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건 그 나라 특유의 언행, 습관이란 것이 있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외국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어느새 그 나라 스타일로 굳어져 버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상황이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에 사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내가 이제 일본사람이 다 됐구나’라고 느껴질 때에 대해 물어 보았다(기사 본문 내용은 인터뷰에 응해 준 각 응답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마스크를 쓰게 된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하는 습관이 아닐까요. 미국에 있을 때에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일본에 살면서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회사에 가도 다들 하고 있고 지금은 마스크를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예요!”(미국인 여성/20대)
많은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쓴 사람=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마스크 사용률이 높은 일본. 외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겨울 풍경이 되었다.
잠깐 외출할 때에도 화장을 하게 되었다!
“미국 친구들에게 일본에 살기 시작한 뒤로 멋을 많이 부린다는 말을 듣게 되었어요. 미국에 있을 때에는 정말 아무런 치장도 안하고 다녔거든요.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였죠~(웃음). 미국은 보통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 수퍼에 갈 때는 딱히 누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라 외모나 복장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요. 도쿄는 어디를 가려고 해도 전철로 이동해야 하는데다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편의점에 갈 때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 편이예요.”(미국 여성/20대)
일본인들은 어디를 가든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는 그녀. 일본의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는 데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충분히 수긍이 가는 답변이었다.
공공 장소에서의 매너가 아주 맘에 든다!
“엘리베이터 안이나 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매너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철 안에서 싸우는 사람도 자주 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꽤 시끄러운 편이지요(웃음).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줄을 잘 서고 조용한 편이고, 또 이런 문화가 당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공 장소에서의 매너에 저도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중국 남성/30대)
어떤 상황에서도 질서와 규칙을 잘 지키려는 일본 사람들의 습관. 이러한 분위기가 당연한 곳에 살다 보니 스스로도 매너를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싫어했던 낫토가 이제는 반찬으로 식탁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밥이랑 김치, 낫토예요! 김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없으면 안되는 반찬이고 낫토는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 봤어요. 지금은 습관이 되어 거의 매일 먹습니다!”(한국 남성/20대)
일본인 중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식품 중에서도 대표격인 낫토. 일본에 살면서 먹다 보니 어느덧 너무 좋아하게 되어 이제는 매일 먹는다니! 발효 식품에 익숙한 한국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상대방의 프라이버시에 더욱 민감해졌다!
“일본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나라여서 당연히 허그도 안하고 결혼했는지를 물어서도 안 되잖아요? 캐나다에서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당연하게 물어봐도 되는 부분인데 말이죠. 지금은 저도 엄청 조심하고 있는데 일본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겠지요.”(캐나다 남성/30대)
최근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프라이버시 관련 상황들은 일본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때로는 개인적인 질문도 하게 되는데 과연 어느 부분까지 물어도 되는 건지. 이점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판단이 어려운 주제인 것 같다.
자기주장보다는 단체생활을 중요시여기는 습관이
“중국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편입니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도 본인의 의견을 먼저 말하지요.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본인 생각을 말하쟎아요? 오랫동안 일본에 있어서 그런지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전보다는 단체생활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습니다.”(중국 남성/50대)
사회나 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개인의 주장이 강하다는 중국. 이에 비하면 일본은 상대방을 우선시하고 단체생활과 관계를 중요시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대화 상황에서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야근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일할 때에는 절대 하지 않았는데 일본에 와서는 야근을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들 하니까 저만 퇴근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 이런 부분은 굉장히 일본스러운 것 같아요.”(스페인 남성/30대)
일하는 스타일도 일본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지는 응답이었다. 물론 볼 일이 있거나 빨리 퇴근해야 하면 칼퇴를 하기도 하지만 주변 동료들이 열심히 일하고 남아서 야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수고하셨습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스페인인 남자/30대)
“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잖아요. 대단히 수고하지 않았어도 일본에서는 일상적인 인사말이니까요!”(캐나다 남성/30대)
일본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답한 의견이었다. 별반 수고스러운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수고하셨습니다’는 인사를 받는 게 처음에는 왠지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표현이 관용적인 인사말이라는 점을 알게 된 뒤로는 본인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인들 눈높이에서 들어 본 ‘일본 사람’ 같은 말과 행동에 대한 의견이었다, 어떠한가? 사소한 일도 외국 사람들에게는 ‘일본 사람’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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