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가을만 되면 식욕이 더욱 왕성해지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당신은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가? 항상 먹던 음식이 아닌 가끔은 새로운 맛을 위해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럴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부터 이 글을 잘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지난 여름에 소개한 일본의 여름 음식 기사에 이어 한국의 요리 개발부 책임자가 강력 추천하는 일본의 가을 음식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딱 지금 이시기에 꼭 먹어봐야 하는 일본의 가을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 기사는 일본에서 요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P사 요리 개발부 총 책임을 맡고 있는 A 씨의 개인적인 의견이 반영됐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꽁치회가 별미!
술 안주나 반찬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꽁치. 그런데 구이가 아닌 다른 먹는 법이 있다고?
“저는 가을에 일본을 방문하면 반드시 먹는 음식 중 하나가 꽁치초밥과 꽁치회입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꽁치를 굽거나 조려서 먹잖아요? 물론 구이나 조림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살이 오를 때로 오른 싱싱한 가을 꽁치는 회로 맛 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등푸른 생선은 비리다는 고정 관념이 있는데 그건 바다에서 잡아 올린 후, 일정 시간이 지난 것들이고 횟감으로 사용되는 생선은 비리기는 커녕 매우 고소하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립니다. 그리고 고급 음식점에 가면 간장에 꽁치 내장을 넣고 곱게 체에 거른 소스나 ‘기모 사카무시’(생선 내장에 니혼슈를 뿌려 쪄낸 요리)가 제공되기도 하는데 이 사카무시의 향이 가게 안에 진동하여 음식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필자 역시 꽁치라는 생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회로 먹어본 적은 아쉽게도 아직 없다. 아마도 꽁치, 고등어와 같은 생선은 비리다는 고정관념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나 싶다. A 씨의 설명에 의하면 꽁치회는 정말이지 고소하고 부드럽다고 하는데 그 고소함은 참치 뱃살에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생선회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비리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등푸른 생선 특유의 바다 내음과 고소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가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송이!
송이는 그냥 먹거나 구워 먹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일본에는 가을에 먹는 송이 요리가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최고급 송이는 그냥 먹어야 그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다며 생으로 먹거나 구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본에서는 가을이 되면 ‘도빙무시’, ‘송이 다키코미 밥’ 등의 요리로 먹어요. 도빙무시는 질 주전자에 가츠오 육수와 함께 은행, 보리새우, 백합근 등 가을 식재료를 잔뜩 넣고 물이 끓어 오르면 불을 끄고 구운 송이를 넣으면 완성되는 요리입니다. 먹는 법은 먼저 국물을 마시고 나서 나중에 건더기를 건져 먹으면 돼요. 그리고 송이 다키코미 밥이란 가츠오다시와 간장으로 밥을 지은 후 석쇠에 구운 송이를 넣고 약 15분 정도 뜸을 들인 요리를 말합니다. 이 요리들의 특징은 송이의 향긋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송이 매니아라면 빼놓을 수 없는 요리중 하나죠.”
가을이 되면 한국에서는 최고급 자연산 송이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강원도까지 찾아갈 정도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송이. 필자는 수년 전 송이 다키코미 밥을 통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송이를 접해 보았다. 사실 알다시피 송이는 쫄깃한 식감도 식감이지만 독특한 그 향이 최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송이는 버섯갓이 피기 직전의 상태가 가장 향이 좋고 맛있다고 한다. 일본을 방문하면 독특한 송이 요리로 송이의 참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가을에 맛봐야 제맛인 연어알이 있다고?
연어알에도 종류가 있고 특히나 가을의 연어알은 특별하다고 하는데 그럼 A 씨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언어알은 사계절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는 하나 가을의 연어알이 가장 싱싱하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연어들이 알을 나으러 강으로 돌아오는 계절이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추천하는 연어알을 ‘스지코’라고 하는데 스지코란 쉽게 이야기 하면 알덩어리입니다. 왜 우리가 먹는 알탕에 들어 있는 알들을 보면 덩어리로 뭉쳐 있잖아요? 연어 뱃속에 있는 알주머니를 하나 하나 손질하여 한 알, 한 알 풀어 헤친 것이 ‘이쿠라’(연어 알)인 셈이죠. 가을에 일본 초밥집에 가면 스지코 초밥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어요. 그리고 연어알 하면 역시 연어 덮밥도 빼놓을 수 없죠. 연어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과 바다 내음 가득한 향이 밥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사실 필자는 연어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에 매료되어 초밥집에 가면 반드시 연어알을 주문하곤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고 추천하고 싶은 연어 요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살몬 오야코동’(연어&연어알 덮밥)이다. 향긋하고 고소한 연어, 톡톡터지는 연어알과 함께 먹는 밥의 맛이란 정말이지 이 세상 것이 아니다(적어도 필자에 한해서). 가을에 방문한 일본에서 연어알을 맛보지 않고서는 가을 음식을 먹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희귀한 과일이 일본에 있다!
가을에 맛볼 수 있는 희귀한 과일이 일본에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과일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라프랑스라고 들어 보셨나요? 프랑스 원산의 서양배의 일종으로 가을이 되면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의 식감은 아삭하잖아요? 그런데 이 라프랑스는 일반 배에 비해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복숭아 식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 특유의 맛과 달콤함이 있어 그냥 먹어도 맛있고요. 디저트 가게에 가면 라프랑스 콩포트나 라프랑스 케이크로도 즐길 수 있어요.”
과거 지인에게서 라프랑스를 선물로 받아 먹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A 씨의 말대로 복숭아를 먹는 듯 한데 정말 맛은 배의 맛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라프랑스의 부드러운 식감과 더불어 품격 있는 단맛이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정말로 먹어보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맛이랄까. 가을에 일본을 방문하면 고급스러운 단맛과 그 부드러움을 직접 체험해 봤으면 한다.
튀김으로도 꼭 맛을 봐야하는 가을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굴!
주로 회나 국으로 먹는 굴을 일본에서는 튀김으로도 자주 먹는다고 한다. 싱싱한 굴을 튀김으로 먹기에는 아깝지 않을까?
“한국인들은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에 걸쳐 굴을 생으로 먹거나 국을 비롯하여 각종 요리에 넣어 먹는데 싱싱한 굴을 튀김으로 먹는 이미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일본에서도 찜이나 국물 요리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을 일본 요리 중 하나로 굴튀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삭한 튀김 옷 안에서 쫘악 퍼져나오는 굴의 진한 향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정말 굴튀김을 잘 하는 곳에서는 굴을 완전하게 익히지 않고 반 만 익혀요. 완전하게 익히면 굴 본연의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사라지거든요. 그리고 타르타르 소스 이외에 소금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소금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굴 맛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왜 비싼 소고기를 먹을 때 소금에만 찍어 먹잖아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서양 송로버섯)이 들어간 트러플 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보다 좋을 순 없겠죠?”
굴튀김을 즐겨 먹지 않던 필자가 이전에 일본의 갓포 요리점에서 코스 요리로 제공된 굴튀김을 먹고 난 후 그 생각이 바뀐 적이 있다. 마치 다코야키를 먹는 듯한 기분이랄까. 겉은 바삭한데 안의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은 없던 식욕도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A 씨의 말처럼 필자가 이용한 음식점에서도 카레 소금이 제공됐는데 예상 외로 소금과 튀김의 조합이 잘 맞았다. 굴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지금까지 주로 즐긴 굴회 굴요리가 아닌 새로운 굴튀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요리 개발부 책임자가 강력 추천하는 일본의 가을 음식에 대해서 소개해 보았다. 이 가을이 아니면 때를 놓치기 쉬운 일본의 가을 음식들을 기회가 된다면 꼭 체험해 보길 바란다. 분명 당신의 맛의 아이덴티티를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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