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수도 교토에 살아 숨 쉬는 다도 문화. 그 무대라 할 수 있는 차실은 대부분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인 스키야즈쿠리로 지어졌습니다. 유명한 다인(茶人)과 관련된 사원에서 방문한 차실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입니다. 고요하게 채워지는 감각인 ‘한적한 정취’를 추구하는 마음이 깃은 공간의 비밀을 살펴보고, 차실을 비롯한 스키야즈쿠리 양식의 건물을 짓는 스키야다이쿠를 취재했습니다. 그 마음을 통해 일본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더 깊이 이해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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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야즈쿠리 양식의 차실을 찾아서, 차의 성지 ‘다이토쿠지’로
교토의 북부 무라사키노 지역에서 가마쿠라 시대 말기에 창건된 ‘다이토쿠지’는 선종의 일파인 임제종 다이토쿠지파의 대본산입니다. ‘다이지인’은 다이토쿠지의 탑두 사원입니다. 평소에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본당 안쪽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건물이 바로 스키야즈쿠리 양식의 ‘돈안’이라는 차실입니다. 다이지인은 쇼와 초기 무렵에 이축되었으나, 원래는 에도 시대에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차실로서는 일반적인 7~8m2 크기의 다다미방에 초대받은 손님이 허리를 구부리고 출입하는 ‘니지리구치’, 족자나 화병 등을 장식하는 ‘도코노마’, 채광뿐만 아니라 디자인 역할까지 하는 벽면의 ‘렌지마도(세로로 가는 대를 세운 살창)’, ‘시타지마도(벽에 흙을 바르지 않고, 뼈대를 그대로 두어 창으로 쓰는 것)’ 등 차실 특유의 독특한 디테일이 곳곳에 보입니다. 나무나 흙 같은 친환경 소재가 각각의 소재감을 살려서 아낌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바로 스키야즈쿠리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형태가 없는 건축 양식? 스키야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기
차실로 대표되는 스키야즈쿠리 양식, 스키야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메이지 시대에 교토에서 창업하여 다이토쿠지의 납품업자로 간판을 내걸고 있는 ‘야마나카 공무점’의 이나이다 마사유키 씨에게 물었습니다.
이나이다 씨는 “스키야의 ‘스키’는 ‘좋다’, ‘풍류’, ‘공간’ 등 다양한 의미로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다도인들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좋아하는 취향대로’ 지은 다실을 스키야라고 불렀던 것이 그 시초입니다. 다도나 와카 등 풍류를 좋아하는 사람을 ‘스키모노(풍류인)’라고 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된 부분을 남기는 ‘공간’이라는 해석도 있고요. 기둥이나 벽지와 같은 장식 또는 도코노마(다다미방 상좌에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에 놓을 수 있는 꽃에 따라서도 방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미완성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형태로 완성될 수 있어요. 스키야즈쿠리 차실을 만날 기회는 일생에 단 한번 뿐이죠.”라고 이나이다 씨는 말합니다. 스키야란 건축 양식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자유롭고 정해진 형식이 없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자연의 나무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스키야즈쿠리의 특징이란?
스키야의 어원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스키야즈쿠리의 특징에 대해 살펴봅시다.
우선, 한 가지는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스키야즈쿠리에는 삼나무, 편백, 대나무 등의 나무를 비롯한 자연 소재가 많이 사용됩니다. 사용법에도 특징이 있는데, 일반적인 기둥은 껍질을 벗겨 사각으로 제재한 것이 많지만, 차실을 비롯한 스키야즈쿠리 양식에서는 흔히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나무를 사용합니다.
제재와 조립에 손이 많이 가는데도 굳이 통나무 기둥이나 ‘멘카와바시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재료인 나무의 특성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실내에 있어도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자연 소재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나무, 편백, 대나무 등을 평면으로 엮은 아지로를 천장 소재로 사용한 ‘아지로 천장’도 차실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화살깃무늬’, ‘바구니눈무늬’, ‘귀갑무늬’, ‘체크무늬’ 등 사용하는 재료와 엮는 방법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불필요한 것을 생략하고, 간소하다는 점도 스키야즈쿠리의 특징입니다. “너무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점을 알아챌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라는 이나이다 씨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우아한 것을 선호한다는 교토에서는 차실 기둥을 가늘게 하고, 쇼지(나무틀에 한 쪽 면에만 종이를 붙인 미닫이문)도 극도로 얇은 나무를 섬세하게 엮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교토의 멋이 느껴집니다.
고도의 기술과 섬세함을 겸비한 스키야다이쿠
일반 주택은 물론이고, 사찰 건축과도 다른 스키야즈쿠리는 특별한 시공 기술이 필요합니다. 야마나카 공무점의 작업장에서 교토의 명목 ‘기타야마 삼나무’의 통나무를 차실용 ‘멘카와바시라'로 가공하고 있는 사람은 스키야즈쿠리 전문 장인인 스키야다이쿠 니시야마 씨입니다. 그의 작업 현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니시야마 씨의 목수 경력은 약 25년. 그중 최근 10년가량은 차실 등을 전문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먼저 도끼 같은 도구인 ‘조나(자귀)’로 통나무를 거칠게 깎은 다음, 다양한 종류의 ‘대패’를 사용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습니다. “네 귀퉁이에 껍질을 남기는 ‘멘카와바시라’는 모서리까지 깎지 않는 만큼 인접한 면과 면이 직각이 되는지 일일이 확인합니다. 네모반듯하게 제재하는 것보다 손이 더 많이 가죠.”
기둥의 토대로 자연석을 사용하면 여기서부터 작업은 더 까다로워집니다. 곡선형 돌 위에 기둥이 똑바로 서도록 돌과 기둥의 접지면을 정확히 맞춰야 합니다. 돌의 요철에 맞춰 기둥을 조금씩 깎아내는 이 고되고 힘든 작업을 계속 반복합니다. 이처럼 스키야다이쿠의 작업은 묵묵히 꾸준하게 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게다가 높은 기술력과 섬세함도 필요합니다.
“여러 종류의 목수가 있지만, 주로 통나무를 다룬다는 점이 스키야다이쿠의 특징 아닐까요?”라는 니시야마 씨의 말처럼 야마나카 공무점의 작업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통나무가 놓여 있습니다. 그 통나무들을 원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 가공하는 것도 스키야다이쿠의 중요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나무는 하나하나 감촉이 다 다릅니다. 어떤 곳에 두어야 아름다워 보일 것인지, 장점이 돋보일 것인지. 사용할 장소도 나무에 맞춰서 생각해야 하죠.”
차실 건축에는 스키야다이쿠 외에도 흙벽을 칠하는 미장 장인, 문과 쇼지, 후스마(나무틀을 짜서 헝겊이나 종이를 양쪽에 붙인 미닫이문) 등을 만드는 창호 장인 등 다양한 장인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스키야다이쿠는 의뢰인인 시공주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모인 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며,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일본 내에서 스키야다이쿠가 가장 많은 지역은 단연 교토라고 합니다. 차실과 같은 스키야즈쿠리를 담당하는 목수가 되고자 야마나카 공무점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다도의 확산과 함께, 스키야즈쿠리의 매력도 세계로
다도는 이제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차와 관련된 문화와 함께 차실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인 스키야즈쿠리도 바다를 건너 일본 문화의 매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연 소재를 잘 활용하여 실내에 자연을 도입한 스키야즈쿠리 양식. 스키야다이쿠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목재의 개성을 살려 소중하게 다뤄 왔습니다. 일본인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다져온 나무와의 공존 방법. 거기에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힌트가 있습니다. 장인의 기술과 함께 일본의 나무 문화는 계승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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