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홋카이도 관광을 하기에 최적의 시즌이다. 이 시기가 되면 아름다운 경치와 맛있는 음식을 찾아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혼슈보다 날씨가 서늘해 쾌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추웠다 또는 생각보다 더웠다는 의견도 있는 등 막상 여행을 가보고 놀란 일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기사에서는 외국인들이 여름철 홋카이도로 여행을 갔다가 충격을 받은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기사는 인터뷰에 응해준 외국인들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일교차가 심하다
“여름에 산으로 캠프로 갔는데 낮에는 30도가 넘는 따뜻한 날씨였는데 밤이 되니까 갑자기 추워져서 당황했어요. 예전에 살던 도쿄는 밤에도 괴로울 정도로 더워서 얇은 옷만 준비하고 갔더니 새벽에는 너무 추워서 참지 못하고 차로 피난을 갔을 정도예요. 그 다음부터 캠프에 갈 때에는 따뜻한 옷을 잘 챙겨가고 있습니다.”(태국인 남성)
홋카이도는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티셔츠나 반바지를 입고도 생활할 수 있지만 밤부터 새벽녘까지는 쌀쌀한 기온이 계속된다. 캠프와 같은 아웃도어 시에는 물론 평소에도 창문을 열어둔 채 잠들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성가신 일교차이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에는 최고의 환경이라 그 덕분에 홋카이도는 야채가 아주 맛있다고 한다.
홋카이도 현지인들이 해수욕장에서 캠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대학 친구가 가자고 해서 캠프에 간 적이 있는데 홋카이도에서는 해수욕장에서 캠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처음에는 좀 놀랐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아름답고 별똥별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도 들리고 정말 낭만적이더라고요. 캠프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인도네시아인 여성)
해수욕장에 일렬로 늘어선 텐트는 홋카이도 여름의 상징이기도 한데 이 풍경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사실 일본 혼슈 출신 사람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홋카이도의 독자적인 레저 문화다. 해수욕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바비큐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언제부터 이런 문화가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홋카이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정겨운 광경이다.
여름철 홋카이도는 어딜 가도 중국인들!!
“최근 몇 년 사이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많아 놀라게 됩니다. 오도리공원이나 다누키코지의 드럭스토어, 돈키호테에서 중국인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늘었구나’하고 새삼 실감하게 되지요. 여름에 도토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에 마슈호와 아칸호, 시레토코에도 중국 사람들이 많아 놀랐어요. 장소에 따라서는 아예 중국 사람만 있는 곳도 있어 제가 일본에 있는 건지 중국에 와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더라고요.”(중국인 남성)
홋카이도 경제부 관광국에 따르면 2018년도에 홋카이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71만 명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단체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인원보다 더 많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에게 홋카이도가 인기있는 이유는 2008년에 크게 히트한 영화 ‘쉬즈더 원(중국명: 非誠勿擾)’ 덕분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리피터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답변을 해준 중국인 남성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홋카이도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사실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오키나와보다도 더운 날에 머물렀던 호텔에 에어콘이 없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비교적 서늘한 기후의 지방이라고 알려져 있쟎아요. 특히 구시로는 한여름에도 춥다고 들었는데 2019년 7월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30도를 넘을 정도로 더웠습니다. 제가 머물던 민박집에는 에어콘이 없어서 선풍기로 어떻게든 버텼지요. 민박집 주인이 ‘구시로에서 30도가 넘는 일은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귀중한 경험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러시아인 여성)
최근 몇 년 사이 홋카이도의 환경도 변하고 있다. 6월 장마철은 ‘에조쓰유’라 불리는데 습한 날씨가 계속된다. 또 일일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마나쓰비(真夏日)’가 계속되는 날이 늘고 있고, 2019년 5월에는 사로마초에서 홋카이도 최고 기온인 39.5도를 기록하기도 햇다. 그러나 에어콘의 보급률은 25.7%(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2014년 ‘전국소비실태조사’ 참조)에 불과하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8월 중순이 지나면 서서히 서늘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더위’를 어떻게든 이겨내는 현지인들이 많다고 한다.
도야호 불꽃놀이를 보면서 짧은 여름이 끝나고 있음을 느꼈다
“도야호의 불꽃놀이는 정말 멋져요. 밤하늘과 호수면에 커다란 불꽃이 아름답게 수놓아지는, 꿈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4월부터 10월까지 긴 기간 동안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8월 하순에 보는 불꽃놀이는 마치 여름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아 서글픈 기분도 들었습니다. 겨울이 긴 만큼 홋카이도의 여름은 특별한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한국인 여성)
홋카이도의 여름은 아주 짧아서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일본에는 ‘더위도 추위도 피안까지(춘분/추분이 지나면 추위고 더위도 한풀 꺽인다는 의미)’ 라는 말이 있는데 8월 중순이 지나면 가을 분위기가 느껴진다. 인터뷰에 응해준 여성은 한국인이었는데 홋카이도에 산지 오래되다 보디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와비(侘)와 사비(寂)※’라는 감상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와비: 세속적인 일에서 해방된 한적함 안에서 정취 있는 생활의 기쁨을 만끽하는 일본인 특유의 미학적, 윤리적인 개념.
※사비: 늙음이나 고독, 체념, 정적 등의 요소가 혼합된 중세 일본의 미의식을 지향함과 동시에 서민적이 생동감 있는 근세 시대 정서를 나타내는 개념.
짧은 여름이니 만큼 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
홋카이도의 여름이 덥다고 느껴지는 시기는 정말 한 순간이다. 더운가 하면 어느새 가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해수욕과 캠핑을 동시에 즐기는 홋카이도 특유의 레저 역시 짧은 여름을 제대로 즐기려는 의도에서 생겨난 문화가 아닐까. ‘너무 춥다’, ‘너무 덥다’ 같은 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막상 가보면 생각했던 것과 날씨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짧은 홋카이도의 여름을 제대로 즐겨 보고 싶지 않은가?
Text by:Masaka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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