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출신으로 도쿄에서 8년간 거주한 멘타이코 씨.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요리 주문조차 헤매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일본 관광지나 요리에 대해 유창하게 설명할 정도로 일본어가 늘었다. 마음에 쏙 드는 카메라와 공책을 손에 쥐고 도쿄를 산책하고 있다. 저서로 <멘타이코 씨의 도쿄생활 수첩1,2>와 <멘타이코 씨의 야단법석 육아일기>가 있다.

신주쿠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보의 홍수’였다. 미궁 같은 전철역을 빠져나오면, 요즘 유행하는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고, 메이크업이나 패션 트렌드, 인기 요리에 대한 정보가 온몸으로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신주쿠는 유행 속도가 빠르고 정보의 밀도도 높다. 하지만 동시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기다린다.

신주쿠에서 놓칠 수 없는 풍경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오모이데요코초’는 필수!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탄생한 뒷골목으로 전쟁 직후(1940년대 후반) 형성된 암시장의 모습이 남아있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지도를 펼치면, 세 갈래로 나뉜 골목에 무려 80여 점포가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흔한 가게는 쿠시야키(꼬치튀김)집이지만, 그밖에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나 중화요리집 등도 보인다. 골목 식당이라고 하면 저녁 무렵 오픈해 밤이 돼야 붐빌 것 같지만, 이곳은 점심시간부터 영업하는 가게도 많다. 낮에는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아 시끌벅적한 밤과 대조적이다. 낮과 밤에 한 번씩 방문해 전혀 다른 두 매력을 모두 느껴보는 건 어떨까?

다이쇼 시대에 창업한 노포 ‘덴푸라 신주쿠 츠나하치 총본점’. 노렌(가게 입구에 늘어뜨린 천)과 미닫이문을 지나 카운터석에 앉으면, 벽에는 그날의 식자재가 적혀 있고, 수조에는 새우가 팔딱팔딱 살아 움직인다. 이곳의 메인 요리는 주문과 동시에 눈앞에서 만들어 주는 덴푸라(튀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간지럽히고, 고소한 향이 가게 전체에 퍼진다. 태백 참기름과 신선한 식자재 사용을 모토로 삼는 이곳에선, 맛있는 덴푸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사진이 포함된 영어, 중국어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일본어를 몰라도 부담 없이 카운터 석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갓 튀긴 덴푸라를 맛볼 수 있다.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천연 바닷소금과 와사비 소금, 시소(차조기) 소금, 그리고 텐츠유(튀김 간장소스)가 함께 나오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훌륭한 맛!

신주쿠가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구불구불한 길을 무심코 걷다 마주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풍경 덕분이다. 신주쿠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하나조노 신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고층 빌딩 숲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주홍빛 신전이 나타나니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하나조노 신사의 기원은 16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사와 산업의 번영, 운수 대통, 출세에 영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과 달리 마음이 차분해지는 분위기를 풍긴다.

경내에 자리한 게이노아사마 신사는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로 유명해 여성 참배객이 많이 찾는다. 애정운이나 부부금슬, 자녀운에도 효험이 있다고. 또 매년 11월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사업 번창을 기원하며 행운의 장식품 ‘구마데’를 사는 축제 ‘도리노이치’가 열린다.
간토 지방 3대 도리노이치에 꼽힐 만큼 성대한 이벤트. 그 밖에도 노점이 즐비하며, 매주 일요일 아침 날씨가 좋으면 열리는 ‘아오조라 벼룩시장’도 신주쿠의 전통적인 풍경 중 하나다.

*축제와 이벤트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쿄도청은 새로운 관광 명소는 아니지만, 도쿄에 대한 최신 정보를 손에 넣고, 도시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스폿이다. 특히 1층에 있는 ‘도쿄관광정보센터’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유용하다. 와이파이와 USB 충전 포트, 관광 팸플릿을 제공하며, 일본어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게다가 45층에 있는 높이 202m의 전망대(북쪽과 남쪽에 총 2개의 전망대가 있으며, 모두 입장료는 무료다)에서는 도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이 보일 정도. 특히 니시신주쿠와 신주쿠 주변, 가부키초 방면을 내려다보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신쿠주의 풍경을 확인하기에 탁월한 위치! 오래된 건물은 계속해서 리뉴얼되고 있고, 역 주변은 ‘신주쿠 그랜드 터미널’ 완성을 목표로 개발과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도쿄의 ‘지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자. 전망대에는 카페와 기념품숍이 마련되어 있어 한숨 돌리기에도 알맞다.

2016년 봄에 오픈한 이래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NEWoMan신주쿠! 단순한 쇼핑몰보다는 ‘패셔너블 셀렉트숍’에 가까운 존재다. 일본과 해외 부티크, 잡화점, 카페 등이 있으며, 상품이 진열된 모습이 잡지 첫 페이지에 실려도 될 만큼 세련됐다.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쇼핑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여기에 소아과/내과 클리닉, 탁아소 등을 갖추고 있어, 여성을 배려하는 상업시설로 통할 정도. JR신주쿠역 미라이나타워 개찰구와 바로 연결되는 점도 편리하며, 일본 각지의 디저트와 기념품도 살 수 있다. 도쿄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고 싶거나 스스로를 위해 근사한 새 옷 한 벌 장만하고 싶을 때, 혹은 잡화나 기념품을 까다롭게 고르고 싶을 때 NEWoMan 신주쿠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카리스마 넘치는 일본도와 갑옷을 감상할 수 있는 가부키초의 ‘사무라이 뮤지엄.’ 특히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영어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면 사무라이에 대해 몰랐던 사실까지 배워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무라이는 허리에 2개의 칼을 차고 다녔다든가, 투구 모양은 전부 맹수를 모티브로 삼았다든가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잔뜩! 게다가 전시된 사무라이 일본도와 갑옷, 투구는 실제로 사용됐던 물건이라고 하니,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착용한 갑옷과 투구를 비롯해 다양한 부속품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며, 투구를 쓰거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도 즐길 수 있다. 1층에 있는 기프트숍에서는 진품 일본도를 판매하는데, 기념품으로 인기 만점!

지금까지 신주쿠의 현대적인 모습과 전통적인 모습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는 명소를 살펴봤다. 부디 새롭게 신주쿠를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를! 다음번 신주쿠를 찾을 때는 사무라이 뮤지엄을 천천히 돌아보고,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 발밑에 펼쳐지는 신주쿠의 ‘지금’도 확인해보자. 츠나하치 카운터석에서 덴푸라를 주문하고, 하나조노 신사에서 행운을 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NEWoMan 신주쿠에서 쇼핑을 즐긴 뒤 신주쿠 서쪽 출구 오모이데요코초에서 마무리 한 잔! 신주쿠를 즐기는 방법은 쇼핑과 식도락 말고도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