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12사도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의 모습을 그린 벽화로 일본에서는 이 작품명을 ‘생애 마지막 식사’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과연 무엇을 먹고 싶어할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최후의 만찬으로 무엇을 먹겠는가?’라는 질문을 총 5개국의 사람들에게 던져보았다. 그들은 과연 어떤 메뉴를 선택할 것인가,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벨기에인이 고른 것은 모국의 향토음식 ‘스토프블리스’
“최후의 만찬으로는 엄마가 만들어준 ‘스토프블리스’를 먹고 싶어요! 정말 맛있는데다 진한 소스가 감자튀김와의 궁합이 아주 그만이에요. 한 입 먹어보면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이니 최후의 만찬으로 선택하겠습니다”(벨기에/남성/20대)
‘스토프블리스’는 네덜란드어로 ‘고기조림’를 뜻하는 벨기에의 향토음식이다. 비프 스튜와 비슷한 맛의 고기조림으로 일본에 있는 벨기에 음식점에서는 ‘카보나드’ 또는 ‘카보나드 프라망드’라는 메뉴명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쇠고기를 벨기에 명물인 ‘맥주’에 넣고 푹 고는 것이 특징인데 큼지막한 쇠고기가 입안에서 포슬포슬 부서지는 식감과 캬라멜색이 될 때까지 볶은 양파의 단맛과 맥주 특유의 쌉사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명물이다.
‘스토프블리스’를 먹을 때는 마찬가지로 벨기에 명물인 ‘감자튀김’이 단짝이라고 한다. 바삭한 감자튀김을 ‘스토프블리스’의 진한 소스에 디핑해서 먹는다.
너무나 좋아하는 집밥 메뉴 ‘아도보’를 고른 필리핀인
“저는 고향의 맛인 ‘아도보’를 먹겠어요. 엄마가 만들어주는 아도보는 큼지막하게 썬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어 말 그대로 밥도둑이에요. ‘아도보’를 먹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한이 될 것 같아요…!”(필리핀/10대/여성)
‘아도보’는 ‘마리네’ 또는 ‘절인다’는 의미의 스페인어로 필리핀의 대표적인 조림 요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육류・어패류・채소 등의 재료를 식초에 절인 다음 간장과 마늘을 넣고 볶고 지지는 요리로 겉보기에는 ‘장조림’(돼지고기를 사용할 경우)과 비슷하지만 에스닉 요리답게 산미가 강해 그야말로 반전의 매력이 있다.
또한 ‘돼지고기 아도보’, ‘오징어 아도보’와 같이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그 명칭도 달라진다. 참고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다 넣는 ‘스페셜 아도보’는 필리핀의 일반 가정에서는 특별한 날에 먹는 메뉴라고 한다.
한국인이 고른 최후의 만찬은 ‘삼겹살’!
“저라면… ‘삼겹살’이 아닐까 싶네요. 최근에는 ‘와인 삼겹살’에 푹 빠져서 그걸 먹고 싶어요. 최후의 만찬이니까 우리나라의 스태미나 음식을 먹고 생을 마감하고 싶네요(웃음)” (한국/남성/10대)
‘삼겹살’은 일본인에게도 친숙한 한국요리이다. 삼겹살을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서 다양한 채소와 양념을 곁들여 상추에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삼겹살을 와인에 재워서 숙성시키는 ‘와인 삼겹살’과 다양한 허브로 풍미를 더한 ‘허브 삼겹살’ 등 다양한 매력을 더한 삼겹살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인이 먹고 싶은 것은 소울푸드 ‘나시참프루’
“저는 인도네시아의 ‘나시참프루’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후의 만찬으로 고르겠어요. ‘사테(구운 닭고기)와 ‘고야 샐러드’, ‘반숙계란’ 등을 듬뿍 넣고 마구 비벼서 먹겠습니다!” (인도네시아/남성/20대)
‘나시참프루’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지에서 맛볼 수 있는 소울푸드이다. 다양한 재료와 밥을 한 접시에 담은 ‘원디쉬 스타일’의 일품요리로 재료들을 마구 섞은 다음에 먹는다고 한다.
참고로 요리명인 ‘나시참프루’는 ‘나시=밥’, ‘참프루=비빈다, 섞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다양한 에스닉한 재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데다 칠리소스와 넘플라를 곁들여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터키인의 최후의 만찬은 ‘쿄프테’
“저라면 터키 음식인 ‘쿄프테’를 고르겠어요. 최후의 만찬이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어도 소용 없을 테니….(웃음) ‘쿄프테’는 양도 적당한데다 매우 맛있는 터키의 가정식이에요”(터키/여성/20대)
터키 여성이 최후의 만찬으로 고른 ‘쿄프테’는 고기 요리의 일종으로 중동과 남아시아 지역에서 친숙한 메뉴이다. 육두구, 쿠민, 계피가루와 같은 향신료를 쇠고기나 양고기에 섞고 럭비볼 모양(그 밖에 다양한 모양이 있다)으로 빚어서 구워 내는 ‘함바그’와 같은 요리이다.
지역과 가정마다 가열방식이 달라 고소하게 그릴로 굽는 것은 물론, 겉이 바삭해질 때까지 튀기거나, 찐 다음에 굽는 것도 일본의 ‘함바그’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향신료의 풍미가 매우 강렬하지만 일본인의 취향에 맞는 맛도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집밥”이 압도적 강세
모처럼의 기회이니 일본인들에게도 ‘최후의 만찬으로 먹고 싶은 메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역시 강세를 보인 것이 집밥, 즉 ‘엄마의 손맛’이었다. 응답자들은 과연 어떤 메뉴들 선정했는지 살펴보자.
“엄마가 도시락에 넣어주던 ‘치킨 가라아게와 ‘계란말이’요. 이 두 가지를 함께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도시락 반찬으로 뭐가 좋냐고 물으면 제 대답은 늘 같았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메뉴를 최후의 만찬으로 꼭 먹고 싶어요!” (일본/여성/20대)
“아버지가 휴일에 만들어주신 ‘카레’요. 저도 손수 ‘카레’를 만들지만 몇 번을 만들어도 그 맛이 나지 않네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요리라 그런지 생을 마감하기 전에 꼭 먹고 싶어요”(일본/여성/30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신 ‘차완무시(계란찜)’를 먹고 싶어요. 너무 좋아해서 한 번에 꼭 두 개씩 먹었어요. 지금도 차완무시를 먹으면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일본/남성/30대)
“엄마가 만들어주신 ‘볶음밥’이요. 토요일에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달걀과 햄, 파만 들어간 ‘볶음밥’을 만들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두 번 다시 먹을 수 없지만 만약 최후의 만찬으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그 소박한 ‘볶음밥’을 먹고 싶어요” (일본/남성/20대)
그 밖에도 ‘고급 야키니쿠’와 ‘무(無)회전 초밥=고급 초밥’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앞서 소개한 ‘엄마의 손맛’ 또는 ‘아버지가 손수 만든 음식’이 강세였다. 우리 집이 아니면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최후의 만찬으로는 역시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이 제격
이번 조사를 통해 외국인들은 모국의 전통・향토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맛을 선택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 어린 시절에 먹던 추억의 음식을 맛보고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것으로 5개국의 외국인과 일본인들이 ‘최후의 만찬’으로 고른 메뉴 소개를 마치겠다. 만약 오늘 저녁식사가 당신의 최후의 만찬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먹겠는가. 단순한 듯해도 의외로 깊이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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