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간사이 교토 니조성/교토 고쇼 헤이안진구 옛 도읍의 영광을 전하는 신전과 백 년의 자연이 숨쉬는 정원을 거닐다
헤이안진구 옛 도읍의 영광을 전하는 신전과 백 년의 자연이 숨쉬는 정원을 거닐다

헤이안진구 옛 도읍의 영광을 전하는 신전과 백 년의 자연이 숨쉬는 정원을 거닐다

업데이트 날짜: 2020.11.05

헤이안 천도 1100년을 기념하여 창건한 ‘헤이안진구’. 드넓은 부지에는 헤이안 시대의 궁전을 재현한 웅장한 신전과 오랜 역사 속에서 갈고 닦은 조경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정원이 펼쳐져 있다. 교토에서 느긋하게 정원을 감상하는데 추천할 만한 신사다.

교토의 부흥을 염원하며 현대에 되살아난 ‘헤이안의 수도’

교토의 부흥을 염원하며 현대에 되살아난 ‘헤이안의 수도’

헤이안진구가 창건된 것은 메이지 28년(1895년)이다. 유서 깊은 신사사원이 많은 교토에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신사라 할 수 있다. 창건 당시 교토는 막부 말기의 전란으로 황폐해져 있었다. 또한 메이지 유신으로 수도의 기능이 도쿄로 옮겨진 것도 교토 사람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그리는 옛 교토의 영광을 되찾고자, 교토 시민과 전국의 뜻있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헤이안 천도 1100주년에 교토 부흥의 상징으로 창건한 것이 바로 헤이안진구다.

헤이안진구의 참배는 우선 오텐몬(應天門)을 통과하면서 시작된다. 헤이안진구는 헤안쿄의 궁전이었던 조도인(朝堂院)을 8분의 5규모로 재현한 것으로, 오텐몬은 조도인의 남측 정문에 해당된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하면 그 존재감이 가히 압도적이다. 8분의 5 규모로 압축한 것이 이 정도이니 당시 도읍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오텐몬에서 뒤돌아보면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오도리이(큰 기둥문)가 있다. 이것은 쇼와 3년(1928년)에 교토에서 열린 쇼와 천왕의 즉위 행사를 기념하여 그 이듬해에 조영된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봐도 이 정도로 크다. 주홍색 오토리이로서는 일본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오텐몬을 지난 정면에는 다이고쿠덴(대극전)이 당당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건물은 조도인의 정전(正殿)에 해당하는 곳으로 헤이안 시대에는 즉위식과 조하 등 국가의 주요 의식이 거행되던 중추시설이었다. 현재는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참고로 대극(大極)이란 우주의 본체와 만물 생성의 근원을 나타내는 말로 부동의 길잡이인 북극성에 비유되며 천황이 머무는 전각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이코쿠덴 안쪽에는 내배전과 본전이 배치되어 있다. 절 두 번-박수 두 번–절 한 번, 우선은 이 곳부터 차분히 참배하도록 하자.

▲건강을 기원하는 부적인 미마모리. 가격 500엔
▲건강을 기원하는 부적인 미마모리. 가격 500엔

참배를 마치고 다이코쿠덴에 있는 수여소에서 부적을 살펴봤다. 지금부터 인기 부적을 공개하겠다. 우선 ‘미마모리’란 부적은 건강을 지키고 병을 낫게 하는 은덕이 있다고 한다.

▲헤이안 마모리. 가격 2000엔
▲헤이안 마모리. 가격 2000엔

다음은 헤이안 마모리. 교토의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창룡, 주작, 백호, 현무)을 의미하는 4색 빛깔의 ‘교토 오팔’이 심어져 있다. 운이 트이고 복을 불러오는 ‘개운초복’과 ‘무병무탈’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다이코쿠덴에서 오텐몬에 이르는 각 회랑의 처마에 내걸린 등롱에는 헤이안 마모리에서 소개한 사신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메이지 38년(1905년)에 러일전쟁의 승리를 기념하여 봉납된 것으로 경내에는 현재 총 145개의 등롱이 걸려있다.

다이코쿠덴을 향하여 동쪽과 서쪽에 각각 배치된 창룡루와 백호루. 이 건물도 창건 시에 건립되어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속 백호루는 신전 주변에 펼쳐진 명승지 신엔(신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별도로 필요한 입장료를 내고 서둘러 들어가보았다.

사람의 손길과 100년의 세월이 빚어낸 소우주

‘헤이안진구 신엔’은 신전을 에워싸도록 동서남북으로 배치된 네 개의 정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면적이 33,000m2(약 10,000평)에 달한다. 이 곳의 인공정원은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까지 활약했던 조경가 7대 오가와 지베에(小川治兵衛)가 조성했다. ‘우에지(植治)’라는 통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교토 히가시야마 산 부근에 마루야마 공원을 비롯한 걸작을 남겼다.

창건 당시 조성된 정원은 니시(서쪽) 신엔, 나카(중) 신엔 두 곳뿐이었다. 히가시야마를 배경으로 비와코 호수의 물을 끌어와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했다. 비록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인공정원이지만 창건 후 100년이란 세월을 거치며 지금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풍요로운 환경으로 거듭났다.

입구에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미나미(남쪽) 신엔은 ‘헤이안의 정원’이라고도 불리며, 수양버들처럼 처진 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친숙하다. 취재차 찾았을 때(2018년 3월 20일)는 아쉽게도 꽃망울이 터지기 전이었지만 만개하면 사진처럼 찾는 이들의 눈을 호강시켜줄 것이다.

▲빽빽하게 낀 이끼가 세월을 말해주는 정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운치를 더한다.
▲빽빽하게 낀 이끼가 세월을 말해주는 정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운치를 더한다.

미나미 신엔은 쇼와 44년(1969년)에 조성된 인공정원이다. 헤이안 시대의 특색인 야트막한 언덕 ‘노스지’와 구불구불한 물길인 ‘야리미즈’를 조성하여 마치 산과 들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쇼와 56년(1981년)에는 다케토리 이야기와 마쿠라소시 등 헤이안 시대의 문학작품에 나오는 초목 약 180종류를 심어 당시의 왕조문화를 재현했다. 그런 연유로 ‘헤이안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헤이안진구가 창건된 메이지 28년(1895)에 운행을 시작한 일본 최고(最古)의 전차 ‘교토전기철도’의 차량(후계기)이다. 교토시로부터 기증받아 미나미 신엔에서 보존, 전시하고 있다.

미나미 신엔으로부터 진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니시(서쪽) 신엔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심에 있는 백호 연못은 사계절의 변화가 투영되는 이 정원의 거울이다. 연못 서쪽에는 데지마(물가로 튀어나온 섬모양의 조형물), 북쪽에는 신엔에서 유일한 폭포, 서남쪽 가산(인공 산)에는 다실인 ‘초신테이(澄心庭: 마음을 맑게 해주는 정원)’가 배치되어 있다.

백호 연못 주변은 매년 6월 초순이 되면 아름다운 창포로 가득하다. 200종에 달하는 일본 토종품종만을 엄선해 무려 2000송이가 경쟁하듯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니시 신엔에 이어서 다음은 나카(중) 신엔을 돌아보았다. 정원 중앙에 있는 창룡 연못에는 동쪽의 큰 섬(산호섬)과 북쪽 기슭을 잇는 와룡교라 불리는 징검다리가 유명하다. 덴쇼 연간(1573~1593년)에 지어진 산조 대교와 고조 대교의 오래된 돌기둥과 보를 사용했다고 한다.

▲초여름이 되면 진귀한 제비붓꽃 무리와 수련 등도 피어나 운치 있는 경치가 펼쳐진다.
▲초여름이 되면 진귀한 제비붓꽃 무리와 수련 등도 피어나 운치 있는 경치가 펼쳐진다.

진행로 끝자락에 있는 히가시(동쪽) 신엔. 메이지 말기부터 다이쇼 초기에 조성된 정원으로 교토 고쇼에서 옮겨온 다이헤이카쿠(태평각)와 쇼비칸(상미관)이 중앙의 거대한 세이호 연못을 감싸듯 배치되어 있다.

▲다리 형식의 전각인 다이헤이카쿠. 흔들리는 수면의 빛이 천정에 반사되고 있다.
▲다리 형식의 전각인 다이헤이카쿠. 흔들리는 수면의 빛이 천정에 반사되고 있다.
▲세이호 연못의 건너편에서 바라본 쇼비칸
▲세이호 연못의 건너편에서 바라본 쇼비칸

연못 주변에는 물에 닿을 듯 흐드러지게 핀 왕벚꽃과 영산백, 동백나무 등 다양한 꽃나무가 심어져 수면에 비친 풍광이 마치 그림과 같다.

창건 당시부터 이어진 움직이는 역사 문화 에마키 ‘지다이마츠리’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매년 10월 22일(2019년 10월 26일)에 열리는 헤이안진구의 ‘지다이마츠리(시대 축제)’다.

아오이마츠리, 기온 마츠리와 더불어 교토 3대 마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찾는다. 지다이 마츠리의 특징은 ‘시민참여’와 ‘철저한 고증 재현’이다. 시민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이 마츠리에는 현재 2000명이 참여하며 20개로 나뉘어진 그룹이 일대 행렬을 지어 걸으며 8개 시대를 재현해낸다.

또한 사용하는 의상과 도구 등은 철저한 시대 고증을 거쳐서 복원된 전통 공예품이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역사 문화 에마키(두루마리 그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 화려함을 자랑한다.
헤이안진구의 창건과 함께 탄생한 지다이 마츠리는 지역 부흥과 교토의 전통을 후세에 전하려는, 헤이안진구의 창건과 같은 목적을 띠고 있다.

지다이 마츠리 당일의 행진 코스는 다음과 같다. 정오에 교토 고쇼를 출발하여 서쪽으로 향한다. 가라스마 마루타마치(12:30) 에서 가라스마 오이케(12:50)로 이동한다. 오이케 도리(거리)를 동쪽을 향해 걸어 가와라마치 오이케(13:20)로 이동하고, 뒤이어 가와라마치 도리를 남하하여 가와라마치 산조(13:30)로 이동한다. 산조 도리를 동쪽으로 향하여 산조진구길(14:10)로 이동, 진구길을 북상하면 헤이안진구에 도착한다(14:30).

유료 관람석은 교토교엔, 오이케 도리, 헤이안진구도에 설치된다. 행사 당일은 혼잡할 것으로 예상되니 편안하게 관람하고 싶다면 유료 관람색을 추천한다.

지다이 마츠리
일시
10월 22일 (2019년만 10월 26일)
※우천 순연, 당일 새벽에 판단
유료 관람석
1석 2050엔 (VAT포함, 전 좌석 지정석, 팸플릿 제공)
※인터넷과 편의점, 교토종합관광안내소(교나비/JR교토역사 2층 남북자유통로 옆 설치) 등에서 판매
075-213-1717 (교토시관광협회)

어떠한가? 지역 부흥을 위해 온 힘을 다한 교토인들의 마음을 가슴 속에 새기고 신전과 광활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돌아본다면 감동도 한층 더할 것이다. 교토를 찾았을 때 꼭 한번 시간을 내서 느긋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 헤이안진구
    平安神宮
    • 주소 교토부 교토시 사쿄쿠 오카자키니시텐노초 97
    • 가까운 역 교토시버스: 오카자키 공원 미술관 헤이안진구마에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5분.
      게이한전철: 산조 역 또는 진구마루타마치 역에서 하차, 도보 약 15분
    • 전화번호 075-761-0221
    • [관람시간] 6:00~18:00
      [신엔(정원) 관람시간] 3월 1일~14일, 10월 1일~31일은 8:30~17:00, 3월 15일~9월 30일은 8:30~17:30, 11월 1일~2월 말일은 8:30~16:30
      [정기 휴무] 10월 22일 오후
      [요금]입장료 무료 (신엔 입장료는 어른 600엔, 어린이 300엔)

Text by:Myogaya Nobuhisa

※기사공개 당시의 정보입니다.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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