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친구 N씨의 초대를 받고 그녀의 집에 처음 방문한 날. 미리 사둔 오미야게(선물)를 들고 시간에 맞춰 도착한 것까진 완벽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식사 예절’ 때문에 진땀을 흘릴 줄이야...! 한국과는 너무 다른 일본의 식사 문화 때문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냥 평범하게 식사하면 되지 뭐가 어려워?”라고 쉽게 생각 했다간 망신 당하기 십상인 일본의 식사예절.
필자의 경험으로 배운 7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감사인사는 매너가 아닌 필수
식사전엔 ‘잘먹겠습니다(いただきます)’ 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하지만, 식사후에 ‘잘 먹었습니다(ごちそうさまでした)’라고 전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감사의 뜻을 담아 인사를 건네자. 더불어 요리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도 좋다. N씨는 “아무래도 “잘 먹었습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안심이 돼. 비싸고 좋은 오미야게(선물)를 받았더라도 식사에 대한 인사가 없으면 뭔가 서운할 때도 있더라.” 하고 말했다.
2. 밥그릇과 국그릇은 손에 들고 먹는다
한국과 가장 다른 일본의 식사 예절은 바로 밥그릇과 국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것이 아닐까. 특히 국그릇의 경우, 젓가락만 사용하는 일본에서는 필연적으로 들고 마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것은 아니다. 밥이나 국그릇, 작은 개인 접시 이외의 크고 평평한 접시나 도자기로 된 사발 등은 테이블에 놓은 채로 먹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3. 요리는 개인 접시에 옮긴 다음에 먹는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다 같이 나눠 먹어야 하는 요리에 개인 젓가락을 들이대는 것은 피해야할 행동이다.
일본에서는 일단 음식을 개인 접시로 옮겨 담은 후에 집어먹는 것이 예의다. 정말 친한 사이라면 굳이 덜어 먹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위생을 생각했을 때 그다지 좋은 습관은 아니다.
4. 밥 위에 반찬을 올리지 말자
어머니가 맛있는 반찬을 골라 밥 위에 올려주던 기억 때문일까? 밥 위에 반찬을 얹어 한꺼번에 입에 넣는 것은 한국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게 무척이나 ‘없어 보이는 행위’라고 N씨가 귀띔해 주었다.
번거롭더라도 밥과 반찬은 따로따로 먹는 것, 잊지 말자.
5. 소바, 라멘을 먹을 때는 후루룩 소리를 낼 것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내며 먹는 습관이 들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식사 중에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매너이다.
하지만 ‘소바’와 ‘라멘’ 같은 면 종류 만큼은 예외라고 한다.
여기에는 ①소리를 내며 먹어야 면에 국물이 잘 휘감긴다 ②공기도 함께 흡입되기 때문에 맛과 향이 잘 퍼진다 ③뜨거운 국물에 데이는 것을 방지한다 등 여러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국물이 사방에 튈 정도로 후루룩 거리거나 무리하게 큰 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조금은 해방감을 느끼며, 적당하게 소리를 내며 먹으면 좋을 듯하다.
6. 젓가락 사용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에는 젓가락에 관한 금지사항이 굉장히 많다.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을 먹지 않고 원래 자리에 놓아두는 소라바시(そら箸), 음식에 젓가락을 꽂아서 먹는 사시바시(刺し箸), 젓가락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하시와타시(箸渡し), 어떤걸 먹을지 고민하며 젓가락을 음식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마요이바시(迷い箸)’, 젓가락으로 식기를 끌어오는 ‘요세바시(寄せ箸)’ 등, 언급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 “젓가락 매너만 지켜줘도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들 수 있다”라는 게 N씨의 생각이다.
한가지만 기억한다면 젓가락과 젓가락으로 주고 받는 것이 금지라는 것을 기억하자.
7. 식탁에 팔꿈치를 올리지 않는다
예로부터 좌식 생활을 해왔던 일본에서는 식탁에 팔꿈치를 올리는 게 불가능했고, 아직도 그 영향을 받아 식탁에 팔꿈치를 올리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간주하고 있다.
편하긴 하지만 버릇없는 사람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 참고로 식사 중에 한쪽 손을 식탁 밑으로 감추는 것도 좋지 않다고 N씨가 알려주었다. “젓가락을 집지 않는 손은 그릇을 드는 데 사용하거나 혹은 그릇을 가볍게 받치고 있는 것이 매너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어떤가?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았던 것, 또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외에도 지켜야할 예절은 끝없이 많지만 위에서 소개한 7가지만 잘 지켜도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 아니, 오히려 또 식사에 초대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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