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본 생활 8년차.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왠지 모를 그리움과 정겨움이 한가득 밀려오곤 하지만… 일본생활에 너무 적응해버린 걸까?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풍경들이 조금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젠 오히려 한국에서 놀라는 일이 많아진 나. 그 7가지 일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대중 교통은 무법 지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놀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내리지전에 올라타는 사람들… 질서를 잘 지키려는 사람과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뒤섞이는 지하철.
버스도 마찬가지.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을 빵빵하게 틀어 놓았을 때면 나도 모르게 불편해지는데... 이걸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해야 할지 약간 기분이 씁쓸해진다.
2. 한국 편의점의 진화에 깜짝 놀라다
물론 편의점 하면 일본을 따라올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들린 한국 편의점은 ‘내가 알던 그 편의점 맞아?’ 할 정도로 진화해 있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 PB제품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가성비 좋은 1000원 커피, 세탁, 배달 등 서비스 면에서도 일본 편의점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 몇 년 전만해도 그저 ‘마트보다 비싼 곳’일 뿐이었는데... 이젠 한국에서도 편의점을 골라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구나! 편의점의 놀라운 진화에 내가 다 뿌듯하다.
운전하기가 두려워졌다
오키나와 여행을 가면 자동차를 렌트하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다. 물론 고속도로 아니면 한적한 길이 많아 운전하기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운전석은 반대지만. 대도시 도쿄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는 물론 많을지 모르나 운전하기 어려움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양보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대부분의 차들이 정지선 앞에 딱딱 멈춰서고, 웬만해서는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서 차보다 사람이 먼저 지나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이런 일본의 운전 감각으로 한국에서 운전한다면, 얼마나 많은 눈치와 클랙슨 세례를 받을까? 이젠 한국에서 운전하기가 두렵다.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나?
오랜만에 한국의 한식집에 가면 일본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풍경에 기분이 업 되곤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반찬의 어마무시한 종류부터, ‘본고장’ 만의 정겨운 분위기 까지.. 이 얼마나 그리웠던 풍경인가. 역시 한국음식은 한국에서 먹어야 제 맛! 일본에 있는 한국식당과는 비교할 바 못된다. 맛이 밋밋한 일본 음식과 달리 화끈하고 구수한 한국음식이 역시 나의 소울 푸드. 비빔밥, 삼겹살, 삼계탕, 불고기 정도밖에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좀 더 다양한 한국요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곤 한다.
5. 한국 관공서의 바람직한 ‘빨리빨리’
일본에서는 민원 서류 한장 발급 받는데 최소 30분이상, 1시간 정도 대기할 각오는 물론이고, 서류 접수하는 사람, 발급해주는 사람, 수납하는 사람이 달라서 여러 창구를 왔다 갔다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에 비해 한국은 많이 기다릴 필요 없이 스피드하게 일을 처리하는 점에서 새삼스레 놀라곤 하는데, 이거야 말로 바람직한 ‘빨리빨리’가 아닐까. 이젠 일본 관공서나 은행에서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졌지만, 가끔 이렇게 한국의 스피드를 경험하고 나면 일본이 답답해지는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 시간 돌려줘~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새로운 유행어들, 도대체 무슨 의미야?
오랜만에 만난 한국 친구들과 폭풍수다 중. 그런데 ‘아무말 대잔치’, ‘이거 실화냐’ 등등, 새로운 유행어가 왜 이렇게 많은지! 그 유행어의 유래는 물론 의미조차 잘 모르는 나는, 부끄럽지만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유행어를 알아도 일본에 오면 좀처럼 쓸 일이 없다는 것. 일본에서 살다 보니 유행어는 물론 한국어와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우리나라에 센스 있는 유행어가 많다는 건 인정!
이젠 고층 아파트가 무섭다
한국에서 새삼스레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정말 많은 고층 아파트가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도심부에도 고층 빌딩이나 맨션은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보면1~2층짜리 일반 주택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작고 큰 지진이 끊이지 않는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고층 아파트는 돈이 많거나 혹은 용기가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 한국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지라, 수많은 고층 아파트를 볼 때마다 ‘지진 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곤 한다.
앞으로는 한국에 가면 좋은 의미로 놀라게 되는 일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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