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가 보는 서울의 모습과 지방에서 올라온 뉴커머가 느끼는 도시의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테마. 물론 이곳은 도쿄이기에 도쿄 토박이가 바라본 도쿄를 소개한다. 참고로 작년에 일드「도쿄여자도감」이라는 아마존에서 만든 드라마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럼 도쿄 토박이로 32살 OL의 모습을 소개해 본다.
자기소개
난 도쿄에서 태어났다. 나이는 올해로 32살. 도쿄의 미타카시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다이칸야마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 이케부쿠로 근처의 대학에 진학한 뒤 대학졸업 후에는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광고제작회사에 입사했고, 지금은 긴자의 IT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태어나서 줄곧 도쿄에 있었다.
그런 내가 태어나서 자란 이 마을의 매력, 도쿄의 이곳 저곳에 돌아다니면서 최근 마음에 들어 자주 가는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난 평범한 내 이야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왜 나는 도쿄가 좋은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행을 떠나 다른 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 도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은 이미 도쿄를 떠올리고 있다. 너무 북적거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부야와 신주쿠의 엄청난 인파, 아사쿠사의 술집거리, 긴자의 쇼핑가, 도쿄역에 길게 늘어선 다양한 전철들이 그리워진다. 이미 대도시에 익숙해져 버려서 사람이 적은 곳에 가면 오히려 허전함을 느끼는 것일까...
시대를 앞서가는 것 같지만 먼가 그리움이 있는 곳, 드라이하고
차가운 것 같지만 따뜻함이 있는 곳. 상반되는 것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도쿄는 한사람의 인간인 것 마냥 매일 표정이 바뀌고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끄럽고 피곤해지는 일도 많지만 도쿄가 좋아서 떠날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동네는 도쿄의 미타카시
내가 태어나 자란 미타카시는 도쿄의 베드타운(위성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JR신주쿠역에서 추오센이라는 전철로 20분정도 타고 가면 도착한다. 남쪽 출구로 나오면 타마강 주변의 가로수길이 동남쪽으로 뻗어있고 조금 걸어가면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번화가처럼 활기차고 안락한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아자부주반, 나카메구로 처럼 세련된 느낌이 드는 곳도 아니다. 그저 도심의 떠들석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웃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먼가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다.
미타카라고 하면 옆동네인 키치죠지의 그림자에 가려서 도쿄에
사는 사람들도 "거기 어디야?" 라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타카에도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엄청난 관광명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 유명한 ‘지브리 미술관’!!
왜 미타카에 생겼냐고 하면 그곳에 지브리의 스튜디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미타카에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가 많아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가이악스도 15년전까지 미타카에 회사가 있어서 아야나미 레이의 캐릭터가 그려진 미타카시 수도국의 포스터가 붙여졌을 때 일본 곳곳에서 팬들이 모여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브리 미술관이 완성된 것은 2001년 가을쯤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무가 울창한 곳에 벽돌로 지어지고 있던 귀여운 건물을 보며 당시에 교제하고 있던 학교 선배와 ‘다 완성이 되면 같이 오자’라며 약속을 했지만 반년정도 후에 헤어지고 말았다. 그 약속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지브리 미술관에는 가보지 못했다.
만약 지브리 미술관에 갈 계획이 있다면 돌아오는 길에는 시간을 내서 초록잎들도 가득찬 이노카시라 공원을 걸어서 기치조지역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벤텐이라는 불교계의 수호신이 있다는 설이 있는 이노카시라 연못쪽을 지나면 꽤나 연륜이 느껴지는 야키토리 가게인 ‘이세야’와 핫도그 가게인 ‘케니히’ 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군것질을 하다보면 잠시마나 이 동네의 주민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키치죠지의 재개발로 인하여 아토레, 기라리나, 돈키호테키치죠지점 등의 상업시절이 계속해서 오픈하고 있어서 지역분위기는 점점 밝아지고 있다. 편리해지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쁘지만 고양이가 있는 젤라토 가게 ‘도나테라우즈’라던지 예술가와 연이 있는 카페 ‘보아’ 등 예전부터 있던 가게들이 없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 슬프기도 하다.
도쿄 토박이인 내가 자주 갔던 곳은?
16살의 고등학교 시절 - 시부야
고등학교가 다이칸야마에 있어서 방과 후에 친구들과 어울릴 때에는 갈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시부야! 시부야 센터가이에서 그 당시 유행이었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마츠모토키요시에서 화장품, 곤약젤리 등을 사고 맥도날드에서 가장 싼 햄버거와 감자튀김 세트를 시켜 저녁까지 수다를 떨고, 마지막 코스로 다들 노래방으로 몰려가 시간을 보냈었다. 가끔 음악 CD를 사러 갈 때에는 지금은 없어진 HMV라는 가게로 가곤 했다. 옷을 살 때에는 반드시 시부야 109 가 아니면 안되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교칙이 엄격해서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핑백이나 손거울 등 아주 작은 부분에서만 기분을 내는게 그
학생으로써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스무살의 대학시절 - 이케부쿠로
내가 다녔던 대학은 도쿄에서 3번째로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케부쿠로 근처에 있다. 동아리 활동후의 술자리라던지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갈 때에는 이케부쿠로에 가는 경우가 잦았다. 와타미, 쇼야, 잇큐 등의 가성비가 좋은 이자카야 체인점에서 아침까지 마시는 일도 제법 많았었다. 대학생 때는 왜 저렇게 죽으라고 마셨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25살의 사회인 생활 - 오모테산도
오모테산도에 있는 광고 제작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심야의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촬영, 회의, 고객에 보고 등 정신없는 일상의 연속 가운데 오모테산도의 거리를 걷는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오모테산도에는 패션을 시작으로 하이브랜드라 불리우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물론 방송에 소개되는 유명 맛집 또한 많다.
‘A to Z Café’에서 점심을 먹는다던지 ‘CICADA’에서 페일에일을 마시고 일을 한다던지 등이 일상이였고, 세련된 카페에서 한템포 쉬어가는 것도 오모테산도에서 일하는 특권이라고 생각했었다.
28살에 이직한 2번째 회사 - 또 다시 시부야
이직을 통해 메구로에 있는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소가 메구로다 보니 시부야에서 미팅을 하거나 밥을 먹는 일이 많았었다. 미야마스사카 (미야마스 언덕)의 카페 ‘차테이 하토’, 도우겐자카의 카레점 ‘인데이라’, 역 앞의 이자카야 ‘야마가’와 오래전부터 장사를 해온 식당들이 많이 있다. 10대의 고등학교 시절과 20대의 사회인이 되어 바라본 시부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대의 눈높이는 이미 10대 시절에 드나들던 가게는 더이 상 보지 않게 되었고 난 그렇게 시부야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내 나이 서른 - 가쿠라자카
결혼을 계기로 가쿠라자카 근처로 이사를 왔다. 식당이 있는 조용하고 작은 길은 의외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길로 휴일에는 남편과 같이 걸어다니며 새로운 가게를 찾는게 즐거움이였다. 철판구이 전문점 ‘나카무라’, 언제나 줄서서 먹는 오뎅가게 ‘쵸우친’이 내가 자주 가던 가게였다. 가쿠라자카 맛집을 찾는다면 위의 2곳을 먼저 체크해 보길...
드디어 서른 32살 - 긴자 그리고 마루노우치
내 생애 3번째 직장은 긴자에 있는 IT계 대기업. 점심을 먹거나 회사동료와의 술자리는 긴자의 코리도가이에서, 퇴근 후에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긴자마츠야 또는 미츠코시를 자주 들린다. 마루노우치에서 일하는 대학동기와 밥을 먹으러 갈때에는 토큐플라자 긴자 아니면 마루비루의 레스토랑에 자주 간다. 수요일의 레이디스 데이(ladies day)를 노려서 영화관에도 종종 가는 편이다. 평소에는 극장티켓이 비싸지만 레이디스 데이가 되면
천엔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특히 긴자에는 영화관이 많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일이 끝난뒤에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난 문제없이 다디던 3번째 직장을 그만 둘 궁리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도쿄여행을 해보자!
대도시 도쿄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도시 자체에도 녹아있다. 도쿄여행을 통해 나만의 도쿄를 발견해 보는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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