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라멘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는 주요 인물이자 업계 전문가로서, 이번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은 노구치 켄이치씨다. 사이트에 게재된 가게나 상품 규모에서 일본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라멘 주문 사이트 ‘타쿠멘 닷컴(집에서 먹는 면이라는 뜻)’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외식업계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러한 난재를 오히려 역이용해 라멘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 곳이 바로 ‘타쿠멘 닷컴’이다. 일본 전역의 유명 라멘집과 제휴를 맺고 매장에서 제공하는 라멘(면, 국물, 재료)과 동일한 제품을 냉동 상태로 배달해, 가정이나 직장 등 어디서든 가게에서 먹는 것과 같은 라멘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라멘 주문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Q.타쿠멘 닷컴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원래 10년 정도 음식점을 운영했는데, 뭔가 새로운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마침 그 때, 현재의 회사 대표인 중학교 동창 이노우에한테 연하장이 와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당시 이노우에는 IT 업계에 있었는데, 라멘 주문 사이트라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정말로 맛있는, 제대로 된 라멘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열정에 공감했고, 또 나 역시 음식과 IT가 융합된 새로운 분야에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2010년 이노우에와 함께 ‘타쿠멘 닷컴’을 설립하게 되었다.

창업 당시부터 중시했던 비전이 바로 ‘타쿠멘을 문화로 만들자’다. 이 비전은 지금도 변합없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점이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현재 타쿠멘 닷컴의 이용자들은 원래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매니아 층이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여파로 외식이 불가능해져서 '집밥'이나 '배달', '홈쇼핑 주문' 등의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또 언론에서 소개된 덕분에 ‘타쿠멘’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확산되어, 집에서 라멘 밀키트를 조리해 먹는 것을 ‘타쿠멘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생겨 났다. 1년 전부터 회원 수가 크게 늘더니 2021년 3월에는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난 27만 명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우상향을 거듭해 2023년 한 해만 6만 명이 가입했고, 그 결과 2023년 12월 현재 이용자 수는 50만 명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먼저 라멘 가게에 제휴를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라멘 가게에서 먼저 제휴 요청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Q. ‘타쿠멘 닷컴’ 런칭 이후 라멘과 식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라멘은 요식업계에서도 특수한 장르다. 라멘 업계는 이미 일본 문화로 확립되었다고 본다. 원래 라멘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 않은가. 라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가게도 이미 수두룩하다. 이는 다른 장르의 음식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그리고 가게의 맛은 물론 가게 주인장을 좋아하는 팬층도 있다. 재방문율도 높아 일종의 브랜드 비즈니스, 팬 비즈니스라는 측면도 있는데, 이 역시 일본적인 특성이라고 본다.

타쿠멘 출시 당시부터 일본의 라멘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 다만 명확한 브랜딩을 통해 일본인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라멘은 일본 문화다’라고 당당히 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Q.2023년 라멘 업계의 동향은 어떠했는가.

――이미 맛의 종류는 다양해졌다고 본다. 전형적인 주카소바(※과거 가장 일반적이던 라멘 스타일)만 팔던 시대에서 삿포로 미소 라멘, 규슈 돈코쓰 라멘이 한때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해산물이나 돼지 뼈, 닭을 고아 만든 뽀얀 국물류가 등장하고 2010년에는 베지터블 라멘이나 비건 라멘과 같은 진화된 버전이 등장해 라멘의 저변이 넓어졌다. 주류 라멘집들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여성 손님 혼자서 들어가 편히 식사를 할 만한 가게도 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라멘이 전래되던 당시,일본에는 이미 면 요리인 소바(메밀국수)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와 구별하게 위해 라멘을 ‘난킹(남경)소바’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국이 ‘시나(지나)’로 불리게 되면서 ‘시나소바’가 되었다가, 2차 대전 후 ‘시나’라는 표현 대신 ‘중화(주카)’를 사용해 ‘주카소바’라 부르게 되었다.

최근 음식점 전반에 걸친 공통된 현상은, 물가 급등으로 인해 재료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퀄리티가 좋은 라멘을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가게가 늘고 있고, 이러한 가게를 찾는 고객 층도 두터워졌다.

특제 스프와의 절묘한 조화, 원가 절감 등을 고려해 직접 면을 뽑아 쓰는 가게나 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라멘을 제공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 두꺼운 수제면을 사용하는 ‘히카게’나 ‘데우치멘사이 카메이’는 타쿠멘 닷컴에서도 바로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SNS에서 면선(면의 라인)이 예쁘게 찍힌다고 주목을 받게 되자, 비주얼에 특히 신경을 쓰는 가게들도 생겨났다. 쓰케멘의 경우 예전에는 걸죽하고 진한 국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다시마 풍미 쓰케멘’ 등 담백한 스타일도 인기다. 이처럼 최근에는 면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요즘은 국물이 맛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밖에 디테일한 부분에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

Q.특히 최근 들어서는 타쿠멘 닷컴 등을 활용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라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19년경부터는 전자레인지에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라멘도 그 수준이 제법 높아졌다. 이에 따라 유명 라멘집이 감수한 편의점 라멘이 등장하는 등 현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스턴트 봉지 라면도 놀라울 정도로 그 퀄리티가 높아졌다. 앞으로도 이러한 진화는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타쿠멘 닷컴’ 서비스의 핵심은 ‘가게에서 먹는 것과 같은, 제대로 된 라멘의 맛을 배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2023년에는 자동 조리 로봇 ‘CHEFFY’를 출시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주식회사가 개발하고, 우리는 상품 기획와 개발을 전면적으로 담당했다. 유명 라멘집에서 감수해 준 라멘을, 주문 후 최단 90초 정도면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 2024년에는 공항에도 설치할 예정이며, 향후 규모가 작은 유명 라멘집의 해외 진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Q.2024년에는 어떤 맛과 스타일이 유행할 것 같은가?

――2023년부터 등장한 ‘면이 주인공’인 라멘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 ‘다마고카케고항(날계란을 토핑해 밥을 비벼먹는 음식)’의 라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다마코카케멘’이다. 다마고카케멘은 2018년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위치한 ‘골든 타이거’가 'TKM(다마고 카케멘)'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메뉴를 선보였고, 2023년 11월 프랜차이즈 ‘미타제면소’에서도 비슷한 메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폭넓은 층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업계 입장에서 보자면 타쿠멘 닷컴 런칭 시점에 유명 라멘집에서 수련을 하던 사람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독립해 가게를 오픈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련을 하던 가게에서 배웠던 라멘과는 전혀 다른, 상상을 초월하는 개성 만점 라멘을 선보이는 가게도 많아졌다. 따라서 2024년에도 혁신적인 라멘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하고 있다.

거기다 최근에는 인바운드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외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에서 제대로 된 라멘 맛을 즐기려는 니즈도 늘 것이다. 외국에서는 라멘하면 먼저 돈코쓰(돼지뼈를 우린 국물)를 떠올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밖에도 일본에는 다양한 라멘이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하나 하나에 각각의 스토리와 사연이 있어 문화적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이 있다.

앞으로 10 년 간은 ‘라멘×세계’를 당사의 주요 사업 테마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제대로 된 라멘 맛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가고자 한다.

노마구치 씨가 이사 겸 공동 창업자로 있는 구르메 이노베이션 주식회사는 2021년부터 '주문 라멘 오브 더 이어 JAPAN BEST RAMEN AWARDS'라는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라멘 장인들의 노와우와 일본의 '제대로 된 라멘' 맛을 국내외로 전파하기 위해 일본 전국의 유명 라멘집 오너 500명이 ‘정말 맛있다’고 추천해 준 가게의 순위를 발표하고 수상하는 행사다.

올해 시상식은 2023년 12월에 열렸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2023년 타쿠멘 닷컴의 장르별 매출 순위에서 상위를 기록한 매장도 수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종합 대상에는 '원조 스태미너 만점 라멘 스즈키’의 ‘스타만소바’가 선정되었다.

일본에는 18,000개 이상의 라멘집이 있을 정도로, 라멘 산업은 6,000억 엔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각 매장에는 장인들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있다. 일본 라멘은 이러한 장인들의 열정과 고집의 결과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알면 알 수록 그 깊이를 더해 가는, 제대로 된 라멘 맛을 꼭 한번 경험해 보기 바란다.

※본 기사의 정보는 2023년 12월 시점의 것입니다. 최신 정보는 공식 사이트 등에서 확인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