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요리는 최근 주목받고 인기가 있는 장르다. 그 중에서도 수준이 높은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는 일본에 가면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테이블 매너가 복잡할 것 같아 망설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에 본 기사는 가이세키란 어떤 요리이며 메뉴는 어떤 순서로 제공되는지, 먹는 방법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지 등 알아 두면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자세히 소개하겠다.
감수: 푸드 저널리스트 소가 가즈히로 (유한회사 크리에이터즈팩토리 대표)
1. 가이세키 요리의 정의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란 본래 다도에서 여는 차모임인 오차카이에 나오는 요리(차카이세키)로 가이세키를 먹은 후 코이차(濃茶)라는 차를 마신다. 자세한 예법은 있지만 자리를 마련한 주인장이 ‘손님을 대접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와비사비(꾸밈없이 수수한데 가치를 두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의 미의식)’라는 다도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재료의 맛을 살린다’, ‘손님을 정성껏 대접한다’는 세 가지 테마로 요리를 준비하며, 기본은 ‘이치주산사이(一汁三菜)’라고 하여 밥과 국, 세 가지 반찬, 고노모노(채소 절임)가 나온다.
‘가이세키(懐石)’란 단어만으로 요리를 의미하지만, 다도에서 나오는 차카이세키와 구별하기 위해 일본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것은 ‘가이세키 요리’라고 부른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것은 가게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서양의 요소를 담거나 가짓수가 많은 경우가 있다.
2. 가이세키 요리의 유래와 역사
가이세키는 불교의 종파인 선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선종의 수도승은 하루에 한 끼만 먹었는데, 허기가 져 체온이 내려갔을 때 따뜻하게 데운 돌을 배에 데고 몸을 덥히는 동시에 허기를 달랬다고 한다. 이 돌을 ‘온쟈쿠(温石)’라고 부른다.
가이세키란 말은 한자로 품을 회(懐)에 돌 석(石)자를 쓴다. 품에 넣는 온쟈쿠와 같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허기를 달랠 정도의 가벼운 식사라는 뜻으로, 다도에서는 차를 마시기 전에 간단히 먹는 음식을 ‘가이세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원래 가이세키는 술과 함께 먹는 호화스러운 음식이 아니라, 차의 맛을 보다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허기를 달래던 음식이었던 것이다.
3. 두 가지 가이세키 요리, 한자가 다른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은 가이세키 요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는 앞서 소개한 ‘가이세키 요리(懐石料理)’와 발음이 같지만, 옛 무사들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혼젠(本膳)요리’가 토대가 된 것이다. 혼젠요리는 의식적인 요소가 큰 요리로 현대에는 관혼상제에 쓰일 정도다.
이 요리가 다도의 가이세키 요리와 다른 점은 술을 함께 즐기기 위한 요리라는 점이다. 현재 일본에서 와쇼쿠의 풀코스로 나오는 요리는 대부분 후자로, 혼젠요리와 다도의 가이세키 요리에 변화를 준 것이라 보면 되겠다.
4. 가이세키 요리의 메뉴와 먹는 법
앞서 설명한 대로 다도의 가이세키의 기본은 이치주산사이, 즉 밥과 국, 세 가지 반찬에 채소 절임이 나오지만 실제로 먹으러 갈 기회가 많은 음식점에서는 가짓수를 늘리거나 순서를 바꾸는 등 독자적으로 변화를 준 경우가 많다. 어떤 순서로 요리가 나올지, 가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례를 들어 그 순서를 소개하겠다. 이번 기회에 기본적인 흐름과 먹는 법, 테이블 매너를 익혀 두자.
현대의 가이세키 요리의 목적은 함께 하는 이와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매너를 숙지한 다음 그 자리의 분위기에 맞게 행동하면 되겠다.
1) 사키즈케 (先付)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맨 먼저 먹는 요리로, 채소무침이나 나마스(잘게 자른 생선과 채소의 초무침) 등 산뜻한 맛의 요리가 주로 나온다. 이들 요리를 담는 식기는 오시키라고 하는 쟁반과 같이 생긴 작은 상 또는 평평한 접시로 다양한 요리가 조금씩 담겨 나온다. 각각 조미가 되어 있으니 그대로 먹으면 되겠다.
2) 니모노완 (煮物椀)
니모노완은 뚜껑이 있는 완(오목한 공기)에 담겨 나오는 요리로 완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뚜껑을 연다. 제철 생선과 채소, 닭고기 등을 넣은 맑은 국(다시마와 가다랑어포를 우린 다시에 삼삼하게 간을 한 것)이 담겨 나오는데, 일식집에서 맑은 국은 다시의 맛이 포인트로 요리사의 실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맨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건더기를 먹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긴장이 확 풀어질 것이다. 국물은 다 비우도록 하자.
3) 츠쿠리 (造り)
회를 뜬 생선은 고부지메(다시마 사이에 생선살을 끼워 다시마의 감칠맛과 풍미를 입힌 것. 다시마는 먹지 않음)로 만들거나 가쿠시보초라 하여 요리를 담았을 때 보이지 않는 부위에 칼집을 넣어 먹기 쉽게 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솜씨를 발휘하는 요리다. 요리는 접시에 담긴 위치가 나를 기준으로 하여 멀어질수록 간이 점점 세지니, 가까운 것부터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4) 야키모노 (焼物)
가이세키 요리의 메인 디시이기도 한 생선구이는 제철 흰살생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와규와 전복 등의 조개류, 이세에비(닭새우) 등의 갑각류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생선이 토막으로 나오면 먹기 편하겠지만 통째로 나온 생선을 먹기 힘들어하는 외국인도 많을 것이다.
생선은 나를 기준으로 머리는 왼쪽을, 꼬리는 오른쪽을 향하도록 제공된다. 머리부터 꼬리에 이르는 중앙 부위에 굵직한 가시가 있으니 우선 가시 위에 있는 살을 머리 쪽부터 꼬리를 향하여 젓가락으로 발라 먹는다. 그런 다음, 왼손으로 생선 머리를 잡고 뼈와 그 아래 살 사이에 젓가락을 넣어 가시를 떼어내고 머리와 뼈를 접시 한 쪽(나에게서 먼 쪽)으로 모아둔 후 아래쪽 살을 먹는다. 생선을 만진 손은 테이블에 놓인 냅킨으로 닦는다.
5) 하시야스메 (箸休め)
‘하시아라이(箸洗い)’라고도 불리는 국물요리로 작은 완에 담겨 나온다. 입 안에 남은 요리의 맛을 말끔하게 하여 다음 요리를 먹기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니 국물은 다 마시도록 하자.
6) 핫슨 (八寸)
해산물과 채소, 산과 바다의 별미 등이 몇 종류 담겨 나온다.
기본은 사면이 20cm 정도의 정사각형 쟁반에 술안주가 될 만한 별미가 몇 가지 담겨 나오는데, 최근에는 둥근 쟁반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식과 요리의 칸막이로 쓰인 나뭇가지 등 먹을 수 없는 것도 있으니, 잘 모르면 스태프에게 물어봐도 실례가 안 된다. 접시 위에 담긴 형형색색의 요리를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면 분위기도 무르익을 것이다.
7) 다키아와세 (炊き合わせ)
각각의 채소를 삼삼하게 간을 하여 익힌 것이 다키아와세다.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뚜껑을 열어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한 후 맛보도록 하자.
손윗사람이 함께 한 자리라면 그 분이 뚜껑을 먼저 연 다음 열도록 하자. 이 때 왼손으로 그릇을 잘 잡고 오른손으로 천천히 뚜껑을 돌려 연 다음 뚜껑 안쪽에 맺힌 물방울을 그릇 안쪽에 떨군다. 그런 다음 양손으로 뚜껑을 들어 뒤집어 테이블 위에 놓는다. 다 먹은 후에는 서빙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뚜껑을 덮는다.
8) 밥과 고노모노 (香の物)
갓 지은 쌀밥과 다키코미고항(영양밥), 아카다시(아카미소로 만든 미소시루), 그리고 3~5종류의 츠케모노(채소 절임)가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츠케모노는 식사를 마무리한다는 신호로 요리의 제공은 여기에서 끝난다.
9) 과자・말차
식후에 나오는 과자는 화과자가 메인이지만 과일과 셔벗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입가심을 하기 위해 대부분 그 맛과 향이 산뜻하다. 과일은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나오는데 오른쪽부터 왼쪽을 향해 먹자.
화과자와 말차가 제공되는 경우에는 우선 화과자를 먹은 다음 말차를 마신다. 화과자에는 구로모지라고 하는 작은 스틱이 딸려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구로모지로 화과자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찍어 먹으면 된다. 음식점에서는 말차를 마실 때 예법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차완(茶碗 찻잔)은 양손으로 들고 조금씩 마신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만 단숨에 들이켜도록 하자.
가이세키 요리는 요리의 가짓수가 많지만 원래는 차를 마시기 전에 먹는 가벼운 식사이니 각각의 요리가 담긴 양이 적은 편이다. 한 요리를 다 먹은 후에 바로 다음 요리를 내오는 것에서도 가게의 서비스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한 가이세키 요리의 흐름과 내용은 극히 일례에 불과하다. 가게마다 튀김과 찜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순서와 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한 기본사항을 기억해 둔다면 어느 정도 예상이 되니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5. 가이세키 요리점에서의 식사예절
음식점에서 먹는 가이세키 요리는 다도의 차모임(오차카이)에서의 식사와 같이 세세한 예법을 몰라도 되지만 최소한의 테이블 매너는 익혀 두도록 하자. 우선 복장은 가게의 격에 맞추며 미리 다다미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맨발이 아니라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고 가자. 향이 진한 향수는 음식의 향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니 자제하자. 또 국물을 담은 오완은 옻칠을 한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말차가 담긴 잔도 고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직접 만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릇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반지는 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테이블석이 있는 가게가 많지만, 전통 다다미방에서 식사를 할 경우 방에 들어갈 때부터 지켜야 할 예법이 있다. 우선 다다미의 테두리에 두른 천 ‘헤리’와 미닫이문과 맹장지 아래에 있는 문지방은 밟아서는 안 된다. 도코노마(방바닥보다 살짝 높은 부분으로 벽에는 족자, 그 바닥에 꽃이나 장식품을 둔다)에 가까운 자리가 상석, 입구와 가까울수록 말석이니, 손윗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상석을 권하도록 하자. 방 안에서 이동할 때에는 방석을 가랑이 사이에 두고 서 있거나 밟아서도 안 된다. 앉을 때는 무릎을 꿇고 방석의 옆에서 살짝 방석 위로 이동해 앉자.
‘젓가락은 오른손, 그릇은 왼손’이 기본이지만 왼손잡이는 예외다. 보통 밥그릇은 왼손으로 들고 먹는다. 들고 먹어야 좋은 그릇과 테이블에 놓고 먹는 그릇은 손바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손바닥보다 작으면 들고, 크면 놓고 먹는 것으로 기억하자. 즉 들고 먹으면 좋은 그릇은 밥그릇, 국그릇, 고바치(작은 주발), 작은 접시, 돈부리 등이며, 들어서는 안 되는 그릇은 구이가 담긴 평평한 접시, 튀김 접시, 커다란 오완 등이다.
접시를 들지 않을 때에는 국물이 떨어질 듯한 요리는 앞접시(도리자라)에 옮겨 먹거나 냅킨을 그 대용으로 사용한다. 왼손을 앞접시처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또 오츠쿠리(회)를 먹을 때 와사비(일본식 고추냉이)는 간장에 풀지 않고 젓가락으로 조금 떼어내어 생선에 직접 묻힌 후 종지에 담긴 간장을 찍는다. 밥은 국물과 고노모노, 어느 한 쪽을 한꺼번에 먹지 말고 번갈아 가며 먹는다. 먹는 법을 모르거나 재료가 궁금할 때에는 서빙을 해주는 스태프에게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지식이 늘어나면 요리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6. 총정리
일본의 전통을 계승하는 가이세키 요리는 지금은 조금씩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코스요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식 가이세키라는 코스요리가 생겨났듯이 가게마다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어떤 순서로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며 부담 없이 들러 보기 바란다.
감수: 푸드 저널리스트 소가 가즈히로 (유한회사 크리에이터즈 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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