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기나긴 겨울이 끝나면 얼음이 녹고 따스한 봄 기운이 다가온다. 삿포로에 산지 4년째인 필자는 꽃이 만개해 거리가 화사한 빛깔로 물드는 봄을 참 좋아한다. 삿포로에서는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손꼽아 기다리던 벚꽃 시즌이 찾아오는 동시에 관련 축제도 함께 열린다.
막상 꽃놀이를 위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에 본 기사는 삿포로의 벚꽃 시즌에 찾으면 좋을 명소와 적절한 시기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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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벚꽃에 담긴 의미
벚꽃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본문화에는 고대의 철학적 신념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몇 주 안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지고 마는 벚꽃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무상함을 상징한다.
일본의 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1730~1801)는 18세기에 모노노아와레 라는 관용구를 만들고 벚꽃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의 정신을 설명하라고 하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벚꽃이라 말하겠다”
삿포로의 벚꽃
삿포로는 타 지역에 비해 개화시기가 상당히 늦은 편이라, 벚꽃을 구경하기에 최적의 도시다. 정상에 새하얀 눈이 남아 있는 산들을 배경으로 화사한 핑크빛 벚꽃이 피어나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삿포로의 따사로운 벚꽃 시즌을 사랑한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유독 길고 추위가 매섭지만 벚꽃이 피어나면 그 따스한 분위기 덕분인지 거리에는 새로운 활기가 느껴진다.
삿포로의 벚꽃 절정기
홋카이도는 기온이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라 삿포로의 벚꽃 개화시기 는 일반적으로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이다. 예를 들어 올해 삿포로의 벚꽃 개화시기는 4월 21일, 만개는 4월 26일로 예상된다. 이들 날짜는 어디까지나 예상으로 실제 개화일은 기상여건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자.
개화상황과 기상여건으로 본 삿포로의 베스트 시즌
벚꽃 시즌에 홋카이도를 찾는 것은 참 멋진 경험이지만, 사전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벚꽃의 개화시기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황금연휴(GW)와 겹쳐 혼잡할 수 있으니 혼잡함과 비싼 요금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예약하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만개한 벚꽃을 감상할 가능성이 높고 날씨도 대체로 좋은 4월 하순 이후에 삿포로를 관광하는 것은 어떨까.
홋카이도의 매화와 벚꽃
일본에서는 보통 초봄이라 할 수 있는 2월에 매화가 피어나 계절의 변화를 알리지만, 홋카이도에서는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에 매화와 벚꽃이 거의 동시에 피어난다. 아름다운 두 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벚꽃뿐 아니라 다른 것에도 관심이 있다면 5월 초순 즈음에 방문을 계획해 두 꽃을 동시에 감상해보자.
삿포로의 벚꽃 명소 5곳
1. 삿포로의 인기 명소 ‘마루야마 공원’과 ‘홋카이도 신궁’
마루야마 공원은 삿포로에서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다. 노자쿠라와 소메이요시노 등 약 160그루가 피어나 공원 안을 화사한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공원에는 야생 다람쥐와 조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마루야마코엔 역에서 도보 5분 거리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공원 옆에는 홋카이도 신궁이 있어 약 1400그루의 벚나무와 250그루의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포장마차가 잔뜩 들어서 봄 절경을 즐기면서 먹거리를 즐기는데도 좋다. 다만 홋카이도 신궁은 신성한 장소라 경내 주변에서 꽃놀이를 하며 피크닉을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에 절정을 맞는 벚꽃을 보러 가자!
2.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자 - 오도리 공원
오도리 공원은 삿포로시의 뒤편으로 1.5km에 이르는 공원으로 92종의 수목이 약 4700그루나 심어져 있다. 공원 안에는 소메이요시노와 에조야마자쿠라, 지시마자쿠라 등 다양한 품종의 벚꽃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으며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경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공원에는 벤치가 많아 상징적인 삿포로 TV탑을 배경으로 벚꽃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다. 분수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쉼터다.
3. 나카지마 공원
나카지마 공원은 삿포로의 번화가인 스스키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공원이다. 부지 안에는 연못이 많고 오야마자쿠라, 소메이요시노, 수양벚나무, 겹벚나무 등 다양한 벚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이들이 잇달아 꽃을 피워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지역민들은 매일 조깅이나 산책을 하러 찾는 공원으로 이곳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보트를 타고 뱃놀이를 하며 벚꽃을 감상해보자!
4. 힐링을 부르는 벚꽃 명소 ‘모에레누마 공원’
모에레누마 공원은 조각가 노구치 이사무가 설계한 188.8ha 규모의 공원으로 유리 피라미드 등 아름다운 모뉴먼트를 비롯해 매력적인 예술작품이 있다. 벚나무 숲은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에조야마자쿠라, 가스미자쿠라, 지시마자쿠라를 중심으로 1,800그루의 벚나무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는 인기 명소다. 경치를 즐기면서 산책을 하거나, 편안한 나들이를 하기에 그만인 장소다. 공원 전체를 걸어서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 자전거를 빌려 도는 것이 좋다(P1 주차장 옆에 자전거 대여샵이 있다).
이 공원은 삿포로시 동쪽에 위치해 삿포로 중심부에서 차로 약 30분쯤 걸린다. 또는 JR 가쿠엔토신선(정식 명칭은 삿쇼선) ‘삿포로 역’에서 ‘아이노사토쿄이쿠다이 역’까지 전철을 타고 간 다음(440엔), 69번 버스로 환승하여 ‘모에레누마코엔 히가시구치 정류장(공원 동 출구)’(210엔)에서 내리면 된다. 모에레누마 공원은 삿포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다른 관광지에 비해 혼잡함이 덜하다.
5.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히라오카 공원’
히라오카 공원은 삿포로 중심부의 남동쪽에 위치하는 66.4ha의 공원이다. 공원 면적의 절반 이상이 숲이라 벚나무는 물론 오색딱다구리 등의 야생조류와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공원 안에는 야구장과 테니스 코트, 파크골프장 등의 스포츠 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다. 히라오카 공원은 스포츠를 즐기거나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나들이를 즐기러 오는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히라오카 공원은 벚꽃이 피어나는 시기에 열리는 매화 축제로도 유명하다. 5월에는 약 1200그루의 매화가 만개해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분고 홍매와 백매를 4대 6 비율로 심어 아름다운 핑크와 화이트로 물든다. 매화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파는 맛있는 향토음식도 만끽하자. 벚꽃과 매화를 함께 즐기려면 5월 초순~중순에 찾기 바란다.
히라오카 공원은 삿포로 중심부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삿포로 역에서 JR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신삿포로 역까지(1,180엔) 간 다음, 16번 버스로 환승해 라이브힐즈 주오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210엔), 공원까지 도보 5분이다.
벚꽃 시즌에 삿포로에서 즐기면 좋을 액티비티
1. 벚나무 아래에서 피크닉과 꽃놀이 즐기기
꽃놀이(일본어로 ‘하나미’)는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이다.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회사 동료들과 벚나무 아래에서 먹고 마시며 피크닉을 즐긴다.
다음은 꽃놀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Tip이니 참고하자.
1. 방수 피크닉 매트과 종이컵, 접시, 식기, 쓰레기 봉투를 준비해가자. 필요한 것은 모두 100엔샵에서 구할 수 있다.
2. 음료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 가자. 공원 안에는 포장마차가 있지만, 대체로 매우 혼잡하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미리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3. 공원 내에서 특히 혼잡한 인도와 화장실, 쓰레기통 근처에서 피크닉하는 것을 피하자.
4. 화장실은 저녁 이후에는 매우 혼잡하니 미리 다녀오자.
5. 하루 종일 머무를 경우, 해가 저물면 놀라울 만큼 추워지니 따뜻한 옷을 챙겨가자.
2. 벚꽃 가로수를 보며 산책과 자전거 타기
삿포로는 자전거로도 도보로도 다닐 수 있는 지역이다. 시내 전역이 자연이 풍요로워 도보와 자전거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삿포로 역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는 외에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여 서비스 ‘포로클(Porocle)’을 이용할 수도 있다. 1일 승차권은 세븐일레븐이나 훼미리마트에서 세금 포함 1,430엔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는 24시간 패스와 포로클 자전거의 사용법이 적힌 설명서가 포함된다. 모터도 장착되어 있어 이동에 최적이며, 시내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40곳 넘게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3. 벚꽃의 품에 안긴 신사・불각 투어
홋카이도 신궁 은 삿포로와 홋카이도 전체를 상징하는 장소로 아름다운 건물과 분위기, 신사의 존재감, 벚꽃이 어우러져 봄의 절경을 연출한다.
삿포로 후시미 이나리 신사 등 시내에는 아름다운 신사가 많다. 신사를 찾으려면 신사의 인장을 찍을 수 있는 수첩 ‘고슈인초를 꼭 챙겨가자.
차량과 자전거, 또는 도보로 시내를 여행하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신사와 벚꽃을 발견할 수 있다.
4. 밤 벚꽃을 만끽하자!
요자쿠라, 즉 밤 벚꽃을 즐기는 것도 인기 액티비티 중 하나로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공원에서는 밤에 특별한 라이트업 행사를 실시해 밤 하늘 아래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달과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 아래 피어난 벚꽃은 보다 고요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5. 기모노를 입고 벚꽃과 함께 기념촬영하기
덧없이 지는 벚꽃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벚꽃 체험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를 빌려 입고 사진을 찍어 보자. 화사한 색감과 복잡한 문양이 돋보이는 기모노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기모노를 입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공원과 꽃길을 산책하는 것은 소중한 체험으로 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6. 꽃잔디도 체크하자!!
꽃잔디는 벚꽃보다 조금 늦은 5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피는 핑크빛 꽃이다. 원래는 핑크색인데 흰색과 보라, 스트라이프 등 문양이 있는 품종도 등장했다. 벚꽃과 달리 꽃잔디는 지면에 피어나는 꽃으로 대부분의 경우 광활한 에리어를 화사한 핑크나 흰색, 보라색으로 수놓아 아름다운 카페트를 연상시킨다.
꽃잔디는 삿포로의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홋카이도에서 꽃잔디가 가장 아름다운 아사히카와시의 시바자쿠라 다키노우에 공원을 찾길 바란다. 투어의 모습은 여기에서 체크해볼 수 있다!
벚꽃 시즌에 삿포로에서 맛보면 좋을 음식과 음료
일본에서는 벚꽃 시즌에 맞춰 벚꽃을 활용한 디저트나 과자, 음료가 등장하는데, 그 중 특히 인기 있는 과자가 전통 화과자인 사쿠라모찌다. 팥소를 떡으로 감싼 후 소금에 절인 벚꽃 잎으로 감아 달달하면서도 새콤함이 느껴진다.
흰색 경단과 말차나 쑥(초록), 사쿠라(핑크)의 삼색 경단을 꼬치에 끼운 오하나미 당고도 인기다. 쫄깃하면서도 단맛이 은은해 봄철 간식으로 그만이다.
벚꽃 풍미의 케익과 차, 주류도 다양하다. 벚꽃의 은은한 단 맛과 향은 디저트와 잘 어울려 따뜻한 음료에 넣으면 은은하게 산미가 살아난다.
이들 메뉴는 대부분 편의점에서도 판매하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기분을 내고 싶다면 백화점 식품매장을 찾자! 계절 한정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도 많아 어디를 가든 벚꽃을 테마로 한 푸드 메뉴와 음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벚꽃 시즌의 일일투어
그 밖에도 삿포로 주변에는 벚꽃 시즌에 당일치기 여행을 갈만한 곳이 많다.
오타루의 데미야 공원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항구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로 삿포로에서 전철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오타루에 가면 곳곳에 독특한 건물이 남아 있어 무역도시였던 홋카이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유리 공예품과 캔들 제품으로도 유명하니 여행 선물을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에 많은 해산물 레스토랑도 꼭 들러 보기 바란다.
온천가 ‘조잔케이’는 벚꽃을 즐기면서 온천욕을 즐기는데 최적이다. 조잔케이에는 투숙객과 당일치기 입욕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탕과 노천탕이 있는 료칸이 수십 군데가 늘어서 있다. 다만 성수기에는 예약이 다 찰 수 있으니 꼭 료칸 홈페이지에서 예약과 공실상황을 확인하자. 이 지구 내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탕이 있어 경치를 감상하며 족욕을 즐길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멋진 옵션은 삿포로 중심부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인 시코츠호다. 시코츠호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투명함과 깊이를 자랑하는 호수로 에니와다케, 훗푸시다케, 다루마에잔 등 아름다운 산들이 에워싸고 있다. 투명한 호수 위를 스완 보트를 타고 평소와 다른 위치에서 봄 풍경과 멀리서 눈이 내려 앉은 산들을 감상해보자!
글을 맺으며
이번에는 삿포로의 추천 벚꽃 명소를 소개했다. 마루야마 공원과 홋카이도 신궁은 삿포로 시내를 찾았다면 반드시 거쳐가는 필수 코스다. 오도리 공원은 상징적인 삿포로 TV탑이 보이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어디에 가든 아름다운 봄 풍경과 환상적인 벚꽃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삿포로는 대중교통수단이 워낙 잘 정비되어 있어 시내에서 이동하는 데는 렌터카를 빌릴 필요가 없지만, 벚꽃 시즌을 만끽하려면 플라워 투어에 참가하거나 렌터카를 빌려 삿포로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앤디는 일본에서 7년 이상 거주중인 셰프이자 요리 저널리스트로, 일본 각 지역의 요리를 폭넓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노팅엄 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프리랜서로 전환하기 전 5개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는 마리엇 본보이, 홋카이도 관광청을 포함해 10곳 이상의 글로벌 고객사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 정부와의 번역 및 인바운드 관광 홍보를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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