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주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빽빽이 들어선 고층 빌딩들, 가부키초, 최근에 유명해진 골든거리, 편리한 숙박시설, 수많은 음식점 및 쇼핑몰 등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일본 관광의 거점이 되는 도시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 여러분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신주쿠라는 도시는 어떤 이미지인가.
신주쿠에서 자란 (30년이상) 필자가 보는 이 도시는 각 에어리어 마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관광, 역사, 오락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이 도시를 독자적인 시선으로 여러분에게 추천 관광명소나 신주쿠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숨겨진 명소,맛집등을 소개하겠다.
'사나노마치~요츠야' 에어리어
이번에는 신주쿠구 안에서도 비지니스의 도시, 학생들의 거리, 고급주택지이기도 한 '사나노마치~요츠야' 에어리어를 소개하려고 한다. 신주쿠에 거점을 두고 관광을 할 계획이라면 이 코스를 권하고 싶다. 먼저 유명한 관광지로 잘 알려진 신궁외원 은행나무 가로수로 가보자.
이곳은 도쿄메트로 외원앞역과 아오야마 잇쵸메역 각 역에서부터 도보로 3분정도 떨어진 거리이나 필자는 JR시나노마치역에서부터 신궁을 산책하면서 은행나무 가로수로 향하는 도보 10분거리의 코스를 추천한다.
역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건넌 후, 왼쪽으로 꺾어서 파출소를 지나면 신궁외원 런닝코스가 눈앞에 보인다. 둘레는 약 1.3km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기 있는 장소 중의 하나다. 필자도 어릴 적에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밤마다 이 코스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리고 이 코스의 왼쪽 편에 위치한 ‘신국립경기장’(건축시공중)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사용될 경기장으로 신주쿠구와 시부야구에 걸쳐 약 8만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이 일대에는 니코니코 파크(어린이 유원지), 베팅센터, 성덕기념회화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들러 보길 바란다.
은행나무 가로수길
런닝코스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인 은행나무 가로수에 도착한다.사진은 10월 중순에 촬영한 것으로 사실 지금이 이 곳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즌이다(소규모 축제도 개최). 매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에 걸쳐 가로수의 은행나뭇잎은 아름다운 노란빛으로 물든다. 비교적 토요일과 일요일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여유롭게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영빈관
그럼 다음으로 요츠야에 가보도록 하자.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 JR 시나노마치 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면 한 정거장이다. 걸어서 가는 경우는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시나노마치역으로 되돌아 가다가 외원 히가시 도오리로 빠져 곤다와라 교차점 횡단보도를 건넌 후 직진하자. 그 때 오른쪽을 바라보면 푸르름 가득한 부지가 눈 앞에 펼쳐지는 가운데 ‘아카사카 어용지’라 불리는 일본 황태자 부부가 거처하는 동궁거처 등도 눈에 띈다(아쉽게도 평상시에는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그대로 길 따라 약 1km정도 걸으면 ‘영빈관 아카사카이관’이 보인다. JR요츠야역에서 도보로 가는 경우는 역앞의 요츠야 미츠케 교차점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300m 이동하면 도착한다. 영빈관은 각국의 국왕이나 대통령, 총리 등 국빈을 대접하기 위한 시설로서 현재는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있어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이나 당일 입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단 항시 혼잡하다고 하니 그럴 때에는 아쉬움을 잠시 뒤로 하고 영빈관 정문 앞에서 기념 촬영은 꼭 하도록 하자!
요츠야의 명소
요츠야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들 중 일부를 소개할까 한다. 첫번째는 전통 타이야키(붕어빵)점 ‘와카바’. 타이야키는 밀가루를 물에 풀어 타이(도미)모양의 틀에 부은 후 팥소를 넣은 구운 과자로 와카바의 타이야키는 팥소가 많이 들어 있고 빵이 얇아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두번째로 신사를 둘러보고 싶다면 화제의 ‘스가신사’로! 2016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 등장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어 한 때는 관광지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나 지금은 작지만 예전과 같이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신사다. 배도 고프고 잠시 쉴 겸 필자가 추천하는 숨은 맛집을 가보도록 하자.
프랑스 요리 전문점 ‘라판
신주쿠도오리 츠노카미자카 입구 교차점 부근에 위치한 이 지역 주민들만 알고 있다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 ‘라판’. 단골 손님에게 물어보니 경쟁이 치열한 음식업계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1979년 창업)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가게는 불과 몇 점포 뿐 이라고 한다. 현재 쉐프는 2대째로 프랑스 명문 비스트로 ‘라레가드’에서 7년간 풍부한 경험을 쌓고 일본으로 돌아와 이 곳 요츠야에서 프렌치를 베이스로 한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은 ‘신주쿠 맛집’ 이라는 키위드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음식점들이 검색된다.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를 먹는다는 것이 조금 생소할 수 있으나 충분히 먹어볼 가치가 있는 가게로 이 기사를 읽지 않고 이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라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두번째 가게를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본에서는 두번째 세번째로 가게를 옮기는 것을 ‘카시오 카에루’(하안을 바꾸다)라고 하여 본래의 의미인 배를 부두에 정박시키기 위해 말뚝을 박을 장소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늑한 조명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술과 요리를 즐기는 것도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우선 라판에서 쉐프가 추천하는 와인을 마시면서 오르되부르(술안주로 나오는 간단한 요리)와 메인 요리를 주문 하였다.
이번에 주문한 오르되부르는 생햄, 치킨 리버 페이스트, 토끼고기 리예트, 시골풍 파테.
치킨 리버 페이스트는 매우 크리미 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이 특징이며 시골풍 파테는 돼지고기 본래의 깊은 맛이 살아있어 입 안에 넣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맛있다’라는 말이 흘러 나올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와인 한 병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직 메인이 남아 있다.
메인 요리는 꼬르동 블루에 구운 채소를 곁들인 것으로 모짜렐라 치즈와 생햄 사이에 돼지고기를 끼워 넣어 빵가루를 뿌리고 잘 구워낸 일품요리다. 겉의 바삭바삭한 기분좋은 식감이 고막까지 울려 귀로도 즐길 수 있을 뿐더러 적당하게 씹히는 맛의 돼지고기 안심과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생햄의 짭짤한 맛이 하모니를 이루어 입안을 즐겁게 한다.
이 날은 육류 요리를 중심으로 주문하였으나 쉐프 본인이 직접 토요스( 도쿄 수산물 시장으로 츠키지에서 현재 토요스로 이전)에서 들여온 신선한 해산물 요리도 꼭 먹어 보길 바란다.
라판은 평일 낮 11시~14시(라스트 오더), 밤 18시~21시(라스트 오더), 토요일 밤 18시~21시(라스트 오더/ 토요일은 밤에만 영업)로 일요일과 공휴일은 정기휴일이다(신용카드 불가).
주소 : 도쿄도 신주쿠구 요츠야 2-14-9
배도 채웠으니 일본 술을 즐기러 다음 장소로 이동.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요츠야역 바로 앞의 요츠야 미츠케 교차점에서 신주쿠 방면 오른쪽 골목길에 위치한 ‘신미치 도오리’다.
음식이 즐비한 골목 신미치 도오리
양측에 상가 건물이 늘어선 200m의 길 안에 수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는 이 길은 어딘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듯한 분위기와 함께 직장인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야끼토리(꼬치구이), 해산물, 선술집, 아시아 요리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으니길을 걸으면서 가게의 간판이나 가게 안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피고 들어갈 곳을 정하자.
니혼슈(일본식 정물이종)나 소주도 맛있지만 맥주는 나라별로 맛이 다르기 때문에 꼭 일본의 맥주를 맛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주쿠에서 자란 필자의 눈에 비친 이 지역은 상당히 치안도 좋고 새로운 건나 맨션이 계속하여 건축되는 가운데 신사, 불각, 핫토리 한조(일본 닌자)의 무덤, 요츠야 괴담 등 유형 무형을 불문하고 도시 곳곳 마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이콘들이 있어 여러분의 여행의 재미를 한층 더해줄 것이다.
메인사진 credit: Brady Barrineau/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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