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겨울이 되면 오랜 기간에 걸쳐 눈으로 고립되거나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연일 계속되는 지역이 있는데 지역별로 독자적인 지혜를 발휘해 악천후를 극복하고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당연한 일도 설국이 처음인 외국인들에게는 ‘이건 뭐지?’하는 상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설국 일본에 살게 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던 에피소드에 대해 들어 보았다(아래 기사 내용은 응답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 둡니다).
1.눈이 떨어지는 굉음에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랐어요!
“혼자 자고 있는데 한밤중에 밖에서 굉장히 큰 소리가 나서 깼어요. 밖을 보았더니 지붕에서 많은 눈이 떨어졌더라고요.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조용한 동네라서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랐어요.”(이탈리아/남성)
홋카이도가 아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대부분은 ‘정체불명의 굉음에 놀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요즘 지어진 집들은 눈이 잘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었지만 오래된 가옥이나 허용범위를 넘는 눈이 내리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붕에서 눈이 쏟아져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낙설은 마이너스 3도부터 플러스 3도 사이에서 가장 발생하기 쉽다고 한다. 건물에서 밖으로 나갈 때에 특히 낙설에 주의해야 하며 주차할 경우에는 처마끝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대는 것이 좋다.
2.쌓여있던 눈이 아침이면 깨끗이 치워져 있어서 놀랐어요!
“러시아에서는 제설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아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발령되는 경우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간선도로가 아닌 길들도 깨끗하게 눈이 치워져 있어 놀랐어요.”(러시아/여성)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에 1미터 가까이 눈이 내리는 곳이 있어 제설은 라이프 라인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날 밤에 눈이 내린 새벽 무렵에는 많은 제설차와 트럭들이 출동해 도로 제설 작업을 시작한다. 제설 작업을 하는 소리가 제법 큰 편이라 ‘잠을 설쳤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차들 덕분에 우리 생활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집 앞 제설 작업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각 가정에서 진행한다. 이 중에서도 많은 눈을 모을 수 있는 ‘마마상 덤프(커다란 쓰레받기 모양의 제설 도구)’는 홋카이도 사람들의 필수품이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썰매’는 아이들의 놀이기구로서는 물론 눈의 운반이나 슈퍼 등에서 물건을 사서 옮길 때에도 활약하는 멀티 아이템이다.
3.제설 장비를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는 사람을 보고 놀랐어요!
“우편배달이나 신문배달을 하는 분들이 제설 도구를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 항상 위험해 보여요. 실제로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요. 어떻게 그런 상태로 운전을 할 수 있을까요?”(인도네시아/여성)
우편물이나 신문을 배달하려면 잠시 멈췄다 다시 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달원들에게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부담이 적다. 그래서 겨울에도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별한 타이어나 체인을 장착하고 있어 아이스번에도 좀처럼 미끄러지는 일은 없으며 다리를 팔(八)자로 벌려 균형을 잡으며 운전한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많은 가족들이 한 대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보게 되는데 일단 익숙해지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4.설국에서 생활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놀랐어요!
“제가 나고 자란 나라는 일년 내내 티셔츠 하나로 지낼 수 있는 곳인데 홋카이도에서 살려면 겨울 옷이나 스토브 구입, 등유 비용과 같은 지출이 많아서 돈이 들어요.”(필리핀/여성)
북쪽 지역에서는 지갑 속도 추워지기 마련인가 보다. 홋카이도에서는 ‘난방 수당’이라고 해서 겨울을 보내는데 필요한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겨울용 의류와 난방 기구는 필수품이다.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교통비도 더 든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스터드리스 타이어가 필요하다. 눈의 나라에서 살려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출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5.한겨울인데 옷을 얇게 입은 일본인들이 많아 놀랐어요!
“러시아에서는 두꺼운 코트와 모자, 장갑으로 완전 무장을 하는데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겨울에도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런 복장으로 하고 다니면 감기에 걸릴텐데’하는 생각이 들죠.”(러시아/여성)
어린 시절 여름이면 저지, 겨울이면 스키복으로 생활하던 사람들도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멋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얇은 옷으로 스타일있게 입고 싶다’는 바람이 겨울철 얇은 옷 패션을 불러온 것 같다. 홋카이도와 도호쿠 등에 사는 고령자들은 이러한 젊은이들을 ‘이후리코끼(멋부리는 사람)’라고 부르며 혀를 끌끌 찬다. 25살 정도가 되면 추위를 견디지 못해 결국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하게 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길!
6.일본 설국에 특별히 놀란 점은 없다!
따뜻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홋카이도와 도호쿠는 춥다’고 하는 반면에 더 추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훨씬 춥다’고 말한다. 그 나라는 도대체 얼마나 추운지 들어 보았다.
“제 아내가 나고 자란 동네는 종종 마이너스 4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홋카이도의 겨울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러시아/남성)
일본의 최저 기온은 1902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마이너스 41도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경신되지 않고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오히려 따뜻하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하다.
“우리나라의 위도는 왓카나이보다 훨씬 북쪽이기 때문에 5월 정도만 되도 눈이 내려서 홋카이도의 추위는 딱히 걱정되지 않아요.”(폴란드/남성)
폴란드의 위도는 왓카나이보다 훨씬 북쪽이고 러시아 사할린주 북부와 비슷한 정도다. ‘혹시 폴란드에 가게 되면 4월에도 방한용품을 단단히 챙겨 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일본사람한테 말해주면 다들 놀라는데 우리나라 북부 지방에는 매년 폭설이 내립니다. 스키장도 있지요.”(이스라엘/남성)
부끄럽지만 이스라엘에 눈이 내리는 줄은 몰랐다. 북부 골란 고원에 스키장이 있다고 한다. 일본 외에도 세상에는 많은 ‘설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북쪽 지방의 추위가 좋다!
인터뷰에 응답해 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홋카이도의 겨울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반년 가까이 눈에 고립될 수 있지만 눈사람을 만들거나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에만 할 수 있는 레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외국인들이 설국 일본에 살면서 놀랐던 경험을 들어보았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날 티셔츠 하나 달랑 입고 밖에 나가 추위를 즐기는 외국인도 있어 오히려 일본인들이 놀라는 경우도 있다. 문화와 감성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것인가 보다.
Text by:Masakazu Yosh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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