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첫째 날은 교토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원 중 하나인 긴카쿠지(은각사)에서 시작하자. 황금빛 찬란한 킨카쿠지(금각사)와 달리 긴카쿠지에는 은색 장식은 없지만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유구한 역사가 깃든 멋진 경내에서 구불구불한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교토의 수려한 풍광과 마주하게 된다. 봄에 긴카쿠지를 찾으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과 가로수길이 펼쳐져 태동하는 자연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긴카쿠지를 둘러본 다음, 난젠지 절로 이어지는 운하를 따라 2km가량 이어지는 길이 바로 철학의 길이다. 긴카쿠지에서는 빨리 걸으면 약 5분 거리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자 중 한 명인 니시다 기타로를 기념하기 위해 명명된 철학의 길은 그가 교토대학 재학시절 매일 같이 걸었던 통학로다.

봄이 되면 물길 전체가 벚나무로 뒤덮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이 길을 따라 분홍색과 새하얗게 피어나는 가녀린 꽃을 구경하고, 큰 길을 따라 작은 전통상점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몰려든다.

길 초입부터 운하를 따라 난젠지 절 근처의 수로에 도착한 다음, 게아게 인클라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보자.

출출해졌다면 미노키치 본점 다케시게로에서 전통 일본식 런치를 먹어보자. 레스토랑은 철학의 길 끝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으며, 가이세키 요리를 제공한다. 가이세키란 제철 채소와 신선한 생선 등을 이용해 완벽한 비주얼과 심플한 맛을 중시해 만드는 전통 코스요리다. 일본 요리를 많이 먹어보지 않은 입문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게아게 인클라인은 한때 가모 강과 비와 운하를 연결했던 폐선로다. 1948년에 폐쇄된 이 500m 길이의 선로에는 벚나무가 늘어서 있어 교토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이 길은 지금은 등산객을 교토 서킷 트레일로 연결하는 데 사용되지만, 봄에는 오래된 선로가 분홍색과 흰색 꽃잎으로 뒤덮여 벚꽃 카페트를 이루는 것을 보기 위해 커플과 가족들이 모여든다.

헤이안 신궁은 교토의 드넓은 도심공원 오카자키 공원의 한가운데에 있다. 신사 입구에는 거리에서 언뜻 보이는 거대한 기둥문이 있어 모르고 지나칠 일은 없을 것이다. 주칠을 한 고전적인 신사는 입구가 활짝 열려 있어, 일반적으로 기도를 하거나 고전적인 건축물에 감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공원은 거대하고 구불구불한 정원, 30,000㎡가 넘는 오솔길, 연못, 초봄에 새싹을 틔우는 식물 등 볼거리가 많다. 정원에 들어가려면 본전 앞에서 좌측으로 꺾어 들어가 입장료 600엔을 지불하자. 4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정원은 일본의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신사 뒤편을 평화롭게 산책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열심히 걸어 다녔으니 저녁식사는 좀 푸짐하게 먹어보는 것을 어떨까. 게아게 인클라인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난젠지 준세이는 두부를 이용한 일본 특선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중 하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두부요리로 구성된 멋진 코스가 있다. 각 코스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제철 채소와 두부가 어우러져 교토의 봄철 미각을 선사한다.

저녁식사 후에도 관광할 기운이 남아 있다면 교토의 밤 문화를 접하기 위해 폰토초 골목으로 가보자. 도보 30분 또는 전철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폰토초는 바와 상점이 늘어선 교토 시내의 유명한 골목길이다. 이 전통적인 골목길은 등불과 간판으로 가득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늦은 밤 술을 마시기 위해 바를 몇 군데쯤 둘러보며 현지인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장소다.

봄에 떠나는 교토 여행 2일차는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미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 다음, 기요미즈 거리를 걷는 것으로 시작하자. 기요미즈데라까지 여유롭게 오르막길을 걸으며 말차 맛 과자와 군밤과 같은 전통 먹거리를 사 먹으며 여러 상점에서 기념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사찰에 도착하면 잠시 시간을 내어 고대 목조 건축물을 감상하고 다양한 하위 사찰 중 한 곳에서 기도를 드린 다음, 오토와 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에 손을 씻으며 건강과 장수, 출세 등을 기원하자. 정상에서 산 중턱 곳곳에 피어 있는 벚꽃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잠시 멈춰 차와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기요미즈 거리를 향해 서쪽으로 가면 산넨자카라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게 된다. 언덕을 따라 아기자기한 전통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계속 좌회전하면 호칸지 절의 탑이 보일 것이다. 매년 이맘때에 특히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시조라고 불리는 매우 번잡한 거리의 끝자락에 있는 야사카 신사는 교토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붉은 문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신사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길을 탐험할 수 있고, 봄에는 야키소바부터 탕후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들어선다. 야사카 신사는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벚꽃 명소 중 하나인 마루야마 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마루야마 공원에는 벚나무가 가득하고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이 있어 떨어지는 꽃잎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음료수를 마시며 경치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날 점심식사 장소로는 기온의 뒷골목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산겐차를 추천한다. 한적한 뒷골목에 있는 이 가이세키 레스토랑은 여러 개의 작은 코스로 전통 일본요리를 제공한다. 채소부터 두부, 신선한 생선에 이르기까지 현지 먹거리와 고급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서비스는 각 손님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식사에는 일본 사케가 포함된다.

점심을 다 먹었다면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기온코너(교토 전통예능관)에 가보자. 춤이나 연극과 같은 일본문화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다면 기온코너는 일본의 7가지 전통 예능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쇼(2023년 3월 13일부터 시작, 오후 6시 개최)는 관광객들에게 다도와 교토의 춤, 꽃꽂이, 거문고 연주, 전통 궁중음악, 전통연극 교겐, 인형극 분라쿠 등 다양한 일본의 전통 예능을 접할 기회를 선사한다.

기온코너의 쇼가 끝난 후 다시 이동할 준비가 되면 가모 강 반대편에 있는 시조키야마치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기야마치 거리로 가보자. 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교토 밤문화의 중심지로 들어가게 된다. 작은 운하(다카세 강)를 따라 거리 양쪽으로 레스토랑과 댄스 클럽, 바가 늘어서 있는 이곳은 해가 저물면 교토인들이 즐기러 찾는 곳이니, 현지인들과 어울리거나 술과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에리어다. 모든 블록에는 아담한 사케 바나 건물 옥상에 있는 비어가든이 밀집한 작은 골목이 있다. 골목을 걷는 동안 식당이나 술집, 클럽의 호객꾼이 끊임없이 손짓할 것이다. 기야마치는 분명 당신에게 즐거운 교토의 밤을 선사할 것이다.

교토 여행 3일차는 아라시야마로 알려진 교토 중심부의 도게쓰교에서 시작하자. 가쓰라 강에 놓인 도게쓰교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수려하기 그지없다. 봄에는 분홍색과 흰색 꽃이 만발한 벚나무가 산 곳곳을 수놓고, 작은 배들이 강 위에 떠 있다. 실력을 총동원해 멋진 인생사진 한 장쯤 꼭 건지고 싶은 장소다. 다리를 건너는 데는 몇 분 밖에 안 걸리지만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싶다면 강을 따라 작은 음식점들이 있으니 들러 보기 바란다.

덴류지 절은 아라시야마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연못이 있는 사원으로 란덴 아라시야마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인파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광활한 사찰 부지에는 형형색색의 잉어가 가득한 연못으로 향하는 크고 작은 길이 조성되어 있다. 봄에는 연못 주변의 벚나무가 거울처럼 수면에 비친다. 사찰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일본 전통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어, 맹장지 그림을 감상하거나 사찰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덴류지 절 북문을 나와 유명한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걸어가보자. 교토 하면 떠오르는 아라시야마 죽림. 400m 길이의 산책로 양 옆에는 바람에 산들거리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촬영 명소로 숲을 키우고 유지하는 데 쏟은 정성을 엿볼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아라시야마 거리를 따라 15분 정도 되돌아가 사가 토롯코 역에 도착한 후 사가노 로맨틱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자. 아라시야마에서 가메오카까지 약 25분이 소요되는 개방형 관광열차로 모든 좌석에서 산과 계곡의 전망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호즈 강 협곡을 뒤덮은 벚꽃이나 단풍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있다.

3일차 점심식사는 가메오카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코스요리 전문점 마츠쇼에서 먹어보자. 신선한 채소와 고기, 녹차를 사용한 전통 맛집으로 정원에는 거대한 벚나무가 있어 창 너머 아름다운 봄꽃을 감상하며 현지 요리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니조 성은 낮에 찾으면 교토의 역사를 탐색할 수 있는 실내 트랙과 수십 그루의 벚나무가 있는 거대한 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한편 저녁이 되면 벚나무를 라이트업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이트업 기간은 3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오후 10시 마감). 뿐만 아니라 성벽에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디지털 아트를 표현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조명을 받은 꽃잎과 벽면에 디지털 아트가 표출된 정원을 걷는 것은 평생에 한 번뿐인 경험이 될 것이다.

봄철에 교토에 3일 이상 체류하거나 여행 중에 서둘러 이동한 덕분에 볼거리가 더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명소들도 둘러보기 바란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도지 절. 벚나무가 가득한 정원 위에 우뚝 솟은 7층탑. 도지 절에는 계절별 야간조명으로 꽃과 탑을 밝혀 해가 저문 후에도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북쪽의 히라노 신사는 4월 10일에 봄과 벚꽃을 기념하는 축제 오카사이(桜花祭)를 개최한다. 운 좋게 이 시기에 교토를 찾을 예정이라면 헤이안 시대의 복장을 차려 입고 전통 음악에 맞춰 행진하는 종교행렬과 꽃을 볼 수 있는 야간 라이트업을 보러 가자.

후시미 모모야마는 고대 성이 있는 곳으로 교토 남부의 한적한 지역에 있다. 정원에는 수십 그루의 벚나무와 재건된 성곽의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성터는 인기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인파를 피해 교토의 봄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광활한 교토의 황궁 부지에는 숨겨진 명소와 자연 속에 구불구불 이어진 작은 산책로가 있다. 인근 공원인 교토 교엔 국립정원에는 수많은 벚나무가 있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며 꽃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부지가 워낙 넓어 화창한 봄날을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쿠사손소는 저명한 화가 하시모토 간세쓰의 저택 겸 정원이다. 1900년대 초부터 교토에서 유일하게 잘 보존된 화가의 자택 중 하나로 넓은 정원과 다실, 기념관 및 지불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원은 10,000㎡가 넘으므로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보다 평화롭고 자연이 풍요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봄에는 정원 도처에서 다양한 꽃과 식물을 즐길 수 있다. 기념관에서는 간세쓰의 작품뿐 아니라, 다른 일본 화가들의 작품을 돌아가며 전시하기 때문에 교토를 탐험하면서 예술과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장소로 추천한다.

교토를 여행하는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교통수단은 바로 버스다. 모든 주요 목적지 근처까지 운행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고 대체로 시간표대로 운행한다는 이점이 있다.

하루에 여러 번 버스를 타야 한다면 버스 1Day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패스는 교토 역과 버스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요금은 700엔이다. 처음 사용할 때 카드를 스캔한 다음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기사에게 날짜를 보여주면 된다. 이 패스는 이용횟수에 제한이 없으니 하루 종일 관광을 하는 경우에는 매우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버스 1Day 패스와 마찬가지로 교토의 거의 모든 주요 관광지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시영 버스, 교토 버스(일부 노선) 및 게이한 버스의 일부 노선 외에도 지하철에서 사용할 수 있다. 패스는 성인 1,100엔이다.

버스를 덜 이용하거나 기차와 버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모든 주요 역이나 이들 페이지에서 선불 교통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비접촉식 IC 카드는 서일본의 ICOCA, 동일본의 Suica 또는 Pasmo와 같이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모두 미리 정해진 금액으로 역 매표기에서 충전할 수 있다. 그런 다음 기차나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카드를 대고 결제하면 된다. (이 카드는 자판기, 편의점 등에서도 현금 대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잔돈을 찾기 위해 동전지갑을 뒤지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재팬 레일 패스는 주요 도시간 이동에 매우 편리하지만 본 기사에서 소개한 여정에서는 교토 역에서 우마호리 역 구간 또는 교토 역에서 모모야마 역(후시미-모모야마 성 방향)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다 체계적으로 교토를 둘러보고 싶다면 소규모 투어그룹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 투어는 전문적인 가이드, 지역 주민만이 아는 지식 및 최고의 교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