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SNS에서 도쿄 시부야구에 설치된 공공화장실이 화제몰이 중이라고 한다. 속이 훤히 보이는, 스켈레톤 화장실.
이는 일본재단이 2020년 8월부터 시작한 누구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을 설치하는 프로젝트 ‘THE TOKYO TOILET’에 의한 것이다. 8월 5일에는 도쿄 시부야구의 에비스 공원, 요요기후카마치소 공원, 하루노오가와 커뮤니티 파크에, 7일에는 에비스히가시 공원, 히가시3초메 공중화장실에 새로운 공공화장실이 설치되었다.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THE TOKYO TOILET’이란 일본재단이 시부야구의 협력을 얻어 성별, 연령, 장애 유무를 불문하고 누구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구현’을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한 화장실을 시부야구 내 총 17개 장소에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참여하는 크리에이터(경칭 생략)는 안도 다다오, 이토 토요, 쿠마 켄고, 마키 후미히코, 가타야마 마사미치, 반 시게루, 다무라 나호, 사카쿠라 다케노스케, 후지모토 소스케, 마크 뉴손, NIGO(R), 사토 카즈-, 사토 가시와, 우시로 도모히토, 마일스 페닝턴, 고바야시 준코 등 총 16명이다.
화장실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오모테나시(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는 정신)’ 문화의 상징이지만, 대부분의 공공화장실이 ‘어둡다’, ‘더럽다’, ‘냄새가 난다’, ‘무섭다’는 이유로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의 힘으로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그와 동시에 기존 대비 청소를 비롯한 화장실의 유지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찾는 이들이 기분 좋게 이용하고, 또 이용자 스스로가 다음 사람을 배려하는 ‘오모테나시’의 정신을 기르는 것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THE TOKYO TOILET’은 2021년 여름까지 17개소의 화장실의 설치를 모두 마칠 예정으로 2020년 8월 7일까지 5개소의 설치를 마쳤다. 8월 31일에는 니시하라 1초메 공원 화장실, 9월 7일에는 진구도리 공원의 화장실이 준공될 예정이다. (본 기사 작성일인 2020년 8월 7일 기준)
완성&설치가 완료된 공공화장실의 개요
지금부터는 2020년 8월 7일 현재 설치가 완료된 5곳의 공공화장실을 소개하겠다.
●에비스 공원 (가타야마 마사미치 씨)
에비스 공원의 화장실을 담당한 것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타야마 마사미치 씨다. 그는 건축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고, 놀이기구와 벤치, 나무와 같이 공원의 일부처럼 녹아 든 사물로서의 화장실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이 화장실은 일본의 화장실의 기원(강에 직접 용변을 보는 ‘가와야’)을 머리 속에 그리며 콘크리트 벽 15장을 불규칙하게 조합하여 화장실인 동시에 오브제이기도 한 ‘모호한 영역-현대의 가와야(뒷간의 어원)’로 구축한 것이다. 벽과 벽 사이를 남성용/여성용/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화장실이라는 세 개의 공간으로의 도입이라고 정의하는 등 사람들이 신기한 놀이기구를 갖고 노는 듯한 독특한 관계성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하루노오가와 커뮤니티 파크의 화장실과 요요기후카마치소 공원의 화장실. 속이 비치는 스켈레톤 화장실 두 곳을 담당한 것은 건축가인 반 시게루 씨.
두 화장실은 조광필름을 붙인 유리벽 건물로 이용자가 없을 때에는 필름에 전기가 흐르게 하여 유리가 투명해지고 안이 보이는 상태가 된다. 반대로 화장실 안에 사람이 들어가 열쇠를 잠그면 전기가 흐르지 않아 유리가 불투명해지는 원리라고 한다.
‘화장실 안은 깨끗할까?’, ‘안에 누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공공화장실에 대한 불안을 말끔히 해결하는 동시에 밤이 되면 아름다운 등롱처럼 공원을 비추어 준다.
●하루노오가와 커뮤니티 파크 (반 시게루 씨)
문어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어 ‘문어(타코) 공원’이라고 불리는 에비스히가시 공원. 건축가인 마키 후미히코 씨가 설계를 맡은 이 공원의 공공화장실은 단순한 공공화장실로서뿐 아니라 휴게장소를 갖춘 공원 내 파빌리온으로서 기능하는 공공공간을 의식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부터 통근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용자를 배려하여 시설 볼륨을 분산 배치했다. 이로써 시선을 제어하는 동시에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창출했다. 볼륨을 통합하는 경쾌한 지붕은 통풍을 촉진하고 자연광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형태로 만들어 밝고 청결한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공원 내 놀이기구와 같은 유니크한 모습을 만드는 것을 의도했다.
●히가시 3초메 공중화장실 (다무라 나호 씨)
히가시3초메 공중화장실을 담당한 것은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다무라 나호 씨다.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는 LGBTQ+의 사람들이 자신이 인식하는 성에 대해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부야의 한 구석, 작고 세모진 땅에 화장실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사회를 상상하며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쾌적한 기분을 똑같이 누리는데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와 안전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개인의 공간을 재정의하여 3개의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라고 코멘트했다.
조형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은 일본의 선물문화의 상징 ‘오리카타*’라고 한다. 국제도시 시부야를 찾는 이들을 환대하는 마음을 담고, 또 이용자를 포용하는 안전한 장소를 만들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로. 그러한 염원을 담은 디자인의 화장실이 탄생했다.
*종이접기의 기원으로 과거 일본에서는 진상품이나 선물을 종이로 포장하는 것이 무가의 예법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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