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는 히라가나, 한자, 가타가나로 이루어져 있다. 외국어의 경우 반드시 가타카나로 표기를 하는데, 사실 영어가 아닌 <일본식 영어>인 경우도 많아,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이번에는 외국인을 헷갈리게 하는, 일본인이 자주 쓰는 가타카나 영어를 소개해본다.
먼저, 일본식 영어란?
일본식 영어란 영어를 사용해 일본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오리지널 표현이다. 이는 대부분 가타카나로 표기가 되는데, 예를 들어 렌지(microwave oven), 콘센트(outlet), 바이킹(buffet)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 일본식 영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 일본인이 이를 영어라 생각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와 비슷하거나 줄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본인끼리 이야기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단어가 일본식 영어인지, 실제로 외국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일본식 영어 - 페토보토루(페트병)은 플라스틱 보틀! 비니루부쿠로(비닐봉지)는 플라스틱 백!
“미국에서는 페토보토루라고 말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는데 프라스틱 보틀을 말하는 거더라고요” (미국인/여성/ 30대)
일본인은 당연하게 사용하는 페트보토루. 리사이클 표기에도 PET라고 쓰여 있을 정도. 언뜻 보기에 영어인 것 같지만, 이것은 완벽한 일본식 영어다. 영어로는 프라스틱 보틀이다. PET은 polyethylene terephthalate라는 수지 이름의 약칭. 영어로도 PET라고 표기되지만, ‘피, 이, 티’라고 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페트라고 하면 음료수 병이 아니라 동물의 페트(펫)가 먼저 연상이 된다고.
“또, 비닐(vinyl)도 소재 이름이에요. plastic bag이라고 하면 되는데 왜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는지 궁금했어요”
일본에서는 자주 쓰는 <비니루부쿠로>라는 단어. 이것도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쓴다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 일본인 중에는 비닐이 소재 이름인지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일본식 영어 <서비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나 누군가가 무언가를 해주는 서비스를 가리키지만!
“일본어로 <서비스입니다>라고 하면 무료라는 뜻이죠? 깜짝 놀랐어요. 영어로는 서비스=무료라는 뜻이 아니거든요” (미국인/남성 30대)
“서비스라는 단어는 중국에서도 씁니다. 중국인은 공짜를 좋아해서 이 일본식 의미가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하지만 영어로 서비스는 제공한다는 의미만 있지 무료라는 의미는 없어요. 무료라면 <free >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중국/남성 30대)
Service라는 단어 자체에 무료라는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서비스>라고 하면 덤으로 준다거나 무료로 뭔가를 준다는 봉사의 의미를 띈다. 그래서 일본인이 해외에 갔을 때 <서비스입니다>라고 하면 <무료다!>라고 오해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일본식 영어 -파소콘, 리모콘 등…생략된 가타카나 영어가 많다!
“파소콘, 리모콘, 에어콘 등 영단어를 생략한 단어가 많아서 헷갈려요. 일본인은 영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페인/남성 40대)
영어로 파소콘(컴퓨터)은 personal computer, 리모콘은 remote controller, 에어콘은 air conditioner이라고 한다. 일본적으로는 이런 단어를 줄여 사용하는 것이 많다. 화쿠스(팩스), 아쿠세르(엑셀), 아파토(아파트) 등도 일본인이 영어라 굳게 믿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정확하게는 팩시밀리, 엑셀레이터, 아파트먼트. 만약 일본인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단어의 의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줄임말일 수도 있으니 상상력을 총동원해보면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다!
의외로 화장과 관련된 일본식 영어가 많다!
의외로 화장과 관련된 일본식 영어가 많다!
“코스메가 일본에서는 화장품이라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립같은 말도 그렇고 단어가 전부 짧아서 재밌어요” (인도네시아/여성 20대)
아무 생각 없이 써왔던 코스메, 이것도 생략된 단어로 원래는 cosmetics이다. 일본인이 립이라고 부르는 립크림. 이것도 일본식 영어로 실제 영어로는 lip balm이라고 한다. 영어로 blush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단순히 볼을 의미하는 <치크>라고 불린다. 아이브로, 컨실러 등 영어와 같은 표현도 있는데 왜 볼만 노골적으로 실제 신체 부분을 지칭하는 걸까? 일본인인 필자도 궁금해진다.
아르바이트는 <단시간 노동 및 부업적>이라는 뜻의 독일어
“일본인이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대화가 안 통한 적이 있어요. 독일에서는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그냥 일을 말하는 건데 일본에서는 mini job이라는 뜻이더라고요” (독일/30대 남성)
아르바이트도 완전한 일본식 영어로 독일어로 노동이라는 의미의 arbeit가 어원이다. 일본에서 말하는 아르바이트는 영어로는 part time job. part time이라고 하면 짧은 시간 일하는 이미지지만, 일본에서는 주 5일 8시간을 일해도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아르바이트 외에도 일본에는 파트, 아르바이트, 계약사원, 정사원과 같은 고용형태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정의는 엄밀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 급여, 노동조건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헷갈리는 일본식 영어는 완전한 일본어로 생각하자!
일본인은 가타카나=해외에서 발생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데다 그 대부분이 영어와 같은 의미라고 착각하곤 한다. 더욱이 발음까지 모호하면 정확한 영어를 알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더욱 헷갈릴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일본식 영어는 그냥 일본어! 새로운 일본어 단어라 생각하고 외워두도록 하자! 그리고 일본인에게 “그거 일본식 영어야”하고 알려주는 것도 좋겠다.
written by : miyuki ya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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