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단어는 「맨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조어라고 한다. 하수도 맨홀 뚜껑에 디자인을 새긴 「디자인 맨홀」이 일본에 첫 등장한 지 약 40년. 전국 각지에서 천천히 확산돼온 디자인 맨홀을 사랑하는 「맨홀러」는 조용히 증가해왔다. 그러다 시대의 바람을 타고 작년부터 등장한 「맨홀 카드」. 이는 생산수가 무려 100만 장을 돌파했다고 한다. 맨홀 이벤트를 열면 대성황을 이루고, 중국 및 미국에서는 애호가 사이트도 등장했을 정도라고. 관계자도 예상치 못했던 인기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관계자의 증언을 참고하며 인기의 비결을 찾아보자.
도대체 디자인 맨홀이란 뭘까?
획일적이었던 기하학 모양의 맨홀 뚜껑에 디자인이 새겨 처음 도로에 설치한 것은 1978년, 오키나와에서였다(많은 물고기가 그려진 디자인). 그 이후 각 기초자치단체 주체로 그 지역의 자랑거리, 관광지, 캐릭터 등을 맨홀에 새기면서 그 수는 조금씩 늘어났다. 맨홀 뚜껑 디자인, 색은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그 이외의 특별한 규정이 없기때문에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지금, 디자인 맨홀은 전국에 몇 개가 있나?
일본 전국, 약 1,500만 장의 맨홀이 도로에 깔려 있는데, 그 종류는 1만 2,000종(2017년 8월 현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홀 뚜껑의 내구연수는 약 30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10만 장이 교체되고 있다. 규격 디자인이 디자인 맨홀로 바뀌는 곳도 적지 않다고.
그럼 이런 맨홀은 어디서 볼 수 있나?
하수도 홍보 플랫폼(GKP)의 야마다 히데토 씨에게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맨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본 각지에서 볼 수 있지만, 시계탑을 그린 삿포로, 작은 에도의 풍경을 그린 가와고에, 오사카성 쪽 맨홀이 인기다. 도쿄 가쓰시카구는 몬치치의 연고지여서 몬치치를 새긴 맨홀이 있다. 국산 청바지의 발상지로 유명한 구라시키에는 청바지 스트리트와 직영점이 늘어선 거리가 있는데, 그 로고 디자인인 인디고블루 맨홀이 있다”
누가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
제조해온 나가시마 주물 나가시마 슌스케 씨에 따르면 디자인은 제조업체에서 제안을 시작했다고 한다. “1976년 경에 작은 복숭아꽃 등을 디자인한 맨홀을 지자체에 제안하기 시작했다”면서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는 지자체가 「꽃과 경승지」 등 지자체의 자랑이 될 만한 모티브를 맨홀 업체에 전달하고, 제조업체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주류. 또한 학생의 디자인 콩쿠르 그림이나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도 있다고.
디자인 규제는?
나가시마 씨에 따르면 디자인을 제안할 때 고려했던 것은, 땅에 매몰하는 물건이며 사람들 발에 밟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떤 모티브를 그릴까하는 것이라고.
“처음에는 은행나무잎을 여기저기 그리거나 꽃 등을 모티브로 삼아왔다. 혹은 규격 디자인의 일부를 차용하거나. 신사나 절 등의 디자인은 피해왔는데 최근에는 관광 명소인 교회 등을 그린 것도 있다. 시메나와(일본의 금줄)를 디자인한 것도 있다. 그 밖에도 이런 것을 넣고 싶다 하는 희망사항이 있으면 만든다”
지자체가 의뢰해서 만들었는데 설치하려 했더니 시민들의 반대때문에 회수하게 된 것도 있다고.
“들새를 그렸는데 설치하려하니 ‘천년기념물을 밟으면 안 된다’며 애호가 분들이 반대를 했다. 또 어떤 지역의 위인을 그린 맨홀이 있었는데, 위인을 밟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와 회수한 적도 있다”
왜 지금 이렇게 인기인가?
맨홀 뚜껑 제조업자이면서 하수도 홍보에 힘쓰고 있는 GKP의 야마다 씨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하수도 이미지를 향상시키자’라는 정부의 호소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말만해서는 안 될일이지만, 관계자가 모두 힘을 합치면 어떻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열정이 샘솟았다. 그래서 하수도 이미지 조사를 실시해보니 ‘더럽다, 냄새난다, 어둡다’라는 결과가. 그런 현실을 토대로 하수도의 무기는 뭘까 생각하다 전국에 있는 디자인 맨홀이 떠올랐다. 그것을 잘 이용하면 이미지 향상 PR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야마다 씨는 원래 장난감 업계 출신.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카드 게임에 힌트를 얻어 수집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맨홀 카드’를 제작. 2016년 4월부터 배포하기 시작했다. 하수도 홍보 전단 대신이어서 무료지만, 하수도국과 관계 시설과 같이 일반인이 잘 찾지 않는 장소에서 배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찾는 사람이 쇄도해 미디어에서도 주목. 디자인 맨홀이 인기를 끌게 됐다. 2017년 8월 현재까지 총 222종류를 발행, 배포수는 총 100만 장을 돌파했다고 한다.
한편, 이번 기사에 사용된 많은 사진을 제공해준, 맨홀 뚜껑 사진을 모아 게시하는 웹사이트 <일본 맨홀 뚜껑 학회>의 관리인 수 씨는 3년 전부터 인기 조짐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찍은 사진을 2009년에 개설한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내 사진도 올려달라’는 연락이 와 투고 형식으로 바꿨다. 투고자가 100명이 되는 데까지 4년 2개월이 걸렸는데 그 이후에는 반년에 약 50명 씩 늘어났다. 2013년경부터 TV나 잡지 등에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인기가 조금씩 늘어나다, 맨홀 카드 등장으로 인기에 불이 붙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맨홀 굿즈가 있나?
현재 발행된 222종류의 맨홀 카드와 함께 카드의 자세한 해설이 달려 있는 책이 7월에 출판됐다. 맨홀 카드에 각 지역의 정보를 기입한 카드집 등 지자체가 다양한 아이템도 제작하고 있다. 또한 맨홀에서 디자인을 따온 열쇠고리, 종이 컵받침, 맨홀의 실제 재료로 만든 맨홀 6분의 1사이즈의 컵받침 등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맨홀 서밋’ 등 이벤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이 많은 학원도시 쓰쿠바시에서는 영어로 된 맨홀 카드도 등장.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도 영어판 카드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맨홀이 1면 뉴스에! 무슨 이유로?
“3,000명의 참가자가 몰려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6월에 가와고에시에서 열린 ‘맨홀 서밋’을 개최한 GKP의 야마다 씨. 6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회장인데,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황을 이뤘다고. 이벤트 내용은 각계의 저명인이 맨홀에 대한 애정을 밝히는 릴레이토크, 굿즈 판매, 맨홀러 선언, 댄스 등. 이 소식은 지역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또한 최근에는 군마현 마에바시시가 오래된 맨홀을 교체하면서, 이제까지는 리사이클 업자에게 넘겨줬던 오래된 맨홀을 1장 3,000엔에 판매하자 어마어마한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맨홀 10장에 100명 이상의 구매 신청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중에는 1970년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매우 오래된 물건도 있어, 한 맨홀러가 “매우 가치 있는 맨홀이니, 팔지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 마에바시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번에는 디자인 맨홀이 무엇인지, 어떤 경위로 등장해 얼마나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으나 다음 기사에서는 이미 설치돼 있는 1만 2,000종류의 디자인 맨홀에 더해, 지금도 전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과 그 유니크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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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게재된 맨홀 사진 외에 투고 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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