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한국인들. 맛있는 음식을 꼭 맛보고자 하는 일념 하에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이들도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곳이 수십킬로 수백킬로 떨어진 곳일 지라도 말이다. 설령 그곳이 국내가 아닌 해외인 경우도 예외는 아닌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은 어떤 음식들을 먹는 것일까?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일본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3명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 일본 음식인 ‘라멘’, ‘초밥’, ‘우동’, 등은 목록에서 제외하고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의외라 생각하는 음식들을 선별해 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그들이 추천하는 음식들을 하나씩 살펴 보도록 하자.
(본 인터뷰는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한 내용임을 참고하기 바란다)
군만두라고 다 똑 같은 게 아니군! 일본의 야끼 교자
하나같이 일본에서 ‘야끼 교자’(군만두)를 먹어 보고 충격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처음 먹어봤을 때의 기억이 생생해요. 친구와 함께 라멘을 먹으러 갔다가 야끼 교자도 함께 주문을 해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겉이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안은 돼지 고기의 풍미와 채소의 풍미가 잘 혼합된 맛이랄까요.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합니다.” (K 씨 / 도쿄 / 자영업 / 남 / 38세)
“한국에서는 주로 찐만두를 먹었는데 일본에서 야끼 교자를 먹어본 이후로 야끼 교자만 찾게 되더라고요. 바삭한데 쫄깃하기까지 한 머랄까… 찐만두와 군만두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밥과 야끼 교자를 함께 먹는 일본인들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직접 먹어보니 밥과 교자의 궁합은 정말이지 환상이었습니다. 거기에 생맥주까지 한 잔 하면 천국이 따로 없어요(웃음).” (A 씨 / 도쿄 / 주부 / 여 / 31세)
흔히 한국에서 말하는 군만두와 일본의 ‘야끼 교자’(군만두)는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야끼 교자를 만들 때, 후라이팬이나 철판에 교자를 올린 후 먼저 밑면을 바삭하게 구워낸다. 그리고 나서 뚜껑을 덮은 후 익지 않은 윗부분까지 쪄낸다. 그래서 만두 피의 밑부분은 바삭하고 윗부분은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기름에 넣어 통째로 튀긴 만두를 군만두라고 하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이를 ‘아게 교자’라고 한다. 수년 전 일본인 지인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한국식 중화요리를 대접한 적이 있다. 그 때 군만두를 맛 본 일본인 지인의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음… 이건 군만두가 아니라 튀긴 만두군!”
일본인들은 샤브샤브를 이렇게 먹는 구나!
한국과 일본의 샤브샤브는 먹는 법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 걸까?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일본의 샤브샤브는 정말 예술인 것 같아요! 고기를 한 점, 한 점 젓가락으로 집어 슉~ 슉~ 한 두 번 육수에 휘저어 먹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립니다. ‘샤브샤브가 다 똑같겠지’ 하고 생각했던 저의 편견을 제대로 바꿔준 것 같아요.” (S 씨 / 도쿄 / 직장인 / 여 / 29세)
“한국의 샤브샤브와 일본의 샤브샤브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특히나 저는 그 소스가 정말이지 좋더라고요. 새콤달콤한 폰즈 소스와 고소한 고마다레 소스에 찍어 먹는 고기 맛이 일품입니다!” (A 씨 / 도쿄 / 주부 / 여 / 31세)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샤브샤브란 냄비에서 얼큰한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채소와 고기를 한꺼번에 넣고 익혀먹는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샤브샤브라기 보다는 일본의 ‘나베요리’ (냄비요리)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샤브샤브 라는 요리는 고기를 한꺼번에 넣고 끓여서 건져 먹는 것이 아닌 고기를 한 점, 한 점 젓가락으로 집어 육수에 가볍게 휘저어 데쳐 먹는 요리에 가깝다. 그리고 소스 또한 한국과 달리 ‘폰즈’(간장과 식초로 만든 소스)와 ‘고마다레’(참깨 소스)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다. 자칫 느끼해 질 수 있는 고기 맛을 새콤달콤한 폰즈 소스가 깔끔하게 잡아줘서 일까. 개인적으로 필자는 샤브샤브를 먹을 때, 폰즈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삽겹살이 있다면 일본에는 규탕이 있다!
한국에 없는 고기가 일본에 있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일본인 친구따라 야끼니꾸점(고깃집)에 가서 규탕을 먹어 본 이래 저는 규탕(소의 혀)의 포로가 되었습니다(웃음). 처음에는 소의 혀 부위라는 말을 듣고 ‘이걸 어떻게 먹지?’ 하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웃음). 정말이지 쫄깃한 식감이 멈출 수가 없어요(웃음).” (A 씨 / 도쿄 / 주부 / 여 / 31세)
“소의 혀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것이 너무 맛있어서 자주 먹다가 나중에 소의 혀부위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야끼니꾸점에 가면 규탕만 먹어요. 얇게 슬라이스 된 규탕을 숯불에 가볍게 구워 레몬 소스에 찍어 먹는 그 맛이란 이 세상의 맛이 아닙니다(웃음). 너무 오래 익히면 고기가 질기니 살짝 익히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쫄깃함에 빠져나올 수 없을 거예요!” (K 씨 / 도쿄 / 자영업 / 남 / 38세)
본고장 삼겹살 맛을 즐기고자 일부러 한국까지 오는 일본인들은 많지만 일본의 숯불구이를 먹고자 일부러 일본까지 가는 한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규탕(소의 혀부위)은 의외로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부위가 소의 혀라서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나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소의 부위가 아닐까 한다. 야끼니꾸점(고깃집)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얇게 슬라이스 된 규탕을 숯불에 구워 레몬 소스에 찍어 먹는다. 고급 규탕일수록 쫄깃함과 함께 부드러운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규탕을 일본식으로 제공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맛이 일본의 것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먹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여행을 가면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복어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다양한 복어 요리와 그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하는데 일본에는 어떤 복어 요리들이 있는 걸까?
“한국에서는 보통 복어를 탕으로 먹잖아요? 저도 최근에 기회가 생겨 일본에서 복어 요리를 처음 먹어봤는데 그 요리의 다양함과 맛에 깜짝 놀랐습니다. 복어 튀김, 복어 죽 등 여러가지를 코스로 먹어봤는데 특히나 저는 복어회가 정말 맛있더라고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딱 제 취향이었어요.” ” (K 씨 / 도쿄 / 자영업 / 남 / 38세)
“한국에서 복어 매운탕만 먹다가 일본에서 친구 소개로 복어 요리를 먹어 보고 너무 맛있어서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복어 샤브샤브가 너무 좋았습니다. 맑은 국물에 복어를 익혀 폰즈에 찍어 먹는 맛은 부드럽고 깔끔하면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웃음).” (A 씨 / 도쿄 / 주부 / 여 / 31세)
일본까지 가서 복어를 먹는 다는 것이 조금은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복어 전문점에서 코스로 다양한 요리를 접해보면 그 생각이 바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복어는 전문점에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며 일반적으로 복어 가라아게, 복어 회, 복어 샤브샤브, 복어 죽 등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그 중 복어 요리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복어 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복어 회는 다른 회들과 달리 간장이 아닌 폰즈에 파, 모미지오로시(매콤한 맛의 곱게 간 무)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다. 복어는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숙련된 복어 요리사가 독을 확실히 제거해서 조리를 하니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
지금까지 ‘일본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비교적 자주 접해본 라멘이나 초밥, 우동 등이 아닌 다른 일본 요리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본 기사를 참고해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맛집 리스트가 분명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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