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위에 반찬을 올려 먹는 일본 음식인 ‘돈, 돈부리’. 일본에서는 돈부리, 돈모노, 돈부리모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가츠동(돈까스 돈부리), ‘규동(소고기 돈부리)’, ‘오야코동(닭고기에 계란을 풀어 올려 익힌 돈부리)’ 등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인 메뉴들도 많다.
돈부리는 어떤 요리고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걸까? 돈부리의 기초 지식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세히 들어 보았다.
이번에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은 일반사단법인 ‘전국돈부리연맹’ 이사인 이토 씨였다. 전국 돈부리 그랑프리 운영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돈부리의 깊고 오묘한 매력에 빠져 이사에 취임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명실공히 돈부리 전문가가 아닐까?
■돈부리 탄생의 역사: 돈부리는 어떤 요리?!
Q.돈부리는 어떤 음식인가?
―돈(돈부리)이란 원래 그릇을 부르던 말이다. 지금은 식기를 의미할 때도 있지만 그 그릇 위에 밥을 담고 반찬을 올려 먹는 덮밥을 의미할 때도 있다. 문맥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셈이다.
또 그 명칭도 다양한데 식기는 돈부리, 돈부리바치라 불리기도 하고, 음식은 돈부리, 돈, 돈모노, 돈부리모도 등으로 불린다.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의미다.
음식 돈부리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 기원은 무로마치 시대부터 있었던 ‘호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항은 먼저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야채나 조림, 생선 등을 올린 다음 국물을 끼얹어 먹던 음식이다.
이렇게 먹는 스타일이 일반적으로 보급된 것은 에도 시대였다. 그릇에 입을 가져다 대고 음식을 마시듯 먹는 것 모습은 식사 예절에 어긋난다고 여겨졌으나, ‘짧은 시간에 부담없이 끼니를 때우고 싶다’는 니즈의 등장과 시대 배경이 맞물려 돈부리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히캬쿠(飛脚): 편지나 물건을 배달하던 사람들.
Q.돈부리라는 명칭은 어디서 유래되었나?
―다양한 설이 있다. 과거에는 돈부리바치에 담은 음식을 단시간 내에 손님들에게 내어주던 음식점을 ‘겐동야’라고 불렀다. 현대에 들어 등장한 소고기 돈부리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셈이다. 여기서 사용되던 그릇을 ‘겐돈부리바치’라고 불렀던 것에서 돈부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앞치마의 주머니를 의미하는 ‘돈부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일본에서는 계산을 대강 대강하는 모습을 ‘돈부리 계산’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옛날 사람들이 앞치마 주머니인 ‘돈부리’에 돈을 넣고 장사를 하다 보니 계산할 때에 서둘러서 돈을 넣고 빼는 모습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주머니인 ‘돈부리’에 돈을 서둘러 넣는 모습과 밥 위에 다양한 반찬을 올리는 모습이 겹쳐져 음식 이름도 돈부리로 부르게 된 것이라는 설이다.
Q.돈부리의 정의란?
―돈부리란 어떤 음식을 말하는가. 그 정의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돈부리 연맹에서는 편의상 ‘그릇 크기가 반지름 15cm 이상, 높이 5cm 이상인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반찬을 올린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절대적인 정의는 아니며, 밥그릇에 무엇을 올려 먹든 그게 바로 돈부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역시 돈부리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가령 매년 돈부리 연맹에서 진행하는 전국 돈부리 그랑프리 등에 참가하는 사람이 ‘돈부리’라고 인정하면 문제가 없다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돈부리에 대한 정의나 즐기는 방법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일본에서 돈부리 문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 일본인에게 돈부리란?
Q.일본에서 돈부리라는 음식이 생겨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쌀이 주식이었다는 점, 식기에 입을 대고 먹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음식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 아닐까(일본인들은 돈부리를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해 그릇을 입에 가져다 대고 마시듯 먹는다).
참고로 일본의 식사 예절에서는 그릇에 입을 대고 음식을 먹는 것은 품위가 없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숟가락이나 포크가 아닌 젓가락만으로 음식을 먹는 일본에서는 국물 요리의 경우 그릇에 입을 가져다 대고 직접 마시거나, 그릇을 양손으로 들고 먹는 스타일이 아무래도 편하기 마련이다. 젓가락이 있을 때에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져 먹지만, 젓가락이 없거나 국물이 많은 음식은 직접 그릇에 입을 대고 먹게 된다.
돈부리를 처음 먹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이런 스타일로 음식을 먹었다고 가정해 보면, 식기에 입을 대고 음식을 먹는 문화가 없는 외국에서는 아무래도 생겨나기 어려운 음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一한 그릇 음식으로 그 안에 밥과 반찬이 다 들어있어서 만족도와 영양가가 높은 돈부리. 캐주얼한 음식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비교적 조리 시간도 짧기 때문에 서둘러서 바로 먹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점심을 가급적 빨리 먹고 싶어하는 바쁜 직장인들에게도 꼭 맞는 음식인 것 같다.
■돈부리의 정의: 돈부리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Q.대표적인 돈부리는?
―돈부리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가게는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오야코동’의 원조라 불리는 곳이 ‘다마히데’다. 텐동(튀김돈부리)은 아사쿠사의 ‘산사다’나 과거 신바시에서 영업을 하던 ‘하시젠’(현재는 폐점)이 원조라 불린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가장 대표적인 돈부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하기란 사실 어렵다.
외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돈부리를 꼽자면 먹기 편하고 인기가 많은 ‘가쓰동(돈까스 돈부리)’을 들 수 있겠다.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텐동을 추천한다. 일본의 각 지역별로 특색있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가이센동(해산물 돈부리)’도 좋을 것 같다.
Q.토핑이 특이한 돈부리가 있다면?
―예부터 먹어 오던 돈부리 중에 유바(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엷은 막을 겹쳐 만든 식재료)를 올린 교토의 ‘고노하동’이나,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 자주 먹던 아부라후(밀기울을 기름으로 튀긴 것)를 사용한 ‘아부라후동’을 들 수 있겠다.
간이 잘 밴 국물에 넣고 끓인 두부를 토핑으로 올리는 ‘도후동(‘도메시’라 불리기도)’도 있다. 럭셔리하게 푸아그라를 올린 ‘푸아그라동’ 같은 음식도 있다. 또 재료보다는 강렬한 비주얼에 주목해 토핑 재료를 푸짐하게 올린 곱빼기 돈부리 종류도 다양하다.
Q.최근 유행하고 있는 돈부리가 있다면?
―최근 몇 년 동안은 포키동(야채와 큼직하게 썬 참치를 양념해 올린 하와이 음식)이나 사라다동(샐러드 돈부리)과 같은 열량이 적은 돈부리 류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기 때문에 할랄 음식이나 글루텐 프리 등 새로운 콘셉트의 돈부리도 등장해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 여파로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돈부리 메뉴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돈부리 스타일 자체가 테이크아웃해 먹기 편한 것도 사실이다.
테이크아웃 인기 메뉴이기도 한 닭튀김을 올린 ‘가라아케동’이나 초밥의 인기에 힘입어 대체 음식으로 즐기는 ‘가이센동(해산물돈부리)’도 이전보다 자주 메뉴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돈부리의 매력: 돈부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
Q.돈부리의 매력이란?
―밥 위에 반찬을 올리면 바로 완성되는 간편한 메뉴이기 때문에 가정마다, 가게마다, 또 지역마다 각각 특성과 개성이 다양한 돈부리가 존재한다. 이게 바로 돈부리의 재미있는 점이 아닐까.
특히 가게에서 먹는 돈부리는 밥과 토핑을 먹었을 때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해 개발된다. 재료의 밸런스, 소스의 농도, 양 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정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토핑의 맛을 밥이 한층 돋게 해 주고, 또 반대로 밥맛을 반찬이 잘 서포해 주기도 하는, 밥과 반찬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것은 돈부리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메뉴도 정말 다양하니 원하는 메뉴를 부담없이 편하게 즐기면 될 것 같다.
쌀 문화가 있었기에, 또 돈부리라는 그릇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돈(돈부리)이라는 독특한 식문화. 한 그릇의 음식 안에 과거의 역사와 지역별 특성, 만든 이의 마음 등 다양한 정신이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일본의 돈부리에 꼭 한 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취재협력】
회사에 다니면서 2014년부터 돈부리 팬들의 조직화와 돈부리를 이용한 지역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일반사단법인 전국 돈부리 연맹의 이사를 담당하고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600종류 이상의 돈부리집을 탐방하며 돈부리를 즐기고 있다.
※「전국 돈부리 연맹」
http://don.or.jp/
전국의 돈부리 애호가들이 모이는 단체. 페이스북에서 돈부리 관련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일년에 한 번 돈부리 그랑프리 운영에 참가한다. 돈부리 보급과 돈부리 업계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한다.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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