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신칸센을 타면 약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오사카. 거리로 따지면 약 500km가 살짝 넘어가는데, 참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약 394km. 일본이라는 같은 나라이지만 역시 독자적으로 발달한 음식문화가 있으니, 각기 다른 특징을 소개해 본다.
1. 육수 편 - 간사이는 맑은 육수! 간토는 진한 육수가 특징!
간사이 지역은 육수가 투명하고 맑아 그릇 안의 내용물이 잘 보인다. 육수의 기본은 다시마와 가츠오로 우려낸 국물에 연한 간장으로 맛을 낸다. 향이 좋으며 섬세하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연한 간장은 진간장보다 색 자체는 옅어도 염분이 많기 때문에 맛까지 연하지는 않다.
도쿄는 그릇 안의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육수의 색깔이 진하고
가츠오 부시(가다랑어를 쪄서 말린 조미료)로 국물을 우려낸 후 진간장으로 맛을 낸다. 가츠오와 간장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눈으로도 확연한 차이에 간사이 사람들이 도쿄의 소바나 우동을 먹으면 육수에 일단 놀란다.
이와 같이 간사이와 간토의 맛의 기본이 다르기에 인스턴트 라면을 주로 만드는 닛신의 컵라면중 돈베에는 간사이와 간토의 스프 맛이 다르다. 컵라면의 뚜껑이나 성분표시란을 잘 살펴보면 옆에 E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East(간토), W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West(간사이)를 뜻한다.
2. 우동 편 - 기츠네’와 타누키는 무슨 뜻?
일반적으로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역은 소바 문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는 우동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간토지역은 옛날부터 서민들이 가볍게 포장마차에서 니하치 소바(메밀 가루와 밀가루를 8대2의 비율로 해서 만든 소바)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들이 우키요에(에도시대의 풍속화)에도 잘 나타나 있다.
원래 소바는 쌀을 수확하기 어려운 토지에서 재배한 곡물인데 비교적 토양이 기름진 간사이 지역에서는 널리 퍼지지 않았다.
그리고 간토와 간사이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기츠네’와 ‘타누키’의 존재다. ‘기츠네’는 ‘유부’를 뜻하며 일본 전국 공통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타누키’의 개념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이 나와 당황하기도 한다. 간토와 간사이의 기츠네*타누키*우동*소바의 조합은 아래와 같이 복잡하다.
-기츠네:유부
-타누키:덴카스
간사이(오사카)
-기츠네 우동:달콤한 유부가 올려져 있다
-타누키 소바:달콤한 유부가 올려져 있다
간사이(오사카)
-기츠네 우동:잘게 썬 유부가 올려져 있다
-타누키 소바:잘게 썬 유부와 앙카케가 올려져 있다
덴카스 : 튀김요리 후 남은 찌꺼기로 우동 등에 올려진다.
앙카케 : 갈분에 물을 풀고 조미해서 끓인 끈적 끈적한 음식
간사이지역에는 타누키 우동, 기츠네 우동이라는 말이 없다.
따라서 오사카에서 타누키 우동을 주문하면 소바를 말하는지 우동을 말하는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3. 오코노미야키와 몬자야키 편 - 간사이에서는 오코노미야키가 밥 반찬으로 등장!
오코노미야키(물에 갠 밀가루 반죽에 야채, 고기, 해산물 등 좋아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철판에 구워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는 일본 어디에서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오사카의 오코노미야키 정식에 문화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일본내에는 적지 않다.
하얀 쌀밥을 중심으로 이치쥬 산사이(국 1가지와 반찬 3가지로 된 상차림)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식문화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반찬으로 먹는 조합은 신선하면서도 위화감을 갖는다.
쌀과 오코노미야키 모두 탄수화물인데 탄수화물을 이중으로 섭취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간사이 사람들은 오코노미야키 이외에도 타코야키, 아카시 야키(일본식 계란과자), 이카야키(오징어 구이) 등 밀가루를 사용한 스낵류 느낌의 요리를 좋아한다. 오코노미야키에 버금가는 간사이 대표음식인 타코야키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이 대부분이며, 대개 모든 가정에 타코야키굽는 조리도구가 있다. 이런 음식의 발달로 인해 오코노미야키 소스나 타코야키 소스 등 수 많은 종류의 소스도 판매되고 있다.
간토하면 역시 몬자야키
간토 특유의 스낵류로는 몬자야키(물에 갠 밀가루 반죽에 여러가지 재료를 섞은 요리)가 유명하다.
고소한 향과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특징으로 간토에서 사랑 받는 요리다. 도쿄 메트로 츠키시마역을 나오면 수많은 몬자야키 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몬자야키 거리도 있다.
몬자야키의 특징으로 먹을 때에는 반드시 전용도구를 사용한다. 젓가락은 사용하지 않으며 고테라고 하는 납작한 스픈과 같은 것을 이용한다.
4. 초밥 편 - 간토의 에도마에 초밥 VS 간사이의 오시 초밥
고급 초밥집에서 먹을 수 있는 니기리 즈시(주문 즉시 손으로 직접 만들어 주는 초밥)를 저렴게 즐길 수 있는 회전 초밥집은 전국 어디에서라도 맛볼 수 있지만, 에도마에 즈시는 도쿄에서만 먹을 수 있다. 도쿄에서 먹는 니기리 즈시를 에도마에 즈시라 한다.
한편 간사이에서는 오시 즈시의 문화가 발달되었다. 나무로 된 상자 틀에 식초로 절인 생선과 밥을 꽉 채운 후 틀에서 밥을 꺼내어 잘라 나눈다. 날 생선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초밥이다. 한 입 사이즈의 크기로 잘라져 있으며, 여러 종류의 생선이나 새우가 올려진 하코 즈시(상자 초밥)도 오시 즈시의 한 종류이다.
요리 자체 이외의 부분에도 신경을 쓰며 완성도를 높이는 일본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5. 고유 음식! 간사이와 간토의 오리지널 음식을 찾아라!
간토와 간사이는 서로 다른 고유의 먹거리가 많이 있다. 편의점, 슈퍼마켓, 백화점 푸드코너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유의 음식을 소개해 본다.
일본은 날씨가 추워지면 편의점에서 오뎅(한국에서는 어묵을 일컬어 오뎅이라고도 하나 일본에서 말하는 오뎅은 어묵 이외에도 고기류, 묵류, 채소등 다양한 식재료를 끓여 낸 요리를 뜻한다)을 판매한다. 일부 다른 종류의 식재료가 들어가며 그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시로 한펜 (다진 생선살에 마나 쌀가루를 섞어 찐 음식)
규 스지(소 힘줄부근의 살)
‘이나리 즈시’의 모양이 다르다!
이나리 즈시는 달콤하고 짭짤하게 조린 유부로 밥을 싼 초밥이다. 일명 유부초밥!
6. 그 밖의 것들...
간토에서는 6장으로 포장된 식빵을, 간사이는 5장 포장의 식빵을 선호한다. 계란샌드위치는 간토와 그 밖의 지역에서는 잘게 자른 삶은 계란을 마요네즈로 버무려서 식빵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사이에서는 양념이 들어간 두껍게 부친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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