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철도여행중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할 때에 보통 신칸센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신칸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보통 에키벤을 꼽는다.
에키벤이란 일본 각 지방의 철도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으로 역을 뜻하는 ‘에키’와 도시락을 뜻하는 ‘벤또’의 합성어로, 일본 사람중에 에키벤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일본인에게 에키벤은 단순히 여행 중에 이동하면서 먹는 도시락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런 에키벤에 대해 ‘에키벤 가게 축제’의 홍보를 담당하는 (주)일본 레스토랑 엔터프라이즈의 이즈미 가즈오(泉和夫) 씨에게 그 매력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보았다!
1. 약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에키벤
과연 언제부터 에키벤을 먹었을까?
1885년 7월 16일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역에서 주먹밥 2개에 무절임(다쿠앙)을 댓잎에 싸서 5전에 팔았다는 설, 1877년 오사카, 고베역에서 팔았다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있다. 어쨋든 약 140년 전부터 에키벤을 먹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후 밥과 반찬을 나눠 담은 ‘마쿠노우치’ 도시락이 판매되면서 장거리 열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2. 특별한 날에 먹는 에키벤
도시락은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역에서 사먹는 도시락은 왜 특별하다고 여기는 걸까?
옛날에는 어디로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로, 여행하면서 먹는 에키벤도 특별한 음식으로 여겼던 것 같다.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든 반찬이 있으니까. 이렇게 특별하고 좋은 날에 먹다 보니 자연히 의미있는 음식이 된 것 아닐까 싶다.
3. 지역별 음식 문화를 도시락에 담다!
에키벤의 백미는 그 지역에서 나는 먹거리와 특산품을 맛볼 수 있다는 데 있다.
100년 전부터 판매된 도미 밥(다이메시), 전갱이 누름초밥(아지 오시즈시) 등은 지역 특산품을 도시락으로 발전시킨 좋은 예. 이번 취재에서 만드는 과정을 공개한 아키타현 오다테역의 ‘닭밥 도시락’은 1947년 상품화된 이래 변함없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참고로 에키벤 가게는 약 2주 간격으로 교체를 한다.
4. 집에서 에키벤 즐기는 사람 늘어난 요즘!
우연히 들른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운좋게 에키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매년 1월 도쿄에 있는 백화점들은 일본 각지의 다양한 에키벤을 소개, 판매하는 ‘에키벤 대회’를 개최한다. 벌써 50회를 넘긴 이 행사는 매년 많은 손님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에키벤 대회를 이렇게 활성화시킨 데는 도쿄역 ‘에키벤 가게 축제’의 역할이 컸다.
평소에는 맛보기 어려운 지방 특산품이나 전통적인 음식을 도쿄에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별한 저녁식사라는 개념으로 구입해 집에서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5. SNS에서 인기만점인 ‘마쿠노우치 도시락’!
흰밥에 요것조것 다양한 반찬을 담은 마쿠노우치 도시락(1,050엔). 연극의 막이 잠시 내려간 사이, 짦은 휴식시간 동안 관람객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라 마쿠노우치(막이 내려간 사이라는 뜻)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보통 고기류가 들었거나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반찬을 꼭꼭 눌러 담은 에키벤을 좋아한다. 질도 질이지만 역시 양도 중요하니. 그런데 요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예쁘고, 일본틱하다는 이유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마쿠노우치 도시락’이 인기다.
6 도시락 용기에 숨은 아이디어!
도게 솥밥(1,000엔)은 먹고 난 다음, 솥 모양 용기를 화분이나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에키벤에는 보통 무게가 가볍고 음식 맛을 해치지 않는 용기가 사용된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어떻게든 개성을 살려보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눈사람 모양 도시락은 하루 3개만 팔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살 수 있다. 또 빨간 다루마(일본의 전통 오뚝이)나 신칸센 모양 도시락도 인기!
‘힛바리다코’라는 이름의 문어밥 도시락 용기는 문어잡이에 사용되는 단지를 본뜬 사기 용기로 개중에는 플라스틱이지만 칠기로 만든 2단 용기도 있다. 이렇게 손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특별한 도시락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밥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도시락! 도시락 아래 있는 끈을 당기면 용기가 따뜻해진다. ‘가열식 에키벤’이라는 포스터를 내건 매장에서 판매하는데, 전자렌지가 없어도 따뜻한 밥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7. 열차에서 즐기는 아이스크림
요즘에는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아이스크림이 인기로, 기본 바닐라맛을 제공하지만 각 지역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
도호쿠 신칸센에서는 도치기현에서 재배한 딸기 ‘도치오토메’의 과즙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조에쓰 신칸센에서는 고시히카리 젤라또를, 호쿠리쿠 신칸센에서는 고구마(품종명:고로지마킨토키)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또 야마나시나 나가노 방면으로 이동하기 위해 특급 아즈사를 탄 분들은 신겐모치 퓨전 아이스를 맛볼 수 있다.
8. 세젤맛(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에키벤은?!
2016년 에키벤 1위를 차지한 ‘히나이지도리 닭밥’(1160엔)
야구팀이나 축구팀 중에 좋아하는 팀이 있듯이 에키벤 팬들 사이에서도 유독 사랑받는 도시락이 있어, 매년 가을이면 열리는 에키벤 인기 투표도 있다.
2015년의 에키벤 1위은 오다테역의 닭밥 도시락이었다. 작년에도 오다테역 히나이지도리 닭밥이 1위를 차지해 같은 가게가 2년 연속 수상을 한 적도 있다.
어떤 도시락을 고를 지 고민될 때는 에키벤 랭킹을 체크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글을 마치며
에키벤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음식 문화가 녹아 있다. 직접 그 곳에 가지 않아도 풍경을 상상하며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여행중 에키벤을 꼭 맛보길 바란다!
※가격과 메뉴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재된 것 이외에는 모두 세금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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