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왜 세계 음식의 수도라 불리는 것일까? 그 답은 자연과 오랜 역사와 관계가 깊다.
도쿄가 과거 ‘에도’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에도의 4대 음식으로 손꼽히던 것이 바로 메밀국수(소바), 튀김(덴푸라), 초밥(스시), 장어(우나기)인데, 이 음식들은 지금도 일본을 상징하는 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에도라 불리던 과거부터 도쿄는 전통적인 일본 요리와 중국, 한국, 유럽의 영향을 받아 완성시킨 퓨전형 음식의 보고였던 셈이다.
음식 역사학자 데이비드 콘클린(David Conklin)이 도쿄 음식의 기원과 현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을 소개한다. 고급 파인 다이닝이 밀집해 있는 긴자, 몬자야끼 거리 쓰키시마, 메밀국수와 초밥 등 현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니혼바시, 프랑스 음식 등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가구라자카, 초밥이나 복어 같은 독특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아사쿠사 등 지역별로 어떤 맛집이 있는지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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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PIXTA
도쿄: 쩝쩝 박사들의 꿈의 여행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외식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로 도쿄가 언급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6만 점포에 달하는 대부분의 식당들은 일본 음식을 제공하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도 만나볼 수 있다. 단, 일부 지역(중동, 아프리카, 그리스, 중남미) 음식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요리, 특히 프랑스나 중국,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에리어별로 다양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미슐랭에 선정된 수준 높은 매장도 있다.
도쿄에는 다양한 음식점이 모여 있어, 음식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각지의 지역 특산품은 물론 다양한 외국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도쿄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 중에는 앞서 언급한 '에도의 4대 음식'인 메밀국서수, 장어, 덴푸라, 에도마에 초밥도 포함되어 있다.
도쿄를 대표하는 요리가 발전/확산되는 과정
일본은 산악 지역을 중심으로 요리가 발달해 왔다. 일본의 저명한 생활문화사 학자 하라다 노부오(原田信夫)가 설명했듯, 근대 이전까지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산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산에 살던 일본인들이 바다로 잠시 내려와 일을 하고는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농부들은 집 근처에서 지냈고 이웃과도 빈번히 교류하지 않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다양한 음식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그 대부분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16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도시하면 일왕과 귀족의 고향에 해당하는 ‘교토’ 한 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교토에서는 14세기경부터 가이세키(일본식 코스 요리 의 원형에 해당하는 요리가 발전해 왔다. 귀족이나 영주들이 사는 성 주변에 조성된 성곽 마을에서 권세가 있고 부유한 군벌들이 먹었던 고도로 정제된 음식이 바로 가이세키다.
그러다가 1600년경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투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토 권력의 중심을 교토에서 에도(당시 에도만 연안의 작은 어촌 마을로 현재의 도쿄)로 옮긴 뒤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규모가 작았던 에도를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이에야스는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무사들을 지배하에 두면서 에도 성을 비롯한 해자와 운하, 상수도 설비, 다리 등의 건설에 힘을 쏟았다. 이때 일본 전역의 평민들이 도시 건설을 위해 고용되기도 했다.
그 결과 조리방식과 식재료 등 모든 면에서 다양한 요리가 발전했고, 사람과 음식이 모이는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거의 하룻밤 사이에 에도 주민들과 이곳을 방문한 타지역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에도의 4대 음식이 발전, 정착하게 되었다. 이 중 초밥과 덴푸라는 에도만에서 잡히는 생선과 해산물로 만들었다(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덴푸라하면 해산물로 만든 것이었다).
남태평양에서 서식하는 뱀장어를 뜻하는 ‘우나기’가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강과 개울에서도 발견되면서 이 지역을 거대한 슾지로 만들었다.
오늘날 도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어 요리로 꼽히는 ‘가바야키’. 손질한 장어가 마치 개울 주변에 서식하는 ‘가마(부들과 다년초)’의 이삭이 닮았다고 해서 '가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에도 전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메밀로 만든 ‘소바’는 당시 노동자들의 패스트푸드였다. 진하고 짭짤한 소스(쓰유)에 시원한 메밀면을 찍어 먹는 ‘소바’는 무더운 여름날 부족해지기 쉬운 염분을 보충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 네 가지 음식이 에도 시대 이후 도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 것은 왜일까? 아마도 식재료를 저렴하고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음식들은 모두 당대 패스트푸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맛까지 좋아 오늘날까지도 인기 음식으로 이어져 오게 된 것이다.
최근 도쿄
현대의 도쿄에서는 에도 4대 음식은 물론 더욱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도쿄에는 맛있는 베이커리와 피자 가게도 많다. 와규(일본산 마블링 소고기) 레스토랑은 서양식 스테이크와 일본식 샤브샤브, 스키야키를 모두 제공한다. 물론 라멘도 빼놓을 수 없다!
도쿄에서는 홋카이도 미소 라멘부터 하카타 돈까스 라멘 , 닭고기나 생선 육수로 만든 라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종류의 라멘을 맛볼 수 있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일본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지만, 도쿄 만큼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곳도 아마 드물 것이다.
도쿄에서의 라멘은 홋카이도 미소 라멘 부터 하카타 돈까스 라멘 , 닭고기나 생선 육수로 만든 라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종류의 라멘을 맛볼 수 있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일본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지만, 도쿄 만큼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곳도 아마 드물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문호를 개방하자, 외국인과 함께 그 나라의 음식과 요리도 함께 전래되었다. 반대로 많은 일본인들이 다양한 국가를 여행한 뒤 새로운 요리를 가지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 특히 도쿄는 세계에서 가장 외식하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음식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훌륭한 음식도 경험할 수 있다.
도쿄의 음식점 지도
1825년 프랑스의 미식평론가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음식 에세이 맛의 철학 ((Physiologie du gout))을 통해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i tu e)’고 언급했다. 이 유명한 경구는 종종 ‘당신이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이다’로 축약되기도 한다.
브리야 사바랭의 말을 몇 군데만 수정하면 도쿄의 여러 지역에서 음식을 즐기는 일에 대해서도 적절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면,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주겠다’라고 말이다.
다음은 특정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쿄 도내의 에리어 정보다.
1. 긴자
도쿄 중심에 위치한 긴자는 다양한 샵, 특히 명품 샵이 밀집해 있는 쇼핑 거리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곳 긴자에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과 1,000개 이상의 초밥집(인접 지역인 ‘쓰키지’까지 포함한 경우)이 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약 45곳이나 되며, 미슐랭 빕 구르망 어워드(Michelin Bib Gourmand awards)에 선정된 곳도 있다. 이들 음식점 대부분은 건물 고층에 있어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한편 수 많은 길거리 음식점에서 면류(메밀국수, 우동, 라멘) 등 저렴한 음식을 먹거나 카페 메뉴를 즐길 수도 있다. 이 밖에 킷캣 매장 같은 독특한 샵도 만나볼 수 있다.
긴자는 남성 고객이 여성 호스티스와 담소를 나누고 술을 마실 수 있는 호스티스 바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반대로, 여성 고객이 남성 점원과 담소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호스트 바는 신주쿠역 근처 가부키초에 밀집해 있다).
- 긴자역(도쿄 메트로 긴자선, 히비야선, 마루노우치선)
- 히가시긴자역(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도에이 아사쿠사선)
- 긴자 잇초메역(도쿄 메트로 유라쿠초선)
- 히비야역(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치요다선, 도에이 미타선)
- 유라쿠초역(JR 야마노테, JR 게이힌 도호쿠)
- 스시, 소바, 우동, 카페, 파인 다이닝
2. 니혼바시
에도 시대에는 닌교초를 포함한 니혼바시가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의 중심지였다. 17세기 초부터 1923년까지는 당시 수산 시장이 있던 곳이며, 에도 시대 상당 기간 동안 가부키 극장이 영업하던 곳이자 최초의 백화점이 들어서고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인기 맛집들이 등장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니혼바시 주변에도 많은 초밥집이 있다. 개중에는 에도 시대에 문을 연 노포점도 많은데, 이제는 흔히 접할 수 있게된 음식을 고안해 최초로 선보인 가게들도 꽤 있다.
‘오야코동(※)’ 전문점으로 265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다마히데’와 이제는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한입 크기 디저트 ‘닌교야키’를 처음 고안해 낸 가게 ‘이타쿠라야’가 유명하다 .
※닭튀김 위에 달걀을 풀어 달콤한 양념을 붓고 끓인 뒤, 밥 위에 얹어 먹는 요리. 오야코란 '부모와 자식'을 뜻하며 닭고기와 달걀이 같이 올라간 덮밥을 말한다.
니혼바시는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문을 연 레스토랑 ‘베니하나’가 있는 동네기도 한데, 원래는 철판구이 전문점이 아니라 재즈 카페였다고.
니혼바시역 주변 중심가는 300년 이상 미쓰이 물산과 미쓰이가 운영하는 미쓰코시 백화점이 상권을 장악해 왔다.
백화점에 가게 된다면 지하에 있는 ‘데파치카(depachika: 백화점 지하라는 의미로 다양한 식품관이 모여있다)’에 꼭 들러야 한다. 남쪽으로 몇 블록 더 가면 다카시마야 백화점도 있으니, 지하 푸드 코너로 가서 즐거운 맛 쇼핑을 경험해 보자.
최근 몇 년 동안 미쓰이의 상업용 부동산 사업부는 미쓰코시 백화점 앞에 소매점을 비롯해 주거지, 사무실,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는 ‘COREDO’(Core of Edo의 약자) 몰의 개발 및 확장에 힘쓰고 있다.
2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쓰오부시와 다양한 육수 재료를 파는 노포도 몇 곳 있다. 이곳에서는 깊이 우려낸 국물을 마치 차나 커피를 즐기듯 시음해 볼 수도 있다(1923년 대지진 이후 쓰키지로 대부분 이전한 다른 매장들과 달리 가쓰오부시 상점은 지금까지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니혼바시 주변에는 나라, 시가, 도야마, 후쿠시마 등 일본의 지방 특산물을 판매하는 안테나 샵이 많다. 안테나 샵이란 특산품을 비롯해 맥주와 사케, 식기, 기타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해당 현을 대표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말한다. 이 상점을 방문하면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도 해당 현의 특산품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각 현 입장에서는 안테나 샵 운영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한다.
- 니혼바시역(도쿄 메트로 긴자선, 도에이 아사쿠사선)
- 닌교초역(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 데파치카; 오야코동; 안테나 숍; 철판구이; 닌교야키
3. 아사쿠사
니혼바시처럼 아사쿠사도 과거의 에도와 20세기 초 도쿄의 매력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사쿠사의 주요 명소로 부동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도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절 센소지다.
과거에는 일본 전역에서 걸어서 센소지를 찾는 순례자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오직 자비의 여신 ‘관음’에게 기도할 목적만 가지고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순례자들은 맛있은 음식을 먹고 싶어했고 오락거리를 찾았다. 이제 먼 지역에서 걸어서 아사쿠사를 찾는 여행객들은 거의 없지만, 여전히 음식과 오락거리를 즐기고 기념선물을 사고자 하는 심리는 남아 있다.
그 결과 초밥, 복어, 장어, 오코노미야와 몬자야키, 일본풍 서양식, 미꾸라지 요리처럼 일본인들이 평소 잘 먹지 않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밀집하게 되었다. 물론 메밀국수와 우동, 라멘, 야키토리(닭꼬치)와 일반적인 음식도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상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센베이(쌀과자)와 닌교야키(달콤한 팥소로 속을 채운 한입 사이즈 디저트) 등 다양한 군것질거리를 판다. 특히 센소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길게 설치된 상점가 ‘나카미세’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현지인들 중에는 길거리 이동 중에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주의를 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아사쿠사의 볼거리, 즐길 거리가 사찰 앞과 사찰 서편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찰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사쿠사 산초메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다양한 료테이(가이세키 요리를 제공하는 고급 가게, 게이샤를 부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초밥집 등이 있다. 이른 저녁에 방문하면 가게 주변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게이샤를 볼 수도 있다.
- 아사쿠사역(도쿄 메트로 긴자선, 도에이 아사쿠사선, 쓰쿠바 익스프레스)
- 장어, 초밥, 복어, 오코노미야키, 모야자키, 요쇼쿠, 소바, 우동, 야키토리, 가이세키, 센베이
4. 가구라자카
이이다바시역 주변 언덕길에 위치한 가구라자카는 수많은 프렌치 레스토랑과 비스트로가 모여있는 동네로 유명하며, 도쿄의 ‘작은 파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다.
일부 레스토랑은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가게들도 많다.
가구라자카는 프랑스 요리 외에도 일본 전통 요리와 게이샤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초밥집과 미슐랭 쓰리 스타에 빛나는 가이세키 전문점 등 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이 밖에 맛있는 메밀국수 가게나 스모 선수들이 즐겨 먹는다는 창코나베(닭고기와 야채 등을 넣은 전골 요리) 등 다양한 음식과 간식거리,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많다.
가구라자카는 이다바시역에서 와세다 방면으로 이어진 언덕을 중심으로 메인 스트리트가 펼쳐지는데,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은 안쪽 좁은 골목길에 숨어 있다.
- 가구라자카역(도쿄 메트로 도자이선)
- 프랑스 요리; 가이세키; 소바; 파인 다이닝
5. 츠키시마
도쿄에 사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음식 거리에 대해 물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츠키시마의 몬자 거리를 언급할 것이다.
츠키시마는 츠키지와 스미다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동네다. 최근에는 고층 맨션이 많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오래된 2층 짜리 목조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지역은 수백 년 전 공사로 이루어진 매립지다.
츠키시마 몬자 거리는 400m나 되는 긴 거리 양옆으로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 곳으로, 가게는 대부분이 몬자야키 전문점이다. 현재 메인 스트리트에서 약 58개의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가게가 있다.
오사카와 히로시마에 오코노미야키가 있다면, 도쿄에는 몬자야키가 있다고 보면 된다. 밀가루에 물을 섞어 만든 묽은 반죽에 야채와 좋아하는 재료(보통 해산물, 치즈,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다.
오코노미야키보다 반죽이 묽기 때문에 완성된 비주얼이나 식감이 오코노미야키와는 많이 다르다. 먼저 테이블 가운데 설치된 뜨거운 철판에 각종 재료를 부은 다음, 작은 주걱을 이용해 철판에 고루 펴준다(쓰키시마에서는 이곳의 상징이기도 한 주걱이 교차된 디자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다 익으면 이 주걱을 이용해 조금씩 떼어 먹으면 된다.
손님들이 몬자야키 조리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원들이 조리해 주거나 설명해 준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요리다! 또 재료와 조리법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쓰키시마에 있는 몬자야키 전문점 대부분이 오코노미야키도 제공한다.
몬자야키는 저렴하고 여럿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음식이다 보니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몬자 거리에는 몬자야키 외에도 멜론빵이나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파는 곳도 많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직접 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몬자야키를 추천한다. 츠키시마로 가서 먼저 식당을 고르고(겉보기에는 거의 비슷하다), 몬자야키에 도전해 보자. 그리고 이왕 일본에 왔으니 오코노미야키 주문도 잊지 말자.
- 츠키시마역(도에이 오에도선, 도쿄 메트로 유라쿠초선)
- 몬자야키; 오코노미야키; 멜론 팬
6. 료고쿠
히가시니혼바시에서 스미다강을 하나 건너기만 하면 다양한 문화적 명소가 모여있는 료고쿠가 나온다. 특히 매년 스모 경기가 3회 정기적으로 열리는고쿠기칸경기장이 유명하다.
그리고 에도 도쿄 박물관, the 일본 도립 박물관, 우키요에 화가 호쿠사이 헌정 박물관, a 스모 박물관, and even a 불꽃놀이 박물관등 다양한 박물관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 가게도 모여 있는데, 특히 눈에 띄는 곳이 창코나베 전문점이다. 창코나베란 스모 선수들이 매일 먹는 전골 요리를 말한다.
료고쿠에는 약 25~30개의 창코나베 전문점이 있는데, 특히 ‘창코 가와사키’를 추천한다. 일본어로 ‘ちゃんこ’라 적힌 표지판을 찾으면 된다. 료고쿠가 일본의 국민 스포츠인 스모의 본고장이다 보니 창코 전문점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은퇴한 스모 선수가 스모 다음으로 가장 잘 아는 음식인 창코나베를 만들어 파는 것은 최고의 세컨드 커리어가 아닐까? (보통 젊은 선수들이 요리를 하며, 각자 기량에 따라 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창코나베 외에 은퇴한 몽골 출신 스모 선수가 운영하는 몽골 음식점도 있는데, 주요 식재료는 양고기다. 미슐랭 원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포함해 맛이 좋은 메밀국수집, 스테이크, 야키니쿠 전문점도 많다.
료고쿠는 최초의 초밥집이 문을 연 지역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초밥집이 많지 않다(사실 초밥집이 사라진 지는 100년도 넘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뿐이다).
스모 시합이 없는 날에도 료고쿠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대표 음식인 창코나베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스모 대회가 열리는 시기(1월, 5월, 9월))가 되면, 경기장 앞에 설치된 펄럭이는 밝은 색 깃발을 배경으로 스모 선수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합이 없는 시즌에 방문해도 스모 선수를 우연히 만날 수 있다. 최소한 선수들이 머리를 정돈하는데 사용하는 강한 동백기름 냄새 정도는 분명 맡을 수 있을 것이다.
- 료고쿠역(도에이 오에도선, JR 주오소부선)
- 창코나베; 스테이크; 야키니쿠
7. 몬젠나카초
츠키시마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젠나카초. 유명한 불교 사원인 ‘나리타산 후카가와 후도도’와 도쿄에서 가장 큰 ‘마쓰리(축제)’ 중 하나인 ‘후카가와 하치만 마쓰리(물던지기 축제)’를 선보이는 신사 ‘도미오카 하치만구’가 있는 아담한 동네다.
수 백 개의 소규모 음식점과 바가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사찰 서편에 음식이나 술을 즐길 만한 가게가 제법 많이 모여 있다. 벽돌 외관이 특징적인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도 있다(최대 수용 인원은 6명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찰과 신사 앞 도로 맞은 편이 번화가에 해당한다. 각각 약 500m에 달하는 두 거리에는 수 백 개에 달하는 2층짜리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대다수가 이자카야(선술집), 바와 같은 술집이다.
몬젠나카초를 잘 하는 현지 일본인들은 ‘모나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가이드북에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니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동네에서 제대로 된 일본 체험을 하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자.
- 몬젠나카초역(도에이 오에도선, 도쿄 메트로 도자이선)
- 현지 분위기의 소규모 바와 레스토랑에 적합
8. 하라주쿠
하라주쿠는 화려한 패션을 비롯해 크레이프, 구르메 팝콘 같은 달콤하고 트렌디한 음식이 유행하는, 청소년 문화를 선도하는 거리로 오랜 세월 군림해 왔다.
하라주쿠를 언급할 때 독특한 음식 문화는 빼놓을 수가 없다. 다만 이번에 하라주쿠를 둘러 보면서 필자가 새삼 느낀 것은 팬데믹 영향으로 인해 주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먼저, 거리 곳곳에서 보이던 크레이프 가게가 사라졌다. 필자가 기억하는 이국적인 팝콘같은 핫한 음식들도 자취를 감췄다. 반면 옷가게는 여전히 남아있고, 어쩌면 전보다 더 는 것도 같다. 트러플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일부 아이스크림 매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팔던 가판이나 식당이 선술집이나 수제 맥주집으로 바뀌면서 거리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조숙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몇 년 전 지역 잡지에 일본 요리를 파는 하라주쿠의 음식점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하루 종일 하라주쿠의 거리를 걸으며 추천할 만한 음식점을 두 세 곳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하라주쿠역(JR 야마노테선)
- 메이지진구마에역, 하라주쿠역(도쿄 메트로 치요다선, 후쿠토신선)
- 유행 음식; 수제 맥주
보너스: 가성비 좋은 이자카야 – 도쿄에 가면 여긴 꼭 들러야 해!
도쿄에서는 전철역 주변에 저렴한 이자카야나 타치노미야(서서 먹는 저렴한 술집)가 모여있는 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유명한 곳이 유라쿠초, 신바시, 이케부쿠로, 시부야, 신주쿠역 근처인데, 우에노와 아사쿠사바시에 가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전철 역 근처에 이자카야가 밀집하게 된 이유는 교외에서 도쿄로 들어오는 통근 노선이 도쿄의 순환선에 해당하는 야마노테선과 만나면서 출발 시간에 지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샐러리맨들은 퇴근 후 선술집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한 다음, 한 시간 이상 전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식이었다.
위에 소개한 역들은 도쿄에서 가장 붐비는 곳으로, 매일 최대 100만 명이 이용한다. 신주쿠역은 2018년 1일 평균 통행자 수가 359만 명을 기록해 세계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렇게 잠재 고객이 있다 보니 앞으로도 이들의 식욕과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음식점과 술집은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술과 안주를 부담없이 즐기고 싶고, 일본 직장인들(최근에는 가게 손님 중 여성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의 삶이 궁금하다면 역 근처 술집에 들러 보자.
마무리
독특한 지리와 정치적인 영향으로 풍부한 역사를 갖게 된 도쿄의 음식. 옛날에는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도쿄는 이제 최고 수준의 요리를 제공하는, 명실상부 세계적인 음식 수도로 성장했다.
에도의 4대 음식은 여전히 인기가 많으며, 이 밖에도 도쿄에서는 전통적인 일본 요리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할 수 있다. 지금도 도쿄의 요식업계는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어 앞으로도 식도락가들의 미각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추천 도쿄 음식 투어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으로 닌교초에 거주하며 음식과 음식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일본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에서의 일본음식의 역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 중 일부는 www.foodadventuresjapan.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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