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네 ‘가와도코(강가나 하천 한 복판에 마루를 설치해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는 가모강 노로유카와 함께 교토의 손꼽히는 여름철 피서지로 알려져있다. 기부네강 한복판에 설치된 야외 좌석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요리를 즐겨보자. 여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초여름 기부네를 찾았다.
※나가시소멘: 흐르는 물에서 건져 먹는 국수. ‘나가시’는 ‘흐르다’는 뜻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중 하나.
교토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야외 식사. 도심보다 10도 정도 시원한 여름철 기부네로 출발~
교토에서 가와도코 문화가 시작된 것은 약 400년 전인 아즈치모모야마시대부터 에도시대 무렵이다. 가모강 옆에 있는 찻집 역시 여름철 더위를 피해 강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저녁 나절 시원한 바람을 즐기러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부네는 교토 중심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가모강의 원류 중 하나인 기부네강의 수원지다. 교토의 물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기부네 신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교토에서도 유수의 역사를 자랑하며 파워 스팟으로 알려진 기부네 신사에는 예부터 많은 참배객들이 방문했다. 신사 근처 기부네강 주변에는 료칸과 찻집들이 모여있어 참배객들에게 휴식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 기부네의 가와도코는 다이쇼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예부터 피서지로 유명했던 기부네. 더위를 피해 시원한 강가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강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도록 찻집 등에서 강가 주변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현재 기부네에는 십 수채에 해당하는 가게들이 가와도코 영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가게들은 강 위에 마루를 설치하고 그 위에 좌석 등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곳에 앉아 가게별로 솜씨를 발휘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본격적인 가이세키 요리와 나가시소멘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한 ‘요리 료칸 히로분’을 찾았다. 에이잔전철 기부네구치역에서 내려 국도 361호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도보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버스를 타고 약 10분이면 닿는 기부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가면 편리하다.
가이세키 요리와 나가시소멘을 먹을 수 있는 입구가 각각 따로 있는데 위 사진은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쪽이다. 입구에 서 있는 점원에게 어느 쪽 요리를 먹으러 왔는지 말하면 자리까지 안내해 준다.
여기는 가이세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자리. 빨간 양탄자와 종이 우산, 등롱이 근사한 정취를 자아낸다. 발 밑으로 흐르는 강에서 마루까지는 불과 수 십 센티미터에 불과하다. 손을 뻗으면 강물에 손을 담글 수도 있다. 위를 올려다 보면 대나무로 만든 발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데 그 위로 푸른 잎사귀들이 우거져 초록빛에 물든 햇살이 발 사이로 들어 오는 것이 느껴진다.
흐르는 폭포가 보이는 좌석도 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직접 들려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일정한 리듬으로 쏴~하고 흐르는 폭포 소리는 신기하게도 귀에 착 감겨 마음도 점차 차분해진다.
또 물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실려온 공기가 서늘해 초여름에도 쌀쌀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여름철 교토 시가지의 평균 기온은 35도 정도인데 기부네는 대체로 25도 정도라고 한다. 약 10도나 낮은 셈이다. 그야말로 자연 속 에어컨이라 부를 만하다.
인기 최고인 나가시소멘에 도전해 보는 시원한 여름 체험!
먼저 나가시소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떨어지는 폭포 물을 보면서 차가운 소면을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하는 체험이다. 손님이 많이 몰릴 때에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올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나가시소멘의 가격은 1인당 1700엔(세금 포함)으로 아주 저렴하다. 다만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오래 기다릴 각오로 방문해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그럼 바로 나가시소멘을 시식해 보도록 하겠다. 총 6개의 대나무 레인이 설치되어 있고 각 그룹별로 레인 1개가 주어진다. 물이 흐르는 대나무 레인을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한참 들여다 보면서…국수가 언제 흘러 내려오는지 조마조마해하며 기다린다.
지금이다!!
한 번 먹을 정도의 새하얀 소면이 대나무 속 물을 타고 떠내려 온다. 속도도 무게감도 완벽하다! 국수의 양 역시 바로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 만큼만 내려온다.
막 건져 올린 소면. 물기를 잘 빼고 그릇에 담긴 쓰유(간장 등을 끓여 만든 국물)에 적셔서…호로록 먹는다.
“호로록, 호로로록~~~” 매끈매끈하고 쫄깃한 면발이 정말 최고다!!!
물이 좋아서일까. 소면의 깊은 맛이 잘 전해진다. 국물이 싱거워지지 않도록 약간 짜게 간이 된 쓰유 역시 필자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고추냉이를 듬뿍 넣어 즐겼다.
소면을 물에서 건져 올린 다음 쓰유에 찍어 호로록 넘기기를 몇 차레. 사진에 찍힌 붉은 색 소면이 흘러 나오면 이제 끝이라는 신호다. 이 붉은 소면은 차조기 맛이다. 산뜻한 풍미가 마지막으로 즐기기에 그만이다.
폭포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나가시소멘을 먹을 수 있다니…아! 이렇게 호화로운 시간이 또 있을까!? 나가시소멘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시원한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
다음으로 마루에 설치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한다. 히로분에서는 5,6월 평일 한정으로 ‘미니 가이세키(세금 포함 7,260엔)’ 정식을 비롯해 제대로된 교토풍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가와도코 요리(세금 포함10,890엔~18,150엔 ※요리의 가짓 수와 식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다양한 샤브샤브 요리등도 제공하고 있다.
※마루 자리는 2명부터 이용 가능. 식재료는 계절별로 달라진다.
코스 메뉴를 살펴 보면 전채, 메인 요리, 생선 회, 맑은 국물, 조림 요리, 구이, 튀김, 그릇채 냉장해 내는 시원한 요리, 밥, 야채 절임, 디저트 등 총 11종류였다. 현지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요리들. 이 중에서도 특히 맛있었던 요리를 소개한다.
우선 산천어 튀김. 산천어는 연어나 송어과에 해당하는 물고기로 몸에 붉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 민물고기다.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몸이 작은 산천어는 머리부터 통째로 먹을 수 있다. 바삭하게 튀기면 뼈와 껍질까지 그대로 먹을 수 있어 그 고소함이 잘 전해진다!
다음은 모둠 회. 여름철이 제철인 갯장어 회를 새콤한 ‘우메다레(매실장아찌로 만든 소시)’와 먹으면 담백한 생선 맛이 잘 살아나고 특별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또 조리한 국물을 젤리처럼 굳혀 만든 ‘니코고리’와 함께 먹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새우와 오징어 회도 꽃잎 모양으로 이쁘게 플레이팅되어 있어 요리사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마지막은 디저트. 이날은 멜론과 황도, 양매와 복숭아로 만든 한천 모둠이었다. 초여름 과일로 만든 디저트는 시원한 강 풍경과 잘 어우러져 교토의 여름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기부네의 가와도코는 매년 9월말경까지 영업을 한다. 번화한 시내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산 속 강물 위에서 즐기는 가와도코 체험. 올 여름은 멀리 교토까지 온몸으로 여름을 만끽하러 한 번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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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료칸 히로분料理旅館 ひろ文
- 주소 교토후 교토시 사쿄쿠 구라마키부네초 87
- 전화번호 075-741-2147
영업시간 - 11:30~19:00
나가시소멘은 11:00~13:00(매일 아침 10시에 날씨상황을 보며 운영을 결정)
나가시소멘 영업 시기: 5월 1일~9월말
나가시소멘 요금 - 1,700엔(현금만 가능)
정기 휴일 - 12월 30일, 1월 1일, 기타 비정기 휴일
※5월~9월말:봄,여름요리,나가시소멘, 10월중순~4월:가을,겨울요리,히로문깃사. 계절에 따라 제공되는 요리가 달라지며, 요금과 요리상세 내용은 공식사이트를 확인해 주세요.
※2023년 7월에 일부 내용 업데이트하였습니다.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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