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홋카이도. 홋카이도는 일본의 다른 지방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아 독자적인 식문화가 발전해 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맥주나 청량음료, 조미료와 인스턴트 식품까지 ‘홋카이도 한정’으로 판매 중인 개성 만점 상품도 다양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삿포로에 사는 필자가 신기한 메뉴부터 향토음식까지… 홋카이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직접 먹어 보거나 여행 기념 선물로 사갈 만한 현지 푸드를 소개한다.
상품 구색이 다양한 현지 밀착형 슈퍼마켓 체인점 ‘ARCS 그룹’
‘ARCS 그룹’은 홋카이도, 도호쿠, 기타칸토 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지역밀착형 슈퍼마켓 체인점이다. 이번 취재에 협조해 준 ‘슈퍼 ARCS 이스트’는 지하철 도자이선, 히바리가오카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삿포로 히바리가오카 타운 플라자’ 안에 있다. ARCS 그룹의 (주)라르즈가 운영하는 매장으로 10시(일요일 9시)부터 24시까지 영업한다.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 늦은 시간에 방문해도 상품이 매진되는 일이 드물어 쇼핑을 온 인근 주민들로 항상 북적인다.
슈퍼 ARCS 이스트의 다카하시 유이치로 점장은 학창 시절부터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이 업계의 프로라 하겠다. 진심과 미소를 모토로 매일 고객들을 맞이한다. 슈퍼의 상품 구색에 대해서도 지식이 해박한 다카하시 씨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현지 푸드를 엄선해 주었다.
1.변함없는 맛! 홋카이도의 소울 푸드 ‘야키소바 벤토’
‘야끼소바 벤토(107엔 세금 포함)’는 도요 수산에서 1975년부터 제조, 판매 중인 야키소바 컵라면이다. 양배추와 다진 닭고기, 푸른 야채와 홍생강 등 건더기 스프가 들어 있다. 레귤러 사이즈(면 100m) 외에 면 양을 1.3배까지 증량시킨 ‘야키소바 벤토 대’, 면 양을 2배로 늘린 ‘야키소바 벤토 특대’ 등 세 가지 사이즈 중 고를 수 있다. 또 ‘맛있는 달콤 소스’, ‘진한 맛 앙카케(※)풍’, ‘소금맛’, ‘명란젓 버터 풍미’, ‘매콤한 맛’ 등 다양한 테이스트가 라인업되어 있다.
※앙카케: 녹말 등을 첨가해 점성이 있는 소스. 탕수육 소스를 생각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라벨을 벗기면 건더기 스프와 소스, 중화 스프 소스가 들어있다. 먼저 면 위에 건더기만 넣어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준다. 소스까지 함께 넣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빈 그릇에 중화 스프 소스를 넣고, 야끼소바 벤토에 부어 두었던 뜨거운 물을 따라 준다. 중화 스프를 만들 때에는 일반 온수가 아닌 컵라면에 이미 부어 두었던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면과 건더기에서 우러난 엑기스가 스프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참고로 도호쿠 신에쓰 한정으로 판매 중인 자매품 ‘야키소바 BAGOOON’에는 미역 스프가 들어 있다. 지역별로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제조업체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소스와 파래김을 섞어주면 완성이다. 야채와 과일로 만든 달콤한 소스가 매력적이다. 전혀 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야끼소바(볶음면이라는 뜻)’가 아니라 ‘찐 면’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컵라면이 드물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2.유명 맛집의 맛을 외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맛집 감수 인스턴트 라멘’
삿포로 라멘, 아사히카와 라멘, 하코다테 라멘, 구시로 라멘은 ‘홋카이도의 4대 라멘’으로 불리는데, 유명 맛집들이 그 맛을 겨룬다. 모든 맛집에 다 들를 수는 없지만 ‘맛집 감수 인스턴트 라멘(168~254엔 세금 포함)’을 구입해 두면 부담없이 다양한 맛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매장에는 일본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에서 감수한 라멘이 진열되어 있어, 마치 라멘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건면과 스프 등 심플한 구성이라, 좋아하는 재료를 추가로 토핑해 먹는 재미가 있다.
3. 홋카이도 쌀로 만든 최고의 걸작 ‘유메피리카 고항(즉석밥)’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쌀 생산 지역이다. 1692년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벼농사를 시작한 뒤 수 차례의 품종 개량을 거쳐 맛있는 쌀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2008년에 선보인 ‘유메피리카’는 홋카이도의 최고 걸작 쌀이라고 불린다. ‘CGC 유메피리카 고항(1개 492엔 세금 포함)’은 깊은 단맛과 진한 쌀맛을 유지하기 위해 진공 팩으로 포장한 것인데, 전자레인지에서 2분만 데워주면 갓 지은 것 같은 밥을 먹을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스프 카레’와 함께 구입하면 좋을 것 같다.
4. 제대로 된 스프 카레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락쿄 치킨 스프 카레’
매운 맛이 알싸한 스프와 큼지막한 건더기가 특징인 스프 카레는 라멘과 함께 삿포로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1971년 삿포로 시내에 있는 한 찻집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약선 커리’가 그 원조다. 이후 많은 매장에서 개량을 거듭해 2000년대 들어 붐을 맞이했다. ‘락쿄 스프 카레(859엔 세금 포함)’는 맛집 ‘락쿄’의 맛을 간편하게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인기 상품이다.
조리 방법은 간단하다. 두 개의 팩을 8분 간 뜨거운 물에서 데워 주기만 하면 된다. 앞서 소개한 ‘홋카이도산 쌀’과도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니 스프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 보자. 야채를 더 추가하거나 살짝 녹인 치즈를 올려 마일드한 맛으로 변주를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스프 카레 상급자들은 낫또를 넣어 먹기도 한다고?!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도전해 보자!
5. 양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징기스칸 소스’
징기스칸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다. 아마 홋카이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로 징기스칸을 꼽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징기스칸은 소스가 생명이다. 간장에 야채와 과일을 더해 단맛과 신맛을 특징적인 전용 조미료로, 특유의 냄새가 있는 양고기를 부드럽게 해준다.
징기스칸 소스(200엔~)는 두 개 업체에서 선보이는 제품이 특히 인기가 많은데, 각각 독자적인 맛을 추구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즐겨 먹는 양고기. 외국에서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들도 홋카이도산 소스로 즐기는 양고기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6. 100년 이상 사람받아 온 탄산음료 ‘리본 나포린’
‘리본 나포린(88엔 세금 포함)’은 1911년 구, 대일본맥주(현, 삿포로 비어)에서 발매를 시작한 탄산음료로 장수 식품다. 발매 당시 지중해를 대표하는 블러드 오렌지를 원료로 사용한 데에서 착안해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힌트를 얻어 상품명은 ‘나포린’으로 정했다. 현재는 파프리카 색소를 사용해 ‘식물 유래의 부드러운 오렌지색’ 음료로 원료를 변경했다.
홋카이도 한정이기 때문에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강한 탄산이 터지면서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애주가들을 위한 삿포로 나포린 사와(알코올 5%)도 발매 중이다.
7. 홋카이도 한정 유산균 음료 ‘유키지루시 밀크 가츠겐’
‘가츠겐’은 홋카이도 한정으로 발매되는 유산균 음료다. 1938년 군대의 요청을 받아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린 병사들의 영양식으로 발매된 ‘가츠모토(活素)’가 원조격이며, 전후에는 활력의 공급원이라는 의미에서 상품명을 ‘가츠겐(活源)’으로 변경해 새롭게 개발한 뒤 발매했다.
지금은 ‘소프트 가츠겐(500ml 108엔 세금 포함)’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은은한 달콤함과 상쾌한 산미가 특징이다.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즈(1000ml)는 물론 혼자서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는 사이즈(500ml)도 있다. 유제품이라 구입 후에는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8.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선술집 메뉴 ‘잔기’
라르즈의 오리지널 ‘잔기’는 홋카이도 선술집의 간판급 메뉴 중 하나다. 구시로시의 닭꼬치구이 전문점 ‘도리마쓰’가 닭고기 품종 중 하나인 ‘브로일러’ 한 마리를 통째로 사용해 큼지막해 잘라 튀겨내 제공한 것이 그 원조라 한다. ‘잔기’는 중국어 炸鶏(zha ji)에 행운을 뜻하는 운(運)을 넣어 ‘쟈운지’로 명명한 것이 잔기로 변형된 것이라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설이 있다.
ARCS 그룹의 ‘양념 잔기(100m당 195엔 세금 포함)’는 일본산 생강과 홋카이도 히다카산 다시마, 홋카이도 요이치산 사과를 넣어 만든 특제 소스에 닭고기를 재운 뒤 두 번 튀겨낸 것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기름기가 잘 빠져 있고 닭고기의 깊은 맛을 잘 살렸다. 여행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가 즐겨도 좋을 것 같다 .
※이 제품은 (주) RALSE가 운영하는 매장에서만 판매된다.
9. 독일식 주조법을 이용해 100% 맥아로 만든 ‘삿포로 클래식’
홋카이도 한정으로 판매되는 생맥주 ‘삿포로 클래식(209엔 세금 포함)’을 잔기와 함께 즐겨 보자. 일본의 맥주는 옥수수와 전분, 쌀 등을 부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삿포로 클래식은 맥아만 쓴다. 홋카이도산 호프, 홋카이도산 보리 맥아인 ‘기타노호시’를 일부 사용하는 등 ‘홋카이도산’만을 고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전통적인 고온단시간 주조법에 해당하는 ‘호흐쿠르쯔(Hochkurz) 제법’을 통해 ‘소재 본연의 깊은 맛’과 ‘상쾌한 목넘김’을 모두 실현시켰다. 앞서 소개한 잔기와 함께 마셔 보기 바란다.
10. 50개 이상의 와이너리에서 제공되는 ‘홋카이도산 와인’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홋카이도산 와인’을 추천한다. 여름철 습도가 낮고 일교차가 심한 홋카이도는 일본 제일의 와인 전용 포도의 생산지기도 하다. 와이너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는 50개 이상의 양조소에서 독자적인 와인을 제조하고 있다. 다카하시 점장이 손에 들고 있는 ‘오타루 나이아가라(1089엔 세금 포함)’는 홋카이도산 나이아가라 품종만으로 만든 와인이다. 머스캣과 같은 풍미가 특징이며 상쾌한 과일 향을 즐길 수 있다.
번외편, 점장 추천 ‘산쇼즈케
번외편으로 다카하시 점장이 추천해 준 제품은 ‘산쇼즈케(三升漬, 222엔 세금 포함)’다. 청고추와 누룩, 간장을 각각 1홉(升)씩(약 1800cc)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매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해 갓 지은 밥 위에 올려 먹어도 좋고, 파스타와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다양한 음식과 퓨전으로 즐기면 좋을 것 같다. 보관은 상온에서도 가능하다. 홋카이도의 전통을 꽉꽉 눌러 담은 ‘산쇼즈케’를 사용해 오리지널 레시피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슈퍼에 가면 언제 어디서든 홋카이도 기념 선물을 구입할 수 있다.
슈퍼에서 홋카이도의 특산품을 바로 알아 보고 구입할 수 있다면 홋카이도 전문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매력적인 공간인 슈퍼. 홋카이도 사람들이 평소 즐겨 먹는 식재료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홋카이도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ARCS 그룹’의 매장은 홋카이도 전역에 있으니 부담없이 들러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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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Masakazu
※본 기사에 기재된 내용은 2022년 2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최신 정보는 공식 사이트 등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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