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우측)
대만 타이베이 출신. 일본에 온 지는 7년째. 홋카이도 여행은 이번이 처음. 평소 디저트와 술을 즐긴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현지 한정 상품을 찾는 것! 홋카이도 음식을 먹고 힐링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T(좌측)
미국 뉴욕 출신으로 일본에 산지 20년이 넘는 일본통. 사이클링과 트레킹 등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행동파로 요리는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한다. 사케, 맥주, 와인, 위스키를 사랑하는 그는 상당한 식도락가로 고급 요리보다는 일상~살짝 고급진 별미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미소와 자유분방한 성격이 자칭 매력이라고!

후시미는 원래 전국시대의 다이묘(영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후시미 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지역으로 주위에 여러 다이묘들의 저택이 많다. 오랜 세월 일본 역사의 중요한 무대로 기능했으며,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막부 말기를 상징하는 사무라이 사카모토 료마가 기거하던 데라다야 료칸이다.

후시미는 지하수가 풍부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덕분에 예로부터 술 빚는 마을로 발전했다. 이 업계는 현재도 건재해 겟케이칸(월계관), 기자쿠라, 다마노히카리 등 일본 최대급의 양조장이 여러 곳 자리잡고 있다.

후시미 관광은 교토 역에서 전철로 약 10분이면 갈 수 있는 긴테쓰 모모야마고료마에 역 또는 게이한 본선 후시미모모야마 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사 마니아인 편집자 치아치에게 있어 후시미는 오랫동안 흥미를 갖던 장소였다.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지역을 찾아 기쁘네요”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후시미 모모야마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후시미 성의 옛터에 지어진 천수각을 복원한 것이다.

현재의 천수각은 오리지널은 아니며, 사료를 토대로 충실하게 설계된 완벽에 가까운 레플리카다. 1964년에 오픈한 테마파크 ‘후시미 모모야마 캐슬랜드’의 일부로 건설되었다. 테마파크는 2004년에 폐업, 내진 상의 이유로 2007년부터 일반 공개를 금지하게 되었지만 성은 남았다. 지금도 후시미 모모야마 성 운동공원은 지역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복제품와 원래의 성을 구별하기 위해 새로 지어진 성은 후시미 성이 아닌 후시미 모모야마 성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참고로 ‘모모야마(桃山)’라는 지명은 후시미 성이 완공된 후 경내에 복숭아 나무를 심은 것이 유래라고 한다.

후시미 모모야마 성의 주위에는 소메이요시노와 베니시다레 등과 같은 벚꽃 품종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성을 배경으로 보면 마치 무장들이 활약하던 전국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빠진다. 운치 있는 벚꽃을 바라보며 이 지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상상하게 되었다.

“아침이나 점심식사로 도시락을 들고 공원에 하이킹을 하러 가보세요. 산들바람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벚꽃 아래서 먹는 도시락은 참 특별했어요. 봉지를 꼭 가져가셔서 다 드신 후에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가장 가까운 역은 JR 나라선의 후지모리 역과 모모야마 역으로 도보 약 15분 거리다. 긴테쓰 모모야마고료마에 역과 게이한 본선 후시미모모야마 역에서도 도보 25분이면 갈 수 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걸어온 보람이 있네요! 또 전문적인 성 마니아 중에는 복원 수준에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지만, 이 에리어는 지금도 운치가 있어 외관만 보더라도 분명 감동하게 될 거에요. 주위 공원도 조용해서 저희가 찾았을 때에는 벚꽃 명소라도 혼잡하지 않았어요. 교토의 전형적인 관광명소에 비하면 인적이 드문 편이라 말 그대로 숨겨진 명소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티모시)

우지 강과 이어진 호리 강 운하에는 ‘짓코쿠부네’라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다.

에도시대에 물자와 사람들을 수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후시미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강변에는 수많은 벚나무가 심어져 벚꽃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짓코쿠부네는 최근 대만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꽃놀이 코스로 인기에요. 저도 드디어 오게 되어 기쁩니다!” (치아치)

강에서 벚꽃 등 아름다운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크루즈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핫한 액티비티다.

치아치는 출발하는 보트를 향해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참 로맨틱한 풍경이에요! 저의 찍사 본능이 꿈틀거리게 되었어요! 여행 일정에 여기를 꼭 포함시켜서 멋진 사진을 찍어 보세요.”

산책로를 걷다 보니 마치 꿈 속으로 들어간 기분에 빠져 힘이 솟아났다.

“마치 벚꽃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조용한 강가의 산책, 바로 제가 원하던 거에요!”

술 빚는 마을 후시미를 찾는다면 양조장 견학은 필수다. 겟케이칸 오쿠라 기념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조업체 ‘겟케이칸(月桂冠)’이 운영하는 시설로 후시미의 양조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관내에는 양조의 역사를 해설하는 자료와 실제 양조설비와 도구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시설 전체를 견학하는 데는 40~60분가량 소요된다.

“겟케이칸은 1637년에 설립된 회사로 긴 전통을 자랑합니다. 박물관은 그 역사를 완벽하게 보존하여 오늘날에 전하고 있습니다. 매우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큰 나무통을 사용하다니 보통 일이 아니겠어요. 양조의 이런 측면을 볼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티모시)

양조장 견학 외에도 안뜰에 심어진 벚꽃이 아름다운 ‘겟케이칸 오쿠라 기념관’도 꼭 들러 보자.

“한 그루의 나무에서 이렇게 많은 꽃이 피어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

정원에는 테이블과 의자도 설치되어 있으니 앉아서 자유롭게 꽃구경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취식행위는 불가다.

후시미의 양조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양조장의 귀중한 지하수가 여기에 있다. 마셔도 되니 망설이지 말고 꼭 맛보길 바란다!

“와인의 수분은 포도에서 얻는 것이지만, 맛있는 사케를 빚으려면 특정 성질을 가진 순수하고 맛있는 물을 조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양조장의 물을 드셔 보시고 그 개성과 매력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양조장 견학 후에는 기호에 맞는 사케 3종류를 시음할 기회를 가졌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도 무료 또는 유료로 사케를 시음할 수 있어 구입하기 전에 맛을 확인할 수 있어요. 겟케이칸은 워낙 라인업이 다양해 입맛에 맞는 사케를 발견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티모시)

양조장에 병설된 매점에는 정성껏 빚은 사케와 지역산 식자재가 아주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견학투어에 참가할 시간이 없더라도 쇼핑은 할 수 있으니 일정이 빡빡하더라도 잠시 들를 가치가 있었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겟케이칸의 한정판 굿즈도 사가야지!”

후시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한다면 ‘후시미 사케 빌리지’를 추천한다. 이곳은 18곳의 지역 양조장의 사케와 8곳의 레스토랑의 맛있는 요리를 모두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편리한 시설이다.

후시미 사케 빌리지는 입구에 있는 사케 전문 바 카운터를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상점가와 같이 음식점 등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한 가게에 들어가면 다른 가게의 요리와 술을 배달 주문할 수 있어, 어느 가게에 들어가더라도 요리와 술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계산은 나갈 때 한꺼번에 지불하면 된다.

티모시와 치아치는 라멘가게 ‘몬센’의 ‘술지게미(사케카스) 라멘’에 유혹을 느꼈다.
“술지게미 라멘이라니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요! 라멘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메뉴지만 이건 완전히 신개념의 요리일 것 같아요.”

교토에서 탄생한 닭 라멘의 맛집 ‘몬센’이 후시미 사케 빌리지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술지게미 라멘. 다양한 사케의 술지게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기호에 맞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치아치는 마일드하고 균형이 잘 잡힌 ‘에이쿤’을, 티모시는 ‘다마노히카리’를 선택했다. 살짝 짭짤하면서도 걸쭉한 수프로 완성되었다.

수프 속에는 닭고기 챠슈가 듬뿍 들어 있어 푸짐했다.

“향이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아요. 얼른 이 국물로 제 위장을 적시고 싶어요”라며 흥분한 티모시.

“이런 종류는 처음 먹어보는데 참 맛있네요. 술지게미의 풍미가 강한 편이었지만 단숨에 비울 수 있었어요. 진하고 향이 좋아 두유를 연상시키는 수프였는데, 보다 복합적인 맛이 났어요.”

“수프가 단연 최고였어요! 면에 착 감겨서 서로 다른 재료라기보다는 마치 한 몸과 같다고 할까. 술지게미는 담백하지만 독특한 풍미가 더해져서 제 입맛에 딱이었어요!”

물론 음식만이라도 갈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만 후시미 사케 빌리지의 최대의 매력은 사케다. 독특한 한정판 사케도 다양하다.

후시미 사케 빌리지에서는 마을에 있는 18곳의 양조장의 사케를 비교시음할 수 있는 ’18종 테이스팅 세트’를 추천하고 싶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 고르는데도 의외로 애를 먹었다!

아직 대낮이라 양이 상당한 18종 세트가 아닌 지식이 풍부한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이 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한정 사케 3종류를 맛보기로 했다.

참고로 교토시는 전국에서 한 발 앞서 저녁에 마시는 첫 잔으로 사케를 장려하는 ‘지자케(로컬사케) 음용 추진조례’를 제정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도리아에즈 비~루(맥주 먼저 주세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녁에 마시는 첫 잔은 맥주가 대세다.

후시미에 왔으니 이 지역의 규칙에 따라 치아치와 티모시도 사케로 건배를 했다. 각각 유니크한 풍미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 마시고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서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일본에는 양조장이 많은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갖출 수 있어 누구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케를 찾을 수 있다. 후시미는 이 꿈을 실현하는데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평소에 사케를 잘 마시지 않는 저도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었어요. 처음 드시는 분에게는 꼭 이 비교시음 세트를 추천합니다.”

후시미 여행 선물을 사려면 1895년에 창업한 교토의 전통과자점 ‘교가시시 토미에이도(京菓子司 富英堂)’를 추천한다.

이 곳을 대표하는 과자는 메이지 시대에 황태자에게 헌상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 ‘에가오’다.

‘에가오’ 외에도 교토의 특색을 보여주는 밀기울 껍질로 팥소를 싼 ‘후만주’와 속에 떡이 들어간 도라야키 ‘모치도라’도 추천한다.

치아치는 동경하던 ‘에가오’를 맛보기로 했다.
“폭신한 카스텔라 속에 은은한 단 맛의 팥소가 들어가 있어요.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이건 분명 해외에서도 통할 맛이에요.”

티모시가 맛본 것은 후만주.
“겉은 쫄깃하고 팥소가 은은한 단맛이 나네요. 밀기울도 맛이 있어서 먹기 참 편해요.”

“모치도라는 속에 들어간 떡이 맛있어서 한 입 크기인데도 속이 든든해요!”

후시미의 물과 사케로 만든 ‘사케만주’도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다 팔린 후였다. 그러니 발견한다면 고민 말고 구입하기 바란다.

후시미 스루가야도 1781년에 창업한 노포 과자점으로 200년 넘게 연마해 온 기술과 맛을 차세대에 계승하고 있다.

후시미 스루가야의 간판상품은 특제 ‘양갱’이다. 팥소와 설탕, 한천으로 만든 전통 화과자의 일종으로, 이곳의 양갱은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으니 후시미 스루가야를 찾지 않으면 맛볼 수가 없다.

촉촉하면서 매끄러운 식감의 ‘네리요캉(연양갱)’, 팥소가 듬뿍 들어간 ‘요루노우메’, ‘말차 양갱’의 3종류다.

일본 최초의 전철이 후시미를 지나게 된 메이지 중엽. 후시미 스루가야의 전철을 본뜬 양갱 세트는 당시 귀성한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양갱은 맛 종류에 따라 개성 있는 패키지에 담겨 있으니 분명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감성 충만한 패키지가 일본여행을 추억하는데도 좋을 겁니다. 저는 메이지 시대를 좋아해서 고민 없이 고를 수 있었어요.”라고 치아치는 웃으며 말했다.

가게를 대표하는 전통 명과뿐 아니라, 푸딩과 딸기 다이후쿠 등 참신한 오리지널 디저트류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무얼 골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후시미는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라 교토의 여행일정 일부에 포함시켜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그 풍부하고 맑은 지하수 덕분에 일본에서 손꼽히는 술 빚는 마을이 되었다.

후시미에 가면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벚꽃과 환상적인 분위기에 분명 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독특한 먹거리와 마실 거리가 후시미 여행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줄 것이다.

※본 기사는 2023년 4월 현재의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최신 정보는 공식 사이트 등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