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공예품하면 도자기나 칠기, 목공/죽세공품, 일본 종이, 일본 인형 등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템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이다. 이 기술은 옛날에 귀한 벌레를 보호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인데, 장인들의 솜씨와 ‘마루히고’라는 특수한 이음 방식이 대나무 제품의 소박하고 유연한 특징을 잘 살려 더욱 우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연출해 준다.
이번 기사에서는 LIVE JAPAN의 편집자와 함께 시즈오카시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통공예 체험시설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에서 시즈오카의 독자적인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제작을 체험해 봄으로써 죽세공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느껴 보고자 한다. 제작한 작품은 집에 가지고 갈 수도 있어 잊을 수 없는 시즈오카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하면 교토나 벳푸에서 제작되는, 대나무를 편평하고 길게 자른 ‘히라히고’로 엮은 죽세공품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장인 스기야마 씨는 ‘시즈오카에서는 큰 틀에 구멍을 뚫은 다음 마루히고를 넣어 조립하는 방식이라 다른 지역 제품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스기야마 씨는 시즈오카의 유명한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인 ‘미야비 등 제작소’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지금은 형과 함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서글서글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고집스런 ‘장인’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었다.
죽세공의 역사는 소쿠리와 같은 생필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은 에도 시대 초기에 방울벌레를 넣어 키우는 상자, 즉 벌레장을 만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시즈오카현의 죽세공 역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장군직에서 물러난 뒤 스루가(현재의 시즈오카현)으로 돌아온 것과 관련이 깊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매 사냥을 즐겼는데, 스루가성 근처의 지명 ‘다카가리(鷹匠)’는 조련사나 벌레장을 만드는 장인들이 모이는 생활의 장이었던 탓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또 시즈오카현 중부는 온난한 기후가 특징이라 양질의 대나무가 많이 생산되다 보니 죽세공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기도 쉬웠다.
에도시대부터 벌레장이나 새장을 만드는 기술을 계승해 온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은 방울벌레의 더듬이나 새의 날개가 다치지 않도록 대나무를 둥글게 쪼개는 ‘마루히고’ 방식을 이용해 독특한 ‘곡선’과 ‘이음새’로 발전시켰다. 가늘고 긴 마루히고는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각 부분의 이음새는 접착제로 붙이거나 도구를 사용해 이은 것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가늘고 우아한 직선과 곡선이 자아내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스기야마 씨는 “안에 사는 귀한 벌레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그래서 시즈오카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을 할 때에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의 특징을 자랑스럽게 전해주는 장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빨리 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어졌다.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에서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을 체험해 보다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까지는 시즈오카역에서 자동차 또는 택시로 약 20분 거리다. JR 시즈오카역에서 버스를 타면 약 30분 걸리는데, 정류장에서 내린 뒤 5분 정도 걷다 보면 도착한다(자세한 내용은 본문 마지막에 기재된 시설 정보를 참조).
녹음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여 있는 시즈오카시 스루가쿠 마루코에 있는 체험 공방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에서는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을 비롯해 염직물(갈색 염색, 쪽 염색), 도예, 목공, 칠기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에 우리는 공방 ‘대나무와 염색’에서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공방에는 풍경, 연필꽂이, 소품함, 벌레장, 꽃접시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의 제작 기법으로 만드는 죽세공품은 그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전시된 작품 중 무얼 만들지 천천히 고른 다음 만들기 체험을 시작하게 된다.
취재 시 체험 공간은 공사 중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이번 취재 때와는 다른 공간에서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제작 체험은 30~60분 정도 소요되며 완성품은 가져갈 수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 이번에 체험에 참가한 두 사람은 각각 풍경과 연필꽂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뉴질랜드 출신 편집자 B 씨가 고른 것은 실용적인 연필꽂이였다(펜다테 코하루). 연필꽂이로 도, 소품함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일러스트가 그려진 설명서를 보면서 장인의 지시에 따라 바닥이 되는 둥근 부분에 사용될 대나무를 쪼개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만 출신 편집자 C 씨가 제작한 것은 풍경이다. 상단 장식 부분이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에 해당된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은 섬세한 대나무로 만들기 떄문에 시각적으로 시원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 여기에 풍경 소리가 더해지면 청각적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가 된다.
“설명서에는 심플하고 알기 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만드는 중간 중간에 장인이 일본과 시즈오카의 전통공예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어 흥미로웠고요.”라는 B 씨.
큰 골격으로 완성시켰을 때에 장인은 “윗 부분 나무와 아랫 부분 대나무의 틀에 마루히고를 넣어 이어줍니다. 그런 다음에 위 아래로 뒤집어서 살짝 눌러주면서 위치나 각도가 잘 맞는지, 전체적인 균형감을 확인해 주세요.”라며 설명을 더했다.
풍경을 만들 때에는 프레임을 완성시킨 다음 접합 부분에 접착제를 발라 고정시킨다.
“복잡한 공정처럼 보여서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요. 장인이 체험 때 사용하는 조립 부분을 미리 만들기 쉽도록 손질해 두셔서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라며 C씨는 안심한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단자쿠(소원을 적는 종이)에 풍경을 연결해 다케센스지 세공에 걸어주면 완성이다!
완성 후 B 씨는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아주 재미있었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만든 것은 연필꽂이지, 꽃병이나 화장품 함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작은 전구를 끼우면 등으로도 멋지게 변신할 것 같다.
취재를 마치고 얼마 뒤 “집에 가져가 꽃을 꽂아 두고 있는데 정말 예뻐요.”라며 B씨가 귀뜸을 해주었다. 이번 체험에 아주 만족한 눈치였다.
C 씨는 “풍경을 만들려면 하나 하나 조립하는 공정이 발생하는데, 실제로 만들 때에는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다 보니 일단 눈 앞에 있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또 천연 대나무를 만지면서 만들다 보니 힐링이 되기도 했고요.”라고 전했다. “풍경은 시원한 느낌을 주고 맑은 소리가 나는데 그 음색을 듣다 보면 자연히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더운 여름 철에 치링치링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 상쾌해요.”라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고 말해주었다.
단순한 미술품으로서가 아니라, 실용성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에 녹아든 장인의 기술.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은 4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데, 1976년에는 당시 통산산업성(현,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전통적인 공예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특수한 장인 기술은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 조명, 전등 갓 등 모던한 디자인으로 그 외연을 더욱 넓혀 가고 있다.
스기야마 씨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계승하고 여기에 독자적인 발상을 더해 죽세공 장인의 아이디어를 극한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가방 만들기에도 도전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벌레가 다치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우아한 디자인성은 물론 마찰로 인한 의류(섬유)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승화시켜, 여름철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기술은 소품을 넣어 두는 함 등에서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필자는 예전에 시즈오카에 사는 친구 집 현관이나 거실에서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으로 만든 열쇠함을 본 적이 있다. 시즈오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험 학습이나 사회 시간에 이러한 제작 체험 시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의 장인 기술이 시즈오카 현민들의 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에는 관내에 설치된 조명부터 공방이나 카페 홀에 진열된 소품들까지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의 장인 기술이 빚어낸 공예품이 진열된 코너가 많다. 예술 작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녹아든 실용적인 아이템이라 하겠다. 이때 ‘대만에 가져가 집에 장식해 두고 싶다’는 말을 불쑥 꺼낸 건 C씨였다.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체험을 통해 시즈오카 전통공예의 정신을 배우다
섬세한 장인의 기술과 독특한 디자인 센스로 제작된 시즈오카의 공예품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실용성적이고 오래 사용할 수록 독특한 촉감과 자연스러운 변색이 한층 더 분위기있는 아이템으로 만들어 준다. 일본 제조업의 엣센스가 응측된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은 일상에서 쓰기에도 편리하니 꼭 한번 이용해 보기 바란다.
시즈오카의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경험을 통해 죽세공품을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고 경쾌한, 심플하지만 질리지 않는 일본인들의 생활 자세도 엿볼 수 있었다.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 시설 정보
- 【다국어대응】
- 일본어만 지원
- 【코로나 감염 방지책】
- ・매장, 시설 내 설비 등의 소독 및 멸균, 세정
・멸균 및 소독액 설치
・손님들의 입퇴실 시 소독
・매장, 시설 내 환기
・코인 토일렛 설치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소독, 가글, 체온 측정
・입점 인원 및 좌석 간격 조정
・입장 제한, 예약제 실시
・컨디션 난조인 손님들의 입장 사절
・손님들의 마스크 착용 유도 및 체온 측정
-
순푸 공방 타쿠미슈큐駿府の工房 匠宿
- 주소 静岡県静岡市駿河区丸子3240‐1
-
가까운 역
JR 시즈오카역 북쪽 출구 7번 승강장에서 ‘시즈테쓰 저스트라인’의 ‘주부국도선 후지에다역행’ 버스를 타고 ‘도켓포 순푸 타쿠미슈쿠 입구’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
- 전화번호 054-256-1521
영업 시간: 10:00~19:00
정기휴일: 월요일
워크숍: 대나무와 염색
체험료: 풍경 2500엔(세금 포함)/ 연필꽂이 코하루 2000엔(세금 포함)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품을 제작하는 체험 및 이후 가공 일정은 직원들의 스케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공식 사이트: https://takumishuku.jp/
※취재 협조: 공익재단법인 SURUGA 기획관광국
Visit SURUGA
※본 기사는 2022년 6월 현재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최신 정보는 공식 사이트 등을 확인해 주세요.
Written by:K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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