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는 외국인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교토의 매력이라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신사와 사찰, 그리고 오랜 전통을 계승해 온 귀중한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 교토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이 염색공예와 도예, 전통과자, 젓가락, 향낭 등의 제작 체험일 것이다. 이에 올 여름 교토에서 꼭 체험해보고 싶은 10가지를 관광, 음식, 문화체험 중에서 엄선해 소개하겠다.
1.일본의 나무신(게타)을 신고 유카타 차림으로 교토 거리 산책하기
교토의 거리에 어울리는 옷차림이라면 역시 전통의상인 기모노다. 기온 등을 산책하고 있으면 기모노를 입은 마이코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청초하고 가련한 모습은 외국인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교토를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교토의 거리를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고 산책하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여름철에는 역시 시원한 유카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교토에는 기모노와 유카타를 대여하는 가게가 많으니 유카타에 게타, 그리고 부채로 더위를 식히며 교토 산책을 즐겨보자.
2.산들바람이 부는 호즈 강변에서 관광마차 타기
교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지형이라 여름에는 꽤 무덥다. 게다가 도쿄와 오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도시라 열섬현상도 있어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로 유명하다.
여름철 더위가 혹독한 교토이지만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 교외로 나가면 중심부에 비해 훨씬 쾌적하다. 교토 교외의 자연이 풍요로운 호즈 강변에 있는 토롯코열차 가메오카 역부터 호즈 강 승선장까지는 관광마차가 운행하고 있다.
이 관광마차는 강가를 달리기 때문에 때때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친다. 바람에 실려 오는 들꽃들의 향기도 이국적인 정서가 물씬 나는 교토 여행의 매력을 한층 돋워주지 않을까.
3.체력에 자신 있다면 자전거 투어
더위에 지지 않을 체력을 자부한다면 대여 자전거를 타고 교토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동성이 좋은 자전거라면 신사나 기념품 가게 등을 들르면서 자유롭게 교토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여 자전거가 있는 하시다테 베이 호텔에서 출발할 경우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까지 편도 30분이 소요된다. 가늘고 긴 모래사장에는 약 8,000그루의 울창한 소나무가 이어져 있어 온 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숲 속을 달리면 기분도 상쾌할 것이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전동 자전거도 있으니 편안하고 쾌적한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다.
4.손수 만든 미끄럼틀과 그릇으로 나가시 소면 먹기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것은 목넘김이 좋은 시원한 소바와 우동 등 국수류다. 그 중에서도 ‘나가시 소면’은 일본 고유의 음식문화가 아닐까.
나가시 소면이란 소면을 먹는 방법 중 하나다. 반으로 쪼갠 대통 속에 소면과 냉수를 흐르게 하여 흘러가는 면을 젓가락으로 건져 츠유에 찍어 먹는다.
나가시 소면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손수 대나무를 쪼개 소면 미끄럼틀을 만들고 그릇도 대나무로 만드는 체험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준비가 다 되면 점심식사로 나가시 소면을 맛볼 수 있다. 손수 만든 그릇에 담아 먹는 소면은 그 맛도 특별할 것이다.
5.다도를 통해 ‘모테나시’와 ‘시츠라이’의 미학 체험하기
일본에는 ‘다도’라는 ‘모테나시(정성을 다한 손님맞이의 자세)’와 ‘시츠라이(손님맞이를 위한 준비)’의 미학이 있다. 손님을 맞기 위해 정원을 정갈하게 청소하고 다실 안에 족자와 주전자, 찻잔, 가마 등의 도구류를 준비해 차를 즐기는 것이다. 차를 마시는 습관과 제조법은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지만 일본에 건너온 후 다도라는 정신문화로 발전시키고 그 원형을 완성한 것이 센노리큐다.
다도는 전통양식을 따라 손님에게 차(말차)를 대접하는 것인데 센노리큐는 <사규칠칙(四規七則)>에서 다도의 마음가짐으로 ‘차는 마시기 좋게 타고. 숯은 물이 끓기 좋게 놓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꽃은 들판에 있는 듯이 꽂고. 시각은 이른 시간.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준비하고.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라’라고 설파했다.
즉 ‘진심을 담아, 본질을 꿰뚫어 보고, 계절감을 중시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여유를 갖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고,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토를 찾은 기념으로 다다미 방에서 차분히 말차를 음미하는 오테마에(다도의 예법)를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6.교토 느낌이 물씬 나는 디저트 ‘말차 파르페’ 만들기
말차는 향이 좋고 빛깔이 고와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에도 다양하게 이용된다. 더운 여름에 특히 인기인 것이 말차 아이스크림이다.
교토에서는 말차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말차 파르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파르페의 토핑으로 올라갈 말차 아이스크림, 말차 시로다마(경단), 말차 나마부(생밀기울 떡) 만주를 맷돌로 말차가루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 만든다. 토핑을 다 올린 다음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7.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마치야 탐방
교토의 매력은 유서 깊은 신사와 사찰뿐 아니라, ‘교마치야’라는 고택이 운치 있는 거리 경관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상인들의 주거공간이던 교마치야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있어 마치야를 활용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도 늘고 있다.
교마치야는 입구의 폭이 좁고 안쪽으로 깊은 구조가 특징으로 일본에서는 ‘장어의 잠자리(우나기노네도코)’라고 불린다. 게다가 부지가 협소한데도 안뜰을 만들고 거리의 소음이 잘 들리지 않게 부지의 가장 안쪽에 방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옛 도읍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마치야는 구석구석에서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피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엿보인다.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와 뜰에는 상록수와 단풍, 동백, 마취목 등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나무를 심었다.
이 운치 넘치는 마치야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국가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니시진 생활미술관 ‘돈다야’에는 교토 니시진에 있는 마치야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집의 구조와 가구, 가재도구류 등을 보면서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6개의 안뜰, 다실, 노(일본 전통 가면극)의 공연을 했던 별채 방 등 니시진의 생활상을 체험해 보기 바란다.
8.기후네 가와도코에서 시원한 강 바람 즐기기
교마치야가 아무리 통풍을 고려한 구조라 해도 그 안에 계속 있으면 푹푹 찌는 여름철은 지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교토의 피서지로 알려졌던 곳이 기후네와 구라마다. 일설에는 교토 중심부와 기온이 5℃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기후네에는 강 위에 평상을 설치해 더위를 피했다고 하는데 이 ‘기후네 가와도코’는 교토의 여름을 상징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강 수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이용한 평상은 그야말로 천연 에어컨이다. 이 또한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교토인의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도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의 좋은 힌트가 되지 않을까.
9.심두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
일본에는 ‘심두멸각(心頭滅却)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전국시대의 승려 가이센이 남긴 말인데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시원함을 느낀다, 즉 마음먹기에 따라 어떤 고통도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가이센은 다케다 신겐을 섬기던 승려였다. 신겐이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멸망하자 가이센은 노부나가와 대적하던 장수들을 절에 피신시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부나가 군은 그 절에 불을 놓았다. 이 때 가이센은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좌선을 하고 “참된 좌선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심두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고 한시를 낭랑하게 읊었다고 한다.
그러니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에 빠지면 교토의 더운 여름도 과연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지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후쿠지 절의 탑두사원* ‘쇼린지 절’에서는 사찰과 좌선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초보자를 위한 좌선체험을 하고 있다. 좌선은 15분씩 2회 실시하며 중간에 휴식을 갖기 때문에 처음 하는 사람도 집중해서 도전할 수 있다.
*선종계 사원으로 대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사원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좌선을 해본 경험이 없어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지도를 받을 수 있으니 유서 깊은 절의 고요한 공간에 앉아 천천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일본의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10.내 취향에 맞는 향을 조합해 수제 향낭 만들기
자, ‘교토 여름여행 버킷리스트10- 체험편’도 드디어 마지막 순서다. 마치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체험은 좋아하는 향을 손수 조합해서 만드는 향낭 만들기 체험이다. 향낭은 일본 전통의 방향제품으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기념품이다.
일본의 향의 역사를 배우면서 고귀한 향을 발산하는 향목 백단을 베이스로 원하는 향을 조합해 나간다. 가방 안에 넣거나 의류 방향제로, 그리고 교토 산책을 할 때 갖고 다니면 땀이 많이 나는 시즌에 정말 요긴할 것이다.
기온 등에서 스쳐 지나가는 마이코들에게서 은은한 향이 나는 것은 향수 대신 향낭을 소매자락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교토 여행의 추억으로 나만의 향이 나는 오리지널 향낭을 만들어 보기 바란다. 물론 제작한 것은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맺음말
이번에는 여름철 교토 여행의 추억거리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체험을 엄선해서 소개했다. 이 밖에도 도예나 소바 만들기, 염색, 유리공예, 교토의 전통요리와 먹거리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교실도 많다. 그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해 보면 교토가 가진 진정한 매력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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