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가쓰세 마사히코입니다. 화장실에서 트위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우리 집 화장실에는 내가 기저귀를 뗄 즈음부터 이미 워쉬렛트(※), 즉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순수한 ‘모태 비데인’으로, 지금껏 30년 가까이 비데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다.
(*) 워쉬렛트는 TOTO의 등록상표입니다.
나는 그렇게 변기까지 따뜻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는데, 작년에 3주 좀 안 되게 미국에서 지낼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 지낸 나날이 나에게도 엉덩이에도 엄청난 대모험이었다는 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 분장을 한 사람과는 4번을 만났어도 비데를 만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치질 직전까지 가기도 했는데, 나 같은 비데 애호가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짧은 해외 경험이었지만 그 안에서 배운 것이 있다. 일본의 화장실은 역시 최고다.내 엉덩이는 일본의 안락한 화장실과 기술력으로 연약한 외길을 가고야 말았다. 미국에 있을 때는 차가운 변기 위에 앉는 게 싫어서 내내 기마 자세를 하고 볼일을 본 적도 있었다. 이제 가능하면 해외 화장실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따뜻한 변기와 청결한 비데, 쾌적한 공간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도대체 일본의 화장실 기술은 왜 이렇게까지 고도화된 것인가?
그리고 왜 해외는 이 쾌적함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다양한 의문이 변기를 씻어내는 물살처럼 몰려온다.
난 어떻게 이 의문을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어 화장실 업계의 선도업체인 TOTO의 사원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안내를 받은 곳은 일본과 해외를 이어주는 현관문, 나리타 국제공항 제2 터미널 안에 있는 TOTO 시설 ‘GALLERY TOTO’였다. 왜 나리타 공항에 TOTO의 설비가 있는 걸까? 그리고 왜 화장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굳이 몇 개나 되는 보안을 돌파해 공항 내부까지 취재를 가야 하는 걸까? 나리타 공항의 운영 부문에서 GALLERY TOTO 관리를 담당 중인 호소야 게이코 씨(왼쪽)와 TOTO의 판매통괄본부에 소속되어 있는 나카무라 후토시 씨(오른쪽)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나리타 공항에 TOTO의 갤러리가 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는데, 왜 나리타 공항에 TOTO의 갤러리가 있는 건가요? 일본 화장실의 쾌적함을 해외에 어필하려는 목적이……?
호소야 씨: 2015년에 제2 터미널의 국제선 출발 중앙 홀을 보수할 기회가 있었는데, 세련되면서도 탑승객분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화장실을 TOTO에게 맡겼습니다.
‘GALLERY TOTO’의 내부. ‘이곳은 화장실입니다’라고 말해주지 않는 한 화장실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곳이다. 미래 세계에 온 듯한 느낌도 난다.
입구 부근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과 수유실이 있다. 안에 남녀 개인실이 4개씩 설치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방마다 다른 설비와 벽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청결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너무 세련된 나머지 이걸 써도 되는 건가, 하고 순간 고민할 정도였어요.
호소야 씨: 많이들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공항 안의 다른 화장실도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하지만, 특히 이쪽은 ‘갤러리’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어서 청소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TOTO는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떤 제안을 하셨나요?
나카무라 씨: 공항 같은 공공시설에는 다양한 제약이 있는데,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타진해온 내용은 ‘즐겁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 ‘언뜻 봤을 때 화장실로 안 보이고, 개인실의 디자인이 각각 다른 갤러리 같은 공간’을 제안했습니다.
-개인실 하나하나마다 레이아웃이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말 그대로 쇼룸 같았습니다.
나카무라 씨: 비어 있다면 좋아하는 스타일의 개인실을 골라서 들어가도 됩니다. 저희 회사 입장에서도 상품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최첨단 상품을 설치했죠.모든 개인실의 벽지, 레이아웃, 설치된 변기 디자인이 다 다릅니다.
-변기까지 다르다니 대단한데요! 국제선 출발 중앙 홀이라는 입지도 의식한 게 아니었는지?
나카무라 씨: 물론입니다. 일본의 화장실 문화는 오모테나시(극진한 후대) 정신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모국에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욱 쾌적함을 추구하며 만들었답니다.
비어 있을 때는 문의 경계선 부분이 하늘색으로 되어 있지만…
안에 사람이 있으면 아래에서 서서히 붉은색이 뻗어 나오며 사람이 얼마나 길게 안에 있었는지를 가르쳐 준다. 볼일이 급할 때는 파란색 문을 선택할 것.
최첨단 화장실의 대단한 점은 무엇인가?
-새삼 느끼는 건데 일본의 화장실은 정말 최고잖아요? 생각도 할 수 있고 독서도 할 수 있고, 화장실 안에 있을 때 일이 가장 잘 되는 것 같아요.
나카무라 씨: 감사합니다. (웃음) 말씀대로 일본 화장실은 쾌적하죠.
-점점 더 진화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TOTO의 최첨단 기술은 어느 부분에 힘을 쏟고 있습니까?
“물 절약이 아닐까요?”
-물 절약…? 의외로 테마가 소박하네요??
나카무라 씨: 가쓰세 씨는 남성용 소변기가 한 번 내릴 때 물을 얼마나 쓴다고 알고 계세요?
-음… 1.5리터 정도 아닌가요?
나카무라 씨: 옛날에는 4리터를 썼어요.
<@-한 번에 4리터?! 그렇게 많이 쓴단 말입니까!!@>
나카무라 씨: 적은 물로 효율 있게 내려보내는 방법이 당시에는 없었어요. 지금은 한 번에 1.2리터 정도면 내려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변기도 옛날에는 한 번에 13리터, 많게는 20리터를 썼으니까요. 지금은 최소 사용하는 물이 3.8리터입니다.
-한 번에 20리터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기술의 진보란 대단하군요…。
나카무라 씨: 인간의 대변은 제법 무거우니까요. 그걸 내려보낼 정도의 물살을 만들겠다고 옛날에는 고생을 제법 했죠. 저희 회사도 창업 전인 1914년부터 수세식 변기를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에, 100년의 역사를 거쳐 겨우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100년 걸려 기술을 진보시켰다’라고 하시니 설득력이 굉장한데요. 아무 말도 못 하겠네요.
나카무라 씨: 더 화려한 기술 혁신도 있긴 하지만, 물 절약은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최근에는 남성용 소변기가 매번 소변량을 감지해 세정 시 물의 양을 정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소변이 죄다 감지된다는 말씀이세요?
나카무라 : 네, 그게 바로 최신 테크놀로지입니다.
-(화장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왜 해외에 비데가 보급되지 않는가
-일본 화장실은 이렇게 쾌적한데 왜 해외에 보급되지 않는 걸까요?
나카무라 씨: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겁니다.
-우선 순위?
나카무라 씨: 일본에는 ‘화장실도 서비스의 일환이다’라는 생각이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거기에 많은 돈을 들여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공시설에 이런 발상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일본조차도 최근의 일이니까요.
-그렇구나. 돈을 들여 정비해야 할 곳이 그 외에 더 많다고 생각하는 거군요.
나카무라 씨: 맞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화장실까지 예산이 가지 않다가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의 민간기업이 움직여 서서히 정비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공공시설에서도 어느 정도 깨끗한 화장실을 설치하는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그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해외에서도 앞으로 의식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요?
나카무라 씨: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저희 회사도 싱가포르, 태국과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의 성장 시장에서는 직영 쇼룸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중이고 현지 공장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부터 이야기했듯이 기술이 침투한다고 해서 꼭 비데나 청결한 화장실이 확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고객 서비스에 맞는가’라고 생각했을 때 접객 태도나 매장 안의 조명뿐 아니라 화장실까지 언급되는 이런 오모테나시 문화가 먼저 침투하지 않는 한, 일본처럼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자’는 발상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갤러리 안의 액정 모니터에는 워시렛트와 ‘오토히메’(에티켓 벨로, 이 또한 TOTO가 상표등록한 명칭!)를 사용한 이미지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고 있다.
-지금은 일본 내에서 당연시되는 비데도, 발표 당시에는 찬반이 나뉘었다고 들었는데요.
나카무라 씨: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희 회사는 벤처 기질이 강한 회사라고 항상 생각해요. 1917년 창업 당시에도 하수도조차 정비되어 있지 않던 환경에서 도자기로 된 수세식 변기를 만들었죠그리고 그 변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으니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식 화장실에서 서양식 화장실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하수도가 없던 시대 때부터 수세식 변기를 만들었다니 대단합니다.
나카무라 씨: 창업자가 유럽에 시찰을 나갔을 때 서양식 변기의 매력을 알아차리고 ‘이건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일본에도 필요할 것이다’ ‘위생적인 생활 문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하나의 기업을 일구기 위해 수지타산이 맞을 만한 사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군요.
나카무라 씨: 그렇죠. 그 시점에서 비즈니스라기보다는 청결한 문화를 도입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을 테니, -마음까지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과연,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나카무라 씨: 감사합니다. (웃음)
맺음말
일본의 현관 입구인 나리타 국제공항 제2 터미널 안의 ‘GALLERY TOTO’.
그곳에는 일본의 화장실 테크놀로지의 최첨단과 오모테나시 문화가 듬뿍 들어 있다.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출발 라운지에는 전원 및 Wi-Fi가 완비된 무료 공간도 설치되어 있고 쾌적한 환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TOTO도 나리타 국제공항도 해외에 나가는 도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똑같은데, 바로 ‘편안한 공간’을 추구했다는 것. 내가 해외의 화장실을 들를 때마다 ‘일본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역시 이 ‘편안한 공간’이 그리웠기 때문이리라.
취재를 끝내고 다시 생각한다. 역시 일본의 화장실은 최고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평소에 입에 담는 ‘워쉬렛트’(비데)나 ‘오토히메’(에티켓 벨)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TOTO는, 역시 오모테나시 문화의 최첨단을 달리는 기업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 사람의 비데 사용자로서 오늘도 따뜻한 변기에 걸터앉아 소망한다. 빨리 해외에도 이 기술과 문화가 침투되기를.
Written by Masahiko Kat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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