 높이 약 1.7미터, 바닥 직경 역 3.2미터의, 후지산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고게쓰다이 너머로 보이는 은각의 모습이 각별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포토 존입니다. 은각과 고게쓰다이가 표현된 부적은 참배객에게 인기입니다. 정원에서 산도로 들어가면 전망대가 있어 경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사철내내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내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언제 방문하더라도 아름다운 정원은 꼭 보아야 할 명소입니다.

은각사를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 보아야 할 곳이 비와코소스이(琵琶湖疎水)입니다. 시가현의 비와코 호수에서 교토시내로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수로 주변에는 벚꽃이나 단풍이 심어져 있습니다. 봄에는 만개한 벚꽃이 수로를 덮어 꽃의 터널을 만듭니다. 떨어지기 시작한 꽃잎이 수면위에 흘러가는 모습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초여름에는 반딧불이 아련하게 빛을 내며 물가를 날아다니며, 가을에는 나무들이 색색깔의 옷을 갈아입습니다.

수로주변의 철학의 길을 걸으며 사계절의 풍경을 즐겨보세요. 은각사의 총문에서 비와코소스이로 가는 산도길 주변에는, 다양한 기념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늘어서 있습니다. 음식점도 있어 몬젠초(신사, 절 앞의 시가)의 북적거림을 보며 걷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Photo：지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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