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은 다가오지만 주변에 마땅한 친구가 없을 때 ‘누구랑 밥 먹지?’ 하고 고민한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유명 패스트푸드점 광고에서 “식사하셨어요?” “밥 먹었니?” 하고 밥 친구 구걸(?)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밥은 친구가 없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옵션으로 남들의 따가운 시선과 2~4인분 기준 메뉴는 눈물을 머금고 스킵 해야 하는 고통까지…
하지만 드디어 ‘혼자서도 잘 먹자’ 고 당당하게 외치는 시대가 찾아온 듯 하다! 얼마 전엔 내부가 독서실처럼 생긴 1인 고깃집이 서울 근교에 오픈해서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가게들이 조금씩 점점 늘어나는 듯한 분위기.
그런데 역시 혼밥의 메카는 바로 일본! 일드 <고독한 미식가>에서처럼 일본인들은 혼자 밥 먹는 경우가 많고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그럼 여기서 구루나비가 2116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일본인들의 리얼한 혼밥 실태를 한번 살펴볼까 한다.
일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혼밥 경험자
우선, ‘혼자서 음식점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85.4%, ‘없다’가 14.6%라는 결과가 나왔다.
간단히 말하면 10명 중 8명 이상이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 본 셈! 역시 혼밥의 메카답다.
재밌는 건 필자 주변에 있는 일본인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없다’ 고 응답한 14.6%에 대해 “아니 세상에 혼밥을 안 해본 일본인도 있었냐”라며 놀라워했다는…
일본에선 그만큼 혼밥이 자연스러운 행위란 걸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90.5%, 여성의 79.3%가 혼밥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연령별로는 20~60대의 80% 이상이 ‘있다’ 고 응답했는데요, 특히 40대(88.6%)와 50대(89.2%)의 비율이 높다.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은 몇 시쯤인가’라는 질문에 ‘점심시간(11시~14시경)’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81.3%인 걸로 보아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즐기는 중년 직장인들이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일본인들이 혼자서 식사를 할 경우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점심시간의 경우 ‘0~999 JPY(52.3%)’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1,000~1,999 JPY(41.0%)’ 이었습니다. 저녁시간엔 ‘1,000~1,999 JPY(28.7%)’, ‘2,000~2,999 JPY(23.6)’, ‘3,000~3,999 JPY(16.9%)’으로 점심보다 비싸다.
일본은 런치타임과 디너타임을 구분해서 영업하는 가게가 많아, 점심에는 조금 저렴한 런치메뉴 등을 제공하고 디너타임에는 양도 서비스도 올라가기에 가격대가 비싸지는게 일반적이다.
야끼니꾸와 술자리는 여럿이서 즐기는게 기본
자, 혹시 일본에서 혼밥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주목해주세요. 일본인들이 혼자서 들어가기 꺼려하는 음식점 제1순위는 바로 ‘야끼니꾸 체인점(42.8%)’ 이었다.
사실 ‘야끼니꾸’ 하면 비싼 이미지도 있고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따라서 아무리 혼밥이 좋아도 ‘고깃집은 웬만하면 여럿이서 가고 싶다!’ 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혼자 야끼니꾸를 즐기고 싶다면 그냥 한국에 있는 1인 고깃집으로 가야 할듯해요. (웃음)
야끼니꾸 다음으로는 ‘이자카야=선술집 체인점(37.2%)’, ‘회전스시를 제외한 스시 전문점(27.8%)’, ‘고급 레스토랑(25.9%)’ 등이 꼽혔다.
한국에선 혼밥과 더불어 혼술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일본에선 의외로 혼자 선술집에 들어가는 걸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퇴근 후엔 선술집에서 혼자 술 한잔하는 줄 알았는데..? 물론 혼자 마시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술은 다 같이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게 좋다는 것이 주변 일본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굳이 혼술을 한다면 손님이 많은 체인점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선술집을 선택해서 단골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연수입이 높을수록 혼밥 경험자가 많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봉이 높을수록 혼밥 비율이 높은 걸 보니, 바빠서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쪽 지역에서는 저녁에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는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역별 차이를 살펴보면, 도쿄를 중심으로 한 동쪽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서쪽보다 5%정도 혼밥 비율이 높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결과를 소개할까 한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저녁에 혼자서 패스트푸드점에 가는데 거부감이 있는가’ 라는 질문인데요, ‘있다’는 응답이 전국 평균 9.2%, 동쪽 지역이 7.3%인데 비해 서쪽 지역은 15.6%라는 결과가 나왔답니다.
간사이는 ‘어떤 가게라도 혼자서 들어갈 수 있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전국 평균 이상이지만 유독 패스트 푸드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에는 ‘간사이 지역 사람은 저녁으로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는다’ 는 설도 있다고 하는데 혹시 타코야키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혼밥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나라, 일본
이렇게 일본의 혼밥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역시 일본에선 혼밥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것 같죠?
게다가 요즘엔 <고독한 미식가>의 영향으로 혼밥=멋있는 행위라는 이미지가 생긴 데다, 연수입이 높을수록 혼밥을 많이 한다는 결과도 있고 하니 필자 역시 더더욱 적극적으로 혼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연수입이 많은 것 처럼.
혹시 나홀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꼭, 일본에서 당당하게 맛있는 혼밥 하시길 바랄게요!(찡긋)
・조사방법: 인터넷 리서치 (WEB상에서 응답)
・조사대상: 전국의 구루나비 회원 중 20세이상 남녀
・조사기간: 2016.9.15~2016.9.16
・조사수: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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