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의 무장이 패권을 다툰 전국시대(1493년경~1590년경)의 도호쿠 지방에는 ‘독안룡(도쿠간류)이라 불린 다테 마사무네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검은 갑옷과 초승달 모양의 장식이 있는 투구를 쓰는 특징이 있는데 극적인 에피소드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런 다테 마사무네라는 장수는 센다이와 연관이 깊으며, 센다이 성터에 서 있는 동상이 바로 그 인물이다.
본 기사는 마사무네가 애용했던 갑주를 중심으로 센다이번의 무사들이 착용했던 멋진 갑주들을 소개한다. 참고로 갑주란 갑옷과 투구를 의미한다.
다테 마사무네는 어떤 인물인가?
일본에서 ‘독안룡’이라는 별칭으로 친숙한 다테 마사무네. 2019년에는 Netflix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의 제작이 결정되는 등 주목을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또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름에 지각을 해 의혹을 샀을 때 흰 수의에 황금 십자가를 짊어지고 출두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당주 자리를 둘러싸고 형제끼리 다투던 중 동생에게 힘을 실어주던 생모가 그의 음식에 독을 타자 동생을 베어 죽였다’는 등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극적인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갖고 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다테 마사무네를 비롯한 다테 가문의 자료를 다수 전시하고 있는 센다이시박물관의 학예사 사사키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다테 마사무네의 프로필부터 소개하겠다.
1567년 야마가타현 요네자와시에서 태어난 마사무네는 15세(1581년)에 전장터 데뷔, 18세에 다테 가문 17대 당주가 되었다. 23세(1589년) 경에는 다케 가문 역대 당주 중에서 영토를 가장 크게 확장했다.
하지만 세상의 기운은 이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기울고 있었다. 천하통일을 목전에 둔 히데요시를 섬기기로 선택한 마사무네는 1591년에 영지인 요네자와를 바치고 현재의 미야기현 이와데야마로 영지를 옮기게 된다.
히데요시 사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기며 35세에 현재의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거성인 센다이성, 마쓰시마에 선조의 위패를 모신 절 즈이간지를 세우는 등 센다이번의 기틀을 다진 초대 번주가 되었다. 마사무네는 전장터에서 싸우던 수많은 장수들과 달리 70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마사무네는 편지를 잘 쓰던 교육열 넘치던 아빠
다양한 일화가 전해지는 그이지만 앞서 소개한 두 에피소드는 야사로만 전해지는 이야기다.
학예사인 사사키 씨의 말에 따르자면 선승인 고사이 소이츠를 사사한 마사무네는 매우 근면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필체가 뛰어나 “마사무네에게서 온 편지는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편지는 대필을 맡기던 것이 일반적이던 전국시대에 현재 발견된 마사무네의 편지 중 4,500통 중 1,300통은 본인이 직접 쓴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던 노부나가가 약 1,500통 중 약 10통, 히데요시가 약 5,000통 중 약 100통, 이에야스가 약 2,500통 중 30통(모두 현존하는 수)이었으니, 분모에 차이는 있지만 압도적으로 그 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필 편지가 많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사무네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길 원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마사무네의 자녀는 10남 4녀였는데 유독 딸들에게는 다정한 소위 ‘딸바보’였다고 한다. 반면에 아들, 특히 장남인 히데무네(우와지마번 번주)와 센다이번 2대 번주가 된 차남 다다무네에게는 엄격해 ‘와카는 이런 식으로 지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의를 주는 편지가 여려 통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히데요시의 명으로 해외 출병 중에 생모인 요시히메에게 보낸 편지에는 현지에서 특이한 옷감을 발견했으니 선물로 보내겠다는 다정다감한 편지도 남아 있다.
집안싸움으로 무력화된 전국시대의 장수가 많았던 가운데 마사무네의 가족들은 사이가 비교적 돈독했다고 한다. 이것이 다테 가문이 안정되었던 이유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봐도 멋진 마사무네의 갑주! ‘센다이시박물관’에 소장된 다양한 갑주들
지하철 고쿠사이센타 역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걸리는 센다이시박물관은 센다이성 혼마루(성의 중심으로 천수각이 있는 건물) 터로 오르는 길목에 있다. 이곳에는 다테 가문으로부터 기증받은 문화재를 비롯하여 약 9만 7000점에 이르는 자료가 수장되어 있다. 다테 마사무네의 갑주 외에도 역대 센다이 번주와 가신들의 갑주, 일본도와 같은 무구와 무기도 다수 수장되어 있다.
일본에서 예로부터 전투 시에 방어구로 사용된 갑옷과 투구는 기마전부터 화승총, 창을 사용한 집단전 등 시대의 변화에 맞게 그 형태를 바꿔왔다. 또 전국시대에 갑옷은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때문에 장수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의 갑옷과 투구가 만들어졌다.
다테 마사무네의 갑주 ‘흑칠오매동구족’
‘다테 마사무네’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흑칠오매동구족’이다. 1년에 몇 차례만 기간한정으로 전시되는 이 갑옷은 전체가 검은색으로 통일된 가운데 금색으로 빛나는 초승달 장식을 단 투구가 인상적이다.
검은색을 기조로 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사무네가 어린 시절 오른쪽 눈을 실명한 것과 연관되었을 수 있다. 중국의 고전에도 조예가 깊었던 마사무네. 10세기경 중국에서 자신처럼 한 쪽 눈이 안 보이지만 검은색으로 통일한 군대를 이끌고 나가 중앙정권을 차지한 맹장 이극용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도 있다.
실제로 ‘독안룡’도 이극용이 사용하던 별칭이다. 이극용처럼 강하게, 나아가 천하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하사받은 화려한 갑주도
앞서 본 갑옷과는 정반대로 호화찬란한 갑옷이 마사무네가 히데요시로부터 하사받은 중요문화재 ‘은이예찰백사위동환구족’이다. 현재는 산화되어 검게 변했지만 몸통 부분 등에 은박이 입혀져 제작 당시에는 무척 화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시대에는 자신의 권세를 다른 장수에게 과시하기 위하여 이렇게 화려한 갑옷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쇠로 만들어 20kg이 넘는 ‘센다이동’
세 번째 사진은 마사무네의 적장자로 센다이번 2대 번주인 다다무네의 것이다. 마사무네 이후 센다이번에서 자주 이용하던 검은 옻칠을 한 5장의 철판으로 몸통을 형성하는 ‘오매동’이라 불리는 갑옷이다.
이 형태는 센다이번에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센다이동’이라고도 불린다. 갑옷에 가죽이나 천을 많이 사용하던 시절, 센다이번은 투구와 스네아테(정강이 보호대) 등도 쇠로 만들어 매우 무거웠다. 마사무네의 갑주는 무려 20kg이 넘는다. 하지만 몸통을 방어하는 ‘동’은 5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전장터로 나갈 때 운반하기가 수월하다는 실용적인 측면도 있었다.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에 사용된 화려한 ‘오매동구족’
이 갑주는 전쟁이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센다이번 5대 번주 요시무라의 것이다. 이 당시 무구는 의식에만 사용되었기 때문인지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오매동과 쇠로 만든 정강이 보호대 등 그 틀은 남아 있다. 투구에는 다다무네나 요시무라와 같은 반달 장식이 달려 있지만 초상화를 보면 번주는 가는 초승달 장식도 사용했던 듯하다. 초승달은 마사무네와 몇 명의 당주의 것만 확인되고 있다.
자료는 보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1년 중 전시할 수 있는 일수가 정해져 있다. 때문에 상설전도 전시내용이 계절마다 바뀌므로 최신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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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시박물관仙台市博物館
- 주소 우) 980-0862 미야기현 센다이시 아오바구 가와우치 26
- 전화번호 022-225-3074
개관시간:9:00~16:45 (입장은 ~16:15)
요금:일반 460엔
정기 휴관: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 날이 휴관
※센다이시 박물관은 대규모 개수공사를 위해 2021년 10월 1일부터 휴관. 2024년 4월에 재개관 예정.
갑주를 좀 더 감상하고 싶다면 ‘도요마 회고관’에 가보자
센다이번을 다스린 다테 가문과 인연이 깊은 도요마 다테 가문의 갑옷을 볼 수 있는 곳이 역사자료관 ‘도요마 회고관’이다. 센다이 역 앞에서 고속버스(편도 1,250엔)를 타고 약 1시간 35분 정도 걸리는 미야기현 북부 도요마마치에 있다. 소장품인 ‘철흑칠도오매동구족’에는 ‘센다이동’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 갑옷은 다테 마사무네와 그 아버지 데루무네를 섬긴 중신 시라이시 무네자네가 착용했다는 설과 무네자네의 후계자인 시라이시 무네나오가 착용했다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있다. 투구 장식에는 초서체로 쓴 한자 ‘야(也)’가 달려있지만 그 유래는 밝혀진 바가 없다.
시라이시 무네나오는 도요마 다테가의 초대 당주로 종가인 센다이 다테가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어 다테 성을 하사받게 되었다.
그 밖에도 도요마 회고관에는 일본도와 문서 등 다테가와 인연이 깊은 자료가 다수 전시되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이곳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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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마 회고관登米懐古館
- 주소 우) 987-0702 미야기현 도요마시 도요마마치 데라이케 사쿠라코지 72-6
- 전화번호 0220-52-3578
개관시간:9:00~16:30
요금:일반 400엔 (도요마마치 내 6개 시설 공통권은 일반 1,000엔)
정기 휴관:12월 28일~1월 4일
다테 마사무네와 인연이 깊은 장소를 둘러보자
센다이성 터 (아오바성 터)
마사무네와 인연이 있는 곳을 돌아보고 싶다면 우선 센다이시박물관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센다이성 터(아오바성 터)’를 찾기 바란다. 성곽은 소실되었지만 축벽과 재건된 망루, 마사무네의 기마상이 있다. 이곳을 찾게 되면 부지 내에 있는 ‘아오바성 자료전시관’에 들러 보기 바란다. CG와 VR로 복원한 성곽 등을 볼 수 있다.
즈이호덴
센다이에 왔다면 센다이 다테가 역대 당주의 혼을 모신 ‘즈이호덴’에도 들러 보자. 이곳도 센다이시박물관에서 도보 약 20분 거리다. 극채색의 장엄한 영묘(사당)는 꼭 한 번 볼 가치가 있다. 부지 내 자료관에는 복원된 마사무네를 비롯한 세 명의 번주의 초상화도 있다.
지금까지 다테 마사무네와 그의 갑주에 대해 알아보았다. 도호쿠에는 이 밖에도 매력적인 장수와 그들이 사용한 무기, 무구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실제로 찾아보고 전국시대를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장수들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Text by: SHO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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