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신궁은 하나의 신사 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황실의 ‘조신’(祖神, 신으로 모시는 선조) 인 ‘천조대어신’(天照大御神) 을 모시는 ‘황대신궁’(皇大神宮). 통칭 ‘내궁’(内宮). 의식주의 수호신인 ‘풍수대어신’을 모시는 ‘풍수대신궁’. 통칭 ‘외궁’(外宮). 이것들을 중심으로 125개의 신사와 사당을 총칭하여 이세신궁(정식명칭은 신궁)이라 부른다.

신궁의 산림지대 등도 모두 합치면 그 면적은 무려 약 5500헥타르. 도쿄돔 면적의 약 1200배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다. 이번에는 이세신궁 관광 가이드 단체의 ‘니시다 신’ 씨에게 외궁,내궁의 참배 코스의 안내를 부탁하였다. 이세신궁 관광가이드 단체는 이세신궁을 안내하는 봉사 가이드 분들의 단체. 아쉽게도 하츠모데, 연말연시에는 이용이 불가능 하나 그 외에는 무료로 안내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예약필수, 양쪽 궁 모두 안내 받을 시, 안내 도중 이동이 필요한 경우는 교통비1000엔, 안내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치는 경우는 식사비 1000엔이 필요하다. 일본어 대응).

신궁 참배의 순서는 대부분의 경우, 외궁을 돌고나서 내궁으로 가는 것이 관례. 그럼 먼저 외궁으로!

외궁 입구, ‘오모테산도 히요케바시’(表参道火除橋) 앞의 입간판에서부터 가이드가 시작된다.

‘여기에 써 있는 미케(御饌)’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미케는 식사를 뜻합니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전, 내궁에 계시는 천조대어신의 진지를 담당하는 신 풍수대어신이 이곳에 계셨다는 내용이에요.’ 일본서기를 인용한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니시다 씨. 알기 쉽고 자세하게 이세신궁이 지어진 배경, 황실의 역사등을 설명해 준다.

우선은 히요케바시를 건너 ‘테미즈샤’(手水舎)로 이동.

이곳은 참배 전에 손을 씻어 심신을 깨끗이 하는 곳. 작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오른손으로 바가지를 들고 물을 가득 퍼 올린다. 왼손을 깨끗이 하면 왼손으로 바가지를 들고 오른손을 깨끗이 한다. 그리고 다시 오른손으로 바가지를 들고 물을 퍼 올려 입안을 행군 후, 왼손을 깨끗이 한다. 마지막으로 바가지를 세로로 하여 손잡이 부분을 씻고 제자리에 둔다. 최근에 방문하는 참배객들은 이 순서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익혀 두면 좋은 작법 중 하나다.

그리고 이곳이 풍수대신궁(외궁)의 정궁. 이 안쪽에 있는 ‘어찬전’(御饌殿)은 천조대어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에게 음식을 바치는 곳.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신찬’(神饌)이라 불리는 신의 음식을 올리는 의식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2번 1500년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이곳이 특별하고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내궁. 외궁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이스즈가와’(五十鈴川)에 가로놓인 일본식 다리(노송나무 다리)는 신궁의 ‘정식현관’이라고도 불리는 상징적인 장소. 양측에는 멋스러운 ‘토리이’(신사 입구에 세운 기둥문) 가 세워져 있다.

우지바시를 건너 신의 정원이라 불리는 ‘신원’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테미즈샤가 보인다. 외궁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손이나 입을 깨끗이 한다. 그 후, 참배길에서 오른쪽의 완만한 비탈길로 내려 가면 ‘이스즈가와’(하천)의 ‘미타라시’(御手洗)가 나온다.

‘옛날에는 테미즈샤가 없었기 때문에 참배객은 이곳에서 몸을 깨끗이 하였습니다. 이곳은 천조대어신을 모시는 장소를 찾아 여행을 하던 (왜희명)[倭姫命]이 (미모)[御裳 당시의 옷]의 옷자락을 씻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장소라 할 수 있죠. 이 전설로 인해 이스즈가와는 (미모스소가와)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어서 설명하는 니시다 씨.

‘내궁의 상류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청류입니다.’

일반적인 참배작법으로는 테미즈샤에서 손을 깨끗이 하면 이곳은 생략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렇긴 하나 왜희명 전설의 장소인 이스즈가와의 청류로 손을 깨끗이 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랄까.

아는 사람 만 안다는 참배 스타일을 하나 소개 하겠다. 이스즈가와 미타라시에서 손을 깨끗이 한 후, 니시다 씨는 참배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좁고 작은 길로 안내하였다. ‘이곳은 농제신(타키마츠리노카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타키 라 하면 폭포를 말하지만 옛날에는 하천도 타키 라는 표현을 썼죠.

즉, 이곳은 이스즈가와 하천 의 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천조대신이 이곳으로 오시기 전부터 하천의 신이 있던 장소로 작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곳이죠’

이 지역에서는 ‘돗츠키상’, ‘도리츠기상’이라고도 불리며 내궁으로 참배하러 가기 전에 이곳에서 이름, 주소와 함께 소원을 미리 빌면 농제신이 천조대신에게 대신 전해준다고 한다. 여러분도 내궁으로 가기 전에 이곳에서 소원을 빌어 보는 건 어떤가. 농제신이 천조대신에게 진짜로 전해줄지 누가 알겠는가.

참배길로 되돌아가 가던 길을 다시 가다 보면 ‘신락전’이 보인다. 이곳은 부적이나 호부 등을 받거나 기도 등을 하는 장소로 내궁 참배 기념 ‘고슈인’(御朱印)도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곳은 내궁의 정궁. ‘보통 신사에는 오사이센바코(신에게 소원성취를 빌고 금전을 봉납하는 상자) 있는데 이곳에는 없습니다’ 니시다 씨에 의하면 이곳은 개인적인 소원을 비는 곳이 아닌 일상의 감사함을 전하는 곳으로 천황의 공물을 제외하곤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오사이센바코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이센’(새전, 신에게 참배하여 올리는 돈)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 임시로 오사이센바코 를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참배 작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신궁의 일반적인 참배 작법은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치고 그리고 한 번 더 절을 한다. 먼저 허리를 숙여 공손히 두 번 절을 한다(지면에 손을 대고 하는 절이 아닌 선 상태로 허리를 깊이 숙여 하는 절을 말한다). 그리고 두 번 손뼉을 친다. 이 때, 기도하듯 양손을 모은 상태에서 손뼉을 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양손을 똑바로 모으지 않고 오른쪽 손을 살짝 밑으로 내려 모으는 것이 포인트.

‘손뼉을 치는 행위는 신에게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양손을 똑바로 모으는 것보다 살짝 어긋난 상태로 손뼉을 치면 소리가 더 잘 나죠. 왼손은 신을 나타내고 오른손은 인간을 나타내기 때문에 오른손을 왼손 보다 살짝 아래로 내리는 겁니다.’라고 설명하는 니시다 씨.

이 방법으로만 제대로 하면 참배 작법은 완벽하게 배운 셈이다. 일상의 신의 보살핌에 대한 감사를 진심을 담아 신에게 전해 보자.

여기서는 전부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신궁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고 흥미 진진한 곳들로 가득하다. 신궁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가이드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일본어 대응).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신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세신궁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은 후에는 ‘오카게 요코쵸’로! 내궁 앞에 있는 ‘오카게 요코쵸’는 이세신궁의 참배로 활기를 띄었던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건축물을 재현, 개축한,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의 인기 명소다. ‘아카후쿠’(이세의 명물 떡)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세의 명물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나 선물가게도 여기 저기에!

정월에는 오카게 요코쵸 안의 대부분의 가게들이 연장 영업을 한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에 걸쳐 밤새도록 영업을 하는 가게도 많으며 하츠모데의 참배객들로 여기저기가 붐비는 가운데, 참배 후에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쉬기에 좋은 곳이 바로 여기‘이스즈가와 카페’.

이스즈가와 앞에 위치한 옛 민가풍의 세련된 건물. 이곳에서는 정통 커피나 각종 케이크를 맛볼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동기(冬季)한정‘젠자이’(콩이나 팥을 넣고 끓인 달콤한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카운터, 테이블석 이외에 ‘이로리’(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고 난방 취사용으로 불을 피우는 장치)가 있는 다타미석이나 일반 다타미석이 있는 등, 일본식과 서양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 좋은 가게다.

자 그럼 지금 시즌에 딱 좋은 겨울한정 젠자이와 커피를 주문해 보도록 하겠다.

예쁜 팥 색깔의 젠자이. 그 위에는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떡이 띄워져 있다. 더욱이 그릇 위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은 식욕을 자극한다.

‘아~ 너무 좋다’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끔 하는, 너무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 차갑게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그리고 쫀득쫀득한 떡과 국물의 조합 또한 최고!

이스즈가와 카페에서는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콩을 사용하여 직접 원두를 로스팅 한다. 누구나 마시기 편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마일드 블렌드(중간 로스팅)와 산미가 적고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인 스트롱 블렌드(프렌치 로스트) 이렇게 2종류가 있다. 필자는 마일드 블렌드를 초이스.

‘정말 마시기 편하군~!’커피의 쓴 맛도 있으면서 문자 그대로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특징!

이세신궁에서 참배가 끝나면 이스즈가와 카페에 들러 젠자이,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가.

Text by:Ad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