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일본인 가정집에 초대받을 일도 있을 것이다. 가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집을 방문할 때 일반적인 룰과 매너는 있기 마련이며, 그 중에는 일본만의 특이한 것도 있다.
룰과 매너를 기억해 두면 스스로도 즐길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또 방문하는 가족을 존중하다는 의미에서도 룰과 매너는 중요하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가정집 방문에 관한 룰을 나열해보기로 한다.
집 도착 시간을 엄수할 것
대체로 어느 나라에 있어도 약속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이 예의이지만, 특히 일본은 시간에 대해 엄숙한 나라이다. 단, 약속 시간보다 너무 빨리 가는 것은 요리와 청소 등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 반대로 도착이 너무 늦으면 상대방도 방문자가 올 시간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화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전차가 늦어졌다는 등의 이유로 몇 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어째든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서 도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 경우 반드시 확인할 것
일본인 가정집에 모일 때 친구나 애인을 데려가고 싶을 경우, 설령 상대가 그 사람을 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말해두지 않고 느닷없이 데려가는 것은 실례가 된다. 물론 방문하는 상대가 거절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식사와 음료, 앉는 자리 등이 부족해지는 등 폐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선물을 가져갈 것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처음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과일 바구니나 와인, 디저트 등을 들고 가는 습관이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과자나 과일 등 작은 선물을 하면 좋아할 것이다.
고급품이나 크기가 큰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 좋은 종이쇼핑백에 담아서 예의 바르게 건내주면서 초대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 ‘이 사람은 일본 문화에 잘 익숙해져 있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일본 사람이 선물을 전할 때 ‘쓰마라나이 모노데스가(하찮은 것이지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선물을 들고 온 것을 지나치게 어필하지 않으려는 사양하는 듯한 표현이다.
실례합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상대방 집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어벨을 누르고 인사를 해서 초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상대방 집에 들어갈 때 ‘오자마시마스(실례합니다)’라는 인사말을 한다. 이 말은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 준 것, 그리고 시간을 쪼개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신발을 벗는다
일본 사람은 집 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발을 벗으면 좋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일본 가정집의 현관에는 현관 바닥 높이가 방바닥 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이 현관 바닥 부분이 신발을 벗는 곳이다. 방바닥까지 올라가 신발을 벗고 그대로 놓아두는 외국 사람이 종종 있지만 결코 신발을 집안 바닥에 놓으면 안 된다.
벗은 신발은 발부리를 집 바깥쪽을 향하게 돌려놓고 현관 끝에 놓는 것이 올바른 매너이다. 그렇게 해 놓으면 나갈 때 신발 신기가 편해진다.
슬리퍼를 신는다
일본 가정집에는 대부분 슬리퍼가 갖춰져 있다. 슬리퍼를 신지 않는 가정도 있으나, 만약 슬리퍼가 준비 되어 있고 다른 사람도 신고 있다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다. 또한,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꼭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고 갈 것. 맨발은 버릇이 없다고 간주된다.
또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화장실용 슬리퍼가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그것으로 갈아신어 볼일을 보고 다시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한다. 그외에도 다다미방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슬리퍼를 벗는다는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또 집을 나갈 때는 슬리퍼를 벗고 처음 있던 상태로 되돌리도록 한다.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까
인사말을 나눈 후 거실 등으로 안내받았을 때 어디에 앉으면 좋을지는 방문처의 상대가 말을 꺼내기까지 서서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가정에 따라서는 누가 어디에 앉는지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도 어디에 앉아야 할지 묻거나 또는 안내받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한다.
식사 예절
그릇 사용법과 식습관 등 그 가정만의 룰이 있는 경우가 있다. 식사 시간까지 머무른다면 방문처 사람들의 행동을 살피면서 룰에 따르도록 한다. 또한 일본사람은 요리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 요리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오이시이(맛좋다)’, ‘우마이(맛있다)’ 와 같은 말로 칭찬하기를 좋아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요리가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한다. 또한 예를 들어서 낫토(콩을 발효시킨 음식) 등 못 먹는 음식이 나오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 솔직하게 ‘별로 좋아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해해 줄 것이다. 단, 극단적인 거부감은 표시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식사 후 치우는 일을 돕는다
일본 사람은 식사 후 바로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 ‘데쓰다이마스(돕겠습니다)’라고 제의하는 것이 예의바른 일이다. 상대는 거절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 거절당했다고 물러나지 않고 다시 한 번 제의하도록 한다. 그러면 상대는 아마도 제의에 감사하면서 편히 쉬도록 말해 줄 것이다. 그 시간은 상대의 가족과 다른 방문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만들어 준 식사나 실내 장식에 대해서 느낀 바를 이야기 하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지내도록 한다.
오래 머무르지 말 것!
맛있는 가정요리를 즐긴 다음에는 다리를 뻗어서 휴대폰을 만지는 것도 좋지만 남의 집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는 것도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휴대폰 따위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한 한 상대와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도록 한다.
소파에 누워서 뒹굴거리거나 다리를 올리거나 또는 조는 것은 버릇이 없고 상대의 소유물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고 간주된다. 또한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하거나 큰 소리로 웃거나 떠들면 이웃 주민들에게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설령 다른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남의 집에 와 있다는 것을 의식한 태도를 취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오세요!
단순히 관광지에 갈 뿐이라면 좀처럼 일본 사람의 생활과 문화를 접할 수 없다. 일본인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은 그러한 즐거움과 재미도 있는데다 상대와의 우정도 더욱 깊어지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꼭 한번 더 초대받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일본인 집에서의 매너와 룰을 잘 기억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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