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큰 이벤트인 결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많은 예비부부들도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손님들이 먹을 음식부터 집에 가져갈 선물까지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은 탓에 일본에서도 결혼식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예비 부부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 만큼, 일본에서 결혼식에는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많은 매너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과 일본 결혼식의 차이점을 들여다보며, 참가자들이 어떤 매너를 지켜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초대장을 받았다면?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온 후 우편이 한 통 집으로 도착했다. 청첩장인 줄 알았더니 동봉한 엽서에 필요한 사항을 기입해 엽서를 반송해 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우편은 청첩장이 아니라 결혼식 참석 여부를 묻는 초대장이었다.
동봉된 엽서에는 참석과 결석 여부를 동그라미로 표시할 수 있는 칸이 있었다. 필자는 참가에 동그라미를 치고 엽서를 반송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수취인을 높이는 경칭(敬称), 예를 들어 御、様 등의 단어에 두 줄을 그어서 보내야 한다는 것. 참석 시에는 ‘출석’ 글자 앞에 “喜んで(기쁜 마음으로)”, 글자 뒤에 “させていただきます(하겠습니다)”라는 글자를 덧붙이면 더욱 예의 있는 답장이 된다.
동봉된 엽서는 우편에 쓰인 반송 기간 내에 보내면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주일 이내에 보내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만약 불참할 경우에는 너무 일찍 답장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옷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일본에서 결혼식에 갈 때는 남자는 양복, 여자는 원피스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흰색 원피스는 피해야 한다는 점은 한국과 같다.
다른 점은, 여자들이 입는 결혼식용 원피스가 조금은 화려하다는 것! 머리도 아침 일찍부터 미용실에 들려 예쁘게 꾸미는 사람이 많다. 일요일에 번화가에서 올림머리에 많은 장식을 달고 드레스로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들의 무리를 본다면 결혼식에 가는 길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축의금은 얼마부터 내는것이 가능?
일본의 축의금은 3만 엔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고, 예비 부부와의 친분이 두터울 수록 축의금은 5만 엔, 7만 엔으로 점점 높아진다. 2, 4, 6처럼 반으로 나눌 수 있는 짝수는 앞으로 하나가 되어야 할 신혼부부에게 좋지 않다고 해 1만 엔, 3만 엔, 5만 엔…과 같은 식으로 늘어나는데, 식사비가 거의 1만 엔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답례품까지 생각하면 기본적으로 3만 엔을 넣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축의금 금액
축의금을 내는 타이밍은 본식이 끝난 후, 피로연이 시작되기 전이 일반적이다. 축의금을 넣는 결혼식용 봉투가 따로 있으니 결혼식에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도록 하자. 편의점이나 문방구에서 살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금액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봉투가 다르다는 것. 봉투는 화려한 데 금액이 작으면 되레 실례가 될 수 있다.
필자도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에 나름 비싼 돈을 주고 좋은 봉투를 샀지만,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무난한 봉투를 다시 사기도 했다. 처음부터 축의금과 어울리는 정도의 봉투를 준비하도록 하자.
・일본 결혼식은 본식과 피로연, 2차회까지 3단계로!
일본 결혼식은 보통 ‘본식’과 ‘피로연’과 ‘2차회’로 나뉜다. 한국 결혼식으로 따지면 본식은 결혼식, 피로연은 식사시간, 2차회는 뒷풀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단, 다른 점은 본식과 피로연에 초대받는 사람이 직계가족과 가까운 친척, 친한 친구, 직장 동료 정도로 국한된다는 점이다. 보통 일본 결혼식은 호텔, 전용 예식장에서 진행되며 식사로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본식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그저 진행요원같은 주례(일본은 교회식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 목사님이 주로 주례를 맡는다)가 있고, 신랑신부가 결혼서약을 맺는다. 피로연 때는 한국서처럼 하객들이 각자 자리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하객들이 본인의 이름이 쓰인 정해진 자리에서 밥을 먹으며 신랑신부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식장에 도착하면 안내원이 좌석표를 나눠주니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후 정해진 자리에 앉도록 하자. 피로연에서는 미리 정해 둔 사람이 축사를 읽거나 친구들의 축하댄스를 선보이거나 축가를 부르기도 한다.
그 밖에도 중간 중간에 신랑신부와 사진을 찍는 시간 등이 있는데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신부가 본식과는 다른 드레스를 선보이거나 기모노 차림을 선보이는 ‘이로나오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필자가 간 결혼식에서는 드레스 한 번, 기모노 한 번, 총 두 차례의 이로나오시가 있었다.
2차회는 주로 신랑신부의 친구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추첨을 통하여 선물을 나눠주는 등의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
2차회는5~6천 엔의 참가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베프’가 아니라면 2차회부터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2차회는 쉽게 말해 파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빙고 대회를 열거나 추첨을 통해 참가자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하는데, 필자는 도서카드에 당첨된 적이 있다. 일본의 결혼식을 이렇게 본식, 피로연, 2차회로 진행되는 것이 기본적이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치르는 일이 많다.
・답례품은 신랑 신부의 마음의 표시
한국과는 달리 일본 결혼식에는 하객에게 주는 답례품이 있다. 한국처럼 수건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출산 지역의 특산품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카탈로그. 그릇, 가방, 악세서리, 산악용품, 맛집 이용권 등 카탈로그에 실린 다양한 상품 중에서 원하는 것을 하객이 골라 직접 주문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신랑신부에게도 하객에게도 인기가 좋다.
필자는 답례품으로 일본 유명 전망대 이용권과 카탈로그를 받아왔다. 약 3천 엔(3만 원) 상당의 상품&가게 이용권이 실린 카탈로그였는데, 필자는 그 중에서 긴자에 있는 유명 디저트 가게의 런치 이용권을 선택했다.
오랜 준비 기간에 비해 30분 정도만에 후다닥 끝나버리는 한국 결혼식과는 달리, 일본 결혼식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축하하고 축하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면, 비싼 축의금을 각오하더라도 꼭 한번 참석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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