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약 3분의 2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일본에서는 예부터 목조 건축이 발달했습니다. 목조 건축을 하는 목수들은 자연재해와 기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고 일본 목수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신사나 불각을 중심으로 다루는 ‘미야다이쿠’입니다. 서기 578년에 창업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알려진 오사카의 ‘곤고구미 ’를 취재하여, 일본이 자랑하는 미야다이쿠의 기술과 건축물의 품질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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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사와 불각 건축부터 수리까지 담당하는 미야다이쿠의 역사
일본에는 약 15만 채 이상의 신사와 불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건축과 수리까지 담당하는 이들이 바로 미야다이쿠입니다. 일본에서 미야다이쿠 조직이 탄생한 것은 약 1400년 전입니다. 일본 불교 최초의 관사인 시텐노지를 건립하기 위해 쇼토쿠 태자에 의해 백제에서 초빙된 미야다이쿠 중 하나인 곤고 시게미쓰 가 곤고구미를 창업했습니다. 그 이후로 일본 전국에 있는 신사와 불각은 미야다이쿠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건축물의 수리부터 새로운 신전 건축의 기획 제안까지 폭넓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신과 부처님의 거처를 짓는다. 미야다이쿠 역사의 시작
미야다이쿠 작업을 수주하는 회사는 일본 전국에 있으며, 곤고구미에는 ‘장인회’라는 7개의 팀, 약 100명으로 구성된 일본에서 손꼽히는 미야다이쿠 집단이 있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가공 센터를 방문하면 천장이 높고 드넓은 공간에서 각 팀의 미야다이쿠들이 묵묵히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신전을 짓는 것에 비해 이곳에는 기계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곤고구미의 회장 도네 겐이치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야다이쿠들이 짓는 건물은 사람들의 신앙 대상인 ‘신과 부처님의 거처’입니다. 그렇다 보니 건물 하나하나에 혼을 담기 위해 수작업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거죠.” ‘신의 거처’를 짓기 위해 작업장에는 누구 하나 잡담하는 사람이 없으며, 오직 눈앞의 목재와 마주한 상태로 집중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감돕니다.
미야다이쿠가 전승하는 못과 철물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공법 ‘기구미(목재의 마름질)’란?
미야다이쿠의 가장 큰 특징은 제재된 목재를 직접 가공하고, 마무리까지 해서 건축물을 완성한다는 점입니다. 접합부에 못이나 철물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빈틈없이 연결하는 전통 공법인 ‘기구미’는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법규제나 보조적인 이유로 철물을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접합부에 철물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기후에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름에 폭우와 태풍이 자주 발생하며, 습하고 축축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못이나 쐐기 같은 철물을 사용하면 비나 습기로 인해 해당 부분이 녹슬어서 나무가 썩게 되어, 수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재로만 구성하게 되면 습도가 높을 때는 수분을 흡수하고, 습도가 낮을 때는 수분을 배출할 수 있어, 철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건축물의 내구성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기후에 적응한 결과, 일본의 목공 기술은 목재의 특징을 잘 살려서 나무와 공존하는 집 짓기를 고수해 왔습니다. (일반 건축에서는 철물의 수명이 건물의 수명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기 때문에 곳곳에 철물이 사용됩니다.)
200종류 이상의 패턴으로 나뉘는 고도의 기구미 기술
기구미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목재를 길게 덧붙여 긴 기둥이나 하리(들보)를 만드는 ‘쓰기테(이음매)’입니다. 한쪽 나무에 돌출부를 만들고, 다른 나무는 그 돌출부가 끼워지도록 깎아서 퍼즐처럼 끼워 넣습니다. 기구미의 또 다른 종류는 두 개 이상의 목재가 수직으로 맞닿는 부분을 결합하는 ‘시구치 ’입니다. 쓰기테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깎아서 맞물리게 결합하는 기법입니다.
미야다이쿠가 조립한 기구미는 단단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을 가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에 생기는 미세한 틈새 덕분에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한 진동 시 발생하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쓰기테와 시구치는 우두머리 목수를 일컫는 도편수나 사부들에 의해 전수되어 왔으며, 그 종류는 약 200가지가 넘습니다. 나무의 형상과 건물의 완성 형태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미야다이쿠가 만드는 건물은 100년 후, 1000년 후의 모습이 달라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은 후에 복원하는 것까지 고려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1000년 후까지 내다보며 철저하게 공을 들이는 작업은 다른 직종에서는 보기 드물기 때문에, 미야다이쿠는 한마디로 ‘괴짜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웃음)”라고 말하는 장인회의 기우치팀 도편수 기우치 시게오 씨. 이러한 “괴짜들”의 남다른 집념이 1000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집 짓기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1000분의 1밀리미터의 두께를 지향. 대패질은 미야다이쿠 수행의 첫걸음
간사이 가공 센터 내에 있는 ‘곤고구미 장인 육성 학원’. 이곳에서는 전통 기술을 계승하기 위해 미야다이쿠를 지망하는 20세 이하의 젊은이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열심히 하는 작업은 목공 도구 중 하나인 ‘대패’를 사용한 대패질입니다. 대패질은 목재의 표면을 매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반들반들한 광택과 발수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패질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목공 기술이지만, 대부분 밀어서 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반면, 일본의 목수들은 대패를 당겨서 깎습니다. 대패를 당기면 강한 힘을 가하지 않고도 나무 표면을 얇고 길게 연마할 수 있습니다. 판자 가장자리에서부터 한 번에 똑바로 당겨서 깎아낸 목재는 투명할 정도로 얇고, 두께는 30미크론 이하입니다.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정도입니다. 한 번씩 당길 때마다 손으로 표면의 매끄러움을 확인하고, 사부의 합격이 나올 때까지 대패질은 계속됩니다.
중요한 것은 ‘수분량’. 목재의 선정과 관리도 목수의 역할
미야다이쿠가 '철저하게 고수하는 것’은 목재 자체의 선정과 관리로도 이어집니다. 거래하는 목재 업자를 통해 목재가 납품되면 철저한 품질 점검부터 시작합니다. 기우치 씨는 “나무의 건조 상태를 판별하는 것이 목수의 승부수”라고 말합니다.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목재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대로 가공하면 잘 갈라지거나 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목조 건축에서는 편백, 삼나무, 녹나무 등 내구성이 강한 나무를 사용합니다. 720년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서인 ‘일본서기’에도 ‘삼나무와 녹나무는 배로, 편백은 궁전에, 마키나무는 관으로 사용해라’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예부터 친숙한 목재입니다.
곤고구미에서 취급하는 목재는 주로 나라의 요시노산 편백입니다. 올곧고, 결이 매끈하며, 중심이 잘 틀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뭇결(나무 표면에 나타나는 무늬), 색감, 뒤틀림, 휨이 없는지 검사를 통해 합격한 것만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도네 씨와 기우치 씨가 안내해 준 작업장에는 불교의 염불인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적힌 깃발이 걸려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끌, 쇠망치, 낫과 같은 목공 도구로 글자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쇼토쿠 태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왕궁 목수 도구의 명호입니다. “살아있는 나무를 자르는 행위는 ‘살생’이기 때문에 공사의 안전과 더불어 도구의 불성까지 겸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기우치 씨는 말합니다. 예부터 나무와 공존하며, 나무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집을 짓는 것이 일본 목수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와 습기에도 강한 성질. 일본의 목조 건축이 1000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이유
‘고온다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일본에서 목조 건축이 어떻게 오래갈 수 있는 것일까’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일본의 목조 건축물이 100년, 10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복원되어 현존하는 것은 일본의 목수들이 습기와 비바람을 견뎌내고, 복원을 반복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 동안 연구를 거듭해 왔기 때문입니다.
목조 건축에는 단열성이 높고, 습도 조절 효과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다가 목조 건축은 CO2 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제인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목수들의 뛰어난 지혜를 결집시키고, 환경을 배려한 일본의 목조 건축 기술은 분명 세계를 움직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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