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인 일본. 여행중 느끼는 일본의 이미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친절하다’, ‘교통비가 비싸다’, ‘디저트가 맛있다’ 등이 있을 것이다. 자 조금 보는 관점을 바꿔보자. 여행이 아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느끼는 일본이란 나라는?
일본 거주 8년차인 필자가 바라보는 ‘일본에 살면서 놀란 것’ 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 그럼 지금부터 필자가 일본에 거주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하나 둘 씩 소개해 나가도록 하겠다.
1.화장실 좌변기에서 손을 씻을 수 있다?!
당신은 일본의 대중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당당하게 모두가 이용하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굳이 세면대가 아닌 좌변기에서도 손을 씻을 수 있다면?
그렇다. 일본 대부분의 좌변기는 물을 내리면 빠진 물을 다시 채우는 수도관이 외부(변기 뒤쪽)로 드러나 있어 좌변기 탱크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을 수가 있다. ‘더러운 물로 어떻게 씻지?’ 이런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일본의 대중 화장실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수돗물은 식수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여 실제로 일본인들은 대중 화장실을 이용한 후,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그 물을 마시기도 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많이 꺼렸지만 마시다 보니 나름 필자 입에는 맞는 맛이었다(웃음). 또한 일본은 대중 화장실 변기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화장실 변기의 상당수가 ‘워시렛’ (비대 스타일의 변기)으로 설치되어 있다.
일본 여행을 가면 화장실 이용시, 한 번쯤은 꼭 변기 뒤에서 손을 씻어보는 색다른 체험을 해보길 바란다. 아! 그리고 볼 일을 본 후, 화장지는 과감하게 좌변기 속으로 던져 버리자(일본은 화장실에 휴지통이 따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
2.현금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카드 한 장이면 모든 소비가 가능할 뿐더러 카드 사용자가 많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카드 사용 이 불가능한 곳도 꽤 있으며 카드 보다는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쇼핑몰이나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놀이동산, 프렌차이즈 음식점, 등 대부분의 곳들은 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편의점(일부 카드 사용 불가), 일반 음식점, 자판기(충전식 카드만 사용 가능), 대중교통수단 등은 사용 가능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를 하거나(특히나 개인 음식점) 물건 구매(개인 상점 및 노점상) 시에는 반드시 카드 사용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후, 계산 시에는 철저하게 더치페이를 하는 일본. 한국도 옛날과 달리 더치페이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어 있어 그렇게 특별한 문화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일본의 더치페이 문화는 정말이지 조금 과장된 표현을 쓰면 1엔까지도 정확하게 나눈다.
이 때 현금 특히 잔돈이 없으면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실제로 필자의 경우는 10엔이 부족하여 거스름돈을 잔돈으로 받기 위해 일부러 편의점까지 가서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카드 한 장이면 되겠지’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곳이 일본. 일본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어느 정도의 현금(잔돈)은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3.일본인들의 성격은 말투에서도 나온다?!
일본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일본인들이 친절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잘 알 것이다. 음식점을 가도 백화점을 가도 어딜 가더라도 싱글벙글 웃으며 손님을 맞이 하는 일본인들. 이런 친절함을 기본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문화가 몸에 베어 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현지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름 즐거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 이라 했던가. 일본 생활 1년차쯤에 필자는 일본인 친구에게 초대를 받아 또 다른 일본인 친구 2명과 함께 처음으로 일본인 가정에 방문한 적이 있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이 열리자 일제히 일본인 친구들은 인사말로 필자가 기대하고 있던 ‘곤니치와’(안녕하세요), ‘하지메마시떼’(처음뵙겠습니다) 가 아닌(하지메마시떼를 먼저 인사말로 한 친구도 있었다) ‘오쟈마시마스’ (방문할 때 쓰는 말로 [실례합니다], [방문하다] 등으로 쓰인다)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닌가. ‘방해를 하겠습니다?’ ([쟈마]를 일본어로 직역하면 방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잘 생각해 보니 나름 설득력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의 집에 방문을 했으니 폐를 조금 끼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친구가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더니 ‘토이레 카리떼 이이데스까?’ (직역하면 화장실 빌려도 될까요?) 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이처럼 언어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나 돌아갈 때도 문 앞에서 일제히 ‘오쟈마시마시타’(실례했습니다. 직역하면 방해했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 흔히 속된말로 ‘오버한다’ 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어까지 침투해 있는 일본인들의 생활습관이 때로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4.담배 천국?! 아니 매너는 세계 최고!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그야말로 담배에 호의적인?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소를 불문하고 흡연이 가능한 나라였다. 열차 안, 전철 플랫폼, 택시 안, 패스트푸드점, 할 것 없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됐었지만 지금은 규제가 강화되어 상기의 장소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게 되었다(일부 장소 제외).
예전과 같이 어디서나 담배를 마음대로 필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흡연자들의 수는 상당하며 그들은 그들만의 룰을 지켜가며 담배를 즐기고 있다. 한국도 예전에 비해 담배에 대한 경각심과 간접흡연의 피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걸어다니며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마구 머리는 사람이 줄었다고는 한다. 하지만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닌 듯! 일본인들은 걸어다니며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마구 버리는 사람을 찾아 보기가 쉽지는 않다.
지정된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용 재떨이를 소지하고 다니는 등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담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노상흡연금지조례’ 에 의한 벌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니(도쿄 기준 치요다구, 아다치구, 스기나미구, 시나가와구 등에서 노상 흡연이나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구별로 지정된 벌금을 과하는 조례).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담배를 삼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일본인들은 손 윗사람(노인, 부모 포함) 앞에서 맞담배를 피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흡연이 허용된 술집이나 식당에 가면 가끔 아버지와 딸이 서로 마주 않아 맞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목격할 수가 있다.
5.자전거 주차하는 데 돈을 내야 한다?!
일본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도로 위의 자동차 이외에 사람 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리는 또 한가지가 눈에 띈다. 마치 여의도 공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여기 저기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분주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모습이다. 물론 신주쿠, 시부야, 긴자와 같은 번화가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은 편이지만 대체적으로 주택가 등에서는 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역 주변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은 지방자치체가 관리하는 공영주차장으로서 정기 요금 및 당일 요금 등이 있다(월 25엔~5000엔, 평균요금 월 약 1632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왜 굳이 자전거 주차장에 돈을 주고 주차를 해야하는 걸까? 그냥 건물 옆이나 사람의 왕래가 적은 길가에 주차하면 안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데나 주차를 하면 낭패를 본다.
자전거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전거 절도범이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자전거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차된 자전거는 절도범의 타겟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그러한 자전거는 견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 본인 집 앞이 아닌 이상은 자전거 보호 차원에서라도 주차장에 보관하는 것이 자전거를 지킬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6.프로패셔널한 일본의 아르바이트?!
필자는 8년간 일본에 거주하면서 편의점, 덮밥 전문점, 의류점, 선술집, 노래방 등등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본의 아르바이트는 프로패셔널 그 자체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를 대하는 직업의식이 조금은 부족한 것도 사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계산대에서 손님을 앞에 두고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손님이 없을 때 콧노래를 부르거나 서로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선술집 아르바이트생들, 며칠 일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무단 결근을 하는 각 업종의 아르바이트 생들… 반면 일본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은 한국보다 ‘시프트제’ 가 정착되어 있어 본인이 일하기 원하는 날짜를 미리 한 달 전이나 최소 일주일 전에 점장과 협의를 하여 선택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급한 볼일이 있거나(실제로 필자는 시프트를 조정하여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을 가고자 할 때에는 시프트 스케줄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쉴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은 아르바이트에 관한 직업 의식이 매우 투철하다. 필자는 일본 생활 3년차에 초밥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한 두 달 설거지를 하면 초밥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크게 잘 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가게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3개월 설거지를 배우고? 나서야 겨우 ‘샤리’ (초밥의 밥을 말함) 만들기 전의 밥짓는 법을 배웠다.
7.번외편
일본에서는 일부 도박 게임(파칭코, 슬롯머신 등)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특정 지역을 가지 않는 이상 쉽게 게임(카지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지만 일본은 어디를 가더라도 파칭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수는 한국의 교회 만큼이나 어마어마하게 많다.
지금은 일본 정책(중독성 도박의 경각)에 의해 파칭코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파칭코 업체들로부터 엄청난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기 때문에 파칭코 산업 자체가 당분간 없어질 일은 없다고 한다. 그 밖에 일본인들은 줄 서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필자는 유명 라멘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라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지금도 종종 줄을 서곤 한다.
그런데 그 줄 서는 시간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시간 감각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시간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유명 라멘집인 경우 적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30분까지 기다린 경험이 있다).
또한 실제로 줄을 서는 행위는 아니지만 오늘도 일본 전국의 노래방에서는 비슷한 행위?들이 이루어 지고 있을 것이다. 노래방을 좋아하는 필자는 일본 생활 처음으로 일본인 지인들과 함께 한 노래방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다들 선곡을 하는 듯 하여 연달아 3곡을 쉬지않고 불렀더니 지인 한 분이 하는 말이 ‘다른 분들 못 불렀으니 잠깐 쉬고 계세요’ 라는 것이다. 납득이 안 되는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세히 지켜보니 정확한 순서대로 선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A,B,C,D 이렇게 4명이 노래방을 갔다고 가정을 해보자. 처음 한 곡씩 모두가 다 부르고 난 순서가 다음과 같다면 B-> C-> D-> A 이 순서는 불변의 법칙이 되는 것이다(웃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이 순서를 지킨다. C가 부를 차례인데 급하게 화장실에 갔다면 D는 C가 화장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줄을 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즐기러 온 노래방에서까지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가져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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