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카이의 ‘생명존중’ 사상을 요리를 통해 실천하는 ‘주오식당 산보’는 곤고부지 절의 공양요리도 제공하고 있다. 공양요리란 불교의식･행사 후에 승려들에게 대접하는 연석요리로 입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는 그 가르침을 전하는 쇼진요리를 맛볼 수 있다.

쇼진요리에 빠질 수 없는 육수는 다시마와 콩, 박고지를 12~14시간 가량 달여서 만든다. 육수를 뽑은 후의 재료도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데, 다시마는 조림요리인 츠쿠다니로, 콩은 보리콩밥으로 만드는 등 재료를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조리해서 제공한다.

나마후*(생 밀기울)는 고야산의 쇼진요리에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다. 삶거나 튀겨도 맛있는데 그 모양과 색깔이 다양해 쇼진요리의 액센트로 들어가는 만능재료다. 아와부 덴가쿠는 후와 좁쌀을 반죽해 미강유로 튀긴 쫄깃쫄깃한 식감과 미소가 어우러진 최고의 일품요리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쇼진요리란 본래 다음날의 생명을 유지할 만큼만 먹는 것이 원칙이니 눈 앞에 있는 음식을 감사히 맛보도록 하자.

*후…밀기울. 밀 등의 글루텐을 주 원료로 만드는 가공식품으로 두부와 함께 사찰음식의 주 단백질 공급원.

제공되는 모든 요리에는 오색빛깔의 재료가 담기는데, 이것들을 다 먹으면 자연히 균형 잡힌 영양식이 된다. 해조류와 채소를 정성껏 달여 만든 육수를 베이스로 만드는 주오식당 산보의 쇼진요리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미야마’에서는 제철채소로 만든 쇼진요리를 ‘발우’에 담아 제공한다. 발우란 주로 선종의 수도승이 사용하는 개인용 식기로 가볍고 다루기 쉬운데다 수납성도 뛰어나다. 일반적으로는 검은색 칠기를 많이 사용하며, 주홍빛 칠기는 주로 불교의식에서 사용한다. 발우를 사용한 식사는 엄격한 예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식당이나 가정에서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음식을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장아찌나 와사비 소스를 얹은 참깨두부를 각각 피클과 디저트 스타일의 참깨두부로 바꿀 수 있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날 그날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 영업을 마치지만, 피클과 디저트 스타일의 참깨두부로 바꾸는 것은 주문할 때 얘기하면 바로 대응해준다. 따뜻한 밥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틀 전까지 예약하면 라이스 빵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쇼진요리로는 나중에 출출할 것 같다’면 새우튀김이 포함된 ‘덴뿌라 소바정식’은 어떨까. 소바는 냉・온 두 종류가 있으니 그 날의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고르도록 하자.

꽃바구니 스타일로 제공되는 ‘쇼진 하나즈쿠시’는 기존의 쇼진요리에 표고버섯을 고등어처럼 연출한 가키노하즈시(감잎초밥)와 고야쇼진 쓰쿠네(완자) 등 새로운 스타일의 쇼진요리가 다양하게 구성된 인기 코스다. 디저트로는 식물성 생크림에 고야두부 가루를 넣고 반죽한 다음 얇은 떡으로 감싼 사찰 디저트 ‘고야 무(Mou)’도 있다. 새하얗고 동글동글 부드러운 찹쌀떡은 한 입 베어먹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쇼진요리도 먹고 싶지만 든든함도 원하는 분에게는 ‘쿠마노규 스키야키 고젠’(봄, 가을, 겨울 한정메뉴)을 추천한다. 와카야마현의 브랜드 소 ‘쿠마노규’의 스키야키와 쇼진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실속형 메뉴다. 이 메뉴에는 앞서 소개한 디저트 ‘고야 무’가 포함되어 있다. 모두 이틀 전까지 예약이 필요하다 (당일 예약을 할 경우, 일부 재료가 변경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이틀 전까지 예약하면 제공하는 요리명을 영어로 번역한 카드가 함께 제공된다.

고야초 관광협회가 기획한 쇼진카레는 약간 매운 맛의 글루텐 프리 유럽식 카레다. 이처럼 단품메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니 예약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좌석은 400석으로 사전 예약을 하면 단체로 가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1층의 편집매장 ‘Koya Souvenir 텐뿌’에서는 요리에 들어간 일부 재료도 구입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든 재료를 여행선물로 사가도 좋을 것이다.

어떤가? ‘쇼진요리’라는 틀 안에서 레스토랑들은 저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야산의 쇼진요리는 템플 스테이를 하지 않으면 먹어볼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고야산 일대에는 본 기사에서 소개한 곳 말고도 쇼진요리 레스토랑이 많으니 다양하게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Text by:株式会社ウエストプラ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