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초 ‘오슈후지와라씨’ 초대 ‘키요히라’에 의해 지어진 것이 명찰츄손지(中尊寺). 히라이즈미 불교 문화의 중심적 존재로 국보 건조물 제 1호 곤지키도(金色堂)를 시작으로 다수의 보물을 전시하는 산코조(讃衡蔵) 등 볼거리로 풍성한 관광 명소다.

츄손지는 해발 130m의 구릉 지대에 위치해 있어 참배 길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츠키미자카(月見坂)라 불리는 언덕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부터 본당 ‘곤지키도’로 참배하러 가는 사람들의 ‘오모테산도’(참배길 중 큰길)로 이용돼 온 언덕으로 에도 시대에 심어진 수령 300년 이상 되는 커다란 늙은 삼나무들이 길가에 빽빽이 들어서 있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츠미키자카를 올라 서면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탄해지고 우측에는 전망이 좋은 히가시모노미다이(東物見台)가 보인다. 눈 아래로는 기타카미가와(北上川), 고로모가와(衣川)가 흐르고 그 뒤로는 다바시네야마(束稲山)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전망소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츄손지의 인기 명소 중 하나인 벤케이도(弁慶堂).

오모테산도 주변에는 몇 채의 사당이 흩어져 있는 가운데 에도 시대 중기 (1700 ~ 1750년경)이후에 지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벤케이도도 1827년에 건립되어 ‘쇼군 지조’를 본존으로 삼고 있다. 과거 아타고도(愛宕堂)라 불린 이리모야’(팔작집 지붕/入母屋)의 사당 안에는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벤케이’의 목상을 안치하고 있으며 언제부터인가 ‘벤케이도’라 불리게 되었다.

벤케이도부터는 불멸의 법등이 빛나는 본당, 눈 및 병 치료에 부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알려진 ‘미네야쿠시도’, 그리고 츄손지에 전해지는 3,000점 이상의 국보, 중요 문화재의 대부분이 수장된 ‘산코조’등을 견학하고 나서 ‘곤지키도’로 이동하자.

곤지키도는 1124년, 교토에서 일류 칠기 장인, 불사 등이 모여 세운 사당으로 건물 내외가 금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바람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사당은 ‘覆堂, 후쿠도’라는 간이 건축물에 뒤덮여 보호되고 있다. 관내에 들어서는 순간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빛나는 선명한 금빛 불당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마키바시라(금 및 은박 기둥/巻柱), 슈미단(불좌/須弥壇), 중인방 등 곳곳에는 하얗게 빛나는 야광패의 나전기법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더욱이 투각 쇠장식이나 마키에(금은 가루로 무늬를 놓은 일본 칠기 공예법) 등이 형형색색 수놓고 있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츄손지 창건 당시부터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이면서 세계유산 히라이즈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건조물이라 할 수 있다.

츄손지 경내를 천천히 산책한 후에는 츠키미자카에 자리잡은 ‘소바도코로 요시이에’에 들러 맛있는 소바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삼나무 숲 안에 위치한 일본 옛 찻집 분위기의 소바가게에서 꼭 먹어 봐야 하는 것은 바로 이와테현 명물 ‘완코 소바’.

이 가게에서는 처음부터 작은 공기(12개)에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소바면을 미리 담아서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으며(일반적인 완코소바는 손님이 한 그릇을 비우면 바로 소바면을 넣어 주는 방식) 덴푸라, 절임음식, 계절 나물, 과일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 밖에 소바 이외에도 차소바 메뉴 등이 준비돼 있다.

850년 ‘지카쿠 대사’에 의해 새로 지어졌다고 알려진 모츠지(毛越寺). 오슈후지와라 씨 2대 ‘모토히라’부터 3대 ‘히데히라’ 에 걸쳐 최대 전성기를 맞는다. 넓은 경내에 많은 가람이 지어져 당시는 당탑 40개, 승방 500개를 넘는 츄손지에 버금갈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재해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어 현재는 오이즈미가이케(大泉が池)를 중심으로 한 ‘죠도테이엔’ (정토 정원)만이 남아 있다.

북쪽에 탑산(搭山)이라 불리는 작은 산을 배경으로 드넓은 경치가 펼쳐진 정원은 스하마(州浜), 다테이시(立石), 가레산스이풍(枯山水風)의 츠키야마(築山)와 같은 석조(石組)나 연못으로부터 물을 끌어 들여 흐르게 하는 야리미즈(遣水) 등 방문객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그야말로 정토 사상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헤이안 시대의 우아한 경치를 즐기면서 연못 주위를 산책해 보자.

모츠지에 들어가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본당이다. 헤이안 양식의 큰 건물로 본존은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진 야쿠시뇨라이(薬師如来)다. 본당 오른쪽에는 넓은 ‘오이즈미가이케’가 펼쳐져 있고 주변에는 산책로가 정비돼 있다.

연못 북쪽에 위치한 것이 ‘지카쿠 대사’를 기리는 가이산도(開山堂). 이곳에는 후지와라 3대의 그림도 안치돼 있다.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서 순로를 따라 가면 거대한 초석이 남아 있는 가쇼지(嘉祥寺)와 고도(講堂)의 흔적이 눈 앞에 나타난다.

좀 더 남쪽으로 걷다 보면 정원과 연못 사이에 물이 흐르는 ‘야리미즈’가 보인다. 모쓰지의 야리미즈는 헤이안 시대의 유일한 유구로 일본에서도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 야리미즈 주변을 무대로 매년 초여름에는 ‘교쿠스이노 우타게(曲水の宴)’라는 행사가 개최되어 헤이안 시대의 우아한 정경을 재현한다.

모츠지와 인접한 곳에 ‘마이즈루가이케(舞鶴が池)’를 중심으로 펼쳐진 ‘관자재왕원 터(観自在王院跡)’는 후지와라노 모토히라의 아내에 의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정토 정원이다(일본 특별 사적에 지정). 모츠지의 연못이 크고 확 트인 느낌이라면 이 마이즈루가이케(연못)는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고 조형이 좀 더 섬세한 느낌을 준다.

양쪽을 전부 견학한 후, 그 차이점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못 안쪽에는 18세기에 재건된 불당이 자리잡고 있다. 관자재왕원 터는 사적공원으로서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돼 있어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다.

‘후지와라노 히데히라’가 건립한 ‘무량광원 터(無量光院跡)’는 교토의 평등원 봉황당을 모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모습은 소실되어 현재는 초석만이 남아 있지만 정면에서 보면 다리, 연못 위의 섬, 본당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으며 저 멀리에는 ‘긴케이잔(金鶏山)’이 내다보이는 등 당시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긴케이잔은 히데히라가 하룻밤 만에 만든 인공 산으로 암수 한 쌍의 황금 닭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산이다. 무량광원 터와 긴케이잔은 세계유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적으로 그 먼 옛날의 모습을 상상하며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히라이즈미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높직한 언덕 위에 있는 것이 다카다치・기케이도(高館・義経堂)다. 형 요리토모에게 쫓기던 요시츠네는 히데히라의 비호를 받으며 ‘다카다치’(지명)의 거관에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히데히라의 아들 야스히라는 요리토모의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요시츠네를 급습하여 이 다카다치에서 요시츠네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망이 좋은 언덕 위에 1683년 ‘센다이한슈(仙台藩主)’에 의해 세워진 기케이도. 그 안에는 요시츠네의 목상을 안치하고 있다. 그 후 ‘배인’(俳人/일본 고유의 단시를 짓는 사람) , 마츠오 바쇼(松尾芭蕉)는 이 곳에서 ’여름풀이여 이 땅은 그 먼 옛날 무사들이 꿈을 꾸던 자리인가(夏草や　兵どもが　夢の跡)’라는 단시를 읊는다.

음식이나 선물용 상품들이 즐비한 인기 명소 ‘미치노에키 히라이즈미’.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채소나 이 지역 비육우 ‘이와테 미나미규’ 요리 등을 맛볼 수 있으며 토, 일, 공휴일에는 뷔페도 개최된다.

산지 직송 코너에는 이 지역에서 수확한 채소나 과일을 시작으로 일본식 막걸리, 와인 등 이와테현산 선물용 상품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매점에는 히라이즈미산 일본 겨자를 사용한 소프트 크림이나 겨자 니쿠만과 같은 패스트푸드의 테이크 아웃 메뉴도 있다.

츄손지나 모쓰지와 같은 세계유산의 사적 탐방지 히라이즈미. 헤이안 시대의 우아한 문화를 접하면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 보는 건 어떨까.

Text by: SHOE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