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기온에 있는 ‘한검(漢検) 한자 박물관/도서관(이하, 한자 뮤지엄)’은 영상 및 그래픽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장치 등을 통해 ‘한자’를 더욱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설이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해서 바로 찾아가 한자 체험을 하고 왔다!
총 5만 자! 깊이 있는 한자의 세계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야사카 신사에서도 가까운 교토 기온. ‘한자 뮤지엄’은 교토 관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시죠도오리에 지난 2016년 오픈했다.
2011년 폐교한 ‘교토 시립 전 야사카 중학교’ 부지에 지어진 시설로 개관 후에는 일본 전국의 초중학생을 비롯해 약 25만 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곳은 매년 연말 발표되는 ‘올해의 한자’가 전시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취재차 방문한 날(2018년 12월 14일)은 마침 2018년 ‘올해의 한자’가 발표된 다다음 날이었는데 2018년 한자는 기요미즈데라 본당에 12월 21일까지 전시 중이어서 관내 입구에는 여전히 2017년 한자인 ‘북(北)’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자 뮤지엄이라는 말을 들으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술 시설 아니야?’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1층은 ‘보고 듣고 접하는’ 공간, 2층은 ‘놀고 즐기면서 배우는’ 공간이라는 식으로 각 플로어 별로 정해져 있으며 말 그대로 ‘온 몸으로 한자를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1층부터 순서대로 박물관 안을 돌아보기로 했다. 드디어 한자 체험이 시작된 것이다!
1층: 한자의 역사와 그 탄생 배경에 대해 배우다
먼저 입구 근처에 있는 극장에서 8분 정도 동영상을 본다.
일본의 문자 발달과 대륙에서 들어온 한자의 역사, 시대와 함께 변하는 단어와 표현의 역사 등을 알기 쉽게 해설해 준다.
다음으로 관내 벽에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 ‘한자의 역사에 대한 그림 두루마리’로 이동했다. 그 길이는 무려 30m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상형문자 등 고대부터 이어져 온 글자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는 셈이니 그 양도 정말 어마어마했다. 정보량은 많지만 일러스트나 사진 등 시각 자료와 함께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머리에 들어온다.
‘춤추는 갑골 문자 테이블’
갑골 문자는 기원전 1300~1000년경 중국에서 사용된 한자의 원조로 알려진 고대 문자다.
거북이의 등껍질이나 동물 뼈와 같은 갑골을 본떠 만든 커다란 테이블 주변에는 다양한 한자가 투영된다. 한자에 손을 가져다 대면 갑골 쪽으로 이동하고 해당 한자의 유래가 된 갑골 문자로 변하는 장치다.
평소 쓰는 한자의 원형이 원래는 이런 모양이었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은 입장할 때 받은 체험 시트를 사용해 배울 수 있는 코너다.
우선 이쪽은 ‘갑골 문자 점’이다. 좀 전에 소개한 것처럼 체험 시트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내용이 각각 다르다. 금속 막대기로 비비면 쓰여져 있는 갑골 문자의 현재 한자와 그 생성 과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오늘의 운세가 나온다. 갑골 문자는 거북이의 등껍질과 동물 뼈에 새겨진 글자라고 위에서 설명했지만 사실 점에도 사용되었다.
다음은 ‘금인 스탬프’. 후쿠오카현 시카노시마에서 출토된 금인(金印: 금으로 만든 도장)의 레플리카로 ‘한위노국왕(漢委奴国王)’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중학교 시절 배웠던 역사 수업이 생각났다.
‘만요가나’는 한자의 음독과 훈독을 사용해 일본어를 표기하던 시절의 가나를 말한다. 체험 시트에 있는 스탬프 란에 만요가나로 내 이름을 찍어 보았다.
이번에는 ‘구루타비’를 만요가나로 표기해 보았다. 어떤가? 어딘가 진지한 분위기가 느껴기도 하고 독특한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가타가나와 히라가나의 원형에 해당하는 글자를 찍을 수 있는 스탬프나 다른 나라의 국명을 한자로 표기해 놓은 스탬프가 있는데 모두 체험 시트에 찍어볼 수 있다.
1층에서는 한자에 관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한화(大漢和) 사전’. 전 15권(이중 색인이 2권)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금의 각종 문헌과 사전 등을 통해 수집한 약 5만 자에 달하는 한자가 수록되어 있다. 총 1만 페이지에 달하는 그 양에 압도된다!
‘쓰는 소재와 도구의 진화’ 코너에 있는 이 기계는 1978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일본어 워드 프로세서 ‘JW-10’이다. 현재 일본에도 몇 대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희귀한 전시물이다. 참고로 필자와 동갑이다.
커다란 업무용 책상을 거의 전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손바닥 크기의 휴대폰이나 스마트폰과 비교해 보면 약 40년 동안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1층 견학이 대충 끝나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자. 그 전에…….
관내 중앙에 세워져 있는 이것은 이름하여 ‘한자 5만자 타워’다. 좀 전에 소개한 대한화 사전에 수록된 5만 자와 같은 한자들이 타워 4면에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다.
푸른 색 한자는 초등학교까지 배우는 글자, 오렌지 색까지가 상용 한자, 이렇게 색깔과 크기 별로 분류되어 있다. 방문한 날도 가족과 함께 온 학생들이 “내 이름에 쓰는 한자도 여기 있네!”, “이 한자 뭐라고 읽지?”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층: 게임을 하듯 한자를 배울 수 있는 체험 코너가 많다!
2층은 한자의 구조나 특징을 오락기처럼 연출한 ‘한자 테마파크’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오락실에 온 것처럼 다양한 한자 게임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여행이나 사회과 견학을 위한 학생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체험 코너가 많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필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소개하겠다.
이곳은 ‘몸으로 한자를 표현’하는 코너다. 몸으로 한자를 표현하면 이를 사진으로 찍어 준다. 혼자서는 표현할 수 없는 한자는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시도할 수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참고로 필자가 표현하고 있는 한자는 ‘불 화(火)’다.
이쪽은 ‘한자 회전 초밥’이다. 다양한 어패류들이 접시 위에 올려진 상태로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이 중 좋아하는 접시를 고르면 한자 퀴즈가 시작된다.
맞히면 포인트를 받게 되는데, 문제에 나왔던 어패류가 영상 속 어항에 나타내 헤엄을 치는 모습이 표시된다.
마지막으로 이 코스는 ‘부수 조합 터치 패널 카드’다. 문제로 나온 부수에 어떤 글자를 더하면 한자로 완성시킬 수 있는지 고르면 된다.
문제는 ‘실 사(糸) 변’이었다. ‘색(色)’과 조합되면 ‘절(絶)’이라는 한자가 되는데 변(偏: 한자의 왼쪽)과 방(旁: 한자의 오른쪽) 하나만으로도 글자로 성립되는 경우에는 의외로 하나의 글자로 조합해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필자는 여러 번 틀리고 나서야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이밖에도 사자성어에 따라 한자의 읽는 방법이 다른 경우나 상형 문자에서 현재의 한자로 성립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코너가 있었다. 모든 코너를 돌면 1시간은 족히 지나 있을 것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
한자 체험이 끝난 뒤에는 같은 건물 안에 있는 ‘Café 왜락(倭楽 waraku)’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유리창 너머로 시조도오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차(S사이즈, 세금 불포함 500엔)과 이리반차(S사이즈, 세금 불포함 450엔)를 마시며 쉬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한자 뮤지엄 입장권을 제시하면 50엔 할인이 적용되니 이 혜택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어떠했는가? 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배움과 놀이의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즐거운 워크숍도 개최한다고 하니 미리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고 만지는 등 직접 체감하면서 배우는 한자의 세계, 교토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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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뮤지엄漢字ミュージアム
- 주소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기온마치 미나미가와 551
- 전화번호 075-757-8686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기온마치 미나미가와 551
[개관 시간]9:30~17:00(출입은 16:30까지)
[휴관일]월요일(공휴일인 경우는 개관, 다음 날 평일이 휴일), 연말연시 ※이 밖에 임시 휴일 있음.
[입장료]어른 800엔, 대학생/고등학생 500엔, 초/중학생 300엔(모두 세금 포함), 미취학 아동과 장애인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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