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예로부터 다양한 전통기법이 존재한다. 깨지거나 이가 나간 도자기에 아름답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킨츠기*(金継ぎ)’도 그 중 하나다. 코로나로 인한 자숙기간을 거치며 일본에서는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킨츠기 체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이번에는 LIVE JAPAN 편집부 스태프 2명이 킨츠기 체험을 해보았다. 두 사람이 찾은 곳은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스튜디오 ‘Taku Nakano CeramicArts☆ (TNCA☆)’.
킨츠기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알면 알수록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일본의 ‘못타이나이(‘아깝다’는 의미의 일본어) 정신’이 느껴질 것이다. 자, 지금부터 킨츠기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킨(金)은 금, 츠기(継ぎ)는 이어 붙인다는 뜻으로 도자기를 복원하는 기법 중 하나. 올바른 한국어 표기는 ‘긴쓰기’이지만, 한국 내에서 ‘킨츠기’라는 표기가 이미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어 본문에서는 ‘킨츠기’로 통일하겠다.
■킨츠기 체험을 할 수 있는 ‘TNCA☆’
이번에 킨츠기 체험을 위해 찾은 곳은 오모테산도에 소재한 스튜디오 ‘Taku Nakano CeramicArts☆(TNCA☆)’. 도쿄메트로 ‘오모테산도’역에서 도보 5분 거리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예가 나카노 다쿠 씨가 운영하는 ‘컨템포러리 세라믹아트’를 즐길 수 있는 미술관과 작업실이 하나가 된 신개념의 스튜디오다. 전신인 도예교실 ‘사이데이가마(彩泥窯)’도 워낙 유명해서 해외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도 많다고 한다.
나카노 씨는 라스타라고 하는 무지개 빛을 자아내는 도기를 주로 만드는 도예가로 그 밖에도 분유리와 킨츠기 작품도 제작한다고 한다. 초보자부터 경험자까지 폭넓은 층을 위해 1일 체험부터 회원제 워크샵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예의 즐거움과 킨츠기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스튜디오 내에는 도자기와 유리, 희소금속 등 도예에서는 보기 드문 재료를 킨츠기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접목하여 그릇으로 승화시킨 ‘오모테산도야키’ 작품도 진열되어 있다.
이번에는 LIVE JAPAN 편집부의 B 씨(사진 좌)와 C 씨(사진 우)가 도예가이자 킨츠기 마스터인 나카토 씨가 진행하는 킨츠기 레슨을 체험했다.
■킨츠기의 정의
레슨은 전통 작업복 사무에를 입고 진행했다. 우선 ‘킨츠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되었다.
킨츠기에는 일본인 특유의 사물에 대한 시각, 미의식인 ‘와비・사비(詫び・寂び)’가 드러난다. ‘와비’란 불완전한 것, ‘사비’란 세월이 지나며 변해 가는 것. 불완전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름다움이 더해진다는 ‘와비 사비’의 정신이 킨츠기에도 잘 드러난다고 한다.
“그릇에 찻물이 배어들며 세월이 더해지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은 그 사물에 생긴 흠집까지도 함께 감상합니다. 세월이 더해져 아름답구나 하는 감각이 킨츠기로 이어져 간 것이죠. 그렇기에 흠결이 생긴 부분을 완전히 깨끗하게 고치지 않습니다”(나카노 씨)
흠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가 나가거나 깨진 부분을 살려서 보다 강하고 아름답게, 사용하기 편하게 만든다. 킨츠기 체험을 통해 이렇게 부족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인의 미의식을 접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두 사람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킨츠기 체험 시작!
나카노 씨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매우 유니크한 설명을 해주었다.
“평상시 내 머리 속을 그려 놓은 것처럼 왠지 모르게 이해가 아주 잘 돼요”(B 씨)
킨츠기의 순서를 설명한 영어 팜플렛도 있어 팜플렛을 보며 각자 페이스에 맞게 차분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우선 마음에 든 무늬가 들어간 그릇을 하나 선택한다. 그릇은 킨츠기를 하기 위해 일부 이가 나간 것을 준비했다.
그릇에 들어간 무늬는 모두 에도시대에 고안된 전통문양이다. 사진 왼쪽은 파도를 의미하는 ‘세이가이하(青海波)’ 패턴, 가운데는 사방팔방으로 직계존속과 자손이 번영해 가는 모습을 표현한 길상무늬 ‘싯포(七宝)’ 패턴, 오른쪽은 성장이 빠른 삼 잎에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아 갓난 아기의 배내옷이나 어린아이 옷에 많이 쓰는 길상무늬 ‘아사노하(麻の葉)’ 패턴이다.
B 씨는 파도를 나타낸 ‘세이가이하’ 패턴, C 씨는 ‘아사노하’ 패턴을 골랐다. 우선 첫번째 단계는 원상회복이다. 깨진 부분을 눈에 잘 띄게 만들어 금 무늬를 넣을 라인을 만드는 작업이다.
깨진 부위에 손을 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서 테이프를 살짝 떼어낸다.
떼어낸 테이프는 재사용(Reuse)할 예정이니 뭉치지 않고 잘 챙겨둔다.
다음은 깨진 단면을 깎아 선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킨츠기를 했을 때 아름다운 선을 만들기 위해 밑바탕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다이아몬드 파일을 사용해 파란 부분에서 하얀 쪽을 향하여 이가 나간 부위의 모서리를 다듬어 나간다. 하얀 부분에서 파란 쪽을 향해 깎으면 지탱하는 부위가 없어 도자기의 살점이 점점 떨어져 나가니 주의가 필요하다. B 씨의 말에 따르면 “손톱을 다듬는 네일 파일과 비슷하지만 힘이 좀 더 들어간다”고.
여러 차례 깎아 나가면 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선이 킨츠기를 한 후에 금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된다. 선의 굵기는 어떻게 깎느냐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깎아낸 부위의 넓이가 나중에 금색으로 나타나는 폭이 되니 완성되었을 때의 디자인을 상상하면서 깎아 나간다. 이가 나간 부위가 클 경우 대팻밥이나 톱밥 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메우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킨츠기에는 전통적인 계통 등은 없으며 작업을 하는 사람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옻칠 장인이나 창호 등을 만들던 장인 등이 수리를 의뢰받아 해온 분야이기 때문에 킨츠기만을 업으로 삼아 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재료나 기법에 대한 정해진 규칙이 없는 만큼 그 사람의 미적감각에 따라 다양한 킨츠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깎아내는 과정에서 나온 가루나 티끌 등을 깨끗하게 제거한 후에는 앞서 깨진 부분을 고정시켰던 테이프로 다시 접합한다. 이 때 세 가지 감각을 활용해 잘 맞물려 들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첫번째는 촉각. 만져서 접합부위에 턱이 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두번째는 눈으로 잘 살펴볼 것. 빛이 샐 만한 틈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세번째는 청각이다. 두드려 봐서 소리를 확인한다. 턱이 지지 않게 잘 맞물린 상태라면 안정적인 소리가 나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불안정한 소리가 난다. 주의 깊게 세 가지 감각을 동원해 확인해보자.
다음은 깨진 선끼리 접착하는 작업이다. 우선 접시 뒷면부터 접착제를 붙여 나간다.
접착에는 원래 천연 옻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번에는 케미컬 레진을 사용했다. 천연 옻은 손에 묻으면 옻독(옻 알레르기)이 오를 수 있으니 희망자가 있을 경우 고무장갑을 껴서 철저히 방어를 한 상태에서 체험한다고 한다.
접착체 사용량은 한 군데에 아주 작은 한 방울 정도다. 갈라진 틈의 선을 따라 1cm 폭으로 붙여 나가며 2~3분 정도 기다린다.
2~3분이 지나면 가접착이 된 상태가 되니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테이프가 붙어 있던 곳이 가장 효과적으로 고정되는 위치이니 그 자리에도 몇 방울 정도 접착제를 주입시킨다.
접착제를 너무 많이 사용한 C 씨는 “꽤 많이 새어 나왔어! 어쩌지”라고 당황한 기색이다. 나카노 씨에 따르면 “접착제를 과하게 쓰면 잘 마르지 않으니 아주 소량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뒤이어 티슈 등으로 선 밖으로 삐져나온 여분의 접착제를 제거한다. 접착제가 손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우선 선을 따라 닦아내고, 마지막에는 그릇 전체를 잘 닦아낸다.
접착제가 튀어나와 붙어버린 티슈를 나이프로 제거한다. 칼날을 원을 그리듯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틈새에 끼어 있는 것도 제거하면 킨츠기의 라인이 보다 아름답게 나온다고 한다.
“이것도 몰입도가 상당한데요”라며 무아지경에 빠진 B 씨. 하나 하나의 공정에 몰입할 수 있는 것도 킨츠기의 매력이다.
그릇의 푸른색에 쓰인 유약은 금속보다 더 단단해 힘을 세게 주어도 흠집이 나지 않고 여분의 티슈를 제거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더욱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알코올을 적신 종이로 닦아 낸다.
다음은 대용 옻(아크릴 수지와 섞은 금분)으로 갈라진 틈의 선을 따라 그린다.
선을 그린 후 바로 금분을 뿌린다. 붓을 손가락으로 튕기면 금분을 조금씩 얹을 수 있다.
여분의 금분을 털어내면 문양이 드러난다. 튀어나온 부분은 깎아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알코올로 닦아도 된다고 한다.
뒤이어 접시 앞면도 같은 순서로 작업을 진행한다. 만약 오리지널 무늬를 넣고 싶다면 붉은 펜으로 디자인을 그린 후 대용 옻으로 따라 그리고, 그 자리에 금가루를 뿌리는 순서로 추가할 수 있다.
이것이 B 씨의 체험 결과물이다. 앞면과 뒷면 모두 아름다운 킨츠기의 선이 들어갔다.
다음은 C 씨의 결과물이다. 유약의 청색과 골드가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킨츠기 체험을 한 그릇은 나무상자에 넣어 가져갈 수 있다.
“집에 가서 장식할 걸 생각하니 기대되요”라며 두 사람 모두 매우 만족한 눈치다. 작업 중에 입은 사무에에 대해서도 “일본의 전통적인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라 더 흥분되었어요”라고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체험 후 킨츠기 산책도 인기!
킨츠기 체험을 마친 후에는 ‘킨츠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주상복합시설인 오모테산도 힐즈와 명품 샵이나 개성 있는 샵이 늘어선 산책로 캣 스트리트 등을 거닐며 나카노 씨의 설명을 통해 킨츠기의 심오함과 오모테산도의 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
산책 도중에 들른 ‘가네주노엔(カネ十農園)’에서는 나카노 씨가 제작한 킨츠기 그릇에 담긴 차와 과자를 즐길 수 있었다. 리사이클 정신이 투철했던 에도시대부터 쓰여진 ‘못타이나이’라는 말을 테마로 킨츠기가 걸어온 역사와 정신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직접 킨츠기 체험을 한 후에 킨츠기의 정신에 대해 깊이 배우면서 킨츠기 식기에 담긴 음식과 차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얻기 힘들 것이다.
킨츠기 체험을 한 LIVE JAPAN 편집부의 두 사람은 “일본의 ‘와비 사비’ 정신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킨츠기의 ‘못타이나이 정신’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망가졌을 때 킨츠기를 해서 계속 사용한다면 더욱 애착이 갈 것 같다. 하나 하나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추천 포인트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망가진 것도 보다 아름답게 소생시켜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로 ‘킨츠기’의 정신이다. ‘킨츠기 체험’을 통해 일본인 특유의 미의식을 접해보기 바란다.
※ 2022년4월 취재시의 정보입니다. 최신의 레슨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https://tnca.tokyo/opentime.html
- ■실시 중인 코로나19 대책
- 시설 내와 설비 등의 소독・제균・세정/제균・소독액 비치/손님이 들고 날 때마다 소독/시설 내 환기 실시/스태프의 마스크 착용・손씻기・소독・가글・체온측정 실시/몸 상태가 좋지 않은 손님의 입장 제한/손님에 대한 마스크 착용 요청
-
Taku Nakano CeramicArts☆(TNCA☆)Taku Nakano CeramicArts☆(TNCA☆)
- 주소 東京都港区南青山3-8-2
영업시간:
완전 예약제
<월・화・목・금・토・일・공휴일>
오픈시간 11:00~19:00
레슨시간 11:00/13:00/15:00/17:00
<수요일>
오픈시간 13:00~21:00
레슨시간 13:00/15:00/17:00/19:00*
*온라인 강좌 있음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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